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7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77화(47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77화
솔직히 불자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조금 안심을 하긴 했다.
그렇다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런 현실적인 스릴러가 나올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돌겠군.”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세 글자가 진심을 나타내 줬다.
나는 가장 먼저 핏자국이 만연한 옷들을 벗어 욕실에 처박았다.
그와 동시에 샤워기를 켜 온도 조절이 되지도 않은 찬물을 몸뚱아리에 냅다 들이부었다.
“…….”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때문에 돋는 소름인지, 다가올 내 미래를 예감한 데서 비롯된 본능적인 소름인지 알 수 없군.
다행히 피는 물에 쉽게 씻겨 내려갔고, 물기를 제대로 닦지도 못한 나는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시간을 살폈다.
지금까지 이 과정이 약 1분 20초 만에 이루어졌다니,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군.
삑, 삑, 삑.
문제는 지금 도어락에서 저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는 점이겠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던 내 꼴을 수습한 게 어디냐 싶겠지만, 아무리 봐도 지금 이 공간은 사건 현장이었다.
작은 범위라면 닦을 수 있겠지만, 이 현장을 시간 내에 닦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기까지 계산을 마치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
“……먼저 칠까?”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의현의 대가리를 후려쳐 약간의 기절을 시킨 뒤, 방 안에 눕히는 거지.
그리고 문을 잠근 다음 정리를 마치고 깨우는 계획이…….
“될 리가 있겠냐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나는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저 자식은 대가리에서 피가 나도 눈알을 돌려 내 꼴을 살필 위인이다.
나의 비밀을 꽤 많이 아는 놈이니 상황을 털어놓는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이건 기각이다.
영혼의 계약을 한 나는 포포와 관련된 이야기를 발설할 수 없거든.
머릿속에 할 말을 정리하고 입을 열어도 말문이 강제적으로 막혀 버린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진실을 말할 수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상황에 걸맞은 핑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고로.
내게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눈알을 굴려 몸에 핏자국이 남아 있지 않음을 재차 확인한 나는 심호흡했다.
“후.”
내 작전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자면, 안쪽에 있는 내가 먼저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일종의 선빵 작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들리는 기척으로 판단할 때, 바깥에 있는 인원은 의현 하나.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면 의현의 코가 깨질 수도 있다는 위험이 존재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팔자가 더 급했다.
정말 깨지면 죽 한 그릇은 사다 주겠다 결심한 내가 문을 벌컥 연 순간이었다.
────화악!
“신기해라.”
의현이 눈을 사르르 접어 웃은 것이다.
“문이 열리기 직전에 해온이가 나타났네.”
역시 이 자식을 조금이라도 걱정한 내가 모자란 놈이었다.
놀라고 다치기는커녕, 얼굴이 해사하기 짝이 없군.
“아직 날이 추운데…….”
의현이 아직까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내 머리칼을 매만졌다.
“머리도 말리지 않고 나오다니.”
“네가 그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의현의 손을 치워낸 나는 말을 이었다.
“왜 찾아온 건지나 말해.”
“이거 서운한데.”
눈을 내리깐 의현이 아련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혹시라도 목격담이 라이트온 멤버분들에게 들어가기라도 할까, 연휴 내내 집 안에만 있었는걸…….”
“…….”
“그런데 해온이는 내게 거짓말까지 하고…….”
“…….”
이 상황에 불쌍한 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로군.
도어락을 해제하기 직전이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뻔뻔함이었다.
나 역시 지은 죄가 있으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 써먹고도 속인 건, 미안하다.”
“아하하, 해온이는 너무 착한 것 같아.”
대체 어떤 필터를 끼고 나를 보고 있는 건지 예상조차 할 수 없군.
내가 황당해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사실은 조금도 화나지 않았어. 걱정이라면 모를까.”
의현이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코트를 벗었다.
그러고는 얇은 옷 한 장만을 걸친 내 어깨 위에 걸쳐줬다.
“역시, 숨기고 싶은 비밀이 이 집 안에 있는 모양이구나.”
“……!”
