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2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25화(42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25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한숨을 길게 내쉰 백한이 머리칼을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면 이렇게 물어봐도 주제나 뱅뱅 돌리면서 말 안 했을 거야. 딱히 떠들기 좋은 일도 아니고.”
“예.”
“그런데 해온 후배는 그 형이랑 가깝잖아. 그래서 말해주려고. 여기 올 때까지도 고민 많이 했는데…….”
백한이 생각하는 관계와는 멀다만, 나는 입을 다무는 걸 택했다.
원하는 걸 들으려면 이쪽이 나을 테니까.
“사실은 그 형이 연락을 안 받아.”
“……연락을요?”
내가 놀랄 거라 생각했는지, 백한이 빠르게 손을 휘저었다.
“응. 근데 진짜 별일 아닐 테니까 막 걱정하지는 마! 나도 걱정을 좀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웃기긴 한데…… 진짜 걱정 안 해도 돼.”
볼을 긁적인 백한이 말했다.
“원래 가끔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종종 사라진다고?
“음, 해온 후배는 눈치가 빠르니까 어느정도 눈치챘겠지만! 딱히 팀에 해를 끼치는 건 아니야. 이렇게 활동이 없을 때 훌쩍 사라지는 거라.”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인데요.”
“그렇지. 내가 아는 것보다 많을 거야. 알다시피 그 형은 남이랑 연락도 잘 안 하고…… 혼자 지내니까. 막말로 연락 안 닿는 틈에 몇 번을 더 사라졌을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속이 답답한 모양인지, 백한이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이번에는 급하게 멤버들이랑 상의해야 할 일이 생겼었거든? 근데 이 형이 연락을 안 받는 거야.”
“예.”
“뭐, 이 형이 연락 안 받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까…… 처음엔 매니저 형이 숙소에 찾아갔지.”
“그런데 안쪽에서 인기척이 없었던 모양이군요.”
“그렇지, 그렇지. 그 형이 문자나 전화는 씹어도 집에 찾아가면 생존 신고 정도는 해주거든.”
대체 어떤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거냐.
내가 다른 의미로 감탄하고 있을 때, 백한이 미간을 꾹 눌렀다.
“근데도 감감무소식이니까 매니저형이 나한테 SOS를 친 거지. 매니저 형은 내가 의현 형이랑 친한 줄 알고 있어서.”
“선배님은 나름 친하신 거 아닌가요?”
내 발언과 동시에 백한이 기겁했다.
“그래 보여? 그럴 리가 있나. 그 형이랑 전혀 안 친해! 내가 친해지고 싶었던 건 사실인데, 그 형이 보통 철벽이야?”
백한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논란 하나는 안 만드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 앞에서나 친한 척해주지. 뒤에선 남이야. 남.”
“그럼 멤버분들과도 사이가 좋진 않겠는데요.”
“딱히 그렇지도 않아.”
백한이 팔짱을 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음…… 뭐랄까. 분위기가 좀 다르잖아? 무시당해도 ‘날 싫어한다’라기보단 ‘원래 저렇구나’ 같은 느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아무튼 특이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군.
분위기가 특이하긴 하니까.
“그래서 멤버들이랑 사이는 그냥 평범해. 오히려 성격 드세서 대판 싸우는 다른 그룹보다는 낫지.”
홀로 고개를 끄덕이던 백한이 원래 주제로 돌아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그 형 집에 갔는데도 없더라고…… 필살 무기까지 썼는데.”
“필살 무기라면?”
“해온 후배 팔아먹기.”
“……저를요?”
“엉.”
백한이 얼음을 입안에 머금은 채로 우물거리다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 지금 연락 안 받으면 해온 후배한테 밥 사달라고 한다?! ] [ 셀카 찍어서 올린다?! ] [ 절친이라고 나불거린다??!?! ] [ 나 진심인데? 한다면 하는 남잔데? 진짜 이래도 답이 없어? ]상당히 유치하고 시끌벅적한 내용이로군.
