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4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45화(44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45화
한편, 관객석.
입장을 마친 한 여자는 자신의 좌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와, 무슨 무대가 저렇게 어마어마해?’
원래 무대는 카메라에 녹화되어 보이는 것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낙상 사고로 골절 같은 큰 사고가 괜히 나는 게 아니란 뜻이다.
‘근데 이번 무대는 다른 무대에 비해서도 크고 높은 편인 것 같아.’
해당 공연장 같은 경우 무대를 필요에 따라 제작하고 설치하는 형식인데…… 이번엔 우려가 들 정도였다.
장소의 특성상 최대 4층까지 개방되니 무대가 높으면 더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기야 하겠지만, 보는 입장에서 아슬아슬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각자 알아서 조심하겠지만.’
생각을 금세 털어낸 여자는 주변을 들러봤다.
자신은 다른 팬덤의 소속이었지만, 유난히 주변에 스위치가 많았다.
‘……스위치가 대체 몇 명이야?’
가지고 있는 응원봉만 봐도 어느 팬덤 소속인지 알 수 있었기에, 여자는 감탄을 삼켰다.
‘진짜 제대로 뜨긴 떴구나.’
라이트온이 국내를 잡고 있다는 건 알음알음 알고 있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남달랐다.
‘우리 애들은 큐시트 순서도 완전 초반이던데…….’
해당 연말무대는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이 가장 피크다 보니,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을 극후반에 배치하곤 했다.
끝까지 시청률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라이트온은 완전 뒤쪽이던데.’
성공 지표라고 봐도 무방했기에,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에휴, 응원이나 해야지.’
연말무대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가 응원하는 그룹의 무대가 나왔다.
‘뭐가 이렇게 짧아!’
연말무대 라인업에 간신히 포함된 신인이니 쪼잔하게 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순식간에 끝난 무대에 눈물을 흘린 여자는 안광이 사라진 얼굴로 밝기를 줄인 스마트폰을 토독였다.
타 그룹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것 같은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깜짝 놀란 여자가 허리를 바로 세운 순간이었다.
무대에 수많은 인영들이 등장한 것이다.
‘미친.’
그리고 여자는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전신을 흑과 백으로 만든 댄서들이었다.
둥, 둥, 둥.
멜로디에는 마치 심장 소리와도 같은 낮고 웅장한 드럼비트가 느릿하게 뒤섞이기 시작했고, 이들은 그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전혀 뒤섞이지 않을 것 같은 색들이 뒤섞이며, 조화를 만들어냈다.
……마치 ‘환상’처럼 말이다!
‘아무리 연말무대라지만 벌써부터 퀄리티가 이래도 돼?’
여자가 경악을 삼키고 있을 무렵이었다.
전광판이 열리며, 하얀색 먹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것 같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라이트온이 걸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 환상적인 순간에 사로잡힌 illusion
자유롭게 숨을 내쉬어봐
‘와, 성해온 목소리 진짜 좋네.’
방금까지 댄서들이 자아냈던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던 분위기를 단숨에 에너제틱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팬들이 명창 어쩌구 하면서 주접 떠는 게 오버는 아니구나.’
다른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터라, 라이트온과 관련된 것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던 여자는 얼마 안 가 기겁했다.
– 뒤집어줄게 네 세상을
환상을 내보여 너를 파고들어
……이 파트와 동시에, 무대에 암흑이 스며들며, 라이트온 전원이 몸을 뒤로 꺾으며 넘어갔기 때문이다!
오직 허리의 코어힘으로 말이다!
‘안무 난이도 이게 맞아? 이게 가능해?’
안타깝게도, 여자의 기겁은 끝이 아니었다.
───화아아아아아악!
어둠으로 물들었던 무대에 붉은색 홍등이 연달아 켜지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넓은 무대에 황홀경이 펼쳐진 것이다.
– 우리가 깨어나 illusion
긴장을 놓지 마 occasion
최승하의 파트가 끝나고 마치 불길이 지나간 듯한 자리에는 트랩비트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류인과 차윤재의 페어안무가 시작됐다.
– Connect the dots
점을 이어 선을 그어
주어진 한계를 넘어
더 이상 환상이 아니야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조금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두 사람을 보던 여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은 단 하나였다.
“뜰 만하네…….”
여자는 타임라인에서 어쩌다 본 라이트온의 컴백 타임 테이블을 떠올렸다.
“신곡 컴백일이 아마 1월 초였지?”
이제 곧 1월 1일이니, 고작 며칠이 남은 셈이었다.
“……나오면 뮤직비디오나 한번 볼까.”
* * *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나는 스태프가 건넨 물을 삼켰다.
무대를 하는 동안은 머릿속을 의식적으로 비워냈으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 그러니까, 기자님의 말은…… 의현 선배님이 제 논란을 막았다는 말입니까?
– 그래요. 이거 원래라면 못 막았을 논란이에요. 내가 성해온 씨한테 알려줬대도…… 그사이에 터졌을 거라고.
유인성은 말을 꺼낸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 물어나 봅시다. 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런 행동까지 해주는 겁니까?
– 그게 언제 일입니까?
– 예?
– 그게 언제 일이냐고 질문드렸습니다.
유인성은 잠시 놀라더니, 이내 내게 말해줬다.
당장 엊그제 있었던 일이라고.
그러니까, 감금당했던 나를 풀어준 이후의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아.’
이 논란이 터졌다면, 순항 중인 우리의 컴백 일정은 크게 타격받았을 거다.
동정심 따위는 서바이벌이면 모를까,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의현은 내가 라이트온에서 나오길 바란다.
그러니, 이건 오히려 의현 쪽에서 반겨야 할 논란 아닌가.
