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8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88화(48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88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최승하가 건넨 제안을 받아들였다.
거절하는 게 더 수상해 보일뿐더러…… 내 입장에서도 신유하와의 만남이 필요했거든.
지금 신유하는 내 연락을 모조리 피하고 있으니까.
–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 나야.
– ……!
– 그러니,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땐 자리를 비켜줬으면 한다.
게다가 최승하도 내 부탁에 흔쾌히 동의하며 한발 물러나 줬으니,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형이랑 이렇게 둘이 나오는 게 얼마 만인지!”
“누가 보면 몇 개월은 된 줄 알겠다.”
“으하하, 그런가?”
나는 곁눈질로 밝게 웃는 최승하를 바라봤다.
최승하는 눈치가 빠르다.
신유하와 내 사이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채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건지 모를 일이군.
“유하가 글쎄, 제 연락도 잘 안 받는 거 있죠?”
“그러냐.”
“말도 마세요. 제가 얼마나 연락을 했냐면!”
이렇게 별다른 내색 없이 조잘대는 걸 보면 내가 과민하게 생각하는 거겠지.
……미국에서부터 계속 최승하를 신경 써온 것에 대한 부작용일지도.
내가 의식적으로 상념을 지워낸 순간이었다.
최승하가 고민스러운 얼굴을 한 것이다.
“제 임무는 둘이 만나게 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유하가 저한테 배신감을 느낀다면…… 으음.”
뒤늦게 나를 데려온 걸 후회하는 건가.
“역시 무릎을 꿇는 게 좋을까요?”
……이렇게 내 예상을 빗겨나는 것도 재능인데.
“그래! 무릎을 꿇어야겠다! 우리 유하는 순해서 화도 잘 못 낸다고요!”
실없는 소리를 내뱉은 최승하가 빠른 걸음으로 나보다 먼저 프로듀싱 룸 근처에 당도했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더니,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유! 하! 야!”
덥석 다가와 제 어깨를 붙잡은 최승하에, 신유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까, 깜짝, 놀랐어.”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에~”
최승하에게 무어라 말을 걸려던 신유하가 멈칫한 것도 그때였다.
프로듀싱 룸 바깥에 있는 나를 뒤늦게 발견했거든.
그리고 나는 그런 신유하에게 다가갔다.
“유하야, 오랜만이네.”
“……형.”
이렇게 당황한 얼굴을 보니,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양심에 찔린다만…….
해야만 하는 게 있었다.
신유하가 신성 특성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 말이다.
내가 시선을 보내자, 최승하가 약속대로 자리를 피했다.
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신유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오셨다면서요? 연락받고, 알았어요. 답장을…… 하려 했는데, 잊어버려서.”
나와 눈까지 제대로 마주쳤던 신유하가 거짓말을 내뱉기 시작했으니까.
굳이 꼬투리를 잡지 않은 내가 천천히 팔을 들어 신유하에게 가져다 댄 순간이었다.
──타악!
신유하가 본능적으로 내 손을 쳐낸 것이다.
“죄, 죄송…… 죄송해요. 일, 일부러 친 건…… 아니었는데.”
“사과할 필요 없어. 세게 친 것도 아닌 데다가, 아프지도 않았고.”
괜찮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신유하의 몸이 눈에 띄게 떨렸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틀리길 바랐던 내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 * *
모든 불이 꺼진 사옥.
유일하게 반짝이는 공간은 프로듀싱 룸이었다.
신유하는 낮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 나, 나가주세요.
– ……!
–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런데…… 부탁드려요. 마음대로 찾지 말아주세요…….
성해온은 당황하며 제게 사과했다.
“미안해할 이유도, 없으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나머지 못되게 굴어버렸다.
적어도 성해온에게는 그래선 안 되는 거였는데.
“분명 이상하게 생각, 하셨을 거야.”
바깥에 있던 최승하조차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기색이었으니까.
“……아.”
입안에서 성해온의 이름을 작게 굴리던 신유하의 코에서 붉은 피가 흐른 것도 그때였다.
후두둑.
하얀 맨투맨에 피가 한방울, 두방울, 계속해서 떨어졌고, 급히 고개를 숙인 신유하는 티슈를 코에 가져다 댔다.
지금 자신은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머리는 멍했으며, 컨디션은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최악이었다.
“그런데…… 해온 형은 나보다 심했잖아.”
신유하는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무대 위에서의 성해온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얼마나 아프셨던 걸까. 해온 형은…….”
신유하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이상함을 느낀 건, 최근의 일이었다.
성해온을 졸졸 따라다니며 프로듀싱 룸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던 신유하는, 우연히 멤버들을 피해 코피를 수습하는 성해온을 목격했다.
이전에 있었던 일들로 성해온의 코 점막이 약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그걸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날 밤.
심란한 마음에 프로듀싱 룸에서 밤을 새운 신유하가 숙소에 들어갔을 때…….
–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온 성해온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사실, 성해온과 닿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자신이 느끼기엔 그랬다.
