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24)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24화(424/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24화
어째서 일이 이렇게 굴러간 거냐 묻는다면, 최승하의 제안 때문이었다.
– 형은 체력 좀 길러야 할 것 같아요.
– ……?
– 매번 힘들어하잖아요.
– 네가 한 살 어려서 그런 거라는 생각은?
– 그렇다기엔 류인 형이 형이랑 동갑인데, 으브브븝!
녀석의 입을 틀어막은 나는 곱게 웃으며 말했다.
– 간신배가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맞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을 기억해라…….
그 당시엔 그렇게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최승하의 말이 틀린 게 없더라고.
물론 가장 심각한 건 나지만, 다른 멤버들도 체력을 길러서 나쁠 게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제 연말 시즌이니 체력을 기르긴 해야 할 테고.’
그래서 나는 짧은 고민 끝에 그것을 받아들이며, 회사 측에 요청했다.
– 공인분들이 주로 다니시는 곳이니, 아마 불편하진 않으실 거예요.
그로부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예약이 잡혔고, 소식을 들은 멤버들은…….
그래.
당연히 신났다.
“재밌겠다아아~”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항상 각자 운동했으니까요!”
벌써 재밌을 것 같다며 헤헤 웃은 최승하가 내 어깨를 콕 찔렀다.
“그때는 그렇게 안 할 것같이 하더니! 사람 마음이 이렇게 금방 바뀐 거예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포포가 그 이름답게 기력을 조금씩 보충해 주고 있기야 하다만, 체력까지 길러주는 건 아니거든.
‘연습실에서 틈만 나면 구석탱이에 누워 눈을 붙이는 것도 이제 줄여 나가야 할 때가 됐지.’
내가 흐릿한 낯짝으로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해온 형님이 먼저 운동이라니! 대단한 결심을 하셨습니다!”
차윤재가 내 손을 덥석 잡은 것이다.
“매번 연습이 끝나면 숨 쉬기도 벅차다며 운동을 거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황급히 입을 가립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대놓고 웃습니다.]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열받는군.
메시지를 흐릿한 눈깔로 치워낸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솔직히 불자면, 활동기의 스케줄은 말 그대로 하드모드다.
연습이 끝나는 순간 온몸에 진이 다 빠진다는 뜻이다.
애초에 잠잘 시간도 없는데, 그 시기에 운동까지 하는 녀석들이 괴물같은 것이다.
“…….”
갑작스럽게 다가온 팩트폭력에, 나는 흠씬 두들겨 맞은 낯짝을 걸쳤다.
그래.
여유로운 휴식기엔 운동을 하든 뭘 하든 시간이 남아돌지만 누워 있기 바빴다.
폭신한 침대가 있는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질 리 없지 않은가.
사실, 몇 번 멤버들의 손에 이끌려 조깅 같은 운동에 끌려 나간 적이 있다만…….
‘뒈질 뻔했지.’
무슨 놈의 체력이 그렇게 좋은지, 절대로 류인이나 최승하 같은 녀석들과는 함께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헬스장은 가봤어도 PT는 처음인데, 어떨지 감도 안오는군.
‘뭐, 살 만은 하겠지.’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목을 뚜둑거렸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 * *
어제의 내 멱살을 붙잡겠다.
사람은 말이다.
정말 이 지옥의 트레이닝을 받다가 뒈질 수도 있다.
“해온 님!”
트레이너는 내 인바디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말했다.
“해온 님의 목표는 근육량 기르기에요!”
“예.”
“혹시 특히나 원하는 부위가 있으신가요? 제가 트레이닝하는 아이돌분들은 대부분 복근을 원하시더라고요!”
그럴 만도 하지.
무대에서 복근을 까는 것만 한 팬서비스는 드무니까.
‘복근이라…….’
당연하게도 나는 우락부락한 근육은 원하지 않는다.
아이돌 활동에 알맞은 잔근육 정도를 원한다고 하자, 트레이너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노력하시면 바로 복근 생기실 거예요! 식스팩은 현재 근육 상태에 무리고, 그것보다 덜 발달된 상태에서 생기는 복근이 11자 복근이거든요.”
“아, 저는 그 정도면 만족…….”
내가 대답하던 순간이었다.
“우리 형 있어요!”
난데없이 끼어든 최승하가 내 운동복 상의를 훌렁 들어 올린 것이다.
“어라? 분명 저번 활동 때 있었는데.”
“…….”
“이상하다? 분명 있었는데 이게 어디로 사라졌지?”
싱긋…….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본인의 미래를 예감한 최승하가 빛보다 빠르게 사라졌고, 나는 트레이너에게 작게 말했다.
“……비활동기라서 그렇습니다.”
나도 연습량이 많은 활동기엔 생긴다고.
선명하진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트레이너가 자신 있게 외쳤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뿌듯한 게 아니겠어요?”
“…….”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드시는군.
“자, 그럼 시작할게요!”
얼마 뒤, 나는 복근을 위한 정신 나간 코스를 마친 뒤 하체에 돌입했다.
참고로.
이미 영혼은 반쯤 저 멀리로 보낸 상태였다.
“해온 님, 해온 님은 할 수 있어요!”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데 비해 상당히 귀여운 목소리를 가진 트레이너가 주먹을 꼭 말아쥔 채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근육량이 늘어나면 이게 평소에 체감이 다를 거예요! 해온 님, 평소에 만사가 피곤하시죠?”
그거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그런 거 아닌가.
“근육이 생기면 그 피로도가 단숨에 줄어들어요!”
이게 무슨 만물근육설이란 말인가.
내가 속으로 궁시렁거리고 있을 때, 트레이너가 말했다.
“솔직히 해온 님 인바디 결과 보자마자 정말 놀랐거든요! 근육량이 너무 너무 부족하셔서요!”
