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11)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11화(411/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11화
화면이 바뀐 것도 그때였다.
장소는 대한그룹 회장의 집무실이었다.
처음 나온 건,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 설마 명훈이 특별출연 아니지
스위치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쯤, 앵글이 전환되며 남자의 얼굴이 공개됐다.
그리고 스위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아니 저 배우 나오니까 진짜 재벌물 드라마 같잖아 ㅠㅠㅠㅠ
– 이거 ㄹㅇ 진짜 뭐 하는 컨텐츠임?
– 세상 MH에 유명한 배우들 많구나 ㅋㅋㅋㅋ 정찬일이 여기서 나온다고 ㅋㅋㅋㅋ
정찬일이 특유의 위압감 있는 분위기를 내뿜으며, 그룹에 입사한 성해온에 대한 서류를 매만졌다.
“진짜 무슨 영화 같잖아…… 아니, 고퀄 캐스팅 진짜 어이없네…….”
스위치들의 황당함 속에서 정찬일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이 아이가, 내 아들이라고. ] [ 예, 회장님. ]그리고 곽덕배는 순간 멈칫했다.
그러니까.
방금 짧은 대사를 친 목소리가 분명…….
“류인? 류인 맞나? 아닌가?”
앵글엔 정찬일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곽덕배가 지레짐작으로 세차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고 있을 무렵이었다.
앵글이 클로즈업샷에서 풀샷으로 넓어지며, 회장과 함께 있는 이가 공개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스위치들은 폭주했다.
……정말 폭주했다.
– 올블랙 슈트 류인? ㅇㅇ 죽어줄게
– 하나님이랑 하이파이브 하고 옴
– 반깐 머리 미치셨어요 여보? 얼른 집에 귀가하세요 ㅎㅎ 여보가 좋아하는 찌개 끓여놨어요 ㅎㅎ
“이건, 이건 그냥 ……오, 오타쿠를 죽이겠다는 거지!”
곽덕배가 분노했다.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캡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다리가 안 끝나잖아! 다리가! 다리가 끝이 어디야!”
끝내주는 슈트핏에 모두가 눈물 짓고 있을 때였다.
[ 류 비서, 자네가 할 일이 있네. ]회장이 눈을 번뜩인 것이다.
[ 첫째의 눈에 띄지 않게 이 아이를 지켜. ] [ ……! ] [ 한심한 사생아는 쓸모가 없지만, 이렇게……. ]회장이 성해온의 이력서를 톡톡 두드렸다.
정확히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고도 명문대 루트를 밟은 성해온의 학력이 담겨있는 이력서를.
[ 쓸 만한 사생아는 말이 다르지. 듣자하니, 업무 능력도 좋다던데. ] [ ……! ] [ 이 나의 피를 물려받은 게 분명한 아이지 않나. ]류인은 순간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수많은 사생아를 모른 척한 인물이었다.
제 첫째 아들이 사생아들을 처리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조용히 눈을 감고 넘어간 인물.
[ 예, 회장님. ]하지만 류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목례하며 등을 돌렸다.
성해온, 이라는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나레이션이 더해지는 건 덤이었다.
– 너희는 또 무슨 관계냐고
– 미치겠다 이 세계관 어디까지 가나요 미칠 것 같아요 진짜
– 류인까지 형제면 진짜 저 회장님 대의를 위해 자식 5천 명 낳아줘야 함 근데 이제 스스로 임신하셔야 함
그리고 화면은 풍경이 좋은 한 공원으로 바뀌었다.
성해온은 벤치에 앉아 잔잔한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시한부라니. ]– 제발 인정하지 말라고 다른 병원 돌아보라고 내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게 제발 제발
– 와중에 입술 좀 연하게 칠한 것 같은데 디테일 챙기지 말라고 너네
[ 내가 죽으면…… 애들은……. ]성해온이 한숨을 삼키며 차윤재와 한수현을 떠올렸다.
– 그 애들 지금 개씩씩하게 서유현 만나서 협상하고 있어
– 미치겠다 지금 동생들은 지 형이 정신 나간 시한부 판정 받았다는 것도 모를 거 아냐
– 막장이란 거 아는데 왜 이렇게 짠하지? 짠해하는 내가 또라이 같은데 짠한 걸 어떡해
스위치들이 함께 막장의 과몰입 굴레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성해온의 뒤에 그림자가 점점 드리워지더니…….
누군가가 ‘워!’ 소리를 내며, 성해온을 놀래킨 것이다.
