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8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85화(48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85화
차윤재의 동공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면…….
그러니까…….
이 방 안에 있는 두 사람이…….
“죄, 죄, 죄송합니다!”
───콰앙!
그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한 차윤재가 짤막한 사과와 함께 다급히 호텔방의 문을 닫은 때였다.
안쪽에서 한 번 더 우당탕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내 문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차윤재는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다시 한번 사과하며, 랩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의도적으로 본 건 아니었습니다! 전 그저 안에서 어떤 소리가 나기에 거, 걱, 걱정이 된 나머지!”
그리고 그 시각.
정신 나간 오해를 받은 당사자의 안광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 * *
대충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예상이 가서 더 어처구니가 없다.
“저는 그런 것에 편견이 없습니다! 자랑까진 아니지만 입이 무거운 편이니 어디에서 말을 흘릴 일도 없을 겁…….”
“이봐, 네가 생각하는 거 아니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던 말을 자른 나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도대체 무슨 망상을 하는 거냐.”
“맞아! 맞아! 무슨 망상을 하는 거야?”
최승하까지 거들자, 차윤재의 얼굴이 불타올랐다.
그런다고 멈출 최승하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우리 윤재는 평소에 대체 뭘 봤길래 바로 그런 상상을 하는 거야?”
“그런 거 안 봅니다!”
“난 뭐라고 정확히 말을 안 했는데? ‘그런 거’라면 어떤 거지? 이거 아주 궁금해지는데?”
“……! 아, 아주 건수를 잡으셨습니다!”
“들켰나?”
최승하가 능청스럽게 웃음을 흘린 순간, 차윤재가 뒷목을 부여잡았다.
이쯤 되니 차윤재가 안타까울 지경이로군.
사실대로 불자면, 오해할 만한 장면이긴 했다.
–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요, 형.
– 싫은데.
– 내가 방금 권유한 것 같아 보여요?
대강 이런 상황에서 다툼을 하다가 침대 옆에 놓여진 조명이 떨어지며 큰 소리가 난 거거든.
그리고 내 손목을 붙잡고 이끌려는 최승하와 버티려던 내가 침대에서 얽힌 상태였으니…… 확실히 전후 사정을 모른다면,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는 구도였을 거다.
“이 녀석이 사람한테 달라붙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냐.”
내가 상황 수습을 위해 말문을 열자, 최승하가 눈치껏 차윤재에게 다가가 매달렸다.
“하긴…… 그렇긴 합니다.”
차윤재가 납득한 얼굴을 했고, 나는 그 틈을 타 그럴듯한 답을 내놨다.
“아무튼, 침대에서 나가라는 말을 도통 듣지 않길래 헛발질을 하다가 조명이 쓰러지면서 소리가 난 거니 걱정할 필요 없다.”
“……싸우신 게 아니었군요!”
차윤재가 안심한 얼굴을 했고, 눈을 굴린 나는 차윤재의 손에 들린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사실 아까부터 궁금했거든.
“정말 다행입니다. 으으, 부끄럽습니다. 갑작스럽게 문을 열어 놀라셨을 텐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
나는 차윤재가 쭈뼛거리며 말하고 있는 틈을 노려 녀석의 손에서 종이를 빼냈다.
종이가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감을 느낀 차윤재의 동공이 확장됐으나, 그보다는 내 입이 열리는 게 더 빨랐다.
“내 화해를 위한 작전?”
기겁한 차윤재가 종이를 낚아채려 애썼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2:1이거든.
나와 차윤재보다 키가 큰 녀석이 하나 있지 않은가.
“에헴!”
목을 가다듬은 최승하가 내가 허공으로 번쩍 든 종이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함께하는 자리 마련! 오호라, 좋은 방법이네. 일단 화해를 위해선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법이지.”
“……! 그, 그만 읽으십시오!”
“두 번째, 진심이 담긴 대화! 으음, 이것도 맞지. 대화는 누가 뭐래도 진심이 담긴 대화가 제일, 악!”