뭐, 백한의 평소 성격을 생각하자면 원래 말투인 것 같다만.
“음…… 그나저나.”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런 게 먹힌다고요.”
“완전 잘 먹힐걸? 먹히다 못해 5초 만에 전화올걸?”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 둘의 관계가 대체 어떤 관계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 진짜 오들오들 떨면서 보낸 건데, 이걸 보고도 연락이 없는 걸 보고 확신했지…… 그 형 스마트폰도 안 가져간 거야.”
“아무리 그래도 연락 수단을 놓고 갔을 리가 있을까요.”
“있을 것 같은데? 그 형 스마트폰 아예 안 하거든.”
“……?”
“정말이야! 진짜 안 믿기지? 나도 안 믿겨! 21세기 한국인 중에 스마트폰 안 하는 사람 나 처음 봤다니까? 하다못해 애기들이랑 노인분들도 하는 걸 그 형은 안 해!”
백한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목소리를 키웠다.
“그냥 오로지 문자나 전화 오면 받는 용도야. 그마저도 대부분 씹고, 본인이 먼저 하는 경우는 손에 꼽아.”
그럴 리가 있나.
열받을 정도로 연락을 해대는데.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백한이 흠 소리를 냈다.
“음, 말하다 보니 두고 갈 만한데? 그 형한테는 쓸모가 없는 철물 그 자체네.”
이건 뭐, 처음 듣는 것들투성이로군.
내가 생각에 빠져 있을 무렵, 백한이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어쨌든~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야. 알아서 돌아올 거거든.”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팔자가 급해 죽겠는데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있을 리가 없다.
이번이 처음이라면 모를까, 종종 이래왔다니…….
‘나와 관련된 것도 아닐 것 같고.’
나는 눈알을 도록 굴리며 의현을 떠올렸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의현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바가 아니다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 쪽에서 곤란해지는 이유가 하나 있거든.
‘기간이 얼마나 남았더라.’
* * *
나는 녀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일종의 제약을 지니고 있지 않나.
만남이 불가하다면, 사전에 서로 간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걸 지키지 않는다면…….
[신도와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합니다!] [페널티가 1회 누적됩니다.]곧바로 이런 페널티가 발생하니까.
현재 의현은 내 연락도 받지 않는다.
“정말 스마트폰을 얻다 버려두고 떠나기라도 한 모양이지.”
연락을 할 수단이 없으니 협의는 개뿔, 돌아오지 않는다면 페널티나 맞고 있어야 한다.
그걸 알고 있는 나는 눈썹을 까딱였다.
“흐음.”
페널티의 한도는 10회.
나는 이 10회가 모두 채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기야 하다만…….”
미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특성을 내린 존재가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가 당신을 좋아합니다.] [■■■가 당신을 보고 싶어 했다고 말합니다.]그것도 아주 대단한 호의를.
물론, 곧바로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가 당신─ 대화─고 싶─합─다.] [■■■가 아쉬──니다.] [■■■가 다시 만날 ─ 있을 ─라 ─니다.] [■■■가 ─────.]이 순간까지 확신할 수 있던 것은…….
이 존재는 내게 스스로의 감정을 숨길 생각도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 죽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이 존재가 내게 해를 끼칠까?”
그래.
나에게 이렇게 커다란 호감을 드러내는 존재가 과연 내게 ‘피해’를 끼칠까?
신성 특성은 조금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처음으로 팬덤이 크게 뒤흔들렸던 사재기 논란 당시,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지 않나.
[다수의 신도가 당신에게 실망합니다.] [교주로서의 위엄이 하락합니다.] [교주로서의 위엄이 하락합니다.] [교주로서의 위엄이 하락합니다.]무대에서 쓰러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통증을 동반하면서 말이다.
‘시한폭탄 같은 상태이상은 덤이었지.’
