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3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30화(430/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30화
이 메시지가 떠오른 건 처음이 아니었다.
[자애로운 교주는 신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갑작스레 떠올라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꽤 자주 떠오르곤 했으니까.
멤버들이 사소하게 다쳤을 때도 이 메시지가 무조건적으로 떠올랐으니, 익숙해지는 건 당연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그 이후론 나도 괜찮았고.’
멤버들이 홀로 통증을 감내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나았던 데다가, 끽해봐야 내게는 가소로운 통증 정도였기에 타격도 없었다.
게다가 포인트까지 짭짤하게 정산해 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세기로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나는 심장을 움켜쥔 채로 숨을 빠르게 뱉어냈다.
‘……대체 누가?’
이건 말 그대로 ‘통증 분담’의 개념이다.
내가 이런 통증을 겪고 있다면, 상대는 더 커다란 통증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멤버들일 리는 없어.’
이만한 통증이 멤버들의 몸뚱아리를 후려쳤다면, 욕실 바깥에서 소란이 났을 테니까.
통증이라면 질리도록 익숙한 나니 버티는 게 가능하지, 다른 이였다면 벌써 쓰러지고도 남을 정도였다.
나는 최대한의 평정을 유지하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둘.’
통증에 덜덜 떨리는 손을 꾸욱 움켜쥔 나는 세면대 위에 올려놨던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이해성에게 온천 컨텐츠를 핑계 삼아 문자를 보내자, 짧은 메시지에 대한 답장은 금세 도착했다.
평소의 이해성과 다를 바 없는 문자 메시지였다.
그렇기에, 나는 이해성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통증의 주인은…….
나는 망설임 없이 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계속되는 연결음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이후……’ 로 시작되는 안내음이 들려왔다.
‘너구나.’
상황에 맞지 않는 헛웃음을 흘린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다른 이에게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이게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에.
* * *
멤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들뜬 상태였다.
해외는 자주 방문하지만, 언제나 스케줄을 끝내고 난 뒤에는 호텔에서 수면만 취했으니까.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스케줄, 호텔, 스케줄의 반복이었다.
재미라고는 기껏 해봐야 매니저가 사 온 그 지역의 유명 음식을 먹는 게 전부였으니,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유카타 형식의 남색 가운을 맞춰 입은 우리는 단독 온천으로 향했다.
“……! 와아아!”
가장 먼저 온천 안으로 들어간 최승하가 감탄하며 손을 흔들었다.
“너무 좋은데? 얼른 들어와요! 형들도, 유하도, 동생들도!”
“안, 뜨거워?”
“뜨거운데 공기가 차가워서 딱 좋아!”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온천을 유심히 바라보던 신유하가 최승하의 말을 듣고는 몸을 담갔고,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씩 온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널따란 돌에 걸터앉아 발을 담근 나는 눈을 느릿하게 끔뻑였다.
솔직히 불자면, 온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벼텨야 해.’
내가 악을 쓰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랬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대면 제작사는 나를 제외한 다섯의 홍보 활동을 허락해 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야.’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이후의 스케줄이 곤란해진다.
연말무대를 비롯한 라이트온의 스케줄 말이다.
‘그 활동들에 내가 빠지면 치명적이야.’
계획이 전부 무너지는 수준이다.
멤버들은 라이트온이 거둬들일 이득보다 내 건강을 최우선으로 둘 테지만 나는 아니었다.
……이게 내가 버텨야 하는 이유였다.
피해를 끼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오늘치 스케줄은 소화했으니, 남은 이틀의 스케줄을 소화하면 끝이야.’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의현의 상태도 확인할 수 있겠지.
‘지금쯤 확인했으려나.’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이 진정되었을 때, 나는 백한에게 연락했다.
– 으으음? 일본 간다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전화가 와서 놀랐네!
– 예, 일본입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부탁? 해온 후배 부탁이라면 들어봐야지. 말해봐. 뭔데 그래?
– 확실치는 않지만…….
이렇게 말문을 연 거짓말의 내용은 간단했다.
짧게 통화가 연결되었을 때 의현의 목소리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전화가 연결되지 않기까지 하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우려된다.
돌려 말했지만, 쉽게 요약하자면 ‘확인해 줄 수 있겠냐’는 거였다.
– ……! 알려줘서 고마워. 내가 가볼 테니까 걱정 말고 있어, 해온 후배.
최대한 멀쩡한 척을 하려고 목을 가다듬은 건데도 영 상태가 좋지 않은 목소리를 캐치한 모양인지 백한은 연거푸 걱정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뭐, 내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눈치채진 못해서 다행인가.’
백한에게는 핑계를 대며 의현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나 역시 웬만하면 제3자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제가 가진 능력으로 알 수 있는데, 의현에게 큰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나.
‘정신병동에나 안 끌려가면 다행이지.’
그러니까,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가운 안쪽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정신 차려.’
속으로 채찍질을 이어갔으나, 이제는 시야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선이 흔들리는 티가 나지 않게끔 온천물 쪽으로 눈을 내리깐 나는 미간을 좁혔다.
수면에 비친 보름달이 물결에 흔들리는 게 어지럽게 인식됐다.
‘돌겠군.’
도저히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처음 메시지가 떠올랐던 욕실에서보다는 통증이 줄어든 상태였음에도 그러했다.