경쾌할 정도로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진 것도 그때였다.
음…….
이거 아프겠는데.
별 힘도 없는 내 손과 달리, 차윤재 손은 꽤 맵거든.
“종이 빼앗은 건 해온 형인데 왜 나만 때려!”
“해온 형님은 아프지 않으십니까!”
“와아, 그렇게 논리적으로 나오니까 할 말이 없는데?”
쿨하게 인정하는 최승하에, 차윤재가 아득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사이, 종이에 빼곡하게 적힌 글자를 읽은 나는 픽 웃었다.
“윤재 덕분에 화해할 방법도 알고, 최곤데.”
“……!”
그제야 자신이 최승하와 실랑이하는 사이에 내가 모두 다 읽었다는 걸 깨달은 차윤재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그, 그걸 다 보시면 어떡합니까!”
“나 보여주려고 가져온 거 아니야?”
“그으…… 렇긴 합니다만! 이런 방식으로 보여 드리려는 건 아니었는데…….”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법이지.”
“은근슬쩍 말 돌리지 마십시오!”
요즘 눈치가 빨라졌단 말이야.
나는 차윤재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고맙다.”
“제, 제가 말도 없이 방을 바꿔 버려서…… 화가 나진 않으셨나요?”
우물쭈물 말한 차윤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안 그래도 사과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화가 나긴 왜 나냐. 그깟 방 바꾸는 게 뭐 대수라고.”
솔직히 불자면, 심장이 떨릴 정도였지만 그걸 나불거릴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지금 타이밍에서 차윤재가 와준 건 매우 고맙거든.
차윤재가 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병원에 끌려갔을 거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녀석이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저녁은 먹었고?”
“아직 먹지 않았습니다!”
“잘됐네. 승하랑 바깥에서 먹고 와라. 웬만하면 안에서 시켜 먹자고 하고 싶은데…… 음식 냄새가 싫어서.”
이건 차윤재를 본 순간부터 준비했던 말이다.
나에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기 때문에.
“날 신경 쓴다고 어제부터 승하도 제대로 못 먹었거든. 네가 좀 챙겨서 먹고 와라.”
최승하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내 살길이 가장 중요했다.
“마침, 윤재 너도 식사 시간을 놓친 것 같으니까.”
“윤재야, 나는 괜찮…….”
거절하려는 최승하의 등을 민 나는 웃었다.
최승하도 눈치가 있는 녀석인지라, 이 상황에서 거절을 하면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질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걸 알고 있으니 일을 벌인 것이고.
“나는 자고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다녀와.”
“안 그래도 승하 형님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셔서 왜일까 했는데, 끼니를 거르셨군요!”
차윤재가 단호하게 말하며 최승하를 붙잡았다.
“간호도 좋지만 스스로부터 챙기셔야지요! 해온 형님이 먹을 만한 것도 사서 들려 보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 * *
시간이 조금이나마 주어졌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차분하게 생각을 이었다.
차윤재가 문을 열기 전, 최승하는 이미 나를 병원으로 데려갈 결심을 한 상태였다.
– 형은 정상이 아니에요.
– ……!
– 애초에 동의를 얻을 필요도 없는 일인데, 내가 너무 귀찮게 굴었네. 그렇죠?
이제 최승하가 돌아온다면, 나는 그대로 병원행일 거다.
“안 될 일이지.”
병원에 가봤자, 그들은 내 이상을 절대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깊어지는 의문은 내 활동에 영향을 끼칠 테고.
“하지만 이 일을 막을 방법 또한 없어.”
에서 멤버들에게 이상을 보인 순간, 이미 게임은 반쯤 끝난 거다.
그것도 내 패배라는 결과로.
“……후우.”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뚱아리의 상태 역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울렁거리는 시야를 느낀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 꼴을 최승하가 보면 난리가 났을 거다.
