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8화(4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8화
무대로 발을 내딛자 예상대로 스튜디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역시나 눈 뜨고는 못 봐줄 리액션이군.’
그나마 클락션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주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반응해 주고 있었다.
다른 그룹들은 예의상 앉아서 손뼉을 치고 있지만 떨떠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우리가 출연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입장이 우리인 건 몰랐을 거다.
‘아마 자기네들 입장 순서만 들었을 테니까.’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서로 귓속말을 해대는.
누가 봐도 억지스러운 리액션.
아주 제작진들의 입맛에 딱 맞는 반응들을 해주고 있다.
빌어먹을 놈들.
다들 저딴 표정 지으면 우리한테 어떤 화살이 날아올 줄 알고 있으면서도 저러는 거다.
이제 이 부분이 자극적이게 편집되어 송출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벌써부터 뒷목이 저리는군.
다섯 그룹에게 인사를 한 뒤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나는 자리 위에 꽂힌 고급진 깃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흠.”
라이트온은 딱히 그룹의 로고가 없는데 알아서 만들어준 모양이다.
마지막 타자인 우리가 등장을 마치자, 진행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로써 여섯 그룹이 모두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진행자의 멘트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방금 우리의 등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과연 Top의 자리를 거머쥘 그룹은 누구일까요? 별들의 전쟁! To The Top,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그룹별로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3~4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표정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양옆과 뒤쪽에 앉아 있는 멤버들을 힐끗 돌아봤다.
나름 애쓰고 있는 것 같았으나 긴장감에 빳빳이 굳어 있었다.
나는 그런 멤버들을 향해 눈을 접어 웃었다.
‘편집에 이상하게 쓰이기 싫으면 얼른 표정 풀어라’라는 뜻이었다.
과도하게 방긋 방긋 웃는 건 말했듯 악편에 쓰이기 딱 좋다.
하지만 종일 무표정을 짓는 것도 좋게 보이진 않기 때문에, 그 적절한 선을 지켜야 한다.
타앗-!
허공에서 나와 시선이 얽힌 멤버들이 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지워내고 입꼬리를 자연스레 올렸다.
“의 시즌 1은 바로 이 무대에서 각 그룹의 매력을 뽐냈는데요!”
아마 이 멘트가 나가고 이전 시즌 속 자기 PR 무대가 다채롭게 편집되어 나갈 거다.
“이번 시즌은 더 화려하고! 더 웅장한! 여러분의 눈과 귀를 모두 충족시킬 무대를 위하여!”
열심히 밑밥을 깔기 시작하는군.
“다음 무대에서 빛나는 여섯 그룹을 볼 수 있게끔 구성하였습니다.”
MC는 한 번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아까 전, 저희는 각 그룹의 리더에게 다음 라운드에 공연할 곡을 적어 내라고 전달했는데요! 그룹 멤버들과 상의를 해서 경연곡을 결정하셨을 겁니다!”
“……!!”
갑작스러운 진행자의 멘트에 멤버들의 얼굴이 아연실색해졌다.
참고로 지금은 녹화 중인 데다가 마이크까지 차고 있으니 뭐라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
멤버들이 하나같이 입을 달싹거리며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는 눈빛들을 보내왔다.
스스슥!
나는 빠르게 그 애처로운 시선들을 피했다.
양심이 조금…… 아픈가?
이건 오늘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있었던 일이다.
– 리더분! 잠깐 여기로 오시겠어요?
– 자, 이 종이에 첫 라운드에서 진행할 라이트온의 곡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작가가 내게 하얀 종이 쪼가리를 내밀었다.
– 아, 여기에요?
– 네. 한 10분 정도 드릴 테니 멤버분들과 상의하고 오세요!
나는 싱긋 눈을 접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 저흰 이미 정해서요. 제가 바로 적어 내겠습니다.
당연히 미리 정했을 리 없다.
