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6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66화(46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66화
숙소에 돌아온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멤버들이 입을 다물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곧바로 눈치챘다.
“흠.”
생각해 보니, 곧 그 날이긴 하군.
2월 7일.
내 생일이 일주일 정도 남았다.
* * *
다음 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운 밴 내부에 작은 폭탄을 터뜨렸다.
“굳이 서프라이즈 준비할 필요 없다.”
내 말과 함께 정적이 흘렀다.
그와 동시에.
미리 합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멤버들이 조용히 눈빛 교환을 시작했다.
“우리 형은 무~ 슨 서프라이즈를~ 말하는 걸까나?”
“뭐긴 뭐야. 너희가 나 몰래 준비하고 있는 거지.”
한 차례 더 무거운 정적이 밴 내부를 휩쓸었고…….
용수철처럼 상체를 튕긴 차윤재가 대로했다.
“형님은 정말 낭만이 없으십니다!”
“이번만큼은 윤재 형님의 의견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너희 얼굴에 그렇게 대문짝만하게 쓰여져 있는데 어떻게 속냐.”
속는 척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만, 눈치챈 이상 이 녀석들을 속이고 싶지 않다.
작년 생일에도 속아주는 연기를 하며 양심이 꽤나 찔렸거든.
“해온아, 그럼 눈치챈 김에…… 혹시 받고 싶은 생일 선물 있을까?”
“응.”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생일 선물로는 너희가 올 한 해도 이성과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겠다는 약속이 좋겠는데.”
“해온이는 정말 현실적이구나…….”
“아무래도 최고의 생일 선물인 셈이지.”
“알잖아, 우린 등 떠밀어도 그런…… 거 관심 없어.”
류인이 멋쩍은 얼굴을 했고,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이래서 너희를 좋아하지.”
“와, 이거 좀 감동?”
“앞으로도 그런 걸 못 하는 쪽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있는 감동조차 와장창 깨버리는 거 뭔데요!”
“그 말은 생각이 있다는 뜻?”
“있긴 뭐가 있어요! 이 형은 시도 때도 없이!”
최승하가 경악했고, 나는 양심 없는 낯짝으로 방긋 웃었다.
“그래, 그 태도를 유지하도록 해라.”
“진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지?”
“그게 내 매력이지.”
“두 배로 뻔뻔해!”
최승하가 기겁하고 있을 때, 날짜를 확인하던 차윤재가 조금 아쉬운 얼굴을 했다.
“오늘이 1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아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 2월이라니, 새삼스럽게 시간이 빠르다는 게 느껴지는군.
“바로 내일이 마지막 음악방송이라니…… 조금 아쉽습니다.”
차윤재가 심란한 얼굴을 했다.
“매 활동마다 느끼는 거지만, 더 좋은 무대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을 때에 끝이 나니 조금 속상합니다.”
“그건 그래. 무대가 적응되면 끝나는 느낌이라…….”
체력이 넘쳐나니 부릴 수 있는 여유로군.
그리고 사실, 라이트온은 활동을 나름대로 길게 한 편이다.
요즘 아이돌들은 연차가 찼다 하면 음악방송을 2주 정도로 잡곤 하거든.
– 라이트온 ㄹㅇ 근본 아이돌
– 사실 국내 음방 짧게 도는 게 디폴트가 된 이유가 가성비 없단 이유잖아? 근데 이 정도 위치에 있는 라이트온이 이렇게 3주씩 해주는 거 진짜 의미 있는 거임
– 떠도 초심 잃지 않는 이게 라이트온이야
극단적으로 짧게 활동하는 경우엔 초동 기간인 1주일만 도는 경우도 있어서인지, 유난히 반응이 좋더라고.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정말 딱 1주일만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으으, 아쉬워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쉽습니다.”
차윤재의 한숨 소리와 함께 최승하가 입을 연 것이다.
“으으음? 윤재도 그렇고! 류인 형도 그렇고! 우리 멤버들 전부 이번 활동에서 엄청 노력한 걸 아는데 아쉽긴 뭐가 아쉬워요? 욕심쟁이들이네!”
