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72)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72화(472/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72화
오늘은 잡지 측에서도 공식 계정 등에 업로드하기 위해 따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할 때부터 계속 카메라가 붙어 있었거든.
– 그럼 오늘 TF팀에서도 한 분이 오시겠군요.
– 아마 그럴 겁니다. 포토 스케치나 스케치 영상을 촬영하는 건 잡지 측이지만, 저희 쪽에서도 컨펌을 해야 하니까요.
매니저와의 대화를 떠올린 나는 눈썹을 까딱였다.
말 그대로, 두 공식 계정이 밀접하게 관련된 컨텐츠인 만큼 라이트온 측의 담당자도 컨펌을 위해 자리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스케줄에 주로 걸음하는 건, TF팀 중에서도 정재진이나 이해성이었다.
‘정재진이 와줬으면 좋겠는데.’
평소라면 이해성과 마주치는 게 그저 좋을 테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티 낼 생각은 추호도 없음에도 그러했다.
나 역시도 내 몸뚱아리 상태에 확신이 없는 상태니까.
* * *
현장에 도착한 이해성은 세트장에 들어가기 전 멈칫했다.
그러고는 혼잣말을 되뇌었다.
“정신 차리자, 이해성.”
사실, 연말 무대 이후로 시작된 이상한 기분이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몇 번을 생각해도 그저 머릿속이 뿌옇게 하얘질 뿐.
그 어떠한 답도 도출해 내지 못했으니까.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 피곤해서.”
바른대로 말하자면, 성해온을 볼 때마다 그 기시감이 심해져서 조금 피해 다니기도 했다.
그래봤자 같은 회사인지라 뺀질나게 마주쳤지만 말이다.
“후.”
차디찬 공기를 짧게 들이마신 이해성은 파이팅 넘치게 주먹을 쥐었다.
“됐고, 이해성! 들어가자!”
“그러게요. 바깥바람이 차가운데.”
“어휴, 제 말이…… 으하악!”
이해성은 미친 듯이 펄떡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음소거로 소리쳤다.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온 거예요!”
싱긋…….
“가 아니라,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온 거야!”
놀라서 튀어나온 존댓말을 뒤늦게 반말로 변환시키자, 성해온이 흡족하게 웃었다.
“잠깐 조명에 문제가 생겨서 딜레이가 됐거든요. 그래서 잠깐 나와봤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그래? 그, 안에선 말 이렇게 못 하는 거 알지?”
“그럼요. 제가 공과 사는 누구보다 잘 구분한답니다.”
피식 웃은 이해성은 스튜디오 안쪽으로 앞장섰다.
“그래요. 해온 씨, 날도 추운데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러시죠.”
“아, 지금 그럼 다른 분들도 대기 중이신가요?”
“아니요. 수현이 쪽이 먼저 세팅돼서, 그 촬영부터 진행 중입니다.”
“그렇…… 와아아.”
────착! 착! 착! 착! 착!
공간을 가득 채우는 셔터 소리에, 이해성이 감탄사를 흘렸다.
* * *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이해성이 올 줄이야.
반쯤 예상하고 있었으니 충격은 아니다만, 운수가 더럽게 없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진짜…… 이런 말이 조금 당연한가 싶지만 너무 멋지시네요. 다들.”
이해성이 눈을 반짝이며 보고 있는 시야를 흘끗 바라본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내가 봐도 예전의 어리숙했던 모습들과는 거리가 멀긴 하다.
원래 성격이 진지하지 못한 녀석들조차도 이런 데서는 빈틈이 없었으니까.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해온 씨! 촬영 준비됐으니까 이쪽으로 와주세요!”
멀찍이서 스태프의 외침이 들려온 것이다.
“아.”
나는 고개를 작게 까딱였다.
“저는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저도 스케치 영상 촬영하시는 스태프분이랑 돌아다니면서 멋지게 찍어볼게요!”
“그거 말인데, 가능하다면 저부터 촬영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해온 씨 먼저요? 안 될 거 없죠! 말해볼게요!”
이해성이 깊게 질문하지 않고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다행인 일이었다.
사실은 몸뚱아리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계속 느껴지거든.
고로, 오늘 주어진 내 몫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쳐내야 했다.
“포토그래퍼님이 해온 씨 부르신다. 얼른 가보세요.”
이해성이 내 등을 밀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사람 좋게 생긴 포토그래퍼가 손을 내밀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웃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제가 드릴 말씀인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인물들이 너무 좋으셔서 걱정이 없긴 하죠. 일단 여기에 이런 식으로 등을 대고 비스듬히 앉아보시겠어요?”
포토그래퍼가 사다리를 가리켰다.
“제가 저기 올라가서 찍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시선을 제 쪽으로 올려주시면 되고…….”
“컨셉 시안 미리 확인했으니,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
포토그래퍼가 감동받은 얼굴을 한 것도 그때였다.
“보통 화보 촬영은 현장에서 해결되니까 대충 오는 사람 천진데…….”
그도 그렇겠지.
현장에서 지시를 따르면 대충 볼 만한 컷이 나오니, 숙지하는 이들이 드물 것이다.
이렇게까지 칭찬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아는 포토그래퍼 동생이 라이트온이랑 한번 일해봤는데, 그렇게 그렇게 좋다 하더라고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네요. 알겠어.”
껄껄 웃은 포토그래퍼가 이내 조명의 세기와 방향, 내 옷매무새와 세부적인 포즈 등을 하나하나 컨펌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칭찬이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꼼꼼하게 말이다.
“오케이, 좋다. 들어가 볼게요.”