– 그래요? 잘됐네요. 그럼 인터뷰도 따야 해서, 바로 따라와 주세요!
따로 리더들의 인터뷰도 따겠다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지.
굉장히 어리숙해 보이는 작가였다.
분명 윗선의 상황 따윈 알 리 없어 보이는?
뭐, 내겐 잘된 일이었다.
– 라이트온은 음? 의외의 곡을 적어 내셨네요?
– 네. 는 저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곡이니까요. 저희를 팬분들과 만나게 해주고, 저희가 라이트온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뜻깊은 데뷔곡이에요. 비록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 곡으로 첫 문을 열고 싶었어요.
인터뷰를 하러 가서 잔뜩 아련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해댔었다.
이걸로 욕을 조금은 덜 먹길 바라며 말이다.
내 옆에 앉은 최승하가 마이크에 녹음되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그마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아 대충 입 모양으로 해석해 보자면.
“이번 신곡 적어 낸 거 맞죠? 저흰 지금 저 말 처음 듣는데, 맞죠? 너무 당연한 거라 저희랑 상의 안 하신 거죠?”
혹시나 내가 정신이 나가서 를 적어내진 않았을까 몹시도 불안한 얼굴이었다.
싱긋…….
나는 그저 웃어 보였다.
최승하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경악이 물들었다.
사실 나로서도 긴가민가했지만, 내 감이 외치고 있었다.
정재진에게 첫 녹화에서 자기 PR용 무대를 하지 않는다고 전달받았을 때부터 묘하게 쎄했다.
내 감과 이해성의 오타쿠 사이렌이 경고음을 잔뜩 울리고 있었달까.
그런데 오늘 종이를 건네받고 이야기를 듣자마자 80%쯤, 확신했다.
아. 이 빌어먹을 새끼들, 이런 속셈이었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곡 선정에 대해 내 의견을 피력해 멤버들을 설득시킬 시간도 없었다.
제작진 측에서 10분이라는 촉박한 시간을 줬으니까.
말로는 멤버들과 곡에 대한 상의를 하라지만 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음, 충분히 사전에 안내할 수 있었을 텐데…….
‘아예 머리를 굴리지 말라는 거네?’
그때 또다시 확신했다.
그러고는 미련 없이 적어 냈다 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멤버들을 보니 마음이 좀 무겁긴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희박한 확률로 정말 종이에 쓴 대로 곡을 해야 한다면, 강찬혁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편곡해 달라고 빌어보지 뭐.
내가 시작한 도박으로 다른 놈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내 쪽에서 사절이니까.
나는 태연자약한 낯으로 진행자를 바라봤다.
“종이에 써진 곡으로, 각 그룹은 멋진 무대를 만들 텐데요~”
“각 팀이 무슨 곡을 적어 내셨는지, 궁금하신가요?”
우리야 쓸 만한 곡이 이번 앨범 하나뿐이라지만, 다른 그룹은 인지도 있는 팀답게 대표곡으로 꼽을 만한 노래가 여럿이었다.
“공개 전에! 이 조금은 어색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해~”
진행자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유려하게 상황을 이끌어 나갔다.
“의 코너 속 코너, <친해지길 바래>를 진행하겠습니다!”
<친해지길 바래>는 시즌 1부터 있었던 코너로 각 그룹이 친해지고 싶은 그룹을 꼽는다.
예를 들어, A그룹이 B그룹과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B그룹은 이때 YES / NO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선택 전에 C그룹이 ‘이의 있습니다!’ 하며 B그룹에게 러브 콜을 날릴 수도 있다.
이게 편집으로 잘만 만지면 꽤 재밌는 코너가 되기 때문에, 이걸 이번 시즌에서도 써먹을 요량인 듯하다.
아, 참고로 순서는 어떻게 정하냐면 데뷔 연차순이다.
가장 말이 안 나올 방법이지.
