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1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15화(41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15화
의현은 제 침대에 누워 있는 성해온을 내려다봤다.
“해온아.”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성해온의 미간이 움찔거렸지만, 의현의 시선은 조금의 미동조차 없었다.
“나는 내가 이해가 안 돼.”
의현은 성해온의 얼굴을 느릿하게 매만지기 시작했다.
“왜 너를 살리고 싶은 걸까…….”
계속해서 움직이던 손가락은 성해온의 숨이 나오고 있는 입술에서 멈춰 섰다.
“너는 성해온이 아닌데도.”
의현의 시야에 자신이 그리워 마지않던 얼굴이 들어왔다.
단 한 번도 이 영혼을 ‘진짜’ 성해온과 겹쳐본 적 없다.
아니.
……감히 겹쳐보지 않게끔 스스로를 다그쳤다.
자신이 그래서는 안되니까.
하지만 무슨 일인지, 껍데기만 같을 뿐인 이 성해온에게서 때때로 느껴져서는 안 되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리운 감정이.
“우습네.”
의현은 실소했다.
“내가 정말 미쳐 버리기라도 했나봐, 해온아.”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그저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을 뿐이다.
이 껍데기에 들어온 영혼이 혐오스러웠으면서도 그랬다.
당장 없애 버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보며 웃어주길 바랐다.
그러면, 숨을 쉴 수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너를 이용하려 했을 뿐인데…….”
의현이 눈을 도록 굴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아마 성해온이 바다에 빠졌을 때였을 것이다.
의현은 그때 자각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성해온을 구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몸을 던진 건, 자신답지 않은 행동이었으니까.
“어차피…….”
의현의 손가락이 여전히 고른 숨이 나오고 있는 아랫입술을 쓸어내렸다.
“죽으면 새로운 영혼이 들어올 텐데.”
그래.
‘성해온’의 껍데기는 소멸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스스로가 더 우스운 것이다.
그대로 죽게 놔둬도 영혼은 사라질지언정, 성해온의 몸은 사라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해온아?”
여태껏 셀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던져온 물음이었다.
그럼에도.
해답을 찾지 못한 물음.
“다른 영혼이 들어오면 더 쉬울 수도 있잖아.”
정말 그러했다.
다른 영혼이 들어오면, 더 순종적이게 만들 수 있었다.
불신 같은 감정은 존재하지도 않게끔, 무조건적으로 자신만을 의지하게끔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내키지 않았어.”
의현이 작게 중얼거리며 성해온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네가 죽는 게 싫었어, 해온아.”
“…….”
“네가 살아 숨 쉬는 걸 확인한 그 순간에는 내가 구하지 못했던 ‘진짜’ 성해온을 구한 착각마저 들더라니까.”
아직 깨어나지 못한 성해온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의현은 자세를 낮춰 성해온의 왼쪽 가슴에 귀를 붙었다.
두근, 두근.
평온한 심장박동이 들려왔고, 의현은 조용히 눈을 내리감았다.
언제나 그리워했던 다정한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비슷하니까, 자꾸만 착각하게 되잖아.”
의현은 입안에서 이어지는 말을 짓씹었다.
……네가 ‘진짜’일 리 없는데도.
* * *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는 게 느껴질 무렵.
나는 무거운 것에 짓눌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미간을 좁혔다.
“…….”
천천히 눈을 떠올리자, 익숙한 낯짝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침대 옆에 둔 의자에 앉아, 누워 있는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잠든 의현이 말이다.
곧바로 주먹을 말아쥔 내가 대가리를 내려치기 직전, 의현이 타이밍 좋게 눈을 떠올렸다.
“해온이 덕에 오랜만에 잘 잔 것 같아.”
쥐어져 있는 내 주먹을 본 의현이 하하 웃었다.
“조금만 더 늦장을 부렸다면 큰일 날 뻔했는걸.”
자는 척했다는 걸 당당하게도 말하는군.
내가 이불을 걷으며 상체를 일으킨 순간이었다.
