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1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10화(410/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10화
막장 드라마 컨텐츠의 대미를 장식할 두 번째 에피소드.
우린 전보다 화려한 라인업을 준비했다.
서유현 출연은 물론이고…….
“정찬일 배우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 반가워요.”
정찬일이 우리에게 차례대로 악수를 신청했다.
MH 소속의 57세의 중년 배우로 배우 업계에서는 자리를 공고히 한 인물이다.
위엄 있는 연기력를 자랑하기에, 현대물에서는 재벌가 회장 역할을, 시대물에서는 왕이나 고위대신 역할을 주로 한다.
‘수십 년 전 인기작에서부터 출연하신 분이니.’
이쯤이면 대강 어떤 느낌의 배우인지 감이 오는가.
그래, 소위 말해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모를 수가 없는 배우’인 것이다.
‘카메오 라인업도 화제성에 한몫을 할 테니.’
나는 사르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오늘 선뜻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님.”
“불러줘서 고마운 건 이쪽이지. 재미있게 봤어요. 이렇게 짧게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걸 정기 컨텐츠로 하면 저희 회사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하하하!”
내 말에 정찬일이 껄껄 웃었다.
그리고 장난식으로 말했지만, 반쯤은 사실이었다.
촬영에 쓰이는 비용이 단순 컨텐츠치고는 어마어마하거든.
‘그나마 MH가 배우 쪽으로 뼈가 굵은 기획사라 감당이 가능한 거지.’
아이돌 엔터테인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사는 이만한 퀄리티를 재현하면서 따라 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겠다.
“그나저나, 나는 유현이가 여기 나와서 놀랐어요. 원래 예능 같은 걸 반기지 않는 친구인데.”
“아, 예.”
나는 대꾸하며 눈을 도록 굴렸다.
정찬일은 배우 업계에서 거의 40년을 구른 인물인 데다가, 서유현과 다수의 작품을 함께했다.
그럼에도 한수현과의 관계는 모르는 눈치로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존경하던 배우님들과 함께하게 되다니요.”
“이 친구도 말은, 참.”
적당히 대꾸하자, 흐뭇하게 웃은 정찬일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떠났다.
그리고 나는 저 멀리에서 오늘의 의상을 입고 신나게 달려오는 최승하를 바라봤다.
“혀어어엉~”
“음.”
최승하가 내 앞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저 오늘 어때요? 좀 지적인가?”
“그래, 지적이라 눈이 멀 것 같은데…….”
“와아, 영혼 없는 것 좀 봐!”
나는 입을 삐죽이는 최승하를 치워내며 말했다.
“촬영 들어가자.”
이번에도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는데.
* * *
스위치들은 매일같이 라이트온 계정을 들여다봤다.
– 정권 찌르기 1일 차
처음 영상이 올라온 날로부터 정권 찌르기를 하기 시작한 스위치들이 여럿이니 말 다 한 것이다.
– 설마 거기서 끝은 아니겠지 주제가 막장이라 가능성 있어서 무섭다… 더 줘…
– 스위치들아 걱정 마 내가 명훈이랑 친분이 있는데 한 팔천 편 내준다더라 (양심없음)
– 근데 내 생각엔 여기서 끝일 것 같음 더한 막장이 있을 리 없잖아
도파민에 중독되어 버린 스위치들 사이에서 추측이 난무할 때였다.
[ENG] 기다리셨나요? 주문하신 도파민 배달 왔습니다! [막장드─라이트온] [EP.02(完)]……수많은 스위치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음 편이 떠오른 것이다!
– 난 믿고 있었다고 어이 어이
– 어떡해요 심장이 벌써 자진모리장단으로 뛰기 시작하는데요
“마지막?”
제목 끄트머리에 붙은 마지막을 암시하는 한자를 본 곽덕배의 눈이 커졌다.
“에피소드 두 개만에 끝이 가능해? 뭐…… 막장이니 가능하려나?”
대충 납득한 곽덕배는 두근거리는 마음가짐으로 영상을 눌렀다.
사실, 수많은 이들이 이전 영상으로 인해 도파민 중독자가 된 상태였다.
– 잠잘 때도 학교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이 막장 드라마만 떠오릅니다… 살려… 주세요…
곽덕배도 별다를 바 없었다.