“자아~ 그럼 이번에도 순서는 역시! 선배님 그룹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멘트에 클락션이 당당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스피디는 데뷔 연차 6년으로 이 중에선 가장 고참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라이트온을 선택하겠습니다!”
“오~? 의외의 선택입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
나는 순간 내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클락션이 이쪽을 보고 윙크를 날렸기 때문이다.
“잘생겼잖아요.”
클락션의 당당한 답변에 진행자가 폭소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저희 이의 있습니다.”
트웰브의 리더였다.
“오? 오오? 오오오오?”
진행자가 오버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상치 못한 인기! 라이트온! 인기가 넘칩니다!”
나는 웃는 낯 안으로 욕을 짓씹었다.
누굴 골라도 다른 한 팬덤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될 건 확실하니까.
진행자는 이 상황이 퍽 흥미진진한 듯 말을 늘렸다.
“라이트온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트웰브는 라이트온의 무슨 매력에 푸욱, 빠진 걸까요?”
진행자의 질문에 트웰브의 리더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유가 있나요? 마음이 끌리는 거죠.”
어깨를 한번 들썩이며 말하는 모습이 언뜻 보면 자연스러웠으나, 자세히 보면…….
‘흐음.’
“자아! 이제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무대에는 스피디와 트웰브의 리더가 서 있고, 뒤에서 라이트온의 리더인 내가 한 팀을 골라 백허그하듯 껴안는 식이었다.
멤버들을 돌아보며 눈빛을 보내자, 멤버들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마음대로 뽑으라는 뜻이었다.
하긴 이건 경연에 무슨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프로그램을 훈훈하게 만들려는 코너일 뿐.
‘물론 시즌 1에서 그랬단 소리다.’
나는 입꼬리를 미세하게 끌어 올렸다.
앞에선 진행자가 시키는 대로 두 팀의 리더가 눈을 감은 채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라이트온의 선택은?”
내가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리액션용 사운드가 커졌다.
내 선택은 말이지.
꼬옥-
너네다.
내가 트웰브의 리더, 도진을 껴안자 사방에서 큰 호응이 터져 나왔다.
“오! 오오! 라이트온의 선택은 트웰브였습니다! 클락션은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갑니다!”
역시 예능 짬바가 있는 건지 클락션은 한껏 불쌍한 척을 하며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 자리로 아주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 클락션의 모션에 출연진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저는 애초에 잘생긴 사람, 필요 없어요. 우리 마하가 있는걸요.”
마지막에 마하를 끌어안으며 이런 멘트까지.
……정말 예능꾼이다.
역시 괜찮은 인간 같단 말이지.
센스 있게 상황을 마무리해 준 탓에, 스피디의 팬덤이 우릴 안 좋게 보는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자리로 돌아가서 앉자, 제작진이 저 아래서 오더를 내렸다.
[매칭된 두 그룹 각자 머리 위로 큰 하트 만들어주세요!]“…….”
우리보다 먼저 제작진의 사인을 캐치한 트웰브가 단체로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사랑이나 우정이 가득한 따사로운 BGM과 함께 하트하고 있는 두 팀을 차례로 편집하려는 의도인가 보다.
하트 촬영을 마치자, 최승하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마도 수고했다는 의미겠지.
내가 트웰브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트웰브는 그 사건이 있었대도 팬덤이 매우 크다.
그런 그룹을 선택하지 않았다가는 욕을 포크레인으로 처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이번 에서 팬들의 화력이 거센 팀이 두 곳 있는데, 그게 TwelvE와 RUSH다.
특히 트웰브 팬덤은 마약 사태로 인해 몹시 예민한 상태이니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두 번째, 이건 내 사심이 조금 들어갔는데, 트웰브가 이유 없이 좀 재수 없다.
분명 무슨 속셈이 있는 얼굴이란 말이지.
나는 입꼬리를 느슨하게 끌어올렸다.
‘……예를 들어 이 <친해지길 바래>에 무슨 꼼수가 있다거나?’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