지체없이 일본으로 건너가 블랙재규어를 설득했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추가 상태이상으로 기사 1면을 장식했을걸.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군.’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 특성은 내게 걸어갈 길을 알려주는 것 같은 ‘힌트’와도 같은 메시지를 부여했다.
[신도들이 보내는 믿음을 실망시켜선 안됩니다.] [신도들의 신뢰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세요.] [시련을 극복할수록 당신의 성력(聖力)이 증대될 것입니다.]일을 해결하고, 오해임을 증명해 내면 결과적으로 내게 ‘이득’으로 돌아올 거라는 힌트를 말이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래, 솔직히 반신반의였지만…….
[축하합니다!] [당신은 신도들이 보내는 신뢰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냈습니다.] [시련을 극복해 낸 당신의 성력(聖力)이 증대됩니다.]논란이 해결된 순간, 메시지들이 빠르게 떠오르며 특성이 강해졌다.
결론적으로 내게 ‘이득’이 됐다는 뜻이다.
나는 눈을 도록 굴렸다.
“이상하단 말이지.”
아무리봐도, 이건 꼭 나를 도우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
이를테면.
“……성장이라든가?”
그래, 나는 이 특성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증이나 고통을 준대도, 결과적으로 보자면 내게 플러스 요인으로 돌아온다.
꼭 그렇게 설계된 특성인 것처럼.
그러니 더더욱 궁금해지는 거다.
“한 번만 더 나타나 주면 좋을 텐데.”
묻고 싶은 게 아주 잔뜩이라서 말이다.
베란다로 걸어간 나는 창을 열었다.
드르륵-
창문이 열림과 동시에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스쳤고, 나는 목을 뚜둑 꺾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지.”
이쯤 되니 어디 가서 뒈진 건 아닌지 걱정이 조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 *
하지만 언뜻 내비쳤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의현은 다음 날 낯짝을 비췄다.
“해온아, 오랜만이네.”
“오랜만이고 나발이고 여긴 웬일이냐.”
“하하, 하지만 해온이도 바로 나와줬는걸.”
당연하지.
안 그래도 페널티를 얻어맞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회사로 행차까지 해주시니, 내 입장에선 수고를 덜어낸 셈이다.
그리고 이제 조건을 충족했으니, 더는 볼일이 없고.
“얼굴 봤으면 이제 가. 나 바빠.”
“하하, 해온이는 정말 다정한 것 같아.”
나는 내 고막을 의심했다.
기껏 연습실이 위치한 사옥까지 와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으면서 다정을 운운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 만나주는 친구가 되어달라는 거, 솔직히 내 억지나 다를 바 없는데…….”
의현이 사르르 미소 지었다.
“해온이는 내 억지를 들어주잖아. 다정한 게 맞아.”
“…….”
“으음, 혹시 내 얼굴에 뭐가 묻은 걸까?”
의현이 고개를 살풋 기울였다.
“해온이의 시선이 열렬한데.”
“입만 열면 혈압을 올리는군…….”
“아하하!”
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처웃는 의현의 낯짝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의문을 삼켰다.
마주쳤을 때부터 느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새끼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단순히 ‘피로하다’, ‘몸이 좋지 않다’ 같은 상태가 아니라…….
그래.
처음 보는 분위기였다.
익히 알던 여유로운 분위기가 아니었으니까.
다른 사람이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해온이가 이렇게 눈을 오래 마주쳐 주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네.”
언제나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내 손에 커피 한 잔이 쥐어졌다.
“해온아, 그럼 얼른 들어가. 시간을 오래 빼앗을 생각은 없었거든.”
의현이 눈을 접어 웃었다.
“물론, 해온이가 더 있어주겠다고 하면 좋겠지만?”
나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척’을 하고 있는 의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무너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얼굴.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슨 일을 칠 것만 같은 얼굴의 의현과 말이다.
그리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새끼, 뭔가 맛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