“내보내길 잘했지.”
하지만 이건 한시적인 대안밖에 되지 못했다.
이 타지에서 숙소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선택지였다.
생방송에서 그런 꼴을 보여놓고, 미쳤다고 어그로를 하나 더 추가하겠는가.
최승하도 그걸 알기에 억지를 부려 차윤재를 떼어놓지 않고 장단에 어울려 준 것일 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호텔룸 안에서 욕실문을 잠그는 것뿐이었다.
철컥.
열로 인해 대가리도 꽉 막혀 버린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려 해도,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욕실문에 등을 기댄 채로 스르륵 미끄러진 나는 타일 바닥에 주저앉았다.
……와, 이거 진짜 죽을 맛인데.
포포의 부재를 가볍게 생각했던 과거의 내 멱살을 틀어쥐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거기 있는 거죠. 형.”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눈을 지긋이 내리감았다.
물론, 이렇게 버틴대도 문은 최승하에 의해 열릴 거다.
결과는 같을 거란 뜻이다.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포포가 그 시간 안에 찾아와 줄지.
그리고 나는 이때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이 녀석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자극했다는 것을.
“……열어줘요.”
최승하의 목소리가 티날 정도로 떨렸지만, 정신을 붙잡기도 힘든 상태인 내 귀에 들릴 리 없었다.
나는 고작 호흡만을 간신히 고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어느 순간…… 최승하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천천히 털어놓던 최승하의 목소리가 불현듯이 떠올랐다.
–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가 옆에 없었어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거든요. 그래서 나가봤는데…… 하하.
– ……!
– 만일, 내가 문을 조금이라도 늦게 열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직까지 무섭긴 해요.
최승하는 이런 말을 털어놓고도, 괜찮다는 듯이 웃었다.
어머니가 살았으니 전부 해피엔딩이 아니겠냐고 말하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커다란 트라우마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최승하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내 상태에 더 집착적으로 반응해 왔고…….
지금 내가 한 행동은 최승하의 이 기억을 끌어내기 딱 좋은 행동이었다.
이 모든 걸 뒤늦게 알아챈 나는 어지럼증에 잔뜩 뭉개지는 시야를 신경 쓰지도 않고 문을 덜컥 열었다.
────타악!
그러자, 문앞에서 굳은 채로 떨고 있던 최승하의 동공이 커졌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모르겠군.
최승하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제정신이 아니었음에도 죄책감이 몰려왔다.
조금이라도 더 선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신이었다면…… 결코 이 녀석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거다.
“미안.”
최승하에게 다가간 나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지금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꼴을 보여주는 게 더 불을 지피는 게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최승하에겐 이게 나을 거다.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금이 말이다.
“일부러 숨은 건…… 아니었는데.”
“…….”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최승하가 꺼낸 첫마디는 가관이었다.
“……더 안 좋아졌잖아요.”
이렇게 떨고 있는 주제에, 내 걱정을 하는 건가.
그 순간이었다.
[────!]해석할 수도 없을 만큼 흐릿하지만, 내가 가장 기다리고 있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긴장이 풀린 건지, 한계에 도달한 건지.
억지로 붙잡아놨던 정신이 깊은 곳에 빠져드는 것처럼, 걷잡을 수도 없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정신을 끌어모아 눈을 굴린 나는 최승하와 시선을 마주했다.
“난 괜찮아.”
“…….”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 기다려 왔던 포포지만, 몸뚱아리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걸…… 이렇게 누군가에게 대놓고 보여준 적이 없거든.
그러나, 그런 것들을 깊이 생각할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만…… 잘게.”
짤막한 말을 남긴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의식을 잃은 성해온을 받아든 최승하가 얼어붙었다.
생각의 회로가 모두 막혀 버리는 기분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몸이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마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말이, 안 되잖아.”
헛웃음을 흘린 최승하가 자신의 품에서 곤히 잠든 성해온을 내려다봤다.
무언가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