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69)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69화(469/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69화
“해온 선배님이요? 어어? 여기 안 오셨는데?”
“에엥?”
블랙재규어는 대기실 문에 똑똑히 적힌 ‘넥스트’라는 그룹명을 바라봤다.
신유하가 귓속말했을 때 말했던 그룹이 여긴데?
다시 한번 확인을 마친 블랙재규어는 자신을 찬영이라고 소개한 남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봐줘서 고마워요. 수고해요.”
“그, 그!”
블랙재규어를 붙잡은 찬영이 눈을 반짝인 것도 그때였다.
“그, 그나저나 프로듀서님! 팬입니다! 프로듀서님이 만드신 곡들을 평소에 정말 즐겨 듣는데…….”
이게 라이트온과 협업한 곡을 뜻한다는 걸 알 리 없는 블랙재규어의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하여튼, 이놈의 인기란!
가끔은 귀찮기까지 하다니까!
“그럼 사진이나 같이 찍든지!”
“……! 그래도 될까요!”
“나는 이쪽 얼굴이 더 잘생겼으니까 이 각도 위주로.”
“넵! 제가 셀카 각도 하난 잘 맞춥니다!”
세세하게 오더를 내린 블랙재규어는 셀카를 몇 장 찍어주고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나저나, 성해온은 멤버들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어딜 간 거람?
“내가 알았으니 망정이지. 어? 이거 멤버들이 알았으면 서로 간의 신뢰가 깨지는 일이라고!”
블랙재규어는 한 번 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 ……정말 비밀로 해주시는 건가요. 프로듀서님?
– 그래! 이래 봬도 내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그런놈은 아니라고. 살다 보면 한 번쯤 실수할 수도 있는 거고…… 뭐, 엣헴.
– ……프로듀서님은 어쩌면 이렇게!
“아량 넓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온 거지. 아무렴.”
고개를 끄덕인 블랙재규어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뭔가 켕기는 짓을 하는 아이돌들이 향할 곳은?
“비상계단이나 빈 대기실이지.”
이 업계에서 오래 있었던 만큼, 돌아가는 판국 하나는 기가 막히게 꿰뚫고 있는 블랙재규어가 팔랑팔랑 걸음을 옮겼다.
타악!
그렇게 여섯 번째 빈 대기실의 문을 열었을 때, 그는 깔끔하게 결론을 내렸다.
“넓은 아량은 다음에 보여주지, 뭐.”
그래, 블랙재규어는 인내심이 길지 않았다.
따지자면 없는 편에 가까웠다.
“얼굴이야 다음에 보면 되는 거고.”
자기합리화를 훌륭하게 마친 블랙재규어는 눈앞에 있는 한 대기실을 살폈다.
“저기까지만 보고 갈까나.”
그렇게 별생각 없이 문고리를 잡아 당겼을 때였다.
――덜컥.
안쪽에서 잠겨 있는 문에, 다크서클이 만연한 블랙재규어의 눈이 커졌다.
문에 붙어 있는 종이도 없는 걸로 볼 때, 누군가의 대기실로 쓰이는 공간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기네!
여기야!
“거, 안에 있으신가?”
살며시 문을 두드린 블랙재규어는 문에 달라붙은 채로 속닥였으나,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뭐야, 아닌가 본데?”
김샌 얼굴을 한 블랙재규어는 혀를 찼다.
“그냥 갈 길이나 가자. 작업할 것도 많은데.”
얼마 전 윤현열에 대한 기사를 유심히 본 블랙재규어의 머릿속에 온갖 것들이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가만…… 안쪽에서 잠긴 게 이상하지 않나? 점검 중인 거면 표시라도 해놨을 텐데.”
사람이라도 갇혀 있는 거면 어떡해.
이 바닥에 양아치 같은 놈들이 어디 한둘이야?
“따돌림이라도 당하거나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면…….”
침을 꿀꺽 삼킨 블랙재규어는 결심했다.
“한번 확인은 해볼까. 괘, 괜히 찝찝하니까!”
이런 장소에서 잠긴 문을 여는 방법은 간단했다.
첫 번째, 지나가는 스태프를 붙잡는다.
두 번째, 안쪽에서 문이 잠겼다고 말 한다.
세 번째, 마스터 키를 받는다!
