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3)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3화(43/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3화
N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항상 시작하기 전부터 화제가 되곤 한다.
요즘 SNS에서 알음알음 돌아다니는 이 찌라시처럼 말이다.
[TTT 시즌2 스포하고 감]1. 요즘 뜨는 대형 소속 보이그룹 A
2. 요즘 많이 시들해진 대형 보이그룹 B
3. Nnet 서바이벌 출신 보이그룹 C
4. 유명 프로듀서 소속사라 명곡 만들기로 유명한 보이그룹 D
5. 연말 무대 찢는 그룹 E
6. 대형 기획사 보이그룹 F 섭외했지만, 해외투어로 불발
그래서 현재 다른 그룹 물색 중
지금 활동 중이고 언급 많은 보이그룹이 대체 물망에 오르고 있음
조율 중인 그룹도 있고 확정 아니라 그룹명 가림
– 진짜 어그로다
– 이걸 믿는 능지를 가진 새끼가 실존하냐? 진짜로? (대충 한심하다는 눈빛)
– 다 누군지 알겠다
– 6번 라이트온?
└ 와 ㅅㅂ 맞는 듯
└ 지랄 마 라이트온이 저기 낄 급이냐?
└ 그건 그렇긴 한데 저 설명대로면 걔네밖에 떠오르는 그룹이 없음
└ 애초에 저 글 자체가 라이트온 정병이 만든 글 같은데 이걸 믿냐?ㅋㅋ
– 2번 아무래도 내 돌인 것 같은데 제발 나오지 마라
– 하여튼 진짜 짜증 남 그냥 시즌 1로 끝내지 왜 또 뇌절이야
└ 혐넷이 항상 그렇지 뭐… 여돌로 테스트하고 프로그램 이름 알려지면 남돌 들이미는 게 한두 번이냐?
어쩌다가 이런 글을 보게 됐다.
피식!
“우리가 화제성이 생기긴 했나보군.”
이런 어그로 글에도 언급이 되고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라이트온이 여기 낄 급은 안 된다.
사람이 말이야. 객관적으로 살아야지.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침대에 던졌다.
* * *
나는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아, 저는 이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 서민정이라고 합니다. 편히 앉으세요.”
음.
……그게 진짜였다니.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얼굴의 멤버들이 자리에 하나둘씩 착석했다.
우리는 지금 Nnet 사옥에 와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사실, 이거 엄청나게 좋은 기회인 건 아시죠?”
서민정이 빙그레 웃었다.
“원래 다른 대형 신인한테 돌아갈 기회였어요. 그런데 라이트온이 요즘 화제성이 있기도 하고. ……알죠? 이 프로그램 라인업엔 어떤 아이돌들이 들어가는지.”
알다마다.
[To The Top]N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다만 이 프로그램의 특이점을 말하자면, ‘이미 성공한 아이돌’로만 진행된다는 것.
연습생들이나, 인지도가 처참한 망돌로 구성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소 2군 이상, 음악 방송 1위 경력은 여러 번 있어야 이 프로그램에 나올 ‘급’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코어 팬덤이 강력한 그룹들만 나오기 때문에, 시청률은 이미 보장되어 있으며 프로그램 자체의 화제성도 어마어마하다.
한마디로, 라이트온 같은 위치의 망돌이 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뜻이다.
“회사 쪽은 좋아하는 기색이시던데? 아, 긴장하지 마세요. 여기 차 좀 더 가져다 드려.”
서민정이 방긋 웃으며 보조 작가들에게 심부름을 내렸다.
명훈이 또 좋아서 헤벌레했겠군.
음, 당연하게도 우리에겐 선택권 따위 없다.
이미 도장 찍기 직전, 형식상의 미팅이니까.
“저희 쪽도 고민 많이 했거든요. 촬영은 3주 후부터 들어갈 거니까 알아두세요.”
손가락 3개를 펴 강조한 작가가 통보하는 듯 말을 건넸다.
3주.
3주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딱 봐도 다른 그룹 땜빵이다.
“그럼 자세한 사항은 소속사 통해 받아보시고, 다음 촬영 때 뵙시다.”
더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귀찮다는 얼굴의 서민정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어차피 회사가 알려주겠지만, 미팅 자리에서 같이 출연하는 아이돌들 라인업도 안 알려주다니, 정말 푸대접이었다.