테스트컷을 몇 장 찍어내던 포토그래퍼가 드디어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사다리에 올라탔다.
“아~ 좋습니다! 시선 이쪽으로 조금만, 오케이. 조명팀, 조명 채도 조금 더 없애주세요~”
───착! 착! 착! 착!
셔터소리가 빠르게 울려 퍼졌고, 내 개인 컷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멀찍이 선 이해성도 전문 스태프와 함께 스케치 영상 촬영을 잘 마친 모양인지, 엄지를 한번 올리고는 웃으며 다른 멤버의 촬영을 위해 떠났다.
그리고 곧바로 등을 돌린 나는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그러는 ‘척’을 한 거지만.
발길을 돌려 건물의 바깥.
그중에서도 인적이 없는 외진 구석으로 향한 나는 그대로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하.”
짧은 숨이 터져 나갔다.
이쯤이면 적응될 만도 하건만,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 통증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이 빌어먹을 통증은 지겹게도 알려준다.
부정하려 해도, 회피하려 해도.
내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원래의 나는 이쯤 죽어 있어야 했고, 지금 운명을 거스르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운명은 순리대로 내 목숨을 앗아갈 거라고.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통증 역시…….
그러한 운명을 거스르고 있는 일종의 벌이라고.
“버틸 수 있어.”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중얼거렸다.
통증이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사그라들 때까지, 계속해서.
* * *
“아이고, 헤어 좀 손 보겠습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점검해 주기 위해 다가온 스태프의 손이 빨라졌다.
방금까지 바깥바람을 맞고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거, 죄송해지는군.
“죄송합니다. 잠깐 바깥바람을 쐬고 싶어져서…….”
내가 시선을 내리깔자, 스태프가 손을 휘저었다.
“이 정도야 뭐, 금방 만지죠! 걱정 마세요!”
“마음이 놓이는데요.”
가볍게 웃은 내가 스태프의 손에 얼굴을 맡기고 눈을 내리감은 순간이었다.
“해온아.”
류인이 다가온 것이다.
“개인 촬영 끝났나 보네.”
“응, 방금. 승하가 제일 마지막이니까…… 이제 단체만 남았네. 해온이는 벌써 옷도 갈아입었구나.”
“나야 일찍 찍었으니까.”
“아까 모니터 살짝 봤는데, 정말 잘 나왔더라. 해온아.”
류인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갔고, 나는 여전히 좋지 못한 상태를 숨기며 웃었다.
촬영은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수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멤버들에게도, 이해성에게도.
그래, 오늘은 이거면 된 거다.
* * *
하지만 성해온은 알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약간 봐서는 안 될 걸 봐버린 것 같은데…….”
간단한 잡무를 돕겠다는 핑계로 스태프용 창고에 들어온 이해성이 머리칼을 헤집었다.
사실은 성해온의 얼굴을 마주하면 표정 관리가 안 될 것 같아 도망친 것이다.
“미치겠네.”
때는 성해온의 촬영이 끝났을 무렵이었다.
스케치 영상을 찍던 스태프가 제안한 것이다.
– 가벼운 인터뷰를 담아내는 건 어떨까요? 성해온 씨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기에, 한번 물어보겠다고 말한 이해성은 성해온을 찾아나섰다.
분명 대기실 쪽으로 향한 것 같았으니까.
– 으음? 없네?
하지만 대기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 이상하다. 스마트폰도 두고 어딜…….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띤 이해성은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드넓은 세트장에서 찾을 수 있을 확률이 희박했음에도…… 그냥,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움직였다.
“꼭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이해성은 정말 성해온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엔 그 사실에 신나 아는 척을 하려 했지만…….
“우, 우는 것 같았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본 탓에 우는 얼굴이나 소리를 보고 듣지는 못했지만…….
주저앉은 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건, 굴러가면서 봐도 우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헛다리를 짚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이해성이 끙 소리를 냈다.
“가서 위로를 해줬어야 했나?”
“…….”
“…….”
아냐, 아냐, 자존심이 있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어? 나 같아도 싫어.”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잊자! 잊어주는 게 당사자를 돕는 거야! 어? 잊자!”
이해성은 주문처럼 그 말을 반복했으나, 쉽게 잊힐 리가 만무했다.
* * *
지금 이 순간에도 오해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걸 알 리 없는 당사자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 나는 피곤해서 먼저 잘 테니까 신경 쓰지 말아라.
– 형님! 식사도 거르시고 주무시는 겁니까?
– 그래, 밥은 촬영장에서 배부르게 먹었으니까 걱정 말고.
지금 이런 상태에서 배고픔이나 피곤함 따위의 감정이 느껴질 리가 없었다.
그저 원색적인 통증이 몸을 지배하고 있으니까.
어두컴컴한 이불 속에서 몸을 동그랗게 만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시야가 조금씩 흐려졌고…….
기절하기 직전의 익숙한 감각이 몰려왔다.
* * *
조심스레 방문을 연 차윤재는 침대로 다가갔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잠든 성해온이 깨어 있다면 뭐라도 건넬 요량이었는데…….
침대 위 형체는 아직까지 요동조차 없이 잠든 상태였다.
“얼마나 피곤하셨으면.”
두꺼운 이불로 완전히 둘러싸여진 형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차윤재는 손을 뻗었다.
가로막힌 얼굴이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형님, 편하게 주무…….”
별다른 생각 없이 이불을 끌어내려 주던 차윤재의 손이 얼어붙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성해온의 뺨과 맞닿은 손등.
그래, 평소였다면 아무렇지도 않을 평범한 접촉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사아아-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는 것을 넘어서,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성해온의 피부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꼭, 살아 있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