“해온아.”
의현이 내 어깨를 가볍게 누른 것이다.
“조금 더 누워 있는 게 어떨까. 갑자기 정신을 잃었잖아.”
“욕 나오는 걸 참고 있으니까 비켜. 손도 떼고.”
“숙소에는 보내줄 테니 잠깐만 누워, 해온아. 진찰해 주신 의사분이 말씀해 주시길 피로가 많이 누적된 것 같다더라. 휴식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게 좋겠어.”
의현이 살풋 웃으며 덧붙였다.
“아, 이곳으로 와주셨으니까 걱정은 말고.”
괜히 사진 찍히거나 기사가 날 걱정은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말이다.
지금 그딴 사정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피로 때문에 쓰러진 게 아니야.”
그래.
나는 피로로 쓰러진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공간이 내 영혼을 이끌었고…….
그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거니까.
“솔직히 말해. 너도 그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잖아.”
“정곡을 찌르네, 해온아.”
의현이 쿡쿡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나도 피로 같은 얄팍한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건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의사의 판단일 뿐이지.”
“……!”
“해온이는 내가 다가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 공간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어.”
사실이었다.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얼굴은 희게 질려 있었지. 음…… 꼭 두려운 것처럼.”
의현이 무언가를 가늠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두드렸다.
“생각해보면 해온이는 이전부터 그 공간을 신경 썼어. 그렇지?”
정확하다.
처음 자물쇠로 감겼던 그 문을 봤을 때, 관심을 둬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몰려와 피했으니까.
그리고 이 눈치 좋은 놈이 그런 내 상태를 몰랐을 리 없고.
나는 질문을 바꾸는 것을 택했다.
“그럼 잠가뒀던 문을 연 이유는?”
“간단해.”
의현이 매끄럽게 미소 지었다.
“해온이와 신뢰를 쌓고 싶어서 그랬으니까.”
“……!”
“솔직히 의심했잖아? 그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에 대해서 말이야.”
반박할 수 없었다.
이 자식의 전적이 보통 쎄한 게 아니다 보니, 안에 사람 시체라도 들어있으면 어쩔까 싶긴 했지.
하지만 뜻밖에도 그 넓은 방을 가득 채운 건 커다란 나무였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지.’
나는 입안의 여린 살을 잘근 깨물었다.
‘그걸 본 순간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피로고 나발이고, 이딴 이유가 아니었단 소리다.
내가 내 몸뚱아리의 상태조차 알지 못할까.
‘솔직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대가리가 아플 지경인데.’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그때였다.
의현이 입을 연 것이다.
“나는 너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잖아.”
라이트온에서 나오라는 그 말도 안 되는 제안 말이로군.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해온이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 신뢰를 주기 위해 친절하게 문을 열었다?”
의현이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주억였다.
“해온이가 의심스러워하는 장소였으니까. 확인시켜 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 물론, 처음 여기에 왔을 때도 해온이가 원했다면 보여줬을 거야.”
의현이 눈을 가볍게 내리감았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있는 건 내게 꽤 소중한 것이라 보안을 지킬 수밖에 없었거든.”
“…….”
“그래서 평소엔 자물쇠를 걸어놓곤 해. 이전에 해온이가 봤던 것처럼 말이야.”
나는 이 타이밍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자식은 애초에 그 공간이 내게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그건 의현에게만 특별한 물건일 테니까.
아니.
의현에게만 특별해야 하는 물건일 테니까.
“사실 해온이가 거기서 정신을 잃는 건 계획에 없었던 일이라 조금 놀랐는데…….”
“…….”
“해온이 입장에선 긴장한 게 아닐까 싶어. 으음, 와주신 의사분께 여쭤보니 과하게 긴장한 상태라면 쓰러질 수 있다더라.”
의현이 눈알을 도로록 굴렸다.
“해온이가 겨우 그걸로 긴장한다는 게 믿기지는 않지만…….”
봐라.
지금도 나를 역으로 떠보고 있지 않나.