미팅을 진행하던 회의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는 와중에 차윤재가 중얼거렸다.
“이게 도통 무슨 일인지…… 분명 좋은 기회라고 하시는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좋은 기회라, 화제성을 따지고 들자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출연하기만 해도 수많은 시청자에게 그룹 이름 정도는 각인시킬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이 그룹이 무척 만만하다는 거.’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
암담한 미래에 절로 눈이 감겼다.
이 방송국의 화려한 편집 실력은 아주 유명하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분노’, ‘짜증’, ‘동정’ 등의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면, 시청자들은 잔뜩 욕을 내뱉으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보단 그게 재밌으니까.
일반인과 연습생으로만 구성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런 악질 편집을 넣기 쉽다.
그냥 윗분이 마음만 먹으면 몇 명 매장시킬 수 있을 정도의 편집이 가능할 정도니까.
‘하지만 이 프로그램만은 예외였지.’
이미 유명세를 거느리고 있는 아이돌들만이 출연한다는 특이점 때문에 시즌 1도 편집이 이 방송국답지 않게 순한 맛이었다.
하나같이 입김이 거센 소속사를 등에 업고 있는 데다가, 두터운 팬덤들까지 버티고 서 있으니 편집으로 장난질을 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다.
‘아니면 계약 때부터 그런 걸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을지도 모르지.’
생각해 봐라.
이미 유명세를 거느리고 있는 아이돌들이 뭐가 아쉬워서 자기들 이미지 깎아먹을 수도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는가.
아마 계약부터 그런 걸 배제하겠다는 확답을 얻고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 줄여서 TTT의 첫 번째 시즌은 팬덤 파워로 시청률은 좋게 나왔지만, 노잼이라는 평이 가득했다.
악마의 편집이 하나도 없었거든.
Nnet의 자극적인 편집에 실컷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순한 맛이었다.
아쉬울 거 없는 방송국 분들께서 왜 급도 안 되는 우리를 굳이 끼웠을까 했는데, 흠…….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졌다.
‘우리를 편집용 패로 쓰고 버리시겠다?’
* * *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매니저에게 살짝 궁금증을 흘리자 바로 답변이 나왔다.
“아아~ 이미 출연진이랑 그런 건 회사에 공문으로 도착했을걸? 내일 오후에 너희 픽업해 오라는 거 보면 같이 회의하자는 것 같던데.”
“그렇군요.”
“너넨 언제까지 존댓말 쓸 거야? 친형이라고 생각하라니까.”
매니저의 말을 산뜻하게 무시한 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연진 라인업은 내일이면 알 수 있겠군.
‘사실 그 찌라시가 맞다면 대충 유추는 된다만.’
“너네 활동은 이제 스탑되는 건 알지?”
망돌일수록 활동기가 길어지는 건 국룰이기에, 2달 가까이는 할 줄 알았다.
갑작스러운 서바이벌 섭외에 한 달도 못 채운 시점에서 활동이 마무리되게 생겼지만.
다른 놈들도 심란한 건 매한가지인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이 없었다.
“크~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 얘들아, 내가 매니저로 들어오고 뭔가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지 않니? 음하하!”
저 눈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둥아리를 당장 꿰매버리고 싶었다.
흥행 프로그램에 섭외된 거?
좋다 이거야.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비호감’이미지가 생성된다면, 그건 없느니만도 못하다.
게다가 현 상황상 우리는 시청률용 땔감 정도의 위치.
‘제3자의 손’에서 이미지가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쉽게 말해, 악편당할 확률이 99.999%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를 전합니다!]쓸모없어…….
* * *
“오늘 그거 하는 날이에요!”
다음 날 아침부터 최승하가 방문을 벌컥벌컥 열면서 멤버들을 깨웠다.
안색들을 살피니 어제보단 괜찮았다.
‘다들 밤사이 마음을 잡았나보군.’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우리가 출연했던, <박 선장의 바다체험>의 방송날.
SBC로 채널을 돌리자, 몇 개의 광고가 지나간 뒤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 박 선장) 아! 그 전에 오늘은 함께 할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오프닝멘트를 친 MC가 우리를 소개하려는 듯한 뉘앙스로 입을 열었다.