“…….”
“근데 보기엔 또 너무 좋은 몸이라는 게 신기하단 말이죠? 정말 아이돌분들은 뼈대가 축복인가 봐요~”
“그렇다면 굳이 늘릴 필요가…….”
“그래도 근육을 늘려야 합니다! 근육량이 저어어어엉말~ 부족하시거든요!”
해맑게 사람을 두 번 죽이는군.
“아자아자!”
내 속을 알 리 없는 트레이너가 긍정 에너지를 내뿜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해온 님도 ‘아자아자’ 해보세요. 이게 별거 아니더라도 힘이 된다고요?”
“아자아자…….”
“네~ 아자아자! 한 김에 무게 추가해 볼게요!”
“어어억…….”
“남자는 하체! 하체 근육! 할 수 있다!”
“그런 거 저는 쓸모가 없습니다만.”
“남자는 하체! 남자는 하체!”
“하체보다는 목숨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제가 해온 님 같은 말 하시는 분들 중에 진짜 죽는 분들 못 봤어요!”
이봐.
내가 최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냐.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떨리는 다리를 안타깝게 바라봅니다.]동정을 맨입으로?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2,000골드를 후원합니다!]어쩐지 골드가 들어오니 버틸 만한 것 같기도 하군.
내가 양심 없는 낯짝을 걸친 순간이었다.
“어? 해온 님, 방금 약간 웃지 않으셨어요?”
“예?”
“웃으셨던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내가 웃었다면 자본주의에 찌든 미소였겠지.
불길함을 느낀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안 웃었습니다.”
“아닌데? 입매가 미세하게 올라가셨어요. 역시 즐거우신 거죠?”
트레이너가 또다시 ‘남자는 하체!’를 외치며 무게를 추가했다.
이 정신 나간 트레이너 같으니라고…….
* * *
다음 날, 라이트온의 숙소.
먹을거리를 찾아 거실로 걸어 나온 최승하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까, 까, 깜짝이야아아아!”
이유는 바로 성해온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생기를 빼앗긴 채로 거실에 엎어져 있는 성해온 말이다!
“형, 죽은 거 아니죠! 살아 있는 거죠!”
펄럭! 펄럭! 펄럭! 펄럭!
“네가 흔들어서 죽을 것 같긴 한데.”
“말을 하잖아!”
“그럼 진짜 죽기라도 한 줄 알았냐.”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놀래키려는 서프라이즈?”
“…….”
미안하지만, 나도 서프라이즈였으면 좋겠다.
일어나자마자 몸이 반으로 찢어지는 통증을 느끼며 거실까지 덜덜 떨리는 몸을 어찌저찌 이끌고 나왔는데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근육 경련이 왔다.
그대로 엎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존심상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고작 한 번 했다고 이 지경이 됐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바닥이 시원해서.”
“이렇게 보일러가 후끈하게 틀어져 있는데?”
“원래 어른들은 뜨거운 걸 시원하다고 한다.”
“그렇구나. 하긴, 어른들은 국물 먹을 때 시원하다고 하시니까요.”
“나는 여기서 조금 쉬다가 일어날 테니까 너는 네 할 일을 해.”
“이 딱딱한 거실 바닥에서요?”
“…….”
“폭신한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
최승하가 물음표 살인마처럼 물어왔고, 내 낯짝은 점점 더 흐릿해졌다.
“나이가 드니 취향이 바뀌나보지.”
“돌침대로 바꿔줘야 하나~”
“…….”
나를 놀리는 게 분명한 최승하가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속닥였다.
“그렇게 아파요? 안 그래도 처음인데 너무 무리하는 것 같더라고.”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무슨 무리냐. 괜찮다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저게 바로 연장자로서의 센 척이냐고 수군댑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아무래도 자존심이 중요할 나이라고 합니다.]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마주한 내 안광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
최승하가 내 몸뚱아리를 그대로 들어 올린 것이다.
“잇차.”
내 눈이 순식간에 커졌고, 최승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
“그냥 도와달라고 하면 되는 거지~ 이 형도 참…… 어?”
물론, 멈칫했지만 말이다.
그래.
내 동태눈깔을 캐치한 것이다.
“수치스러워한다!”
“…….”
“하체 무리해서 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걸로~!”
이미 거기까지 눈치챈 거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나이 먹고 이런 꼴을…….’
그때였다.
내 머릿속에 수많은 흑역사가 지나간 것이다.
‘흠.’
생각해 보니 한두번이 아니군.
수치스러워할 거면, 진작 접시 물에 코를 박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 나는 몸에 힘을 풀고 말했다.
“물도 떠 와라. 먹을 것도.”
“으하핫, 더 필요한 건? 예를 들면 승하라든가~”
“그건 확실히 필요 없는데.”
“에이이이잉.”
“다리나 주무르든가.”
* * *
그리고 다음 날.
맞은편에 앉은 백한을 티가 나지 않을 만큼의 곁눈질로 훑은 나는 짧은 생각에 잠겼다.
백한에게 연락이 온 건 오늘 아침이었다.
–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 별건 아니고 물어볼 게 하나 있어서. 혹시 의현 형이랑 연락해?
대뜸 통화로 안부를 묻더니, 그다음으로는 의현과 관련된 걸 묻더라고.
연락을 하고 있냐는 물음에, ‘하지 않고 있다’ 라는 답을 내놓자…….
– 음음, 그래? 알려줘서 고맙고 푹 쉬어~
본론을 꺼내지 않은 채로 이렇게 웃으며 넘어가려고 하더라.
그래서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모르긴 몰라도, 의현과 관련된 거라면 그냥 넘어가는 게 더 찝찝해서 말이다.
나는 백한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래서 선배님.”
“……!”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