항상 장난기가 넘치기야 하지만, 역시 이럴 때 중심을 잘 잡아준단 말이지.
“오늘이 이번 활동 마지막 팬사인회니까~ 아쉬운만큼 스위치들이랑 더 재밌게 놀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지금도 아쉬움이 존재했던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시키지 않았는가.
나는 픽 웃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 * *
입장과 동시에, 홀에 함성이 쏟아져 내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스위치들과 시선을 맞추던 나는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다들 점심은 드시고 오신 거예요?”
여기저기서 대답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고, 한수현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안 드셨다는 분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챙기셔야 합니다.”
“네 얼굴만 봐도 배불러!”
어디선가 주접이 커다랗게 들려왔고, 한수현은 잠시 고장 난 듯이 눈을 껌뻑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운 모양이로군.
“……저희는 스위치의 신체에 도움을 주는 영양가가 되지 못합니다.”
“방금 어떤 분이 시력에 좋다고 하셨어!”
팬석에서 들려오는 스위치의 목소리를 단번에 캐치한 최승하가 헤헤 웃으며 한수현의 볼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갑작스러운 볼콕에 플래시가 다급하게 터지는 건 당연했다.
“어때요. 스위치들 시력이 더 좋아지셨으려나?”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고, 최승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
“스위치들이 수현이가 윙크해 주면 더 좋아질 것 같다는데~?”
“…….”
“같은데에에~?”
“…….”
“으하핫, 다들 보셨죠! 보셨죠!”
최승하가 한수현을 끌어안았다.
“우리 막내는 스위치들이 해달라면 다 해준다니까!”
* * *
근돌은 현기증을 느꼈다.
비주얼도, 키도, 근육도, 인성도 갖춘 남자가 재치까지 갖췄다?
‘이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지.’
차분하게 헛소리를 되뇌인 근돌은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사실대로 불자면, 라이트온이 입장한 순간부터 이 상태였다.
……무대의상인 테크웨어를 그대로 입고 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진짜 심장이 과하게 뛰는데.’
최애 코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근돌은 이성을 지키려 호흡을 가다듬었다.
[ 96 ]비록, 뽑기에 실패해서 끝자락에 앉았지만…….
‘오히려 사진 찍기는 좋다고.’
그리고 얼마 안 가 본격적인 팬사인회가 시작됐다.
착! 착! 착! 착! 착! 착! 착!
근돌의 손에서 경쾌한 플래시 세례가 터졌고, 계속해서 달라지는 아이템들에 근돌은 콧김을 내뿜었다.
‘여우 머리띠랑 늑대 머리띠 씌워주신 분 로또 당첨되세요.’
이름도 모르는 팬에게 감사를 전하며 사진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덧 90번대의 팬들이 줄을 설 때가 다가왔다.
“천천히 줄 서주세요. 네네, 그렇게 서주시면 됩니다. 줄 이탈하지 마시고요.”
팬사인회라면 질릴 만큼 와본 근돌은 안내를 귓등으로 흘리며, 라이트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얼굴 하나는 봐도봐도 놀랍네.’
비단 자신의 최애들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몰래 반사판이라도 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오늘 사인 순서는 이러했다.
최승하, 차윤재, 신유하, 류인, 한수현, 성해온.
‘역시 가장 말빨 좋은 애 둘을 처음과 끝에 배치하는구만.’
고개를 끄덕이던 근돌은 자신의 앞에 선 사람.
그러니까, 95번을 받은 팬을 힐끔 바라봤다.
‘아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이상하게 낯이 익단 말이지.’
어디서 봤더라?
분명, 어디서 확실히 본 것 같은데.
‘이전 팬덤도 아니고, 으음, 기억이 날락말락…….’
머리를 굴리던 근돌이 ‘아’ 소리를 낸 것도 그때였다.
‘그때 그 미친놈들 중 하나잖아!’
