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9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98화(39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98화
나는 근육질의 중년 남성…… 아니, 아니, 류인의 아버지를 응시했다.
‘언제 봐도 대단한 체격이시군.’
류인이 마른 몸의 슬렌더형 근육이라면, 아버지 쪽은 커다란 근육이었다.
옆에 있는 류인이 얇아 보일 정도니 말 다 한 거지.
“이제 정신이 좀 차려져요?”
“……예.”
그것도 아주 번쩍 차려졌다.
순간적으로 내가 꿈을 꾸나 생각했을 정도니까.
바로 그 순간, 류인의 어머니가 다가와 자신보다 배는 커다란 남자의 등을 후려쳤다.
“당신 같은 사람이 달려가니까 애가 놀라잖아요! 자다가 깨면 얼마나 놀라겠어!”
“하지마안…….”
“산적이라도 온 줄 알았겠지!”
내가 웃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이를 꽉 깨물며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을 관리하고 있을 무렵, 류인의 어머니가 나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얼굴 하얗게 질린 것 좀 봐요!”
“……엄마, 해온이는 원래 하얘.”
“역시 달콤이가 아빠 편을…….”
눈을 반짝이던 류인의 아버지가 말끝을 끊어내며 기겁한 것도 그때였다.
“내 정신 좀 봐! 달콤이가 달콤이라는 애칭은 멤버분들 앞에서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이 정도면 말하고 싶으신 거 아닌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모양인지, 류인이 얼굴이 심히 아찔해졌다.
부부의 등을 꾹꾹 밀어 방 밖으로 내보낸 류인과 내 사이에 강렬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
“…….”
“…….”
먼저 정적을 깬 건 류인이었다.
류인의 손이 내 이마를 빠르게 훑었다.
“다행히 열이 조금 떨어졌네.”
“그래, 살 것 같다.”
나는 이마에서 흘러내려 온 물수건을 흔들었다.
“이것도 네가 해준 거지? 고마워서 어쩌지.”
“목이 조금 쉬었어, 해온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게 누워.”
“괜찮아. 그것보다 너는 왜 이렇게 숙소에 빨리 온 건데?”
“음…… 그게.”
류인이 조금 멋쩍은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걸 듣던 나는 척 봐도 놀리는 낯짝으로 눈을 내리 접었다.
“요약하자면, 계속 내가 신경 쓰여서 연휴 내내 안절부절못하다가 왔다는 거네.”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렇게 한 줄로 요약하니까 너무…….”
“달콤이는 수줍음이 이렇게 많아서 어쩐다.”
“해온아!”
“아무튼 와줘서 고맙다.”
나는 목을 뚜둑 꺾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갑자기 열이 오르길래 이러다 숙소에서 혼자 황천길 건너는 게 아닐까 했거든.”
“그렇게 말하지 마, 해온아.”
처음 듣는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기울인 순간이었다.
“네 상태에 대해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류인이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해온이 너 정말 심각했단 말이야.”
그거야 그랬겠지.
심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안다.
기절하듯 잠들기 전에 열이 잔뜩 오른 시야가 팽팽 돌아갔던 게 훤하니까.
그래서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한 건데, 평소였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눈치껏 적당히 넘어가 줬을 녀석이…….
“어째서 우리에게 연락하지 않은 거야. 해온아?”
으음.
제대로 날 잡은 모양인데.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우리 중 누구에게라도 말을 했어야 했어.”
“미안.”
나는 류인과 시선을 마주했다.
“자고 일어나면 금방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 굳이 다른 애들의 시간을 망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넌 책임감이 크니까. 하지만 해온아.”
류인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고작 며칠 쉬는 것보다는 네가 더 중요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도 이렇게 생각할 거고…… 음.”
말을 흐린 류인이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잔소리처럼 느껴졌다면 미안해.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었거든.”
“기분이 나쁠 리가. 우리 달콤이가 내 걱정을 이렇게 해주는데.”
