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2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26화(42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26화
나는 연습실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계속해서 되뇌었다.
‘확실치 않은 일이야.’
그래.
이건 그저 내 ‘직감’일 뿐이었다.
‘그것도 근거 따위 없는.’
백한의 말마따나 의현이 사라진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나’와는 관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그 새끼가 맛이 가 보이든 말든 간에…….
‘확실치도 않은 일에 들일 시간 따위 없어.’
나는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을 억지로 비워내기 시작했다.
만일 내 직감이 맞는다 하더라도, 당장 손쓸 방법은 없었다.
의현이 무슨 일을 벌인대도 내 쪽에선 감조차 오지 않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이를 테면, 의현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는 것 말이다.
이미 유인성에게도 부탁해놨다.
– 뭐라고요? 나한테 그런 일을 시키겠다고?
– 시킨다니요. 부탁이죠. 저희처럼 가까운 사이에.
– 와, 뻔뻔한 것 좀 봐! 성해온 씨, 내가 만만해요? 만만하냐고요! 이 사람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꽤 강하게 나오던 유인성은 약점을 빌미로 슬금슬금 협박하자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 지, 지켜보면 되잖아! 그래! 해준다! 해줘! 째깍째깍 말해줄게요. 됐어요? 됐냐고요!
– 역시 기자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 입바른 소리 하지 좀 마세요.
– 저런, 티가 났나요?
– 어우…… 뒷목이…….
혈압을 조금 올리기야 한 것 같다만 어쨌든.
유인성이 의현의 동태를 살펴주기로 했으니, 나는 라이트온 활동에 집중하면 된다.
근거 따위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후우.’
숨을 짧게 들이마신 나는 낯짝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정돈하고는, 천천히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 * *
다음 날.
우리는 한참 전부터 픽스됐던 스케줄로 향했다.
백룡영화상.
현시점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한국 최고의 영화 시상식이다.
우리는 그 시상식에서 초청 공연 요청을 받았다.
나는 밴에서 내리자마자 새어 나오는 입김을 바라봤다.
11월 말인데도 날씨가 장난이 아니군.
“얼른 들어가자.”
멤버들을 이끈 나는 서둘러 내부로 향했다.
시상식이 개최되는 홀 내부로 들어가자, 멤버들이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런 영화제는 처음인데 우와아…… 저희 연말시상식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그러게, 신기하다.”
“배우분들이…… 다 모여, 계세요.”
멤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얹고 있을 무렵, 나는 시선을 돌려 한 녀석을 바라봤다.
유일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한수현 말이다.
나는 다른 멤버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한수현에게 속삭였다.
“혹시 서유현 선배님 때문에 불편해서 그러는 거냐.”
“그럴 리가요.”
나는 한수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현은 서유현을 귀찮고 재수 없어할 뿐, 별다른 악감정이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자리가 불편해 보이는데.”
“해온 형은 못 속이겠네요. 그런데 별일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신경 쓰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기도 하고요.”
……이 자리에 없다?
해당 시상식은 당연히 올해 영화계를 빛낸 이들이 모이는 자리니, 휴식기를 가진 배우들이라면 참석하지 않는다.
그럼 그 배우들 중 불편한 인사가 있다는 건가.
‘서유현 외의 다른 배우와도 접점이 있는 모양인데.’
한수현의 가족 관계가 복잡할 거라는 건 이미 예상 중이었다.
당장 서유현과도 성씨가 다르지 않나.
‘다른 가족 중에도 배우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야 하겠군.’
모르긴 몰라도, 한수현은 자신의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탓에 우리에게도 관련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는 편이고.
‘흐음.’
뭐, 당사자가 말하기 싫어하는 주제니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지만.
나는 한수현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렸다.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신경 쓰이는 사람이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마라.”
“……!”
“네 옆엔 우리가 있잖아.”
내 말과 동시에 한수현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해온 형.”
“뒤에 이어질 말은 숙소에서 해라. 공연 전에 진 빼지 말고.”
끝없이 이어질 주접을 사전 차단한 나는 무대 위를 힐끔 응시했다.
멤버들의 말마따나 이런 영화 시상식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 조금 신기하긴 하군.
‘리액션이나 잘해줬으면 좋겠는데.’
* * *
“유현 씨가 웬일로 이렇게 다음 무대에 관심을 가져요?”
“제가 좋아하는 그룹이라서요.”
서유현이 웃으며 대답하자, 주변 배우들이 술렁였다.
“세상에…… 나 유현 씨가 이러는 거 처음 보는데?”
“나도, 나도.”
“라이트온이 소속사 후배 그룹 아니야? 그래서 예뻐하는 건가? 근데 유현 씨가 그런 걸로 이럴 타입은 아닌데.”
당연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한수현과 서유현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서유현이 한수현을 위해 본인의 가족 관계를 모두 비밀에 부치고 있었으니까.
이 업계에선 거장과 다름없는 한건영의 아들이라는 것조차 말이다.
신인 시절에 그것을 밝혔다면 확실히 올라가는 길이 수월해졌겠지만, 서유현은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성을 한씨로 바꾸지 않은 이유도 같은 이유였다.
제 동생인 한수현까지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한수현이 한건영이라는 이름에 치를 떠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자신이 편해지자고 기껏 잘살고 있는 한수현을 수렁으로 밀어 넣고 싶지 않았으니까.
생각을 잇던 서유현이 웃으며 답했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룹이잖아요.”
“라이트온이?”
“네, 노력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 열정이 저에게도 자극이 되거든요. 기꺼운 일이죠.”
“같이 컨텐츠 한번 찍더니, 그렇게 후배들이 귀여워?”