“너 뭐야? 너 뭔데 이렇게 모르는 게 없어? 뭔데 이렇게 못하는 게 없냐고.”
스스로에게 찬사를 건넨 블랙재규어는 문고리에 열쇠를 꽂았다.
뒤이어,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별생각 없이 문고리를 잡아당긴 블랙재규어는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둑한 내부를 바라봤다.
“뭐야, 사람 없잖아.”
그냥 단순한 고장으로 인해 안쪽에서 문이 잠긴 모양이다.
나 원 참.
괜히 쫄았네.
심장을 쓸어내린 블랙재규어가 상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어?”
짤막한 물음표를 내뱉은 블랙재규어는 굳어버렸다.
“이, 이, 이게, 이게 무슨.”
블랙재규어의 턱이 하염없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사각지대인 구석 쪽에 한 인영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 * *
결정을 내렸다는 내 말과 함께.
잔뜩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간! 이건 그렇게 쉽게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였다.
하나는 기억도 못 하는 수많은 삶들이 그래왔듯이 운명에 순응하라는 선택지.
다른 하나는 ‘영원한 끝’이라는 리스크를 걸고 도박을 하라는 선택지.
“적어도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선택이야.”
포포는 이미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 본능적으로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나 두려워하는 거겠지.
“나는 백번의 삶이 주어진대도, 이 가능성에 걸었을 거다. 설령 그게 희박한 확률이라 해도 말이지.”
[왜, 어째서…… 그런 선택을.]“기억도 못 하는 환생 따위 관심도 없거니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싶은 건 이 인생이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살고 싶어.”
확신을 담아 말한 나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니까, 이 손 잡아줘.”
[……아, 알겠으니까 손 내밀지 마!] [잡지 않을 것이다!]“혹시 내 손이…… 더럽나?”
상처받은 낯짝을 걸치자, 기함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처받지도 않았으면서 받은 척하지 마라!] [지금 네,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원래 위대한 존재는 하찮은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주절주절 이어지는 말을 잠자코 듣던 나는 포포와의 첫만남을 떠올렸다.
[당연히 네깟 인간보다는 훨씬 크다! 가 아니라 사실은 작다!] [……빌어먹을! 왜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냐!]성좌가 걸어놓은 일종의 복종 제약으로 인해 내게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본인의 사이즈를 바른대로 털어놨었지.
[……그래! 작다! 작아! 이렇게 들으니 마음이 편하느냐!]– 조금 더 만만하게 볼 수 있어서,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너, 너, 너는 솔직하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다!]분명 내 팔뚝보다 작다고 말했으니…… 한 이 정도?
손가락을 벌린 내가 포포의 사이즈를 가늠하고 있을 때였다.
[무슨 기분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상당히 불쾌하다!]“그래도 우리 사이에, 이제 모습을 보여 줄 때도 된 것 같은데.”
나는 양심 없는 낯짝을 걸치고는 사르르 웃었다.
“그렇지 않은가요. 위대하신 신수님?”
[……놀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라!]“내가 또 신뢰 빼면 시체인 인간이라고.”
[거짓말 없이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구나! 인간!]포포는 내게 눈을 감으라고 말했고, 나는 고분고분 눈을 감았다.
얼마나 대단한 걸 보여주려고 이러는지.
그래도 나름대로 신수가 아니겠는가.
크기는 작아도 위엄 있는 외관일지도 모른다.
고개를 주억이며 실눈을 떠 올린 내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니까,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기껏해야 손바닥만 한 구 형태의 찬란한 빛이…….
내 앞에서 일렁거리고 있었다.
[나 역시도 영혼체이기에 그런 것이다!] [부, 불쾌한 시선 치우거라!]성질을 낼 때마다 빛이 들쑥날쑥하게 일렁이는 걸 보니, 포포가 맞는 것 같군.
“왜, 나는 마음에 드는데.”
[뭐, 뭐라고 했…… 감히 인간 주제에 마음에 들고 말고를 논하다니! 주제넘구나!] [나를 놀리는 게 분명하다! 어떻게 이 하찮은 상태를 보고…….]“진심을 매도하다니, 서운하네.”
피식 웃으며 그 빛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어둠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따스한 기운을 가진 빛이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온기를 느끼던 나는 내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너를 만난 건 나에게도 행운이었던 것 같아.”