내가 히죽 웃자, 류인의 귀가 타들어 갔다.
“해온아, 아픈 와중에도 장난을……!”
“장난이라니, 진심인데.”
류인의 몸을 붙잡고 일어난 나는 턱짓했다.
“이제 나갈까. 문밖에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
“보다시피 죽다 살아나서 배고프거든.”
* * *
“배가 터져 죽을 것 같은데…….”
나는 소파에 미끄러지듯이 누운 채로 배를 두드렸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내 생에 이렇게 휘황찬란한 환자식은 처음이었다.
– 우리는 이만 갈 테니까 쉬어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라는 말을 단번에 거절한 류인의 부모님은 곧바로 떠나셨고, 숙소에는 나와 류인만이 남았다.
따뜻한 차를 건넨 류인이 조용히 말을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아직도 심장이 조금 뛰는 것 같아. 생각보다 많이 놀랐나 봐.”
“내 꼴이 그 정도로 심각했냐.”
나는 별생각 없이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게.
얌전히 침대에 누운 채로 잠들었으니, 기껏해 봐야 이마만 뜨거웠겠지 싶었으니까.
“음……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 정확히는 네 방 앞에.”
맙소사.
사건 현장이 따로 없었군…….
그럼 문을 열자마자 그 꼴을 목격했다는 건가.
‘놀라서 기절하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인데.’
그나마 류인이 침착한 성정이라 상황을 살핀 거지, 다른 녀석이었다면…… 벌써 난리가 났을 거라 장담하겠다.
그나저나.
분명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왜 거실까지 기어간 거냐고.
“손에 감기약이 두 알 있었거든. 약을 가지고 가다가 열이 올라서…… 잠깐 눈을 붙이기로 결정했나 봐.”
“…….”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허접하게 쓰러졌다는 걸 에둘러 표현해준 게 더 수치스럽다.
‘아픈 와중에도 생존 본능은 확실하다니.’
아무리 쓰레기 같은 체력이래도 원래라면 열감기로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다.
변명이 아니고 진실이 그렇다.
요 며칠 몸뚱아리가 정상이 아니었던지라, 더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해온아, 아까 아빠랑은 무슨 대화 한 거야?”
“무슨?”
“아까 부모님 가시기 전에, 나한테 안 들리게끔 대화한 게 궁금해서. 내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거든.”
정답이다.
류인의 이야기였으니까.
“으음, 그건 아버님과 나만의 비밀 이야기라 아무리 달콤이가 애원해도 안 되겠는데.”
“……애원, 애원까지는 아직 안 했어.”
조금 아득한 얼굴을 했던 류인이 표정을 정돈하고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정말 안 알려줄 거야? 점점 더 궁금해지는데.”
“5종 애교 세트 보여주면 마음이 달라질지도.”
“생각해 보니 그렇게 궁금하진 않았던 것 같아. 사람마다 비밀이 있는 법이니까…… 응.”
순식간에 마음을 바꾼 달콤이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이제 병원으로 갈까?”
“동네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올게.”
“같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아직 열도 다 안 떨어졌고…….”
“관심 끌기도 좋은 장소에 굳이 둘이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망설이던 류인은 이내 말에 납득했는지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해온아. 바로 나갈게.”
“내가 무슨 애냐.”
“그래도…… 걱정되니까 그렇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달콤아.”
류인의 경악 어린 얼굴을 뒤로하고 손을 휘적거리며 숙소 바깥으로 나온 나는 마지막까지도 당부하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 주사는 꼭 맞아야 해, 해온아. 그래야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할 거야.
– 달콤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안 맞아? 병원을 털어서라도 맞고 올 테니까 걱정 마.
– 놀리지 말고……!
간절함을 생각해서라도 주사는 맞아야겠군.
피식 웃은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다음 날.
긴 연휴를 마치고, 이른 아침에 숙소에 돌아온 멤버는 차윤재였다.
“해온 형님! 잘 계셨습니까?”
“보다시피.”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 순간이었다.