곽덕배와 사녹에 함께했을 때, 숨기려는 생각도 없이 신유하에 대한 비방을 쏟아내던 놈이었다.
– 아, 진짜 짜증 나. 윾하 무능력 멤 아니냐고. 보컬 포지션이면 뭐 어쩔 거? 그래봤자 라이트온엔 성해온이 있는데.
– 내 말이. 윾하 프로듀싱한다는고 나대는 것도 꼴보기 싫어…… 지가 한 것도 아니다에 건다.
근돌은 곰곰이 그때 건너 들었던 대화를 회상했다.
‘말하는 꼬라지가 성해온 악개 같았는데.’
옆에 있던 곽덕배가 ‘저건 해온이까지 엿 멕이는 거다’라며 분기탱천했던 기억이 확실히 난다.
‘아, 이거 괜히 또 신경 쓰이네.’
이런 정신 나간 개인팬이 팬사인회에 오면,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기분 나쁜 장난 치기.
두 번째, 아예 관심을 주지 않거나 입을 다물어서 민망 주기.
마지막으로 세 번째.
멘탈을 터뜨리려고 작정한 것처럼 비방을 일삼기.
‘설마 마지막은 아니겠지.’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실행하는 모자란 놈들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수위가 차원이 다른 세 번째를 실행하는 미친놈은 드물었다.
‘근데 어느 판에 가든 진짜 일을 치는 미친 새끼들이 있으니까 신경 쓰이는 거라고…….’
근돌은 조금 찝찝한 얼굴로 단상에 올랐다.
“와아아! 안녕하세요!”
……첫 번재 타자이자 최애인 최승하가 팔을 뻗어 인사하자마자 모든 잡념이 날아가 버렸지만 말이다.
준비해 온 질문들을 랩하듯이 내뱉으며 촉박한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한 근돌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해, 해, 해냈다.’
다음 타자인 차윤재와도 대화를 나누고 다음 멤버에게로 향한 근돌은 숨을 돌렸다.
팬들과 유독 길게 대화해 주는 신유하의 쪽에서 약간의 정체가 생긴 것이다.
‘딜레이 생긴 김에 좀 쉴 수 있겠다.’
스태프의 안내대로 신유하와 대화 중인 95번의 뒤에 선 근돌은 이내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미친놈이 신유하의 멘탈을 터뜨리는 게 어렴풋이 들려왔기 때문에!
“유하야, 넌 할 줄 아는 게 뭐야?”
애초에 이 사람을 유의 깊게 살피지 않았더라면 듣지 못했을 정도로 작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근돌은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양옆에 있는 차윤재와 류인은 안그래도 시끌벅적한 팬사인회 장소에서 눈앞의 팬들과 이야기하느라 이 대화를 캐치하지 못한 것 같았다.
대화 소리 자체가 크지 않아 신유하와 떨어져 있는 매니저 역시 인지하지 못한 것 같고.
“멤버들한테 안 미안해? 나 같으면 미안할 것 같은데.”
“……!”
“솔직히 유하 덕에 라이트온이 뜬 건 아니잖아. 유하는 어떻게 생각해?”
귀를 열어 대화를 훔쳐 듣던 근돌의 입이 쩍 벌어지기 시작했다.
와.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 * *
그리고 그 시각.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이 일을 알 리 없는 한 인영은 얼굴에 웃음기를 걸쳤다.
“해온아! 나, 나 다음부턴 그냥 누나라고 불러줄 수 있을까…… 요.”
“오늘부터는 안 돼요?”
나는 시선을 들어 올려 맞춘 채로 말했다.
“누나.”
스위치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고, 나는 눈을 접어 웃은 채로 입안의 살을 깨물었다.
두근, 두근, 두근.
조금 전부터 몸이 이상했다.
처음엔 단순한 심장 통증이라고 생각했으나, 전혀.
이건 다른 종류였다.
그래.
……꼭 영혼이 분리될 것 같은 통증.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나는 정신력을 끌어올리며 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팬들이 보는 앞에서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