[ 왜 이리 죽상이실까? ]그리고 곽덕배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정말 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으흑흑흑…… 사람 살려…….”
이 오열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성해온에게 말을 건 사람이 다름 아닌 최승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사’ 최승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
……이번 최승하는 눈밑에 점이 있었다!
– 아내의 유혹이냐고 또라이들아
– 방금 전에 시한부 판단 내린 분이 왜 정장 입고 있냐고요 ㅠㅠㅠㅠㅠ 아 목에 걸린 명찰에 대한그룹 최승하라고 적혀있어 ssibal 이번엔 입사 동기 컨셉인가봐 ㅠㅠㅠㅠㅠ
– 미친 듯이 흐느끼는 중임… 웃다가 숨질 것 같아요 진심으로…
스위치들이 단체로 울먹이고 있을 때쯤이었다.
쾌활하게 웃으며 성해온의 옆에 앉은 최승하가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질문한 것이다.
[ 무슨 일 있는 거야? ] [ ……. ] [ 연차도 안 쓰고 일만 하던 사람이 무슨 심경의 변화로 연차를 털어? 그것도 갑자기? 어디 해외라도 가? ]– 당신이 시한부 판정 내렸잖아 점만 찍으면 다냐고
– 지존 황당한데 지존 웃겨서 그냥 말이 안 나옴
[ 나 시한부래. ] [ ……? 뭐, 뭐라고? ] [ 10일밖에 살지 못할 거라더라. ]성해온의 정신 나간 답변에, 최승하가 경악했다.
[ 그 의사 제대로 된 거 맞아? 돌팔이 아니야? 미친 새끼 아니냐고! 이렇게 멀쩡한데 죽긴 왜 죽어? ]– 셀프디스 개쩐다 (최승하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 개그계의 인재가 라이트온으로 모였구나
– 나 하도 웃었더니 배가 아파 진심으로
[ 안 되겠어. 그 사람, 나는 못 믿겠다고! ]– 아니 글쎄 그 의사가 최승하 씨 본인이라니까요
– 최승하 열연 펼치는 거 ㅈㄴㅇㄱ 속으론 본인도 웃참 중이겠지?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는 전개에, 스위치들은 결국 패배를 선언했다.
– 제가 졌어요 제가 졌다고요
– 내가 개그로 아이돌한테 패하는 날이 오다니 너무 수치스럽다
곽덕배는 조용히 읊조렸다.
“이건 아이돌판 역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 컨텐츠다…….”
* * *
그 시각, 라이트온의 숙소.
소파에 드러누운 채로 업로드된 영상을 확인하던 나는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흠.”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간단했다.
서유현과 손을 잡은 한수현은 대한그룹 장남을 구속시킨다.
그리고 시한부 판정은 사실 오진으로, 성해온은 무척이나 건강했음이 밝혀진다.
참고로, 성해온의 입사 동기이자 직장인을 맡고 있는 최승하가 ‘그 의사는 돌팔이가 분명하다’라고 분개하며 끌고 간 병원에서 제대로 된 결과를 알게 된다는 설정이다.
뭐, 여튼.
그 이후로 대한그룹 회장 역할을 맡은 정찬일은 나와 한수현에게 입적 권유를 하지만, 우리는 거절한다.
그 대신 평생 먹고 놀아도 모자람 없는 돈을 챙긴다.
회장의 아래에서 일하며, 장남에게 복수 계획을 숨기고 있던 류인의 도움이었다.
그리고 장남이 나가리되며 계승권을 확고히 한 서유현은 우호적인 관계가 되어 앞으로도 도움을 줄 것을 약속한다.
그러니까, 꽉 닫힌 해피엔딩 결말을 맞았다는 뜻이다.
– 와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 봐
첫 번째 에피소드 자체가 워낙 흥했다 보니, 뒤이어 나온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조회수 붙는 속도가 상당했다.
– 더 뇌절해 주지 어떻게 이렇게 깔쌈하게 끝내냐
– 아니 진짜 연기를 너무 잘하는데? 그래서 더 어처구니없음 ㅋㅋㅋㅋㅋㅋㅋ
– 제발 더 해줘… 날 도파민 중독자로 만들어놓고 어딜 가는 거야… 난 여기서밖에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됐다고… 난 이 도파민 컨텐츠 못 잃어…
아쉬워하는 스위치들이 많았지만, 원래 이런 컨텐츠는 적당히 끊어내야 재미있는 법이다.
나는 긍정적인 반응이 넘쳐나는 모니터링을 이어갔다.