[ 눈부신 동해 바다에 찾아온 아이돌! ]이딴 정신 나간 자막과 함께 우리의 하체가 나오더니 앵글이 점차 위로 올라간다.
‘생각보다는 자막이 멀쩡하군.’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내 얼굴에서 슬로모션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냥 머리카락을 정돈하려 얼굴을 흔든 건데, 여기에 슬로모션이 걸리니 무슨 왕자병 있는 사람처럼 연출이 됐다.
[ 동해 바다는 오늘부로 우리가 접수한다! 라이징 스타, 라이트온! ]제발.
“으하하핫! 해온 형이 동해 바다 접수해야겠, 미안합니다~”
그냥 쳐다만 봤을 뿐인데 최승하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다행히 패션쇼 BGM까지는 깔리지 않는군.
음원이 잠깐 나오며 멤버들 얼굴 옆에 반짝이가 심각하게 날렸을 뿐.
[ 작업복을 입어도 숨길 수 없는 프로 아이돌의 자태! ]심지어 해상 작업용 비닐 멜빵에 장화 신고 있는 우리를 풀샷으로 찍으면서 이딴 자막까지 달아놨다.
‘악랄하군…….’
전형적인 아침 방송 감성이었다.
팬들도 갑작스러운 방송 출연에 놀란 모양새였다.
– 지금 SBC 박 선장이 간다에 애들 나옴 ㅁㅊ
– 연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애들 안 그래도 바쁜데 왜 저런 프로그램에 내보냄…?
– 아ㅅㅂ 자막 미치겠네 그래 동해 바다 라이트온이 접수해
– 저런 거적때기를 입어도 잘생긴 게 말이 되냐고
곧이어 이곳이 밤샘 오징어잡이 현장임이 밝혀지자, 팬들의 반응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 오징어?
– 그러니까 애들 이 한창 바쁠 때 오징어잡이 밤샘 배에 태운 거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 반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명훈이 진짜 개때리고 싶다…
내 생각도 그렇다.
선장이 오징어는 밤에 집어등을 환하게 켜고 잡아야 한다는 설명을 하는데 뜬금없이 우리 얼굴이 나왔다.
불길함이 스쳤다.
번쩍 번쩍!
……그리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이펙트가 잔뜩 달라붙기 시작한다.
[ 선장님! 반짝반짝 빛나는 이 청년들 때문에 오늘은 집어등 끄셔도 될 듯? ]질끈!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자막에 나는 눈을 감는 것을 택했다.
다른 놈들도 별반 다를 건 없는지 가자미눈을 뜨고 있었다.
– ㅋㅋㅋㅋㅋㅋㅋ아 자막 돌았냐고
– 근데 진짜 맞는 말임ㅇㅇ 선장님 진짜 집어등 끄셔도 될 듯;;;
– 자막 개얼탱 없는데 여기에 납득하고 있는 내가 레전드
다행히 우리가 멀미로 죽어가는 꼴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생생한 파도와 일하는 어부들만이 계속 나올 뿐.
몇 십분이나 지났을까, 다시금 우리가 화면에 나왔다.
배의 선장이 우리에게 오징어 잡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화면 속 우리는 똘망한 눈빛으로 고개를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 선장) 알아들었으면 얼른 잡아! 으허허! ]– 애들 하나도 못 알아먹은 표정인데 ㄱㅇㄱ
– 교수님이 알아들었지? 할 때 영혼 없이 끄덕이는 내 얼굴과 다를 바 없다
– 나 저 얼굴 알아 저거 분명 모르면서 일단 알겠다고 하는 얼굴이야
– 선장은 개쿨하게 떠나는데 누가 봐도 모르겠는 표정이라 더 웃김 아 ㅅㅂㅋㅋㅋㅋ
뒤이어 거친 바닷바람을 뚫고 줄을 끌어당기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사정없이 흩날리는 머리칼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 다들 가느다란 팔로 꽤나 힘겨워 보임… 내가 가서 당겨주고 싶어
–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오징어 왜 안 나타나 줌?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묵묵히 줄을 당기던 류인이 작은 목소리를 냈고, 긴장감을 주려는 듯 커다란 자막이 등장했다.
[ 무언가 낌새를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