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5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56화(45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56화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사실은 한수현이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문을 연 건데 말이다.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에, 이렇게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분위기인 거지?
긴장해서 굳어버리는 후배 그룹은 많이 봤어도…….
누가 눈앞에서 죽기라도 한 것처럼 충격받은 얼굴을 한 사람은 처음 봐서 조금 의아할 정도다.
“아하, 아하하.”
인상이 서글서글하게 생긴 남자가 그를 다급하게 막아서며 인사한 것도 그때였다.
“저희 찬영이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는 넥스트의 리더, 현준입니다!”
이 충격받은 얼굴을 한 사람의 이름이 찬영이로군.
아무리 인지도가 없는 그룹이래도 컴백하는 이들의 그룹명 정도는 외우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름까지는 외우지 못하거든.
이어지는 소개로 다른 멤버들의 이름까지 전해 들은 나는 대기실 안쪽으로 넥스트를 이끌었다.
“다들 편하게 들어오세요.”
“……!”
“찬영 후배님도요.”
내 말과 동시에 찬영의 얼굴이 공포에 질린 것처럼 허여멀건해졌다.
이 정도면 내가 앞에서 흉기를 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돈데.
어차피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헤어질 사이에 뭐가 중요하겠냐만.
나는 숨 막히도록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저희랑 같은 주에 컴백하셨나 봐요. 데뷔 반년 차라고 하셨으니, 이번 앨범은 두 번째려나.”
“예! 예! 예! 아, 아주 좋았습니다!”
찬영이 난데없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한 것도 그때였다.
신인의 열정이 느껴지긴 한다만, 은은하게 주제를 이탈한 답인 것 같은데.
뭐가 아주 좋았다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되물을 생각은 없다.
그때.
넥스트의 멤버 하나가 찬영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마치 어서 행동하라는 듯이.
아, 지금 보니 사인 앨범이 저 멤버의 손에 들려 있군.
나는 덜덜 떨고 있는 찬영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희 주려고 가져오신 걸까요.”
“딸꾹!”
“후배님들이 주시는 건 전부 보관…….”
“끕, 딸꾹!”
“……하고 있,”
“딸꾹!”
아주 음절마다 끊어먹을 기센데.
“……어요. 이것도 소중하게 보관할게요.”
“가, 가, 감사, 딸꾹, 합니다! 영광, 영광입니다!”
“아하하.”
적당히 웃은 내가 찬영이 잔뜩 떨며 내민 앨범을 받아들인 순간이었다.
살갗이 살짝 닿음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 [자비(慈悲)의 손길이 베풀어집니다.]내 낯짝에 의문이 서렸다.
이 정도 속도로 메시지가 떠오르는 건, 나에 대한 호감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데.
팬사인회 같은 곳에서 팬들과 접촉할 때 이런 반응속도가 나오거든.
나는 찬영을 빤히 바라봤다.
그냥 낯을 심각하게 가리는 어리숙한 신인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스위치만큼이나 우릴 좋아해 주는 후배였던 건가.
* * *
찬영은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두근, 두근.
라이트온의 대기실에서 나온 이후에도 빠르게 뛰는 심장이 주체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꿈만 같은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에!
‘우릴 알고 계셨나 봐!’
분명 성해온이 먼저 넥스트라는 그룹명을 입에 담았다.
그 때문에 성해온을 마주치자마자 두 배, 세 배로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찬영에게 라이트온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의미였다.
‘난 라이트온 선배님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데뷔 포기했을 테니까.’
찬영은 한 기획사에서 6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끝까지 데뷔조에 들지 못해 퇴출당했다.
모든 게 끝난 것 같았다.
열등감으로 가득 차, 데뷔한 모든 아이돌의 영상을 보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때 알게 된 게 라이트온이었다.
라이트온은 일반인으로 돌아가려던 찬영에게 ‘다시 한번 해보자’ 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그리고 어찌저찌 연이 닿은 현재의 기획사에 들어간 찬영은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데뷔하는 데에 성공했다.
