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3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36화(43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36화
나는 방금 들었던 것을 되물었다.
“제가 MC를요.”
“네! KBC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정재진이 말했다.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당황스러우시죠? 그쪽도 여러모로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알아보니 땜빵 같은 건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아무리 커다란 행사여도 일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건 거의 국롤 수준이다.
심지어 방송 3사는 연기, 예능, 음악 부분의 연말 시상식을 모두 준비해야 하니 더 정신이 없겠지.
“해온 씨가 동의하신다면 해온 씨와 다른 아이돌분, 그리고 아나운서 한 분! 이렇게 진행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정재진이 곧바로 덧붙였다.
“부담스러우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전혀 문제될 게 없으니 편하게 정해주세요!”
“음, 싫다기보다는 왜 저한테 섭외가 왔는지 의문이어서요. 딱히 MC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렇기야 하지만 해온 씨 특별 MC 한번 하신 것도 엄청 화제였잖아요! 화제성을 알아본 거 아닐까요?”
“…….”
그 순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특별 MC의 흑역사가 머릿속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 흥흥! 해온이는 똑땅해요, 똑땅해!
그만 생각하도록 해라. 미친놈아.
그러나, 애써 잊고 있었던 기억들은 내 의지를 배반하며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하이베리의 소개는 동족인 저! 블루베리가 해보겠습니다!
정신 나간 블루베리 머리띠와 보라색 장갑으로 무장했던 내가 가증스럽게 몸을 빙그르르 돌리고 평소였다면 절대 내지 않을 발랄한 목소리를 냈던 기억이 말이다.
– 고막에 비타민을 팡! 팡! 터뜨려 줄 하이베리의 상큼한 컴백! ……같은 베리로서 놓칠 수 없는데요!
‘팬들이 부르는 내 별명을 그런 식으로 악랄하게 써먹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더욱 충격이었지.’
컨셉으로 각각 라즈베리, 스트로베리, 블랙베리, 크랜베리를 맡고 있는 하이베리의 리더가 내게 악수를 청한 부분은 아직까지도 밈으로 나돌고 있단 말이다.
– 저희 그룹에 블루베리가 없는 이유가 조금 궁금했는데 드디어 알 것 같습니다!
– 블루베리는 라이트온에 계셨네요!
–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블루베리 선배님!
–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즈베리 후배님.
꺼내면 안 됐을 기억의 회상으로 내 낯짝이 빠르게 흐려졌는지, 정재진이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해, 해온 씨 역시 별로 내키지 않으시는 거죠?”
“아닙니다…….”
그저 MBS의 방송국 놈들이 그때 레고를 맨발로 밟았을지 궁금할 뿐이다.
저주는 진심으로 걸었는데, 내 염원이 닿았기를 바랄 뿐이지.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 조금 당황스러웠을 뿐입니다. 해야죠.”
나는 고민 없이 답을 내놨다.
흑역사는 흑역사고, 이건 나쁘지 않은 기회였으니까.
노출되는 분량은 당연히 많겠고, 진행을 맡은 아이돌의 그룹은 더 신경 써서 찍어줄 게 뻔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연말 시상식은 음악방송처럼 이상한 대본을 주지 않으니 기피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였다.
입을 달싹거리던 정재진이 무언가를 입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그, 해온 씨. 그리고 KBC 측에서 제안이 하나 더 왔는데…….”
“……?”
어떤 제안이 왔기에, 정재진이 뜸을 들이는 거지.
“그게 말입니다…….”
정재진의 말이 천천히 이어졌고, 내 낯짝은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 정신 나간 방송국 놈들은 회사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미쳤다는 것을.
* * *
그리고 12월의 어느 날.
팬덤은 한바탕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 울 아들들 또 효도한다
– 공백기에도 매주 ‘단체’ 라이브 해주는 아이돌 어떤데 ㅋㅋ
이 난리의 시작은 유라이브였다.
