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9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97화(39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97화
“해온아, 천천히 숨 쉬어.”
“……윽.”
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로 숨을 가쁘게 쉬었다.
“잠깐만, 하으…… 멈, 멈춰줘.”
“숙소로 가서 쉴래?”
“아니, 더…… 할 거야. 해야 해.”
내 말과 동시에 의현이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았고, 나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몸을 내뺐다.
차체 밖으로 나서자마자 울렁이던 속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숨을 두어 번 고른 나는 내 등을 두드려 주는 의현의 손을 치워냈다.
“이런 건 안 해줘도 돼.”
“하지만 오늘은 해온이가 도와달라고 한 역사적인 날인걸.”
“그 입을 좀…….”
“하하!”
의현이 경쾌하게 웃었고, 내 낯짝은 흐릿해졌다.
그래.
나는 의현에게 차량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의현은 고민 없이 수락했다.
어째서 이 의현에게 도움을 구했냐 묻는다면…….
이 녀석은 이해성의 연락이 왔었다는 사실을 전해줬던 어제 진작 내 상태를 눈치챘거든.
– 해온아, 데려다 줄게.
– 필요 없어.
내 단호한 대답에 조금 고민하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였던 의현은 말했다.
– 음…… 역시, 해온이는 지금.
– ……!
– 차에 타지 못하는 상태인가?
추측하건대.
아마도 의현은 그 전부터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을 거다.
‘그걸 어제에서야 확신한 거겠고.’
당시에는 당황한 티를 숨기고 헛소리 취급하며 부정했다만…….
– 내 앞에선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니까.
– ……!
–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말해줘, 해온아. 기쁜 마음으로 도울 테니.
내 부정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으면서도, 옅게 웃으며 이렇게 덧붙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의현은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의현에게 그 어떤 도움도 구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괴로움에 잠식되기보다 하루빨리 극복하기를 선택했고.
내가 이 모습을 보이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의현뿐이니까.
의현 역시 내 이상을 대강 눈치챘을 뿐…….
이 트라우마의 이유가 무엇인지 따위는 알지 못한다.
‘애초에 이건 알려줄 생각이 없지만.’
내 영혼이 다르다는 걸 아는 유일한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을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이 자식은 내 이전 몸…….
그러니까.
이해온에 대해서 호기심이 쓸데없이 많아 보여서 더더욱 꺼려지는 감이 있다.
“해온이가 어쩐지 내 생각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얼굴이 뭔가 그래 보여서.”
“아주 내용까지 맞혀보지 그래.”
“욕이려나.”
의현이 눈을 접어 웃었다.
“난 해온이가 욕을 해줘도 좋아.”
“…….”
더 돌겠는 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 같다는 거다.
대체 뭐 하는 놈인지…….
나는 동태와 다를 바 없는 낯짝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다 쉬었어. 다시 출발하자.”
“조금 더 쉬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 시간이 없어.”
나는 차체에 다시 올라타자마자 불쑥 치밀어 오르는 울렁임을 억눌렀다.
그래도 차체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었던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좋아졌다.
그때는 차량에 오르는 게 아예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심호흡한 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
“출발해도 괜찮아.”
내 말에 의현이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수석에 앉은 나는 상체를 숙인 채 호흡을 뱉어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사고의 기억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든 기억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회피하던 그 기억들을 말이다.
–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는 분명 해온 씨의 행복도 바랄 거예요. 아니, 제가 딸로서 확신할게요.
– ……!
– 해온 씨의 행복을 바라고 있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이겨내야 하니까.
* * *
그리고 그날 밤.
침대에 누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10분 넘게 타는 데 성공했어.’
솔직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정도겠지만, 내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성장이었다.
왜냐면.
……첫 시도의 기록이 30초 남짓이었거든.
나는 가만히 누운 채로 이불을 만지작거렸다.
이해성을 만난 건 어제였다.
그럼에도 어제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 한숨도 잠을 자지 않았다.