당연하게도, 라이트온을 향한 진심 어린 동경심은 더더욱 커졌다.
‘선배님들은 정말 반짝반짝하는 게 있다고!’
심지어 성해온은 자신이 팬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대기실에 있던 의 사인 앨범을 건넸다.
– 아, 잠깐만요. 혹시 이거 한 장 남는 건데 필…….
– 필요! 피, 필요합니다! 완전 필요합니다!
‘바보같이 흥분해서 선배님 말을 몇 번 끊어먹은 거야?’
약간 부끄럽기도 했지만, 놀라움이 더 컸다.
‘선배님은 정말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내가 팬이라는 걸 입밖으로 내지도 않았는데 한눈에 눈치채신 걸까?’
본인이 온몸으로 티 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찬영이 싱글벙글 웃었다.
지금까지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리더인 현준의 당부대로 요청조차 하지 않았던 챌린지를, 성해온이 먼저 제안해 줬기 때문에!
‘꿈만 같다!’
내가 성해온 선배님과 차윤재 선배님께 안무를 알려 드리다니!
라이트온의 대기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던 찬영은 챌린지를 양보해 준 멤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맙다. 얘들아…….”
“그렇게 소중하냐.”
찬영은 라이트온의 사인앨범을 끌어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건 내가 가보로 보관할 거야.”
“근데 진짜 생각보다 더 친절하시더라.”
피식 웃은 멤버가 말을 이었다.
“보통 그 정도 위치인 선배님들은 우리 같은 그룹 제대로 상대도 안 해주는데.”
“그치? 그치? 내 말 맞지? 현준 형도 내가 말했죠? 라이트온 선배님들은!”
“침 튄다. 침 튀어.”
끝없이 이어지는 주접에 고개를 절레 젓던 리더 현준이 혼잣말하듯 말을 이은 것도 그때였다.
“그런데 소문은 왜 그렇게 났을까?”
“소문?”
“아니, 내가 챌린지 부탁하지 말라고 했던 거 말이야…… 사실 들은 게 있어서 그랬거든.”
“무슨 소문을 들었길래?”
“음, 그게…….”
고민하던 현준이 찬영에게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라이트온 선배님에 대한 소문이 안 좋게 퍼지고 있는 것 같아.”
* * *
넥스트가 떠난 대기실.
“이렇게 신인분이랑 대화 오래 나눈 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최승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요즘 신인분들이 묘하게 저희 피하는 것 같지 않아요?”
이게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정말이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요즘따라 신인들이 우리를 은근히 어려워하기 시작했거든.
정확히 말하자면, 어려워한다기보다는…….
눈치를 살피며 피하고 있다.
어째서?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이 녀석들의 성격은 상당히 좋은 편이고 후배의 군기를 잡지도 않는다.
신인들이 그 정도로 눈치를 살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뜻이다.
– 저희 찬영이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는 넥스트의 리더, 현준입니다!
넥스트의 리더라는 녀석도 처음엔 내 눈치를 살살 살피는 것 같았지.
굳이 비유를 들자면…….
소문이 더러운 선배 그룹을 눈앞에 두고 곤란해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흠.”
대화를 나누던 중간쯤엔 경계를 푼 것 같았지만…….
확실히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 * *
“어이~ 유 기자! 요즘 무슨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퇴근도 안 하고?”
“아이, 깜짝이야!”
“아주 이제 선배한테 욕도 하겠어?”
“욕은 무슨 욕이에요. 놀래키지 좀 말라고요. 에?”
유인성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낄낄댄 기자가 턱을 까딱였다.
“뭘 캐고 있었길래 내가 오자마자 노트북을 닫아? 수상한데?”
한숨을 삼킨 유인성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이 새끼 또 시작이네.
“우리 유인성이가 보통 유능한 게 아니잖아. 좋은 거 발견하면 나눠 먹자, 이거지. 엉?”
