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7화(4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7화
나는 멤버들의 앞으로 향했다.
“다들 상황은 대충 파악했지?”
끄덕……!
멤버들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시선을 돌려 대기실을 군데군데 살폈다.
‘카메라는 없군.’
안심하고 말을 이었다.
“방금 들었던, 리액션 관련했던 말은 잊어라.”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거요? 멘트 많이 하고, 웃길 땐 웃고, 표정 다양하게 많이 쓰라 하셨던.”
“그래, 그거.”
“우린 이번 방송에서 최대한 침묵을 유지한다.”
이미 욕을 먹는다는 것은 확실한 전제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해야 덜 먹느냐지.
등장만으로도 아니꼬운데, 마지막 등장까지 해버리면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타 팬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거기서 눈치 없이 신나게 떠든다?
아주 편집 좀 X되게 해주십쇼, 하고 고사를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거든.
간략하게 설명하자, 녀석들의 눈에 결연함이 스쳤다.
“……이해했습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예. 알겠습니다.”
“저도 대충 이해했습니다.”
“나도 음, 뭐라 할 말이 없네. 정말 그럴 것 같아서.”
류인의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금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내 말에 다른 녀석들이 파리한 안색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전장 한복판으로 들어왔을 리 없다.
이미 며칠 전부터 멤버들에게 세뇌 수준으로 악편을 피할 수 있는 50가지 방법에 대해 말해놨으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58가지였다며 진절머리를 칩니다!]……58가지였어?
“자, 그럼 우리 이제 인사 갈까.”
라이트온은 출연진 중 가장 막내 신분, 대기실 돌며 인사를 다니는 건 이 바닥 기본이었다.
귀찮은 관례이자 악습이지만, 어쩔 수 없지.
미리 사인해 둔 앨범을 챙긴 뒤, 우린 대기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부터 들어가자.”
[스피디]대기실 문짝에 쓰인 그룹명.
스피디, 중형 소속사에서 만들어낸 4인조 그룹.
아, 참고로 여기도 엄청난 컨셉충 그룹이다.
이 그룹의 멤버 이름을 알려주겠다.
클락션, 엑셀, 브레이크, 마하.
굴러떨어지면서 봐도 컨셉에 지나치게 충실한 이름들이다.
문을 작게 두드리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안녕하세요! 라이트온입니다!”
“어이~ 그래, 라이트온! 내가 알지, 라이트온은!”
이 그룹의 리더, 클락션이 우릴 반갑게 맞아줬다.
보통 랩 포지션의 멤버는 예능에 취약한 법인데, 이 사람은 유쾌한 말투와 쾌활한 성격으로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멤버다.
현재 SBC 간판 예능에 고정으로 출연 중이라, 아마 아이돌에 관심 없는 일반 대중들은 클락션의 얼굴이 가장 눈에 익을 거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는데도 스피디의 멤버들은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익숙한 상황인지 클락션이 자신의 멤버들을 바라보며 농담조로 입을 열었다.
“너희도 뭐 하냐~ 후배들 왔는데, 인사받아 줘라. 아앙?”
클락션의 말에 소파에 앉아 있던 브레이크와 엑셀이 우릴 힐끗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마하라는 놈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이해성의 정보를 빌리자면, 저놈은 이 팀의 막내이자 인기가 가장 많다.
‘연예인병에 걸려 버린 모양이로군…….’
스피디는 비주얼 그룹보다는 실력파 그룹이다.
그런 와중에 이 녀석은 훈훈하다 못해 잘생긴 얼굴을 가졌기에 코어팬이 가장 많다고 한다.
아, 참고로 마하의 비주얼 스탯은 B-.
여러 아이돌의 상태창을 본 내가 감히 추측해 보건데, B- 정도부터 비주얼 멤버로 불리는 듯하다.
참고로 라이트온 멤버 중에 가장 낮은 비주얼 스탯이 B+다.
‘라이트온이 얼굴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룹이란 뜻이지.’
“이건 우리 주려고 가져온 앨범~~?”
클락션이 활짝 웃으며 내 손에 있던 앨범을 낚아챘다.
“이제 인사받았으니까, 나가봐. 너희도 바쁘잖냐~?”
으음, 꽤 호감형 인물이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한수현이 손짓했다.
“다음으로는 여기 가요.”
[트웰브]똑똑.
문을 두드리고, 신원을 밝히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렬종대로 서 허리를 꾸벅 숙이자, 이 그룹의 리더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이름이 도진이었던가.’
“이번 촬영 잘 부탁해요. 신곡 좋던데요.”
트웰브, TwelvE.
T/E만 대문자 형태인 이유는 ‘Truth or Evil’이라는 뜻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해석하자면 ‘세상의 진실을 바라볼 것인가 악에 물들 것인가’.
무척이나 어이없지만 나름 말이 되는 억지였다.
트웰브라는 이름답게 12명의 사도들이 각각의 운명을 지니고 세상에 다가올 종말에 맞선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어마어마한 멤버 수를 이용한 칼군무가 아주 유명한 그룹이지.
이해성 덕에 출연진들에 대한 정보를 넘어 쓸데없는 세계관까지 무척 손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100%를 가져온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건 다 알 수 있었다.
‘……정말 케이팝에 관련된 거라면 모르는 게 없군.’
아아, 그리고 얘네 지금 12명 아니다.
9명이다.
이 그룹도 꽤 복잡한 사정을 품고 있다.
바로 마약 사건.
이 그룹의 멤버 셋이 질 나쁜 연예계 모임에 들어갔고, 그 모임의 마약 파티가 적발되어 전부 연예계에서 추방됐다.
