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1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18화(41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18화
사실 숙소는 한참 전부터 유난이었다.
물론, 당사자인 한수현 몰래.
“큰일이에요!”
최승하가 심각한 얼굴로 고심했다.
“도시락 메뉴로는 뭘 싸야 하지?”
“예? 그냥 맛있는 음식을 새벽에 구매해 들려 보내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 윤재가 은근 이런 쪽에 낭만이 없다니까.”
최승하가 고개를 저은 순간, 류인이 소심하게 손을 들었다.
“그…… 사실 나도 조금 생각하고 있었는데.”
“류인 형님이요?”
“응. 샌드위치도 생각해 봤는데, 혹시 밀가루가 소화가 안 될까 봐 걱정돼서…….”
멤버들이 모두 ‘그럴 수 있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난 그 꼴을 흐린 눈으로 바라봤다.
이봐, 너희들 한수현이 한창 팔팔한 19살이라는 걸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만.
와중에 류인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간단하게 유부초밥, 김밥, 샐러드, 소갈비랑 불고기, 계란말이, 뼈 없는 생선구이, 과일, 초콜릿 정도가 어떨까 싶은데. 아, 혹시 긴장해서 배가 아플 수도 있으니까 죽도 조금.”
……그게 어딜 봐서 간단한데?
이 정도 도시락이면 한수현도 부담스럽다며 기겁할 거라고 확신하겠다.
더 황당한 건, 다른 녀석들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목이 막힐 수도 있으니, 보온병에 국도 담는 게 좋겠습니다!”
“수현이가 무슨 국을 좋아하지?”
“수현이는 크게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것 같은데…….”
“아, 저번에 미역국을 잘 먹…… 안 됩니다! 미역은 시험과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식재료입니다!”
차윤재가 말문을 열었다가 다급하게 발언을 철회하며 제안했다.
“맵지 않은 종류로 끓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사골?”
신유하가 입을 열자, 다른 녀석들이 단체로 ‘그거네!’ 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제 한우의 뼈로 몇 시간을 고아야 하느니 어쩌느니, 끝이 없는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동태와 다를 바 없는 낯짝으로 입을 열었다.
“너희 몰래 준비한다며.”
“……!”
“사골을 끓인다고. 그걸 잘도 숨길 수 있겠다.”
나는 시무룩해진 멤버들을 치워내고 류인에게 물었다.
“준비한다던 그 도시락, 몇 단으로 나올 것 같은데?”
“1층에 유부초밥, 김밥, 샐러드, 2층에 소갈비랑 불고기, 생선구이, 계란말이, 생선, 3층에 과일이랑 디저트…….”
“거기에 국이랑 죽까지?”
류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아찔한 얼굴을 했다.
“…….”
그 휘황찬란한 도시락을 비좁은 학생용 책상에 가득 펼쳐놓고 퍽이나 편하게 먹을 수 있겠군…….
“같은 시험장에 있는 다른 학생들이 보고 인터넷에 라이트온이 유난이라고 올리지나 않으면 다행…… 잠깐만, 괜찮은가?”
말을 잇던 나는 무언가 떠오른 듯이 멈칫했다.
그래.
팬서비스에 절여진 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저 얼굴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양심 없는 생각을 할 때의 얼굴이라고 합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무시한 나는 비열한 얼굴로 제안했다.
“우리 이렇게 하자.”
“……!”
“내 생각은 말이야. 우선…….”
* * *
멤버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나는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기억을 더듬었다.
“그게 언제였더라.”
아마 여름의 끝자락이었을 거다.
늦은 새벽 시간에 거실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오기에 나가봤더니, 거실 식탁에 한수현이 앉아 있었다.
– 뭐 하고 있어?
– ……해온 형.
내가 다가온 걸 알아챈 순간 급하게 노트북을 닫았지만, 그 찰나에 화면을 봤던 나는 알 수 있었다.
수능과 관련된 페이지였다는 것을.
– 네가 수험생인 걸 누가 모른다고 숨기냐.
– ……보셨군요.
– 그래. 익숙한 화면이라.
나도 수능에 찌들었던 과거가 있던지라, 모를 수가 없는 화면이었거든.
– 그러고 보니 슬슬 접수 기간이지. 아, 이미 시작했으려나.
– …….
– 설마 긴장돼서 이러고 있는 거냐. 막상 겪어보면 별거 아닐 테니까 얼른 들어가서 자라.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한수현의 어깨를 두드린 때였다.
한수현이 입을 달싹이더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낸 것이다.
– 아니요. 저는 접수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말을 듣고는 나도 순간적으로 얼을 탔던 기억이 난다.
사실, 수능에 응시하는 연예인들 중 대다수는 활동에 치여 공부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인생에 한 번뿐인 일이니, 뜻깊고 소중한 경험 삼아 수능을 응시하거나.
팬들에게 ‘제가 깔아드립니다!’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효자스럽게 응시하거나.
수능 관련 기사에 이름을 올리는 한 줄이라도 간절해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수현은 조금 특이했다.
매 시험 기간마다 멤버들이 놀라워할 정도의 공붓벌레였거든.
– 나는 가끔 궁금하다니까? 수현이는 진짜 연예인 안 했으면 뭐가 됐을지~
–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멀미도 안 나는 모양입니다! 밴에서 두 시간째 공부 중이지 않습니까!
– 수현이 어제도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잤을 텐데…… 진짜 대단하네.
놀라운 건, 이렇게 공부에 집중하면서도 활동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홀하지 않았던 정도가 아니지.’
항상 연습량이 대단했으니까.
그러면서도, ‘연습’이 불가능한 이동 시간이나 수면 시간을 쪼개 공부에 투자한 것이다.
‘한마디로 무리가 일상이었다는 거지.’