“나눠 먹긴 뭘 나눠 먹어요. 저 혼자 먹을 것도 없어서 빌빌대고 있는데.”
“하긴, 유 기자 요즘 연예인들 뒤 잘 안 따라다니더라?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저 이제 그런 짓에서 손 털었습니다. 가늘고 길게 살 거라고요.”
“거짓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인성이?”
“팬들 욕두문자 담긴 메일 받는 것도 지긋지긋하고, 그리고 뭐…… 사람이 바뀔 수도 있는 거지.”
유인성은 챙길 것들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개과천선한 인성이는 먼저 퇴근합니다요~”
“유 기자, 술 한잔할래?”
“제 다크서클 안 보이세요? 집에 가서 잠이나 자렵니다.”
저벅, 저벅.
회사 건물 바깥으로 발을 내디딘 유인성은 차가운 바람을 한껏 들이마셨다.
“에휴, 이제야 좀 정신이 차려지네.”
집에 가서 자긴 개뿔.
해야 할 게 산더미였다.
사실은 유인성도 성해온이 했던 말에 동의했다.
이번 논란은 어찌저찌 지나갔지만…… 그 정도로 논란을 준비했던 놈이라면, 분명 다시 기회를 노릴 거라고 어렴풋이 예상했으니까.
“이 바닥이 생각보다 더럽다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상대방을 짓밟는 일이 셀 수도 없이 일어난다.
아티스트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고 이미지에 커다란 손상을 일으키는 논란을 터뜨리거나.
가지고 있는 악감정으로 논란을 터뜨리거나.
휘하에 있는 아티스트의 성공을 위해 다른 아티스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논란을 터뜨리거나.
이 밖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 논란 터뜨리려 했던 놈은 아마 후자겠지.”
유인성이 파고들어 알아본 결과, 성해온의 논란을 터뜨리려던 놈은 개인이 아니라 회사 단위였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더러운 짓을 한두 번 해본 회사가 아니라고.”
브로커까지 야무지게 껴서 판을 짜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찬바람에 몸을 부르르 떤 유인성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중간 상황 보고나 해볼까나.”
* * *
같은 시각.
유인성에게 여태까지의 내용을 전달받은 나는 눈썹을 까딱였다.
“브로커까지 작정하고 낀 상황이라…… 골치 아프게 됐군.”
우리를 견제할 만한 회사는 널리고 널렸다.
이 업계는 인기를 공평하게 가져갈 수가 없는 업계인지라, 파이 싸움을 해야 하거든.
그런데 라이트온이 갑작스레 그 파이의 상당수를 쓸어갔으니, 우리를 눈엣가시로 보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나름대로 후보군을 좁힐 수는 있었다.
아예 바닥권에서 노는 그룹은 그런 이득도 없는 시도를 할 리가 없으니까.
“우리가 하락세를 타면 그 수혜를 그대로 볼 만한 놈들.”
아마 이 요건을 충족하는 그룹을 휘하에 두고 있는 회사겠지.
유인성도 나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 이렇게 되면 2군급 정도의 그룹이 후보군에 들어오거든요. 씁……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더 파고들어 볼 테니까.
– 생각보다 믿음직스러운데요. 기자님.
– 내가 누군데! 나 유인성이야! 유인성!
유인성은 호언장담했지만, 말마따나 브로커까지 끼었다면 쉽지 않을 거다.
“아마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실망이나 좌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기다리던 문자메시지 하나가 방금 도착했거든.
– 저, 저 선배님…… 혹시 번호 교환이 가능하실지…… 절, 절대 귀찮은 연락은 안 드릴 자신 있습니다!
원래는 동료 연예인이래도 연락처 요구를 대부분 거절하는 편이지만, 찬영과는 곧바로 연락처를 교환했었다.
그 그룹의 리더인 현준이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으니까.
“확률은 10% 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문으로 도착한 문자메시지를 누른 나는 턱을 괬다.
손바닥에 가려진 입매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이거, 아무리 봐도…….
일이 쉽게 풀리려고 하는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