“어, 윤재 왔어?”
방금 씻고 나온 류인이 욕실에서 나온 것이다.
“……! 류인 형님은 새벽에 오셨답니까? 제가 가장 먼저 왔을 줄 알았는데!”
“아, 나는 어제 왔…….”
류인이 싱긋 웃고 있는 내 낯짝을 보고 멈칫하며 말을 바꿨다.
“새벽에 왔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목소리였다.
그걸 캐치한 차윤재는 커다란 눈을 도로록 굴리더니, 이내 펄쩍 뛰었다.
“해온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리고 나는 조용히 그 시선을 피했다.
“어제 개인적으로 연락드리며 안부를 여쭈었을 때도 그렇습니다! 숙소로 하루 일찍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니, 끝내주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며 빠르게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시지 않았습니까!”
차윤재의 입이 점점 더 튀어나왔다.
“어떻게 저한테는 그렇게 협박(?)을 하시고 류인 형님은 들여보내 주실 수가…… 섭섭합니다!”
그거야 어제까지는 감기 기운이 심했으니까.
다른 멤버가 와서 보게되는 건 사절이었다.
“쿨쿨…….”
“하, 할 말이 없으실 때 자는 척하시는 걸 멈춰주십시오!”
“드르렁…….”
“세상 그 누구가 잘 때 드르렁 쿨쿨 소릴 낸단 말입니까!”
눈을 내리감고 양심 없는 낯짝으로 숙면 소리를 내뱉는 나를 마주한 차윤재가 뒷목을 부여잡았다.
* * *
한편, 그 시각.
잔잔했던 스위치 타임라인에는 장작 하나가 던져졌다.
– ㄹㅇㅌㅇ 불화설 찐임?
한 알계가 어떤 사진 하나를 올린 것이다.
어떤 인영이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사진이었다.
함께 작성된 트윗의 내용은 간단했다.
성해온이 멤버들과 불화를 겪고 있으며, 단독으로 스케줄에 참여하고 있노라는 내용이었으니까.
하지만.
처음엔 당연하게도 어그로 취급을 받았다.
– 사생 수준 봐라 얼굴 보이지도 않는데 저게 어떻게 성해온이냐 저게 성해온이면 길거리에 성해온 100명임
이유를 묻는다면, 간단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린 사진 속 인영의 모습에서 성해온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씨를 지핀 사생은 이것조차 염두에 둔 상태였다.
– 와 이거 사진 푼 새끼 진짜 작정했네 ㄷㄷ ㅋㅋㅋㅋㅋ
– 이날 성해온이 입었던 착장 A부터 Z까지 전부 사진 푼 정성 씹소름돋는다;; 근데 증거는 확실해졌네
이 계정을 만든 사생은 성해온의 얼굴이 드러난 다른 날의 사진.
그러니까…….
논란의 사진 속 인영의 착장과 동일한 상의, 하의, 외투, 모자, 신발, 악세사리를 갖춘 성해온의 사진들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첨부한 것이다.
– 대체 얼마나 사생질을 하면 이런 사진을 전부 가지고 있는 거임
– 진짜 벌레 같다 사생 미친 새끼들
– 언니 사진 더 풀어줘요 더 풀어줘요♡
타인이 이 모든 의상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희박하지 않겠는가.
이쯤 되자…….
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영이 성해온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했다.
불화설에 신뢰가 생기는 건 덤이었다.
불은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던 누군가는 이 사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음?”
최승하의 고개가 기울어지자, 그의 어머니가 물음표를 띄웠다.
“무슨 일 있니?”
“있는 건 아니고…… 생기려는 것 같아서.”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최승하는 상황 판단을 끝낸 것처럼 뒷좌석에서 상체를 빼냈다.
그리고는 운전대를 잡은 기사에게 요청했다.
“차 좀 돌려주시겠어요? 위치는 여기로요.”
“숙소로 가지 않고?”
“들를 데가 갑자기 생겨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