내 발걸음은 자연스레 밀리어스의 대기실로 향하고 있었다.
홀로 고민하는 것보다 당사자에게 묻는 게 빨랐으니까.
그리고 목적지에 거의 당도했을 무렵,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트온 대기실은 반대쪽일 텐데…… 혹시 나를 보러 와준 걸까.”
나는 대답 대신 의현을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복도로 밀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하하, 조금 갑작스럽네.”
“웃기지 마.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알고 있잖아.”
내 말에 의현이 작게 미소 지었다.
“해온이한테 소식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는데.”
“본론을 말해.”
“글쎄…… 그런 논란 정도는 라이트온에게 잠깐의 방해가 될 뿐이라는 걸 알아서일까.”
의현이 눈을 접어웃었다.
“그런 논란이 터진대도 해온이는 활동할 걸 알아.”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잠깐의 피해야 입겠지만, 내가 아는 해온이라면 극복해 낼 테고.”
“……!”
“고작 그런 걸로 네가 다치는 게 내키지 않았을 뿐이야.”
“그게 무슨…….”
“해온아, 라이트온에 있을 때가 행복해?”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진 의현은 상체를 낮춰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역시 행복하구나.”
웃으며 덧붙인 의현이 오히려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더 이상 그런 제안 하지 않을게.”
라이트온에서 나오라고 말하며 그런 짓까지 벌였던 놈이 할 만한 말은 아니었음에도…… 거짓말로 여겨지진 않았다.
– 있잖아요. 나는 사람 파악하는 데는 도가 튼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순간.
어째서인지 라연수가 했던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그런데 딱 한 사람을 모르겠어. 의현이 말이야.
– 그 이야기를 왜 제게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 글쎄다…… 그나마 그 애가 마음을 연 게 성해온 씨 같아서?
의현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 보통 사람은 본인을 위해 살아가잖아요? 아무리 소중한 게 있대도, 최우선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처럼.
– 예, 그렇죠.
– 그런데 의현이는 조금 궤가 달라.
라연수는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눈썹을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 꼭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같이 굴거든.
– ……!
– 애초부터 자기 자신에겐 미련이 없다는 것처럼.
‘왜 갑자기 이게 떠오르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미간을 좁히자, 의현이 쿡쿡 웃으며 말했다.
“믿기지 않으려나?”
“아니, 믿어. 마음이 바뀐 이유야 들으면 되는 거고.”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자 의현이 조금 놀란 눈을 했고, 나는 시간을 살폈다.
여유가 된다면, 내 비밀을 말하고 싶었으나…… 이제 연말무대의 마지막 순서인 밀리어스가 무대에 올라가야 했다.
나와 오래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늘 연말무대가 끝나고 잠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으음…… 오늘은 조금 곤란할 것 같아.”
의현이 옅게 웃었다.
“해온이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주는 건 귀한 일인데, 아쉬워라.”
* * *
“형님! 어디에 갔다가 이제 오십니까? 기다렸습니다!”
대기실의 문을 열자마자 차윤재가 히히 웃으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사실 저희가 형님께 드릴 게 있습니다!”
“……나한테?”
“예! 원래는 1월 1일이 되자마자 드리고 싶었는데, 아마 그때는 무대 위에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야 하지.”
그때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위해 전 출연진이 무대에 오를 테니까.
나는 차윤재의 손에 들린 것을 바라봤다.
“편지?”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니 부끄럽지 않습니까!”
“옳소, 옳소, 대충 모른 척해줘야지이~”
최승하가 유쾌하게 호응해 주며 말을 이었다.
“이거 애들이 엄청 열심히 썼어요.”
“이런 걸 언제 준비한 거냐.”
“사실 이거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어요! 누가 아이디어를 냈냐면, 윤재가 이런 거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고븝븝븝…….”
“혀, 혀, 형님은 입이 너무 가벼우십니다!”
나는 시끌벅적한 녀석들과 어느새 내 손에 올려져 있는 편지를 번갈아 바라봤다.
“근데 갑자기 웬 편지냐. 미리 알려줬으면 너희들 것도 썼을 텐데.”
“저희는 괜찮습니다. 이건 해온 형을 위해 쓴 거니까요.”
“맞아, 맞아요! 형이, 리더시니까…….”
“아하.”
이제야 이해되는군.
“리더에게 주는 선물이다? 뭐…… 올해의 공로상 같은 건가.”
내가 입매를 씨익 올린 채로 편지지를 뜯은 순간이었다.
“……!”
“……!”
“……!”
멤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내게 달려든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열어보십시오! 형님은 낭만도 없으십니다!”
“그래, 해온아. 여기서는…… 뭔가 민망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랑고백을 써놨길래 이러는지 더 궁금해지는데.”
나는 피식 웃으며 편지지를 가방 안에 넣었다.
“그래, 그럼 숙소 가서 혼자 볼게.”
“형님!”
“설마 내가 몰래 볼까 봐?”
“이익,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나를 붙잡았던 차윤재가 작게 헛기침했다.
“그게 실은…… 이건 제 생각뿐만이 아니라 저희 전체의 생각인데 말입니다!”
“음음.”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지 마십…… 설마 지, 지금 절 놀리고 계시는 겁니까?”
“윤재 눈치가 날이 갈수록 좋아진단 말이야.”
낯짝에 무해한 미소를 만면에 걸친 순간, 눈을 질끈 감은 차윤재가 소리쳤다.
“그…… 러니까. 그게…….”
“고백을 넘어 프로포즈라도 하려는 모양인데.”
“……!”
“주머니에 반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내 취향은 실버인데.”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자, 차윤재의 입이 벌어졌다.
놀려먹는 거에 맛들리면 안 되는데 일났군.
“뭐 해, 안 끼워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