꾸준히 단체 라이브를 켜는 라이트온이 유라이브를 켰는데, 그 날짜가 마침 수능 성적이 통지된 날이었던 것이다.
– 수현이 수능 성적 궁금해요!
날이 날이다 보니 이런 류의 질문이 채팅창에 꽤 여럿 올라왔지만, 한수현을 비롯한 멤버들은 관련된 것들을 읽지 않았다.
그렇기에, 팬덤에서는 입단속이 시작되고 있었다.
– 그냥 수능 보러간 것만으로도 기특기특 복복복복 1000회 실시해도 모자랄 판에 입 안 다물어? 눈치 챙겨 버튼소녀들아 고 1때부터 라이트온 활동한 앤데 성적이 좋겠냐고
– 수현이도 인간이었구나… 그래… 나만 망한 게 아니었구나… 그치… 다 같이 망한 거지… 차이가 있다면 수현이는 이미 성공했고… 난 재수학원 등록 직전이라는 거지… ㄷㄷ
– 오늘따라 채팅창에 왜 이렇게 눈치 쌈싸먹은 애들이 많냐 개답답하네 이제 망했냐고 대놓고 키득거리는 애들까지 나왔잖아 ㅋㅋㅋㅋ 아 짜증 나
급기야 공개하지도 않은 한수현의 성적을 비하하고 조롱하며 익숙한 어그로를 끄는 이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고…….
난장판이 된 채팅창에 스위치들이 뒷목을 잡고 있을 무렵이었다.
– 근데 승하는 아까부터 왜 이렇게 안절부절 상태야?
라이브를 켤 때부터 입이 간지럽다는 얼굴로 앉아 있던 최승하가 말릴 새도 없이 고정되어 있던 라이브용 스마트폰을 뽑아 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 최승하) 미안하다. 수현아! 형은 팔볼출인가 보다! ] [ 한수현) 형, 잠깐만요. 잠깐……! ]한수현이 다급하게 그 뒤를 따랐으나, 최승하는 이미 라이브가 송출되는 스마트폰에 대고 한수현의 수능 성적을 읊은 상태였다.
그리고 스위치들은 충격에 빠졌다.
– 스위치들 단체로 믿기지가 않아서 물음표 살인마 되고 있는 거 개웃기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럴 만함
– 신님 밸런스패치 실패하셨어요 한떤남자에게 완벽만 주셨잖아요
– 한수현 이 천재 토끼 어떡함? 어떡함? 어떡함? 어떡함? 어떡함?
그러니까.
……보통은 공부에 손을 놓게 마련인 연예인의 성적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한 성적이었던 것이다.
– 와 저 성적이면 인서울 정시로 골라가기 ㅆㄱㄴ 아님? 한수현 정체가 뭐야 대체?
–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이 정도면 연예인 수능 성적 레전드일 것 같은데
수능에 대한 관심사가 쏠려 있는 날인 만큼, 한수현과 관련된 키워드가 순식간에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화제성을 단번에 모은 만큼, 채팅창엔 곧바로 대학 진학과 관련된 질문이 가득 채워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정도의 성적을 내려면 피나는 노력으로 공부에 매진했을 테고, 그런 특이한 케이스를 가진 소수의 연예인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했으니까.
– 대학 어디 갈 거야? 진짜 최고다 수현이는
– 전공 뭐 선택할지 궁금해요……! (속닥)
– 너무 너무 멋져 우리 막내 ㅠㅠㅠㅠ 수능도 찢어버렸구나 ㅠㅠㅠ
그렇게 스위치들이 한수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답지 않게 귀가 붉어진 당사자가 고개를 푹 숙인 것이다.
[ 한수현) 저는…….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한수현의 모습에 비명을 내지른 스위치들은 캡처버튼을 연타했다.
한수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예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
[ 한수현) 원래부터 대학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 [ 한수현) ……라이트온 한수현으로 남고 싶어서. ]스위치 팬덤이 커다란 경악에 휩싸이는 건 당연했다.
……거의 돌풍 수준의 경악에 말이다!
