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9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96화(39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96화
나는 이 답도 없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 애썼다.
“……내가 오라고 했다고?”
“응.”
의현이 고개를 주억이며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그러니까.
……내가 잠들었을 때 찍힌 통화 내역.
“숙소 근처로 가도 되냐는 물음에 흔쾌히 허락해 준 건 처음이라 굉장히 새로웠어.”
“설마 그 허락의 대답이 ‘어’라든가 ‘으응’ 같은 거냐.”
“그것도 있었지.”
“생각이 있다면 자다가 내는 소리쯤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해온이는 조금 달랐는걸.”
“다르긴 뭐가…….”
“잔뜩 울어서 잠긴 것 같은 목소리로 ‘힘들어’라고 말했어.”
“……!”
“그리고 그때까진 이렇게 직접 숙소에 올 생각은 없었다고 하면 믿어주려나. 목소리가 좋지 않기에 약을 전해주고 가려던 생각이었거든.”
의현이 침대 옆 서랍 위에 올려져 있는 약국 봉지를 가리켰다.
……얼마나 쓸어담은 건지 양이 상당한.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어서 종류별로 다 사버렸어.”
“…….”
“바로 전해주려고 숙소 근처로 왔는데 해온이가 전화를 받지 않는 거야. 12번이나 걸었는데도…….”
눈깔을 더더욱 처연하게 내리깐 의현이 말을 이었다.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 마지막으로 닿았던 연락에서도 해온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으니까.”
“그래서 업체를 불렀다?”
“그럴 리가.”
의현이 눈을 사르르 접어 내렸다.
“우선 상식적으로 문을 두드렸지.”
“…….”
대충 감이 잡히는군.
문을 아무리 두드렸대도, 제정신이 아닌 나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해온이 넌 예민하니까 정상적인 상태라면 수면 중이어도 그 소리를 못 들을 리 없다고 생각했어.”
의현은 작게 웃으며 내 무릎에 죽이 담긴 쟁반을 올려놨다.
그러고는 상체를 숙여 나지막이 속삭였다.
“무엇보다…… 다른 멤버들에게 연락하는 건, 해온이가 가장 원치 않는 거잖아?”
반박할 수 없었다.
연락을 전했다면, 멤버들은 고민도 없이 숙소로 되돌아와 내 꼴을 보게됐을 테고…….
그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니까.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됐다.”
“내 진심을 알아주는구나.”
“알긴 뭘 알아? 네가 정신 나간 짓을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무시하는 거지.”
“하하!”
“업체는 어떻게 부른 건지…….”
“음…… 미인계?”
화사하게 웃는 의현의 낯짝을 마주한 나는 아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말을 마는 게 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말마따나 이 자식 정도의 인지도라면 얼굴이 신분이나 다름없을 테니 어렵지 않았겠지.
“화났어?”
“아니, 숙소 보안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 중이었는데.”
“해온이답네. 좋은 생각이야.”
의현이 쿡쿡 웃었다.
“하지만 나도 안에서 일이 난 것 같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들어오지 않았을 거야. 들어와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한 상황이었고.”
“…….”
내가 입을 다문 순간이었다.
서늘한 시선이 나를 빠르게 훑은 것이다.
“그나저나, 내 말에 놀라지 않네. 해온이는.”
물론.
곱게 접어 내린 눈에 금세 가려졌지만.
“익숙한 일인 모양이야. 그렇지?”
“…….”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내색도 없이 숨기다니…… 해온이다운 일이지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아.”
의현이 침대에 걸터앉아 미소 지었다.
“네가 다치는 걸 보는 건 유쾌하지 않거든.”
그러고는 내 무릎에 올려뒀던 죽을 한 스푼 떠서 내 입에 가져다댔다.
“나도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편은 아니라서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
“……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응.”
“너나 먹어. 난 됐어. 아직 배가 고프지도 않고.”
“거짓말.”
의현이 내 손목 부근을 쓸어내렸다.
“그사이에 말랐잖아.”
“…….”
“그리고 약도 먹어야 할 텐데.”
나는 의현의 손을 치워내며 말했다.