“하나, 둘, 셋, 하면 누르는 거다…….”
그 어떤 막장 전개가 고개를 내밀어도 태연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을 담아 심호흡한 곽덕배는 차분하게 영상을 눌렀다.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긴 영상은 한수현으로 시작됐다.
[ 기자가 터뜨리려 했던 건, 해온 형이 대한그룹의 사생아라는 정보였던 모양입니다. 그에 대한 사진과 정보가 여럿 들어 있어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던 한수현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 그리고 이게 사실이라면, 해온 형은 위험합니다. ] [ ……! 어째서? ] [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대한그룹의 장남은 사생아들을 뒤로 처리하기로 유명하거든요.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곽덕배가 황당해하는 와중에도, 한수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대한그룹 회장의 행실이 워낙 문란했던지라. ] [ 어째서 그런, 사생아들을 왜…… 왜 처리하는 건데? ] [ 아무리 하찮은 사생아여도 나중에 일이 귀찮아질 수 있으니까요. 대한그룹의 부회장은 욕심이 많은 자입니다. ]차윤재의 물음에 답한 한수현이 카메라에 찍힌 서유현을 톡톡 두드렸다.
[ 아마 대한그룹 차남도 그걸 알고 있기에, 해온 형에게 경고하려고 했던 것 같고요. ]한수현을 보던 곽덕배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아니…… 그…… 황당한 건 둘째 치고…… 연, 연기를 왜 이렇게 잘해?”
곽덕배는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꼭, 트레이닝을 받은 배우와 같은 연기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 그런데…… 넌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그런 건, 일반인이 알기 힘들잖아……. ]침을 꿀꺽 삼킨 차윤재가 질문한 것이다.
“내, 내, 내 말이 그 말이야!”
곽덕배는 차윤재에게 빙의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 난 신기라고 본다 막장 전개 전적으론 그럴 수 있어
– ㄴㄴ 난 국정원 요원이라는 데에 명훈이 머리카락 건다
스위치들이 가지각색의 추론을 내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한수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것이다.
[ 모를 수가 없죠. ]“뭐, 뭔데…… 진짜 국정원이야? 연령 반전? 나이도 속인 거고 막 그래?”
이미 과몰입한 곽덕배가 눈을 부릅뜬 채,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들었다.
“잠깐만, 이거 드니까 뭔가 불안한데.”
그저 집에 있는 음료수라서 따라 온 것이지만, 이전 에피소드를 볼 때 뿜었던 과거가 떠오른 것이다.
“또 그럴 리는 없겠지.”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곽덕배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거, 백퍼 국정원이다!”
[ 저는 사실……. ]“국정원 요원입니다!”
[ 대한그룹의 사생아니까요. ]“……어?”
주르륵, 마치 데자뷰같이 곽덕배의 입에서 오렌지 주스가 반납됐다.
“어, 어어어? 어어어어?”
– 진짜 상상도 못 한 정체라서 밥 먹다가 미친 듯이 사레들림
– 야 이 진짜 미친놈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막장 드라마의 법칙 제1장 [출생의 비밀]이 성해온으로 끝이 아니었다고?
예고도 없이 치고 들어온 막장 전개에 스위치들이 뒤집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그럼 해온 형과 네가……. ] [ 어머니는 다르지만, 피가 통한 가족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요. ] [ 마, 말도 안 돼……. ]차윤재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렸고, 한수현은 그런 차윤재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은밀하게 속삭였다.
[ 저는 대한그룹 장남의 치부를 알고 있습니다. 윤재 형. ] [ ……! ] [ 해온 형을 건드리는 이를 가만둘 수는 없죠. ] [ 하지만……. ]차윤재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 글로벌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국내 최고 대기업의 부회장을 무슨 수로 상대하냐는 말이야! ]– 아 제발 제발 제발 자연스럽게 설명 덧붙이면서 놀라지 말라고 ㅠㅠㅠㅠㅠ
– 막장 드라마 때문에 숨이 안쉬어지는데 이거 맞아요?
그때였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한수현이 차윤재와 시선을 마주치며 입을 연 것이다.