오늘 의현을 만난 것도 밤을 새우고 나간 것이고.
그럼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진짜 해냈어.’
솔직히 차에 오르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만이 밀려들어 왔으니까.
어제 이해성과 만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몇 번을 떠올렸는지 셀 수조차 없는 대화가 떠올랐다.
–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 해온 씨 진짜 예뻐했을 것 같아요.
– ……그게 무슨.
–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다정한 사람을 예뻐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이해성은 계속 흐르는 내 눈물을 닦을 티슈를 건네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고개를 젓자, 조금 발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음? 해온 씨 다정해요! 저는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지 않아요.
– ……!
– 처음 매니저님한테 이야기 들었을 때도 솔직히 놀라긴 했지만, 제가 직접 봐온 해온 씨의 모습이 있기에 오늘 만나자고 말씀드린 거기도 해요. 분명 사정이 있을 것 같아서.
이해성은 매끄럽게 웃으며 말했다.
– 다음에 볼 때는 정말 말 편하게 해볼게요.
– ……!
– 뭐랄까, 해온 씨는 제 동생 같거든요.
그래, 나는 이해성의 동생이니까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다.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입매가 조금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부드러운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눈을 내리감았다.
* * *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창밖의 어둠이 옅어지고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천천히 눈꺼풀을 떠올렸다.
“……않았어.”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악몽을 꾸지 않았어.”
애새끼처럼 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암막 커튼을 양옆으로 걷었다.
촤악——!
은은하게 새어 들어오던 밝은 햇살이 눈이 부실 정도로 스며들었고, 나는 청소기를 손에 쥐고 숙소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고작 며칠 동안 멤버들이 없을 뿐임에도 숙소가 휑할 정도로 넓었다.
“다음은…….”
청소를 끝내며 청소기를 제자리에 세운 나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류인의 부모님이 주셨다는 반찬과 의현이 만들어 넣어놨다던 죽이 소분되어 있었다.
– 해온아, 숙소에 내가 사 온 약 있으니까 죽 데워 먹고 먹어.
분명 어제 헤어질 때 이런 말을 했는데, 도통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섰다.
“흠.”
이런 심리적인 문제가 약국 약으로 해결될 리 없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 놈인데.
이내 물음표를 지워낸 나는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꺼내 입에 넣었다.
여전히 식욕은 없었기에 적은 양밖에 먹지 못했지만, 식사를 만족스럽게 마친 나는 설거지를 끝내고 움직이다가 멈칫했다.
“……?”
방금 몸이 조금 으슬으슬 떨린 것 같은데.
하기야.
이제 10월이니 추워진 건 당연한가.
팔을 쓸어내리던 나는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을 닿았다.
* * *
“해온이 얼굴을 이틀 연속으로 보다니, 혹시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닐까?”
“넌 헛소리할 때마다 벌금 내.”
“그럼 그 벌금 모아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거려나.”
의현이 수줍게 눈을 깔았다.
“조금 설레는데…….”
“절대 벌금 내지 마…… 내면 가만 안 둔다…….”
나는 칙칙한 낯짝으로 차에 올라 말했다.
“출발이나 해.”
차는 매끄럽게 출발했고, 의현은 내 상태를 살피려는 듯 계속해서 시선을 보냈다.
“해온아, 20분이 넘었는데.”
“괜찮아.”
미친 듯이 울렁이는 속에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한 순간이었다.
“으음…… 그다지 안 괜찮아 보이는데.”
——끼이익!
의현의 말과 함께 차체가 멈춰 선 것이다.
녀석은 안전벨트를 풀어주며 말을 이었다.
“조금 쉬는 게 좋겠어, 해온아.”
“내가 괜찮다니까.”
“식은땀이 이렇게나 많이 나는데도?”
의현이 생긋 웃었다.
“해온이 말이라면 들어주고 싶지만 이건 곤란하네.”
“…….”