“약으로 되는 게 아니야. 너도 봤으니 알 텐데.”
“해온이는 역시 져주지 않는구나.”
숟가락을 거둔 의현이 살풋 웃었다.
드디어 포기하려는 모양이로군.
“어제는 윤재 씨가 추석 안부 인사 보내셨더라고. 참 귀여운 분이야. 해온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
“먹지 않으면 답장을 하나 더 보낼지도 모르겠네.”
“내놔…….”
안광 잃은 눈깔로 숟가락을 빼앗은 나는 죽을 덥석 삼켰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낯짝을 관리했다.
그도 그럴 게.
……이거, 생각 외로 맛있다.
웬만한 시판 죽보다도 더.
“먹을 테니까 넌 가.”
“다 먹어주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
이 자식과 실랑이할 기운이 있을 리 없기에, 나는 차라리 죽 그릇을 비우는 데 열중했다.
그리고 나는 빈 죽 그릇을 놓으며 말했다.
“이제 알아서 나가.”
“아하하, 해온이는 정말 차갑네.”
즐겁게 웃던 의현이 ‘아’ 소리를 낸 것도 그때였다.
“그런데 해온아. 늦은 저녁에 어떤 분께 연락이 왔어.”
“……!”
* * *
나는 약속 장소로 잡은 한적한 카페에 들어섰다.
의현의 말을 듣고 뒤늦게 확인한 스마트폰에는 발신인이 이해성인 부재중 전화 한 통과 읽지 않은 짤막한 메시지 하나가 있었다.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들었으니 만날 수 있겠냐는 내용이 담긴.
어떤 계기로 알게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걸 보고 충격받았을 이해성이 중요했다.
나는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부모님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해성만큼은 아닐 테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를 테면.
……꾸며낼 수 있는 접점 같은 거 말이다.
구석진 곳에 앉은 나는 할 말을 되뇌었다.
‘등신같이 굴지 말고 해야 할 말을 해.’
이해성은 이 일을 시작하며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도…….
‘이해성이 상처받는 걸 조금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실수하면 안 돼.’
이해성을 완벽히 속여야만 했다.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한대도 믿기 힘들뿐더러, 설령 믿는다 해도…….
‘이해성으로선 더 괴로울 뿐이야.’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처음 이해온의 존재가 사라졌음을 알았을 때도 오히려 안도하지 않았는가.
‘내가 죽은 걸 기억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열린 카페의 문으로 익숙한 인영이 걸어 들어왔다.
기억을 모두 되찾고 처음 보는 이해성의 얼굴에 끔찍한 죄책감이 스며들었다.
……감히 시선을 마주하기도 힘들 만큼의 무거운 감정이.
‘멍청하게 굴지 마.’
맞은편에 이해성이 착석했고, 나는 천천히 시선을 마주했다.
“아직 약속 시간 이전인데 빠르게 오셨네요. 저도 나름 이르게 온 건데.”
당장 윽박지르거나 캐물어도 이상하지 않을 주제다.
하지만 이해성은 내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내색을 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평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이해성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다.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나는 몇 번이고 되뇌었던 말을 시작했다.
“제 가정 사정을요.”
이해성은 성해온이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 점을 이용해야 한다.
“두 분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요?”
“예.”
어느 보육원의 이름을 입에 담자, 이해성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그도 그럴 게.
같은 지역구에 위치한 이 보육원은 부모님이 자주 봉사에 참여하고 후원했던 곳이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이해성도 몇 번 함께 했어.’
앨범에서 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보육원엔 워낙 많은 수의 어린아이들이 있었기에, 이해성이 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할 가능성은 없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한참 전에 사라진 보육원이라 사실 확인도 불가능하고.
“이런 말씀 우스우시겠지만, 두 분을 부모님처럼 따랐습니다. 이해성 씨의 부모님이라는 것은 최근에 알았고요.”
“그런데 저는 한 번도 성해온 씨를…….”
“보신 적이 없는 게 당연합니다.”
여기서 이해성에게 신뢰를 주려면 진실을 뒤섞어 말해야 한다.