깜빡이도 켜지 않고 들어온, 진실과 맞닿은 추리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감정을 최대한 숨긴 내가 할 말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원하지 않는다면 들어갈 생각 없어, 해온아.”
의현이 나와 시선을 마주한 것이다.
“음…… 실은 걱정을 정말 많이 했거든. 지금도 문제가 생겼을 것 같아서 찾아온 거야. 그리고…….”
“그리고?”
“지금은 괜찮아.”
의현이 옅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숨 쉬고 있는 해온이를 봤잖아. 이걸로…… 만족해야겠지. 지금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 의현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마치, 내가 무엇을 경계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여기서 기다릴 테니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해온아.”
“……!”
“숙소로 데려다줄게.”
* * *
차 안엔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물론, 나만이 느끼고 있는 거겠지만.
이 새끼는 그냥 내내 처웃고 있거든.
“아하하.”
“왜 웃는 거냐.”
“이렇게 해온이랑 둘이 있으니까 좋아서?”
의현이 부드러운 웃음을 흘렸고, 안광이 없는 눈깔로 시선을 돌린 내 목 끝에는 차마 나오지 못한 여러 의문이 매달렸다.
상대가 상대다 보니, 몰래 매입한 집을 알아낸 건 딱히 놀랍지도 않다.
문제는…… 이 자식 그 자체다.
몇 번을 생각해 봐도 그 말을 하는 의현은 평소와 달랐다.
– 이렇게 숨 쉬고 있는 해온이를 봤잖아. 이걸로…… 만족해야겠지. 지금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 같았으니까.
이를테면, 내 상태.
아니, 아니.
그것보다는…….
내 목숨이 위태로웠을 거라는 것을 짐작한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아무리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 해도……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해온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을 깬 건 의현의 목소리였다.
“앞으로는 내게 비밀을 만들지 않아줬으면 해.”
“……!”
“나는 너를 돕기로 했으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욕일까?”
시선을 들어 올린 나는 평소처럼 웃고 있는 의현을 바라봤다.
비밀을 만들지 말라는 말을 할 때.
그러니까.
곱게 휘어 접힌 눈매에 가려지기 전의 눈이…….
“해온이의 열렬한 시선이라니…… 정말 행복하다.”
“……이럴 때는 부담스럽다고 해야지. 제정신은 도대체 어디에 팔아먹은 거냐.”
“하하.”
분위기가 금세 장난스럽게 뒤바뀌었지만, 찰나에 마주했던 그 시선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유추되지 않을 만큼 복잡했으니까.
“잠깐 손이나 내밀어봐.”
“내가 아직 해온이에게 반지 사이즈를 알려주진 않은 것 같은데…….”
“입만 열면 헛소리로군.”
쿡쿡 웃은 의현이 손을 내밀었고, 나는 한참 전에 한수현이 건네줬던 비타민 캔디를 외투 주머니에서 꺼냈다.
사실대로 불자면, 나중에 먹으려고 넣어두고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던 건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다니.
내가 이걸 이 녀석에게 준 걸 알면 한수현이 자다가도 일어나서 뒷목을 잡을 테지만, 지금은 이게 우선이었다.
“해온이가 준 사탕이라니, 아까워서 못 먹을 것 같은데.”
“유난 떨지 말고 먹어라.”
적당히 자연스러운 말을 내뱉은 나는 의현과 손이 닿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특성을 발동시켰다.
[감정의 전이(轉移)가 이루어집니다.]그리고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내게로 흘러들어 오는 감정들이…….
“오늘따라 해온이가 이상하네.”
“…….”
“나를 이렇게 오래 쳐다봐 주고.”
“…….”
“급하게 나오느라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조금 이상한가.”
전혀 세팅되지 않은 생머리를 매만진 의현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고,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감정을 흘려 받은 나조차도 말문이 막힐 정도의 감정을 품고 있으면서…… 잘도 숨기는군.
그래.
이 자식은 두려움에 절여져 있다.
……정확히는, 내가 죽음이라는 수단으로 자신을 떠날 거라는 집착 섞인 두려움에.