이 자식은 내가 그 공간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나는 머저리가 아니므로,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채 의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렇게 소중하다는 공간의 문을 열어둔 이유는…… 내가 오늘 이 집에 발을 들이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공간에 관심을 가지리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인가?”
“정확해.”
“……!”
“오늘이면 해온이가 알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의현이 사르르 미소 지었다.
“내가 이해성 씨에게 접근했잖아?”
나는 순간 대가리를 망치에 얻어맞은 기분을 느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거…….
열린 문을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완전히 당했군.
이 자식은 처음부터 ‘이해성’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던 거다.
나를 떠보기 위함이었던 거다.
그러니까, ‘이해온’을.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게 사실이야.”
그때였다.
순식간에 상체를 가까이 댄 의현이 내 가슴께를 손가락으로 짓누른 것이다.
“이 몸에 새로운 영혼이 들어온 건, 네가 처음이거든.”
“……!”
“그래서 감이 오지 않았는데, 하나의 전제를 바꿔보니 말이 되는 거 있지.”
의현이 싱그럽게 웃었다.
“해온아, 너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구나.”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쿵, 쿵, 쿵.
심장이 아플 정도로 박동했다.
의현은 내가 ‘성해온’이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라는 건, 알지 못했다.
“너는 이해성 씨의 가족이야. 그렇지?”
의현의 눈매가 곱게 접혔다.
“물론, 이해성 씨는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동요하면 안 된다.
동요하는 기색을 내보이면 안 된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수로 이 상황에서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화악!
나는 의현을 침대로 끌어당기며, 동시에 녀석의 몸 위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등신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지?
아니.
어떤 말을 해야 하지?
부정해 봤자 쓸모가 없을 거라는 건 진작에 깨달았다.
이 자식은 이미 내 존재를 확신했으니까.
……‘이해성’이 내 역린이라는 걸 확인했으니까.
손이 벌벌 떨렸다.
그래.
나는 이 녀석의 목을 틀어쥔 주제에, 어떻게 할 용기조차 없는 것이다.
“해온아.”
내 손에 목이 졸린 주제에, 의현이 옅게 미소 지었다.
동시에.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힘을 보태줬다.
……진짜로 조를 수 있게끔.
“떨지 마, 해온아.”
의현이 덜덜 떨리고 있는 내 손을 토닥였다.
“원한다면 손에 힘을 줘.”
“……!”
“나는 피하지 않을 테니까.”
머리가 새하얗게 질렸다.
이 새끼는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거지?
도대체 무엇을 원하기에…….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수많은 물음표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됐다.
“너는 뭐야?”
손에서 힘이 풀렸다.
애초에 제대로 조를 수도 없었지만, 더 이상 붙잡고 있기도 힘들었다.
“너는 뭐냐고.”
그 순간이었다.
여전히 내 아래에 깔린 의현이 힘을 잃은 내 손등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며, 입매를 매끄럽게 틀어 올린 것이다.
“해온아, 네가 손에 힘을 주지 못한 이유를 알려줄까?”
“……!”
“네 무의식은 알고 있기 때문이야.”
의현이 조금 즐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이용 가치가 있다는 것을.”
“……!”
“있잖아, 해온아. 나는 너에게라면 이용당해도 괜찮아.”
말문이 막혔다.
이 자식은 어째서 나를…….
“내가 누구냐고 물었지. 음, 어려운 질문이네.”
의현은 눈을 접어 웃으며 내 질문에 답을 이었다.
“나는 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
“동시에, 너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지.”
나는 잠시 사고회로가 얼어붙은 사람처럼 정지했다.
누굴 살려.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였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의현의 얼굴이 티끌의 거짓 하나 없는 진실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해온아, 내가 하나 알려줄까?”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라이트온에 있으면 죽게 될 거야.”
의현이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눈을 내리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떠올리며, 나와 시선을 곧게 마주했다.
“그러니까, 라이트온에서 나와. 해온아.”
“……!”
“그게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