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8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86화(48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86화
우리는 본래 일정에 맞춰 귀국했다.
그리고 나는 입국 수속을 밟으며, 누군가를 가만히 바라봤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오늘 좀 잘생겼나?”
솔직히 말하자면, 정신을 잃는 순간까지도 최승하가 어떤 낌새를 눈치채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내 몸뚱아리도 병원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고.’
하지만 눈을 뜬 내게 펼쳐진 건,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 아, 일어났어요? 열은 거의 떨어졌는데 컨디션은 어때요?
– ……여기는.
–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길래, 일단 형 일어나면 결정하려고 눕혔어요.
최승하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웃었다.
잠깐이었지만, 내게 보여줬던 서늘함은 온데간데없는 얼굴이었다.
– 아무래도 병원까지는 안 가도 될 것 같죠?
– ……!
– 형이 아파서 얼마나 마음 졸였다고요! 으으, 긴장 풀리니까 배고프다! 우리 룸서비스 시켜 먹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아무런 문제 없이 대하고 있다.
정신을 잃은 내 몸이 어떤 상태로 회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눈을 뜬 건 9시간이 지난 후였거든.’
희망편으로 생각해 보자면, 그 긴 시간은 쓰레기 같았던 몸 상태가 ‘납득’되게끔 좋아지기 충분한 시간이다.
‘몸뚱아리의 상태가 천천히 호전되었다면 말이지.’
당연히 포포에게도 물어봤으나, 들려온 건 내게 힘을 나눠주느라 다른 걸 신경 쓰지 못했다는 답변이었다.
‘내 상태가 엉망이라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내가 이렇게 고민해 봤자 답은 도출되지 않는다.
그저 최승하가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했길 바라야지.
찝찝해 해봤자 해결되는 게 있을 리 없지 않겠는가.
“캐리어 나 줘요! 들어줄게!”
“다 같이 싣고 갈 건데 무슨.”
“그래도~”
나는 내 캐리어를 들고 헤헤 웃는 최승하를 빤히 바라봤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아무런 질문도 없이 곧바로 화를 풀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뭐, 그냥 내 상태가 좋아졌으니 자연스레 풀린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이내 한숨을 삼켰다.
지금 이것만을 신경 쓰고 있기에는…….
내 업보가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
* * *
“형님! 형님!”
내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온 차윤재가 다급하게 속삭였다.
“어, 어떻게 진전은 조금 있으십니까?”
“전혀.”
“……!”
“아직 너랑 최승하를 제외하면, 제대로 말도 못 나눴다.”
말 그대로였다.
미국에서도, 14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에서도,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냉전이 계속되고 있거든.
“하긴…… 비행기 내에서 대화가 없으신 걸 보고 조금은 짐작했습니다.”
시무룩한 얼굴로 말한 차윤재가 고개를 훽 든 것도 그때였다.
“그런데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숙소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차윤재의 호소를 잠자코 듣고 있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으니, 지체할 필요는 없겠지.
“윤재 작전대로 가볼까.”
“……!”
“멤버들을 불러 모아줘.”
* * *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각.
숙소에 들르지 않고 프로듀싱룸으로 가버린 신유하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거실에 모인 것이다.
– 해결은 내 몫이니, 너희는 도울 필요 없다.
– 그럼…….
– 그래,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돼.
최승하와 차윤재에게 이렇게 말하긴 했다만, 정말 분위기 한번 대단하군.
어색해서 식은땀이 날 것 같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차윤재가 제시했던 솔루션은 참 올바르고 정상적이었다.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심을 말하고 서운했던 점과 고쳐줬으면 좋겠는 점들을 말하는…… 그런 정석적인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말이다.
나처럼 켕기는 게 많은 놈은 그런 자리가 답이 없다.
서운했던 부분과 고쳐줬으면 좋겠는 개선점이 한 트럭 나올 텐데, 그걸 어떻게 다 반영한단 말인가.
나 역시도 내 몸뚱아리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판국이니, 그런 류의 대화는 답이 없었다.
그러니, 나는 조금 다른 쪽으로 가야지.
“쉬는데 불러내서 당황했을 텐데, 모여줘서 고맙다.”
내가 천천히 말문을 연 때였다.
응원하는 것처럼 주먹을 꼭 쥔 차윤재가 복화술을 하듯 음소거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솔한 대화, 할 수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형님!’
나만 믿어라.
그리고 지금까지도 차윤재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면, 진솔한 대화의 바운더리는 상당히 넓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주르륵!
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 순간, 차윤재의 입이 미친 듯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작전에 이런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 저럴 만도 하지.
그나저나…… 요 근래 휘몰아쳤던 사건사고들을 떠올리니 눈물이 잘도 흐르는군.
“변명할 생각은 없어.”
나는 상황에 알맞게끔,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이건 이름하여 선즙필승 작전이다.
효과는 그 어떤 작전보다 최고라고 자신하겠다.