동료의 물음에 서유현이 눈을 접어 웃었다.
당연하지.
우리 수현이 얼굴을 좀 봐.
그걸 보고도 안 귀여워하면 사람이야?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가 없지.
이 모든 주접을 포커페이스 안에 숨겨낸 서유현이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을 때였다.
함께 영화에 출연한 후배 배우가 질문한 것이다.
“그럼 그 뭐지. 선배님도 그런 거 있으세요? 뭐라고 하지…… 그래, 최애요!”
호기심이 넘치는 얼굴로 말을 끝낸 후배 배우는 스스로도 머쓱한지 허겁지겁 덧붙였다.
“선배님은 이런 거에 관심 없으실 텐데, 제가 너무 신났네요. 죄송…….”
“한수현이요.”
“예, 예?”
후배 배우의 눈이 커졌다.
서유현이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기 때문에.
“한수현이라는 멤버를 가장 좋아해요.”
“……!”
“그러니까, 이따가 열심히 봐주세요.”
서유현이 부드럽게 웃자, 주변에 있는 배우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 서유현은 남녀노소 연령대를 불문하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유현은 그것들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호응도 해주시면 좋고요.”
“그럼, 그럼! 누구 부탁인데!”
배우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약속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타악!
무대의 조명이 켜진 것이다.
그래.
라이트온 무대의 시작이었다.
* * *
생중계로 보여지는 백룡영화상.
초청공연 라인업은 이미 공개되었기에, 스위치들은 이미 본방사수 중이었다.
– 울 갓기아이돌 1군이 곧이에요 응응
– 와 ㅋㅋㅋㅋ 이번에 백룡영화상 초청공연 라인업 남돌 여돌 전부 돌았는데 여기 라이트온이 끼네? ㄹㅇ 언제 이렇게 떡상했냐
각각의 놀라움, 흥분, 기대감 속에서 라이트온의 무대 순서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영화 시상식의 초청 공연은 연말 무대처럼 화려한 퍼포먼스가 없다.
아주 짧은 인트로가 추가되긴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음악방송 무대 정도에 가까운 정석적인 무대니까.
한마디로.
팬들이 익히 아는 무대였다는 뜻이다.
– 오늘 코디 돌았나 올블랙은 언제나 옳다
– 성해온 반깐 그냥 기절할게요 좋은 인생이었다
– 오늘 한수현 비주얼 미친 거 아니야? 수능 끝낸 나는 개백수인데 어째서 저 남자는 저렇게 후광이 비치는 거임?
그럼에도 언제나와 같이 훌륭한 무대였다.
정말 감탄만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에 스위치들이 온갖 주접을 쏟아내기 시작했을 때였다.
–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냐? 나만 이상한 거 아니지?
사람들이 의문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비단 팬덤뿐만이 아니라, 시상식을 보고 있던 다른 이들까지 말이다.
– 이렇게 리액션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내 눈을 의심하는 중임
– 뭐야? 라이트온 배우들이랑 친해?
– ㄹㅇㅌㅇ 배우 생활한 멤버 없지 않나 뭐지? 진짜 내 배우님이 저렇게 호응해 주는 거 첨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우 쪽의 팬덤에서 이런 반응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것이다.
원래 영화 시상식에서의 초청공연은 리액션이나 호응이 무척이나 미미한 편이다.
나이대가 있는 배우들이 여럿이고, 분위기 자체도 진지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라이트온의 무대 때는 달랐다.
올해 백룡영화상은 남우 주연상에 최연소로 노미네이트된 서유현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 서유현 혹시 라이트온 자기가 낳았어?
– 특유의 말도 안 되게 잘생긴 얼굴로 박수 대박 열심히 치는 거 인지부조화 옴 서유현 저런 성격이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진짜 라이트온 이전 초청공연 무대에선 그냥 가만히 쳐다 보면서 웃기 정도만 해줬지 않음??
그래.
대놓고 리액션이 남달랐던 것이다.
– 서유현 스위치 맞는 것 같은데 개웃겨 그리고 더 어이없는 건 주변 배우들도 스위치인 것 같다는 거임
– ㄹㅇ 다른 배우들도 전부 최대치로 호응해 주고 있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위기 좋긴 하네
– 끽해봐야 입매 올리거나 슬쩍씩 리듬 타는 게 리액션의 최대치인 배우들의 반란이냐 이거
많은 이들의 놀라움 속에서 라이트온의 무대가 끝나갔다.
– 올해 백룡 한줄평 : 라이트온 알고 보니 배우들의 아이돌 ㄷㄷ
* * *
그 시각.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가 마이크를 제거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누군가가 내 손목을 덥석 잡은 것이다.
화악!
“해온 후배!”
“아, 선배님.”
“우리 요즘 자주 보네? 라이트온이랑 인사하고 싶어서 슬쩍 빠져나왔지.”
나는 적당히 대답하고는 백한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나저나 선배님, 오늘 멋있으신데요.”
정장을 갖춰 입은 백한이 ‘그런 칭찬은 사양하지 않겠다’며 웃었다.
백한은 오늘 이 시상식에 정식으로 참여했다.
배우의 자격으로 말이다.
꽤 히트를 친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했거든.
백한은 활달한 성격답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지라,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라이트온 후배들도 오랜만이네요~”
백한의 말에 멤버들이 허리를 숙인 때였다.
각 잡힌 인사를 받은 당사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 것이다.
“아이, 뭐가 그렇게 깍듯해요. 편하게 굴어요. 곧 한솥밥 먹을 수도 있는 사이에.”
그리고 그 순간.
공간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
덩달아 당황한 백한이 자신의 입을 터업 가렸다.
“설마, 이거 아직 우리 쪽 엠바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