[……!]계속해서 일렁이던 빛이 순간 얼어붙었고, 나는 입매를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아직 확실치 않은 미래의 이야기를 현재의 이야기처럼 입에 담았다.
“살려줘서 고맙다.”
* * *
포포의 공간에서 나온 나는 눈을 떠올렸다.
그리고 조금 색다른 의미로 기절할 뻔했다.
“…….”
지금 내 몸이 이렇게 사시나무처럼 덜덜덜 흔들리고 있는 이유가…….
“프로듀서님.”
“엄마야아아아악!”
나를 힘겹게 둘러메고 있던 블랙재규어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무리 내가 성인 남자치고 가볍다지만, 매일 작업만 하느라 힘도 없는 양반이 나를 들려고 하다니.
“서, 서, 성, 성, 성.”
“예, 성해온입니다. 귀신 아니고요.”
“어떻, 어떻게! 방금까지 분명…….”
이거 곤란하게 됐군.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의식이 없는 나를 목격한 것 같은데.
“조금 피곤해서 잠을 잤습니다.”
“세상 누가 빈 대기실에서 쓰러진 것처럼 잠을 자! 거짓말하지 마!”
나는 잠시 블랙재규어를 바라봤다.
이런 종류의 인간을 상대하는 방법 중 제일은…….
역시, 우기기라고 할 수 있겠다.
“진짜 잠든 건데요.”
팁이 있다면, 뻔뻔할 정도로 우겨야 한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가 워낙 예민한지라 가끔 쉬고 싶을 땐 이렇게 빈 대기실을 사용하곤 합니다.”
나는 어깨를 까딱였다.
“떳떳한 방법은 아닙니다만, 어차피 노는 대기실이니까요.”
그리고 다음은 주제 돌리기다.
“그나저나, 저는 분명 문을 잠갔던 것 같은데요.”
“그! 나는 그냥 걱정돼서! 여기 온 건 그, 너희 마지막 활동이라길래…… 근처에 지나가다가!”
거봐, 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 휘말려 주잖아.
정말이지 다루기 쉬운 인간이라니까.
이제 마무리로 대충 매듭지어 주면 된다.
“프로듀서님.”
눈깔에 촉촉함을 더한 나는 잔뜩 감동받은 낯짝으로 말을 이었다.
“저를 그렇게 걱정해 주셨다니…… 으음, 솔직히 감동인데요. 직접 와주신 것도 그렇고요.”
“딱, 딱히 네 걱정을 한 건 아니야!”
블랙재규어가 덧붙였다.
“착각하지 마! 괜히 힘만 뺐네! 그렇다고 힘들었다는 이야긴 아니야! 너 같은 애는 백 명은 들 수 있다고. 어?”
한 명도 버거워 보이던데.
“나 간다!”
등을 훽 돌린 블랙재규어가 대기실 문 앞에서 멈칫했다.
“……그, 그리고 자는데 함부로 들어온 건 미안!”
이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역시 이 인간은 정의로운 바보다.
싱그럽게 웃은 나는 대답했다.
“프로듀서님이라면 언제든지 들어오셔도 환영입니다.”
“무, 무슨!”
얼굴이 활활 타오른 블랙재규어가 씩씩거리며 대기실 문밖으로 나갔고, 나는 목을 뚜둑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포는 나를 돕기로 했다.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준비가 필요하다!] [원래는 인계의 시간으로 보름 정도가 필요하지만…… 조금의 확률이라도 높이려면 역시 그날이 좋겠지.]포포는 내 영혼과 육신이 가장 크게 맞물릴 2월 7일에 일을 진행할 거라 말했다.
그리고 포포는 내게 한 가지를 더 알려줬다.
[인간, 너도 눈치챘을 테지만 그 통증은 날이 갈수록 너를 더 크게 옥죌 거다.]……내게 주어진 운명이 계속해서 내 숨통을 조여오리라는 것을.
그래.
말 그대로, 나는 점점 더 죽음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번은 내 남은 힘으로 네 통증을 잠시나마 억눌러 줄 수 있다.] [그러나 기껏해야 하루의 절반 정도일 테지.] [……그 이후엔 버티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인간, 너를 뒤덮을 거다.]포포는 내게 그것들을 감내할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그것 역시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이었다.
애초에 그게 두렵고 무서웠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짧게나마 통증이 억눌린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볼까.”
작게 심호흡한 나는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을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