“……컨디션이, 나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말하려면 말할 수도 있었겠지.”
“……!”
“하지만 내 욕심이 더 컸다. 무대에 서고 싶었어.”
여기서 참고할 게 있다면, 내가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 내가 감정을 못 이긴 것처럼 불규칙한 숨까지 섞어가며 드문드문 말을 잇고 있으니, 멤버들이 어쩔 줄 몰라 하기 시작했다.
계획대로군.
내 업보가 가볍지는 않기에, 이제 여기서 갱생하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덧붙이면 된다.
“부담감이나 그런 것 때문에 무대에 선 건 아니야. 좋은 기회인 건 맞지만…… 나도 내 몸이 더 소중한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그때였다.
누군가가 말을 자른 것이다.
“해온 형.”
내게로 성큼 다가온 한수현이 자세를 낮추더니,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저도 비슷한 강박이 존재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요.”
실제로 한수현은 무대를 위해 쓰러질 정도로 몸을 혹사시킨 전적이 있는 녀석이다.
그러니, 아마 지금 내가 내뱉은 말들이 더 남다르게 다가온 모양이고.
“……저는 조금씩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내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노력하는 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
“그리고 저 역시 이번에 해온 형이 쓰러지셨을 때…… 정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대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한수현의 곧은 시선이 내게 닿았다.
“라이트온으로서 서는 무대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해온 형입니다.”
내 손을 붙잡은 한수현이 간절하게 들릴 정도의 진심을 담아 말을 이었다.
“저는, 아니, 저희는…… 해온 형이 조금 더 스스로를 아껴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포의 부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테지만…… 일단 당장의 큰 산을 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멤버들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으로선 이 거짓말이 내 최선이었다.
* * *
숙소의 분위기는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내 마음은 완전히 가볍지 못했다.
“허.”
텅 비어 있는 옆 침대를 바라본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며칠째인지도 모르겠는데.”
한국으로 돌아온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나는 룸메이트인 신유하의 털끝 하나도 보지 못하고 있다.
“나를 피하는 게 확실한데…… 문제는, 그 이유가 뭐냐는 거지.”
신유하는 미국에 가기 전부터 이상했다.
나를 미묘하게 피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본격적으로 피해 다니지는 않았다.
“분명히 무언가 계기가 된 거야.”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에서 쓰러질 뻔했던 걸 보고 충격을 받아 피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틀렸어.”
자신이 없을 때 대화를 나눴다는 이야기를 차윤재에게 전해 들은 모양인지, 신유하가 아주 구구절절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거든.
내용을 압축하자면, 자신도 역시 나를 이해하니 죄책감 가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신유하 성격에, 그 일 자체가 문제가 된 거였다면…… 이런 문자를 보냈을 리가 없어.”
나는 팔짱을 낀 채로 눈썹을 까딱였다.
이렇게 가늠이 안 가기도 쉽지 않은데…… 의문이로군.
* * *
“유하 형님 말입니다.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말려봤는데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저 재밌다고 하시니 뭐라 말을 얹기도 힘들고요!”
이런 대화가 나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신유하가 나를 피하겠다고 숙소에도 두문분출하고 있거든.
멤버들이 모두 잠들었을 새벽에 들어와 간단히 씻고, 다시 새벽에 나가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면 이해가 가겠는가.
“프로듀싱 룸…… 크기도 크고 소파도 있으니까 자는 데엔 문제가 없겠지만…… 으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네.”
류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연락하면 밥은 제대로 먹고 있다고는 하는데…… 역시 뭐라도 만들어서 보내야겠어.”
“아, 그런 거라면 내가 가져다줄게. 겸사겸사 회사에 갈 일이 있어서.”
“아, TF팀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백기에 돌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곧바로 컴백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니까.
이후, 미국에서의 화제성이 제대로 터지고 있거든.
– 컨디션 난조인 상태로 다른 사람들의 휴식 권유를 사양하고 무대에 오른 것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도 엄청난 건 그들이 보여준 무대야!
아무리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서사가 들이밀어졌대도…… 가수의 근본이나 다름없는 무대가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면, 관심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온의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렇기에, 화제성까지 더해진 현재.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몰려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 * *
류인이 챙겨준 도시락을 들고 사옥에 들어선 나는 동선을 정리했다.
신유하와의 대화는 길어질 것 같으니…….
“우선 TF팀 먼저 들러야겠군.”
혼잣말한 내가 발걸음을 옮긴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걸어오던 인영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찾아가기도 전에 제 발로 와준 건가.
“……!”
저쪽에서도 나를 알아본 모양인지, 신유하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신유하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한 발자국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인간! 인간!]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의문을 띤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포포가 이런 식으로 나를 갑작스럽게 부르는 일은 드문데.
내가 포포에게 이유를 물은 순간…….
그에 대한 답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종류로 돌아왔다.
[……저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냐! 이상하다!] [그것도 아주 아주 이상해!]나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신유하와 시선을 마주했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직감이 전신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