그런 엄청난 논란을 겪고도 트웰브는 오늘 에 출연하는 그룹 중에서 2~3번째로 팬덤의 규모가 큰 그룹이다.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단연코 가장 팬덤의 규모가 컸을 그룹이었겠지만, 마약 사건에 팬들의 절반이 떨어져 나갔다지?
아마 얘네도 이 프로그램이 꽤나 절실할 테다.
이미지 변신을 노려야 하니까.
몇몇 대중들은 이미 ‘끼리끼리 사이언스’라며 남아 있는 트웰브 멤버한테 손가락질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그런지 다들 꽤나 친절했다.
활동기에도 대기실을 질리게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친절한 놈들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아까 마하 그놈처럼 인사 자체를 받아주지 않든가, 아니면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단칼에 자르는 놈들은 기본.
우리가 나가기 무섭게 앨범을 버리면서 낄낄대는 놈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했을 정도다.
아무리 논란이 일었다지만 트웰브는 잘나가는 아이돌인데, 이렇게까지 애쓰는 걸 보면 정말 간절한가 보군.
트웰브의 대기실에서 나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여기다.
[블랙보이즈]블랙보이즈, 짐승돌 컨셉의 그룹.
노출에 제한이 덜한 연말 무대마다 레전드로 갱신되는 파격 의상을 입는 걸로 유명하다.
똑똑!
조심스레 노크를 했으나 내부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혹시 나가신 게 아닐까.”
류인의 말에 한수현이 작게 혀를 찼다.
“조금 열어봐요. 안 계시면 다음 대기실 가죠.”
대기실을 돌며 인사 셔틀을 하는 건 꽤 귀찮은 일이었으므로 한수현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1분이라도 일찍 돌고, 남은 시간은 대기실에 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한 번 더 노크를 한 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끼이-
쾅-!
열자마자 스스로 닫아버렸지만.
잠시 문이 열렸던 찰나의 시간 동안 내부를 봐버린 멤버들도 어지간히 놀란 얼굴이었다.
물론 가장 놀란 건 내 안의 오타쿠 자아다. 이봐, 이해성. 진정해라.
“…….”
“저, 저희 아무래도 크나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당황한 얼굴의 차윤재가 눈을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떴다.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사, 사과의 말씀을……!”
“…….”
그러니까 지금 이 대기실 안은, 살색의 향연이었다.
왜 죄다 상의를 벗어젖히고 근육 펌핑을 하고 있는 거지.
아니, 그 전에 다 안에 있으면서 왜 노크 소리에 반응이 없었던 거고?
이 그룹도 내가 보기엔 제정신이 아니다.
똑똑!
나는 다시금 문을 두드린 뒤, 목소리를 냈다.
“선배님들 안 계신 줄 알고 실례했습니다. 혹시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와.”
웬만큼 집중한 것이 아니고서야 들리지 않을 만한 저음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문을 열었더니 그새 상의를 챙겨입은 블랙보이즈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라이트온입니다!”
“…….”
“여기, 저희 이번 앨범입니다.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
어떻게 이렇게 한 놈도 입을 안 열 수가 있지?
신유하가 여러 명 있는 것 같았다.
신유하라기엔 지나치게 건장하고 우락부락했지만.
그 와중에 최승하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선배님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와아. 제가 본 근육 중에 제일 멋지고 아름다우세요.”
지금껏 아무 대답도 없던 놈들이 근육 칭찬 한 번에 입가가 미세하게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가 보군.
최승하의 눈치는 가끔 놀라울 정도다.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최승하의 말을 이어받았다.
“저도 놀랐습니다. 선배님들은 화면으로 봤을 때도 멋있으셨지만 실물에 비할 바가 아니었군요.”
내 말에도 큰 대답은 없지만, 미세하게 분위기가 유해졌다.
정적 속에 우리는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을 나왔다.
다음 대기실로 향하려는데 짐을 잔뜩 든 음향팀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피곤에 잔뜩 절어 있는 얼굴이었다.
“……아. 라이트온, 맞죠? 대기실 들어가서 마이크 달고 음향 체크할게요.”
우린 고개를 끄덕인 후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두 곳을 돌지 못했다. 시간이 비면 다시 나가려고 했으나, 음…….
바깥 상황이 분주한 게 아마도 녹화가 시작되는 듯했다.
“인사는 끝나고 하자.”
내 말에 최승하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녹화가 일찍 시작하네요.”
우리의 등장은 마지막,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한다.
대기실에 있는 모니터로 녹화 준비 중인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의 MC, 하진.
30대 중후반의 나이로 현재는 배우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전성기 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기 아이돌 그룹 MAX의 멤버였다.
하진이 마이크를 들고 긴장감 있는 보이스로 오프닝 멘트를 치고는 곧장 내려갔다.
아마 출연진들이 한 팀씩 입장할 때, 진행자 없이 어색한 기류를 보여주려는 의도겠지.
세트장의 구조는 가운데 무대가 위치해 있고, 무대의 양쪽 사이드엔 각 팀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각 그룹의 자리 위엔 각 팀의 로고가 그려진 화려한 느낌의 깃발이 꽂혀 있다.
이제 첫 팀의 등장 순서가 되었는지 무대에 웅장한 BGM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때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음, 올 게 왔군.’
피곤한 얼굴의 스태프가 우리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라이트온도 스탠바이하겠습니다.”
어디 악어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
* * *
“출연진들 얼굴 위주로 클로즈업.”
“네, PD님.”
당혹스러워하는 리액션 컷이 재밌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편집에 써먹기 좋게 말이야.’
남희연은 미소 띤 얼굴로 손에 쥔 볼펜을 휘릭,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