평소였다면 기분 좋게 그 손길을 받아들였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익숙하게 코피를 처치하던 성해온의 모습이 갑작스레 겹쳐 보이더니…… 우스운 소리지만, 자신이 성해온의 생기를 빼앗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며 잠에 든 신유하는 그날 이상한 악몽을 꿨다.
사고의 충격으로 기억이 모조리 사라졌던 교통사고 현장.
……충돌 직전, 성해온이 멤버들에게 자신의 생기를 모두 나눠주는 꿈이었다.
꿈은 거기서 흐릿하게 끊겨 버렸으나, 그 충격만큼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신유하는 무의식적으로 성해온을 피하면서도, 자신이 느낀 것들을 모두 부정했다.
자신이 잘못된 거라고.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억측이라고.
자신의 회피로 당황할 성해온은 무슨 잘못이냐고.
그렇게 생각하며…… 신유하는 조금씩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무대에 오르기 직전.
성해온의 제안으로 멤버들은 파이팅을 나누기 위해 손을 겹쳤고, 신유하 역시 우물쭈물대며 손을 올렸다.
매번 해오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악몽이 떠올라서일까?
이상한 기분이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신유하는 자신이 미친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의 생기를 빼앗아, 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그런 신유하의 생각을 비웃듯…….
성해온은 무대 위에서 쓰러졌다.
“…….”
홀로 괴로워하던 신유하는 미국의 호텔에서 멤버들에게 떠보듯이 물어보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전부 비슷했다.
– 예? 해온 형님…… 뭔가 체온이 낮으셔서 닿으면 기분이 좋긴 합니다!
–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만…… 갑자기 이 질문은 왜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유하 형.
“역시 내가…… 이상한 걸까.”
그 이상한 기분을 자신만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숱한 의문들은 신유하에게서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겁게 짓누를 뿐.
신유하는 한숨을 삼키며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이 느껴졌다.
이 와중에도 단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성해온에게 더 이상의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나는, 해온 형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
“…….”
“항상, 받기만 했으니까.”
팬사인회에서 폭언을 들었던 때.
더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자신의 말에, 성해온은 이렇게 말해줬다.
– 아무리 같은 팀이래도, 네 실력이 부족했다면 막았을 거다.
– ……!
– 더 성장한다면 물론 좋은 일이겠지만, 지금의 너도 부족하지 않아.
성해온은 언제나 자신을 응원해 준다.
“그에 비해, 나는……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어.”
적어도 지금은 성해온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성해온이 가까이 다가오면, 자꾸만 그 기억들이 떠올랐으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해.”
집착적으로 프로듀싱 룸에만 있는 이유도 이거였다.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으니까.
천천히 눈을 떠올린 신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 * *
어둑한 새벽.
길가로 나온 나는 택시 하나를 잡았다.
“MH 사옥으로 가주세요.”
–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런데…… 부탁드려요. 마음대로 찾지 말아주세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미안하다만, 어쩔 수 없었다.
계속 불길한 예감이 들거든.
차체는 목적지로 향하기 시작했고,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유하에게 찾아갔을 때, 나는 신유하와 짧게 닿으면서도…… 일부러 신성 특성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와 접촉한 순간, 신유하의 반응은 도드라졌다.
그건 내게 어느 정도의 답을 알려줬다.
첫 번째, 신유하의 기감이 예민해졌다 해도 신성 특성의 ‘실체’를 보진 못한다는 것.
두 번째, 직감적으로 ‘접촉’이 특성의 발동 조건이 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신유하의 기감이 내 특성을 정확히 직시할 수 있는 정도였다면, 정말이지 답도 없는 상황이었을 테니까.
얼마 안 가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서둘러 지하층으로 향했다.
──탁, 탁, 타악!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신유하의 기감이 내 예상보다는 무디다는 걸 깨닫고 난 뒤, 원래는 신유하의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었지만…….
텅 빈 신유하의 침대를 보는 순간, 그 모든 생각이 지워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겉옷을 하나 챙겨 나온 상태였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작게 되뇌인 나는 계속해서 걸음을 재촉했고, 이내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불길한 예감은 나를 비켜가지 않는다는 것을.
* * *
한편, 블랙재규어의 작업실.
야행성 인간인 블랙재규어의 주 활동 시간은 바로 이 새벽이었다.
블랙재규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곡을 이리저리 만졌다.
“야야, 블랙재규어, 너 뭐야? 너 뭔데 이렇게 천재인 거냐고.”
어떻게 만져도 아름다워지는 곡에, 블랙재규어는 골치 아프다는 얼굴을 했다.
“하여튼, 인간미 없기는!”
신명나게 작업을 이어가던 블랙재규어의 스마트폰이 울린 것도 그때였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해! 오호라, 성해온? 참나, 웬일이래?”
성해온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일은 없다시피 했기에, 블랙재규어가 헛기침했다.
“드디어 나의 위대함을 깨달은 건가?”
술이라도 마시자고 하면, 작업이 잘되는 날이라 곤란하다고 멋지게 거절해야지.
아니지, 아니지.
마시면서 내 멋짐을 보여줘야 하나?
설레발을 치며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댄 블랙재규어의 입이 벌어지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 뭐라고?”
자리에서 일어난 블랙재규어가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