“어린 시절 기억이 없었으니까요.”
테이블 아래에 숨긴 손이 작게 떨려왔지만, 나는 담담한 얼굴을 걸쳤다.
“다섯 살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충격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
“그러다가 최근 라이트온 스케줄 도중, 우연히 사고 차량을 보고 갑작스레 기억이 쏟아지듯 흘러나왔는데…….”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수많은 기억들 속에 후원해 주시던 부부께서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주던 원장님의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찾아뵐 수 있었던 거고요.”
숨을 한 차례 삼킨 나는 이해성과 시선을 마주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게 부모님 같은 분이셨거든요.”
“그럼 매니저님을 보낸 이유는…… 혹시.”
“예, 기억을 되찾고 난 뒤에 차량에 탑승하기가 조금 힘들어졌습니다.”
나는 떨리는 손이 보이지 않게끔 커피 잔을 움켜쥐었다.
“별일 아니니 회사엔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그게 어떻게 별일이 아닌가요.”
“제 선에서 해결이 가능합니다.”
“잠깐만요, 성해온 씨.”
“정 안 된다면 제가 먼저 회사에 알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
한참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던 이해성이 밝은 목소리로 주제를 튼 것도 그때였다.
“으음! 우리 일단 다른 이야기 할까요? 이번엔 제가 말할 차례인 걸로!”
이해성이 입매를 끌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 아빠 진짜 멋진 분이셨잖아요? 저는 그런 부모님이 언제나 자랑스러웠어요.”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를 매만진 이해성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함께 바닷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는데, 저만 살아남았어요.”
“…….”
“그래서 한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서.”
나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아플 정도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당장에라도 그 모든 건 내 탓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해성의 탓은 하나도 없다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모두 내 탓이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스스로에 대한 역겨운 감정이 올라와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속을 참아내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전 이제 괴롭지 않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말이 나온 것이다.
이해성은 픽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이 습관처럼 해주던 말이 있거든요.”
이어지는 이해성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그러니까.
……이건 내 기억에도 선명히 있는 것이기에.
– 너희의 행복이 엄마 아빠의 가장 큰 행복이야. 우리 보물들.
– 으아악, 엄마! 아빠! 숨막혀어…….
– 난 조아!
– 그럼 이해온만 안아! 난 빼줘!
– 우리 공주님은 좋으면서 왜 그러실까?
틈만 나면 우리를 품에 안고 우리 둘의 행복이 자신들의 행복이라고 말하곤 하셨다.
마치 입버릇처럼.
“그래서 전 행복하기로 했어요. 그래야 걱정 많던 우리 엄마 아빠도 마음 놓고 행복해하지 않겠어요?”
나는 망치에라도 맞은 얼굴을 했다.
단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내가 없었다면 행복했을 거라 확신했으니까.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는 분명…….”
이해성이 씨익 웃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다.
“해온 씨의 행복도 바랄 거예요. 아니, 제가 딸로서 확신할게요.”
“……!”
“해온 씨의 행복을 바라고 있어요.”
나는 입을 뗄 수조차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왔다.
이름을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들이…….
———후두둑.
두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해성의 입이 벌어지는 게 보였지만, 도저히 눈물이 멎지 않았다.
“으아아…… 따, 딸내미도 이렇게 서럽게는 안 우는데 저보다 더 효자처럼 굴면 어떡해요?”
당황한 이해성이 티슈를 들고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이내 어깨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 날 사람이네! 눈물샘이 이렇게 헤픈 사람인 줄 몰랐는데 말이야!”
토닥임이 한층 더 거세졌다.
“그리고 저 말 안 끝났거든요! 근데 말해도 되려나? 이거 분위기가 영…… 너무 눅눅한 것 같은데.”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내던 이해성이 주저앉은 것도 그때였다.
“있잖아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와 눈을 마주한 이해성은 곧은 시선을 보내며 밝게 웃었다.
“해온 씨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은 저희 부모님을 제외하고도 많아요.”
“……!”
“멤버들, 스위치들, 그리고.”
이해성이 자신을 가리켰다.
“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