[ 그거라면 생각이 있습니다. ] [ ……! ] [ 차남과 손을 잡죠. ]그래, 서유현과 손을 잡으리라는 선언이었다!
“이래서, 이래서 서유현이 나왔던 거야?”
곽덕배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이 서사가 좋잖아!”
분명 막장인데, 분명 막장인데……!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좋은 퀄리티와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훌륭한 연기력이 합쳐지니, 시너지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니까.
‘멋있다’는 감상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잘 만든 웰메이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처럼 말이다!
“진짜 미치겠네!”
초반부터 기세가 보통이 아닌 전개에 많은 스위치들이 두통을 호소하고 있을 무렵, 장면이 전환됐다.
한 병원이었다.
스위치들이 비명을 내지른 것도 그때였다.
– 비상 비상 비상 비상
– 최승하 미친놈아
– 미친 컨텐츠 미친 컨텐츠 미친 컨텐츠 이 미친 컨텐츠 이 미… 미친 컨텐츠…
그래.
……화면에 의사 가운을 걸친 최승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뭐지? 진짜…… 갓 컨텐츠인가, 이거?”
스위치들을 단번에 뒤집어놓은 최승하는 익숙하게 다음 환자를 불렀다.
[ 성해온 씨, 들어오세요. ]“……어?”
갑자기 호명된 ‘성해온’이라는 이름에, 곽덕배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뭔, 뭔 해온 씨?”
곽덕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으나, 진료실의 문이 열리고 들어온 인영을 보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컨텐츠의 장르가 막장이었다는 것을…….
“설마 아버지인 회장님이 무슨 병에 걸린 전개인가?”
곽덕배가 나름의 추측을 한 순간이었다.
성해온을 맞은편에 앉힌 최승하가 모니터에 검진 결과를 띄워놓은 것이다.
“이제 설명을 해주려나?”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최승하는 진지한 얼굴로 설명도 뭣도 없이 다짜고짜 본론을 꺼냈다.
[ 안타깝지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막장 드라마의 국롤인 급전개였으나, 너무나도 급전개인 탓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 의사 양반 의사 면허 꺼내봐
– 아니 너무 본론부터 말하는 거 아니냐고 ㅅㅂ 제발 제발 싹싹 빌 테니까 제발 그만둬 웃겨서 배가 아프단 말이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흡이 불가능해요 또라이들아 진짜 ㅠㅠㅠㅠ
“아, 아니…….”
곽덕배는 느껴졌다.
……도파민이 실시간으로 치솟고 있다는 것을!
“여기서 시한부 전개가 들어간다고? 여기서?”
성해온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최승하와 시선을 마주했다.
[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 온 건데. 갑자기 그게 무슨……. ]– 야이 미친놈들아 건강검진 결과 보러 온 직장인한테 시한부 판정 내린 거였냐고
– 성해온 이 와중에 부지런하네 대한그룹 사생아인 거 알면서 건강검진 결과 확인도 하러 온 거잖아 MBTI J일 듯
– 나는 이 상황에서조차 연기 진심으로 하는 성해온이 웃겨서 미치겠음 ㅈㄴ 어이없음 이 웃수저들아 ㅠㅠㅠㅠㅠ
화면은 젊은 환자가 안쓰러운 모양인지 안타까운 얼굴을 애써 숨기는 최승하를 조명하다가, 성해온의 떨리는 손을 비쳤다.
상황이 믿기지 않는 모양인지, 손을 두어 번 쥐었다가 편 성해온은 낼 수 있는 최선의 침착한 목소리를 냈다.
[ 선생님, 저는 그럼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성해온의 질문에, 의사인 최승하가 면목이 없다는 듯 답했다.
[ ……남은 시간이 10일. 길면 한 달입니다. ]– 아 ㅅㅂ ㅋㅋㅋㅋㅋ 이봐요 의사 양반 아무리 시한부래도 그건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요 ㅋㅋㅋㅋㅋㅋ
– 개복치도 성해온보다는 오래 살겠어
– 난 이 컨텐츠의 전개가 어디로 튈지 감히 예상조차 안 감
스위치들은 속절없이 치솟는 도파민이라는 파도에 매가리 없이 휩쓸리며 눈물을 흘렸다.
……바로 뒤에 무엇이 나올지 예상조차 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