* * *
같은 시각, 연습실.
나는 꽤 흐뭇한 낯짝을 걸치고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 진학 생각 없었는데 왜 공부했냐는 댓글에 학생의 본분으로 열심히 했다는 거 진짜 수현이다워서 미칠 것 같음
– 라이트온 한수현으로 남고 싶어서… 드르륵… 탁… 라이트온 한수현으로 남고 싶어서… 드르륵… 탁… 라이트온 한수현으로 남고 싶어서… 드르륵… 탁…
– 어어 그래 ㅋㅋ 평생 스위치 할게 ㅋㅋ 그래 ㅋㅋ 뼈를 묻을게 ㅋㅋ
‘분위기가 훈훈하다 못해 후덥지근할 지경이로군.’
한수현의 이미지 자체도 이보다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당연한 거지만.’
성적을 밝히지 않을 생각이라기에 심히 답답했는데, 잘된 일이었다.
아, 참고로 수능 성적이 통지되자마자 연습실에서는 이미 한 차례 파티를 했다.
–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 솔직히 수현이가 똑똑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활동 때문에 학교도 많이 빠졌잖아.
– 맞아요. 수현이, 진짜…… 너무 대단해요. 동생이지만 멋있어…….
멤버들은 아주 오랫동안 한수현을 칭찬감옥에 가뒀다.
안광이 사라진 한수현이 ‘제발 그만 좀 하세요’라고 외쳤으나 먹힐 리 없었다.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칭찬과 찬사, 주접만을 들었다는 뜻이다.
잔뜩 감격한 멤버들은 팬분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리자 주장했으나, 한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 역시 부끄럽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성적도 아니고요.
이렇게 겸손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한 말을 하면서 말이다.
사실대로 불자면, 최승하가 라이브에서 말하지 않았대도 내가 언젠가 나불거렸을 것이다.
‘이 기회를 흘려보내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한수현은 능력치가 평탄하다.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그룹 내에서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뜻.’
그래서, 한수현에게는 이미지를 공고히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그게 오늘 성공적으로 인식된 것 같지. 아주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나는 히죽 올라간 입매를 정돈하고는, 연습실 옆에 앉은 최승하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고는 작게 속닥였다.
“잘했다.”
“으하하, 저 잘했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실대던 최승하의 얼굴이 조금씩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형, 어떡하죠? 또 이야기하다 보니까 수현이가 기특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저 진짜 팔볼출인가 봐요.”
그걸 이제 알았냐.
최승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도 그때였다.
연습실 한편에 서 있던 한수현을 덥석 끌어안은 최승하는 온갖 주접을 내뱉기 시작했다.
“수현아, 이제 곧 성인인데 왜 이렇게 볼이 말랑해?”
“…….”
“이래도 되는 거야? 나이 속인 거 맞지.”
“…….”
“아무래도 속인 것 같은데! 키만 큰 아기 같은데…… 잠깐만, 말도 안 돼!”
혼자 주절거리던 최승하가 경악한 것도 그때였다.
“이번 달만 지나면 우리 수현이가 성인이라니! 술을 먹어도 될 나이라니! 거짓말!”
“…….”
한수현의 안광이 빠르게 사라졌고, 웃음을 터뜨린 멤버들에 연습실은 익숙하게 시끌벅적해졌다.
그리고 눈치를 살피던 나는 자연스럽게 연습실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타악!
문이 닫힘과 동시에 참았던 숨을 토해낸 나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망할 몸뚱아리는 시도 때도 없군.”
* * *
서울의 한 카페.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곽덕배가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트온이 컴백할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증거로?”
“정확한 증거는 없어.”
“……당당하네?”
이전에 속했던 팬덤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곽덕배의 지인들이 황당해했으나, 곽덕배는 굴하지 않았다.
“아니, 들어봐…… 내가 느낌이 왔다니까? 계시가 꽂혔다고.”
“…….”
“그것도 개쩌는 컨셉으로 컴백할 것 같다는 계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