공부하다가 코피까지 뚝뚝 흘릴 정도였다면 상상이 가는가.
– 막내! 막내! 코! 코!
– 아, 코피네요.
– 뭐어어어? 코피네요?!
최승하가 기겁하며 한수현을 이불 속에 욱여넣었던 게 기억나는군.
그런 한수현을 지켜보던 나는 작년쯤, 녀석이 2학년일 때에 질문한 적이 있다.
– 혹시 대학에 가고 싶은 거냐.
내내 궁금했던 것이었다.
사실,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면 이렇게 무리까지 해가면서 학교 생활에 열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연예인 활동을 하며 대학을 병행하는 이들이 소수지만 존재했기에,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한수현이 대학에 대한 생각이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 아니요. 저는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습니다.
– ……!
– 라이트온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으니까요.
한수현은 덤덤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 라이트온이 빛을 보지 못했을 때도 대학에 관련된 생각은 없었습니다.
– ……!
– 조금 바보 같나요. 그때는 망한 아이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던 때니까요.
– 바보 같아 보일 리가. 멋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대단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수현이 이 직업에 진심이란 것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 깊이가 내 생각보다 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
그때 한수현은 문제집을 넘기면서 말했다.
– 제가 속할 수 있는 학생 신분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는 노력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어떤 후회도 남지 않게끔.
– ……!
– ……자기만족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그때 나는 피식 웃으면서 한수현의 옆에 앉아 문제집을 빼앗았다.
– 내가 도와줄게.
– ……! 해온 형이요?
– 네가 말하는 마침표라면, 역시 수능 정도려나.
한수현은 ‘그런 것 같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때부터 틈이 날 때마다 한수현의 공부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공부 쪽으로 뒤처지는 편은 아니었던지라, 뛰어난 가르침은 주지 못했더라도 어느 정도의 도움은 됐을 거다.
– 해온 형은 정말 못하는 게 없으시군요. 가족 간의 과외는 다툼만이 일어난다던데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재밌는데요.
아직까지도 진심으로 좋아하던 한수현의 얼굴이 선명하니까.
– 항상 감사드립니다. 해온 형.
그래, 이랬던 녀석인데 말이다.
‘갑자기 포기하겠다니 믿기지가 않았지.’
그래서 캐물어보니, 이렇게 말하더라.
– ……사실 얼마 전부터 계속 생각해 온 겁니다.
– ……!
– 감사하게도 라이트온이 많은 인기를 얻었으니까요. 제 욕심이 누군가에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수현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라이트온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한수현 자체에 따라오는 관심 역시 많아졌으니까.
시험이 치러질 학교 앞에 포진되어 있을 기자들이나, 시험장 내에서 일어날 소란 등등을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내린 판단이었을 거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른 탓에 시험장이 엄숙한 분위기인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인 경우도 있거든.
아마 한수현은 후자의 분위기를 걱정했을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한수현 정도의 공인이 추가되면, 분명 어느 정도의 소란을 일으킬 테니까.
– 그 하루에 모든 걸 거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테니까요.
– …….
–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그렇게 노력해 온 주제에.
정말이지, 한수현다운 판단이지 않은가.
그리고 난 그런 한수현의 이마에 딱밤을 내리며 말했다.
– 나이도 어린 게 생각이 왜 그렇게 많아?
– 저와 3살 차이이신데요.
– 어마어마한 차이지. 3년이면 강산은 안 바뀌어도 물가가 얼마나 많이 바뀌는데.
나는 양심 없는 낯짝으로 답하고는 한수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 그리고 네가 착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 ……!
–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 다들 자기 공부 하기 바쁘지. 시험이 치러질 학교는 랜덤 배정이라지만, 어느 곳에 가도 네가 걱정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거다.
한수현이 재학 중인 예술고등학교의 주변 일대는 교육열이 강해서, 어디로 배정을 받든 간에 분위기가 엄숙할 거거든.
설령, 한수현에게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이 있대도 분위기상 한수현에게 말을 걸 수 없을 거란 뜻이다.
기껏해 봐야 작은 웅성거림뿐이겠지.
– 그리고 무엇보다…… 네 시험장 주변엔 관계자가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테고.
정말이었다.
혹시라도 연예인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는 논란이 터지면 곤란한 건 주최 쪽이다.
모르긴 몰라도, 한수현 정도 되는 녀석이 배정된 시험장은 주변 관리를 더 강하게 할 테니까.
당일에 교통 통제를 비롯해 출근 시간 조정까지 하는 판국에, 그런 논란이 터지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지.
– 내 말 못 믿어?
– ……믿어요.
– 그래, 좋아.
나는 한수현과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 그러니까, 너는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짓고 와라.
– ……!
– 아무런 후회가 남지 않게끔.
그 다음 날, 한수현은 원서를 접수했다.
반쯤은 내가 등을 떠밀었지만, 어쨌든 신청은 본인이 했으니 아무튼 그런 거다.
“흠.”
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침음을 흘리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이렇게 팔자좋게 누워 있을 때가 아니군.”
* * *
같은 시각.
방 안에서 인터넷 강의에 열중하고 있던 한수현이 갑자기 귀에서 빠진 이어폰에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해온 형.”
한수현의 이어폰을 뺀 나는 녀석을 내려다봤다.
“듣자하니 요즘 잠도 제대로 안 잔다던데.”
찔리는 모양인지 한수현이 입을 다물었고, 피식 웃은 나는 의자 하나를 더 가져와 한수현의 책상 옆에 앉았다.
“공부 도와주려고.”
내 말에 한수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즘은 나도 바빴던 터라 많이 도와주지 못했거든.
“매번 오는 기회가 아닌데 얼른 책 펴.”
나는 히죽 웃으며 책을 톡톡 두드렸다.
“수현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