– 내 인생 아이돌 자컨 될 듯 스위치 아닌데도 너무 웃김 ㅋㅋㅋㅋ 울적할 때마다 보러 와야지
– 스위치라 뿌듯해… 라이트온을 좋아해서 행복해…
– 두 개 합치면 30분 정돈데 여기에 기승전결이 다 담겨 있는 게 진짜 레전드임 그냥 막장뿐인 게 아니라고 이거
이 컨텐츠는 심지어 멤버들의 색다른 모습이 공개되었기에, 팬덤의 활기를 더더욱 확실하게 이끌어냈다.
‘역시 하나씩 입혀놓길 잘했군.’
초반에 카페 사장으로 나와서 분량이 적었던 신유하도 두 번째로 방문한 병원의 의사로 출연시켰거든.
‘이 녀석은 눈 밑에 점이 있으니, 볼에 하나 더 찍어서.’
– 직장인 최승하 의사 신유하 앞에서 제발 정확히 봐달라고 비는 거 왜 이렇게 웃김 ‘돌팔이가 그런 진료를 내렸어요!’ 하는데 네가 그 돌팔이라고
– 미치겠다 이 세계관은 얼굴에 점 하나 찍으면 다른 사람인 거임? ㄹㅇ 라이트온의 유혹 저리 가라야
어쨌든 스위치들의 반응이 뜨거웠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일 거다.
나는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낯짝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 사실 이거 버튼소녀들의 판타지를 충족해 줄 목적으로 만든 영상 아님?
– 이게 공익 영상이지… 마지막까지 스위치들 탈덕 못 하게 기강 잡는… 이게 공익 영상이지…
자체 컨텐츠의 화제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모니터링을 더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버즈량이 무섭게 치솟고 있었으니까.
“예상보다 더 추이가 좋은데.”
나는 감탄을 삼켰다.
팬덤에는 유입이 한 차례 쏟아지고 있었다.
– 새로운 버튼소녀 유입 무슨 일이야
– 입구는 있는데 출구는 없는 라이트온에 빠지신 걸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 라이트온 1군 향해 풀악셀 밟는다 ㅋㅋㅋㅋ 원래 자본력으로 해외 잡을 수 있는 거 아니면 본업천재 + 예능천재 모먼트로 코어부터 꽉 잡아야 하는 거임 ㅇㅇ 본업 잘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이제 대중성까지 잡아가니까 날아갈 일만 남음
– 다음 활동 곡만 잘 뽑으면 이거 진짜 훅 뜰 기센데?
그것도 대놓고 긍정적인 신호 말이다.
“형, 뭐 해요?”
“아, 그냥 모니터링.”
“형도 진짜 대단하다니까. 안 피곤해요?”
내 스마트폰을 위로 쏙 빼낸 최승하가 익숙하게 들러붙었다.
“그래서 반응은 좋고?”
“당연하지.”
“와아, 진짜로? 제 반응은요?”
“아주 뜨겁던데.”
정말이었다.
물론, 점을 찍고 등장한 최승하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여럿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입었던 두 착장이 워낙 잘 어울렸던지라, 화제가 되고 있거든.
“거짓말! 저도 봤거든요. 스위치들 전부 웃고 있던데…… 흠.”
말끝을 흐린 최승하가 이내 빙그레 웃었다.
“뭐어~ 스위치들이 즐거웠다면 상관없긴 하지만!”
“아, 맞다.”
내가 무언가 떠오른 얼굴로 상체를 휙 돌린 것도 그때였다.
“깜짝이야!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 어떡해요! 이 형은 조심성도 없, 없나 봐!”
“내 고갠데.”
나는 내 등에 매미처럼 매달려 있다가 화들짝 놀란 최승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 의사 가운 입은 거 반응 좋던데, 그거 올리자.”
“와…… 이 사람 치열한 것 좀 봐. 그때 사진 찍어준 게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어요?”
“줘봐. 사진 고르게.”
녀석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빼앗자, 입을 삐죽이던 최승하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나도 같이 고를래요.”
“그러든지.”
“우리 진료실에서 투샷 찍은 거 올려요!”
최승하가 어서 갤러리를 보자며 재촉한 순간이었다.
전화가 오며 스마트폰이 반짝인 것이다.
“으음?”
최승하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형, 이분이랑 통화할 정도로 친했어요? 난 몰랐네.”
나는 물끄러미 화면에 뜬 이름 석 자를 응시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게 전화를 건 발신인은…….
이해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