* * *
나는 숙소 문을 열자마자 멈칫했다.
한수현이 어떤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다가왔기 때문에.
“해온 형, 여행은 즐거우셨는지요.”
나도 숙소에 이르게 도착한 건데, 대체 얼마나 서둘러서 온 거냐.
“말씀하셨던 모니터링과 멀어지기는 성공하신 모양입니다. 계속해서 전원이 꺼져 있는 것을 보고 해온 형의 의지력에 감탄했습니다. 요즘의 현대인들에게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요. 모니터링엔 장점도 존재한다지만, 어두운 면도 존재하다 보니 저 역시 때때로 걱정이 되곤 했거든요. 정말 다행인 일이지만 한편으론 연휴 기간 동안 해온 형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봐도 래퍼를 시켰어야 했던 것 같은데.
숨도 안 쉬고 말을 잇는데도 발음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지 않은가.
내가 감탄하고 있을 무렵, 한수현이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역시, 가족이란 이런 건가 봅니다. 잠시 떨어져 있는 거였는데도 이렇게 그립다니…….”
“그래, 그래. 가족이란 그런 거지.”
“네.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던 며칠이었습니다.”
“현관문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갈까.”
“혹시 식사는 하셨을까요.”
“……그래.”
“그 인간…… 아니, 의현 선배님과 드시고 오신 모양이로군요.”
“오는 길에 간단하게 먹었지.”
정말 먹고 왔으니 거짓말이 아니다.
– 해온아, 전보다 말랐어.
– ……!
– 이대로 들어가면 멤버들이 걱정할 텐데.
내가 숨기는 것들을 죄다 꿰뚫는 듯한 말에 거절하기도 힘들었거든.
“그런데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급하게 먹었더니 살짝 체한 것 같아.”
사실대로 불자면, 입에 뭐가 들어갔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 녀석이 어디까지 눈치채고 있는 건지는 둘째 치고…….
그렇게 커다란 두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군다는 게 정말 호러거든.
감정을 전이받을 수 있는 특성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갔을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심각한 낯짝을 걸치고 있을 때였다.
“마침 숙소에 약이 있습니다. 가져다 드릴게요.”
“아니, 내가 찾아 먹을…… 벌써 사라졌군.”
눈 깜짝할 새에 약과 물을 가져온 한수현은 내가 약을 삼켜내자마자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해온 형.”
“그래.”
“사실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고개를 기울인 나는 의문을 띠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에, 한수현답지 않게 뜸을 들이는…….
그러나, 내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한수현이 내 품에 덥석 안겨들었기 때문에.
“수고하셨어요.”
“……!”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해온 형,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앞으로도 함께하는 라이트온.
이건 내가 가장 바라는 미래임과 동시에…….
적어도 나는 확답을 줄 수 없는 말이었다.
“제 가족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내 품에 더 강하게 안겨든 한수현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언제나 곁에 있을게요.”
“……허.”
이 녀석이 왜 대뜸 안겨들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랬던 거다.
웃으면서 밝게 말하고 싶으니까.
봐라.
지금도 평소보다 밝은 목소리지만……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지 않은가.
……떠나기 전, 내가 이상했던 걸 눈치챈 게 틀림 없었다.
“오늘따라 애교가 많은데.”
일부러 장난스럽게 운을 뗀 나는 한수현의 동그란 뒷통수를 내려다봤다.
안 그래도 심란했는데, 이건 뭐…….
심란함이 두 배로군.
한수현의 등을 느릿하게 토닥이기 시작한 나는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달싹였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는 거짓을 내뱉었다.
“불안해할 필요 없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 곁에 있을 테니까.”
* * *
그리고 며칠 뒤.
MH 사옥엔 변화가 하나 생겼다.
공사가 끝났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한 걸음에 달려온 나는 입매를 끌어 올렸다.
“음.”
이거 상당히 뿌듯한데.
틈이 날 때마다 명훈이를 갈구고 갈궈 기어코 얻어낸, 라이트온을 위한 시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