쿵, 쿵, 쿵.
몸뚱아리는 끊임없이 둔탁하게 울려댔다.
꼭, 무언가를 ‘거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의현의 통증이 그대로 오는 걸 텐데.’
……대체 어디가 좋지 않아서 오는 통증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자꾸만 끊기는 생각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연신 눈을 반짝이며 조잘대던 차윤재가 발만 담근 나를 잡아당긴 것이다.
“형님도 어서 들어오십시오!”
“……그래.”
나까지 완전히 온천에 들어가자, 우리는 기존에 어느 정도 정해놨던 이야기를 잇기 시작했다.
주제는 허심탄회한 이야기였다.
감동 코드를 주기 알맞은 상황과 장소이지 않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주제를 몇 개 생각해 놨던지라, 나는 그것들을 되는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지껄이는지도 모르겠는데.’
멤버들의 얼굴을 훑어보니 주제에 크게 어긋나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미리 할 말을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을 거다.
‘그럼 이상이 있다는 걸 바로 들켰을 테고.’
그렇게 기계적으로 멤버들의 말에 호응하며 웃음기를 걸친 지 얼마나 됐을까.
나는 대가리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 이제는 정말 한계인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만큼, 약간의 홍조가 자연스럽게 생겨준 탓에 창백한 낯짝은 어느 정도 커버가 되고 있었다.
물속이니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눈치 챌 수도 없고 말이다.
그러나, 역효과 역시 존재했다.
‘토할 것 같아.’
온몸의 감각이 고장 난 기분이었다.
물이 출렁일 때마다 역겨운 기분이 들고 있으니까.
아까 전, 한 차례 강하게 몸뚱아리를 후려쳤던 통증이 조금이나마 안정되고 난 이후.
가운을 입고 나온 나는 욕실 앞에 서 있던 신유하를 마주쳤다.
– 혹시, 어디 안 좋으, 세요?
– 조금 피곤해서.
– ……! 컨디션, 좋지 않을 때는 이런, 온천에 들어가시면…….
아직까지 안색을 완전히 정돈하지 못했을 때라 그런지 의심을 샀지만, 나는 그런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괜찮아. 잠을 통 못 자서 그런 것뿐이니까.
– ……!
– 그리고 피곤할 때 온천에 들어가는 건 힐링 아닌가.
– ……그럼, 꼭! 말해주셔야 해요. 어딘가, 좋지 않으시면 저한테라도…….
– 그래, 그래. 얼른 가기나 하자.
다행히 낯짝 관리엔 꽤 자신이 있는지라, 이후엔 신유하도 걱정을 놓은 것 같았다.
내 계획대로라면, 촬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게 맞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할 거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적당히 자르자.’
멤버들이 내 이상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지점에서 마무리를 하면 된다.
‘이 정도면 컨텐츠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을 테니 멤버들도 수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야.’
나는 최선을 다해 정신을 곤두세웠다.
그러자, 멤버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하는 운동이 진짜 웃겼는데, 그렇지 않아요?”
“맞습니다! 그때 해온 형님이──.”
마침 끼어들기 좋은 주제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체력이 나쁜 게 아니라, 너희가 좋은 거야. 스위치들은 공감하실걸.”
“으하하, 그런가?”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엔 영 좋지 않은 흑역사인데.”
나는 온천물 안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너희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것까지 떠들어 버리면 어쩌려고?”
나는 자연스럽게 입매를 올렸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제일 많이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형은 이상한 데서 입이 무겁잖아요! 전 형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요!”
“승하야, 나를 믿어? 정말?”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방금 전 제 발언을 철회하도록 하겠습니다! 스위치 여러분도 잊으세요!”
“이미 늦었는데. 누구부터 말하는 게 좋을까.”
경악한 멤버들이 시끌벅적하게 서로를 추천하기 시작했고, 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말했다.
“그나저나, 날이 조금 쌀쌀한 것 같은데…… 너희는 괜찮냐.”
그때였다.
물에 얼굴을 반쯤 담군 채 부글부글 소리를 내던 최승하가 ‘푸하’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것이다.
“저는 괜찮은데~ 형은 워낙 추위를 잘 타니까요! 이제 슬슬 안으로 들어가서 놀까요?”
바로 방향을 이쪽으로 잡는 걸 보니, 촬영을 끊고 싶은 내 의도를 눈치챈 모양이로군.
사실, 최승하라면 촬영 중에 이런 종류의 말을 내뱉은 나를 보자마자 내 상태를 어렴풋이 캐치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상황을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나는 최승하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그럴까.”
마무리 인사를 한 뒤, 몸을 천천히 일으킨 내가 온천 바깥으로 나온 때였다.
[자애로운 교주는 신도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이 타이밍에 이게 다시 떠오른다고?
헛웃음을 삼킨 순간.
욕실에서와 같은 강도의 커다란 통증이 전신을 관통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을 때엔…… 이미 내 몸의 중심이 흐트러져 있었다.
“──────!”
제대로 해석되지도 않는 목소리를 내지르며 내게로 손을 뻗는 멤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힌 밤하늘로 시야가 뒤바뀌었지만 말이다.
흐리멍텅한 시야지만 썩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달 한번 욕 나오게 밝군.
물이 크게 갈라지는 풍덩 소리와 함께 내 몸뚱아리가 그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