부정할 수 없었다.
트라우마가 전처럼 나를 잡아먹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무리하고 있었나.’
나는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손아귀를 몇 번 쥐었다 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몸 상태는 어때?”
“아침부터 네 얼굴을 봐서 기분이 썩 그런 것만 빼면 멀쩡한데.”
“거짓말.”
의현이 사르르 웃으며 자신의 외투를 벗어 내게 걸쳐줬다.
“아까부터 추워하고 있잖아. 역시 감기인가 봐.”
물음표가 커다랗게 띄워진 내 낯짝을 본 의현이 해답을 주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어떻게 아냐는 얼굴이네. 음…… 사실, 나는 해온이가 감기에 걸릴 줄 알았어.”
“……?”
“그날 숙소에 들어갔을 때 잠든 해온이가 차가운 밤바람을 얇은 잠옷 차림으로, 브브븝.”
나는 반사적으로 의현의 입을 틀어막았다.
멀쩡한 정신이 아닐 때의 일이다.
분명 쪽팔린 일일 거란 소리다.
“……뭐가 됐든 입 다물고 기억에서 지워. 안 궁금하니까.”
“하하!”
한참을 웃던 의현은 차 안에서 감기약을 하나 꺼냈다.
“혹시 몰라 사 왔는데 다행이다. 숙소에서 안 먹었으면 지금 먹어, 해온아.”
“안 먹어.”
“그날 해온이가 잘 때부터 몸을 떨기에 하나 먹이긴 했는데 영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야.”
“…….”
“이런 약은 초기에 먹어야 좋다던데, 어서 삼켜. 해온아.”
“너나 먹어, 업.”
순식간에 입안으로 들어온 약을 저항할 수도 없이 삼켜 버린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했다.
감기는 무슨 감기란 말인가.
트라우마 때문에 비정상적인 것을 제외하면 멀쩡한데.
* * *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펄펄 끓는 몸뚱아리로 눈을 떴다.
‘예언 적중이로군.’
어젯밤부터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밤새 더 극심해졌다.
정말이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와중에 의현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문 밖에 죽과 다른 약들을 사서 걸어놨다는.
‘나보다도 내 상태를 잘 아는 게 우습군.’
내 꼴이 이리될 거라 예상한 모양새가 아닌가.
– 내일은 아마 내가 서울이 아닐 텐데, 밤에라도 볼까?
– 그럼 너도 쉬어.
– 해온이가 나를 걱정해 주다니, 정말 감동인걸…….
– 놀라울 정도로 듣고 싶은 대로 듣는구나.
– 감기 기운이 있는 해온이를 위해 내가 오늘 간호해 주는 건 어떨까?
– 감기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그리고 은근슬쩍 수작 부리지 마. 제발…….
어제의 대화를 떠올린 나는 스마트폰을 도로 엎었다.
사다준 정성이 미안하게도.
무언가를 챙겨 먹을 수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콜록, 콜록.”
기침을 뱉던 나는 거실로 걸어갔다.
기존에 있던 감기약을 부어버린 목구멍 사이로 꿀꺽 삼킨 나는 방으로 걸어갈 힘조차 없어 소파에 누웠다.
거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이거 제대로 고생하겠는데.’
열이 이 정도로 끓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겠다만.
‘일단 더 자는 게 낫겠어.’
나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으로 향했다.
이번 연휴는 긴 편이라, 멤버들이 숙소에 오는 건 내일모레였다.
‘그 전까지는 좀 나아야 할 텐데.’
나는 몇 번이나 더 콜록대며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에 들었다.
* * *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순간.
나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다.
190㎝에 육박할 것 같은 장신의 중년 남자가 류인과 함께 내게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근육질 몸에 터질 것 같은 핑크색 레이스 에이프런을 걸친 채로 말이다!
“해온 군————!”
몇 번을 들어도 외관과 매치되지 않는, 꽤나 발랄한 목소리가 숙소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