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492)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492화(492/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492화
우리가 향한 곳은 강원도였다.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데다가, 한적하니 휴식을 취하기 적절하지 않겠는가.
마지막까지 제주도와 고민했지만, 비행기를 타는 순간 관심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포기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데에 있으니까.
“와아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멤버들의 입에서 감탄 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게, 경치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주변을 커다란 산이 감싸고 있고, 바로 앞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여름이었으면 바로 들어갔을 텐데!”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던 최승하가 아쉽다는 얼굴을 했다.
“근데 오늘은 좀 덜 춥지 않아요? 이따가 혼자 잠깐 들어가 볼까 봐요.”
“이 날씨에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저길 들어가.”
나는 최승하의 외투를 여미면서 지퍼를 끝까지 끌어 올렸다.
“괜히 걱정시키지 말고 들어가지 마.”
“와아…….”
“왜 그런 얼굴이냐.”
물음에 답하는 대신, 다시금 내게 달라붙은 최승하가 내 허리춤을 세게 끌어안았다.
“형은 정말~ 우리를 사랑하는구나~ 싶어서!”
“아부해 봤자 떨어지는 건 없을 텐데.”
나는 시선을 흘끗 내렸다.
내 옷자락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최승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뭐, 안 봐도 실없게 웃고 있겠지만.
최승하의 머리칼을 두어 번 쓸어내린 나는 주변 구경에 여념이 없는 멤버들을 이끌었다.
“구경은 천천히 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 * *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넓네요.”
나는 한수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내부가 더 탁 트여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독채 펜션을 빌린 건데, 만족스럽군.
이것저것 조건에 부합하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외진 곳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오게 되어 조금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방이 엄청 많습니다!”
신난 얼굴로 순식간에 1층과 2층을 누빈 차윤재가 달려왔다.
“방이 몇 개냐.”
“네 개입니다! 두 분은 방을 혼자 쓰면 되겠습니다!”
차윤재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한수현이 입을 연 것도 그때였다.
“제 생각엔, 가장 연장자이신 류인 형과 해온 형이…….”
“아, 나는 괜찮아.”
한수현의 말을 끊은 류인이 부드럽게 웃었다.
“방이 넓어서 둘이 써도 전혀 안 불편할 것 같은 데다가…… 오히려 재밌을 것 같은데?”
이봐, 왜 이렇게 양심적인 거냐.
이렇게 되면 내가 ‘그래, 고맙다’ 하며 낼름 독방을 받아들이기 뭐하잖아.
고민도 없이 덥석 받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포기해야겠군.
내가 착잡한 낯짝으로 생각을 바꿔먹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나나 그렇다는 거지. 해온이는 여러모로 일도 많았고, 편히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상체를 살짝 돌린 류인이 물은 것이다.
“그렇지, 해온아?”
감동이 넘실거리는 눈깔을 걸친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손사래를 치며 다른 멤버에게 양보한다면 꽤나 아름다운 그림이 연출될 수도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내 팔자가 가장 답이 없었다.
“그럼 남은 방 하나는 막내가 쓸까?”
류인의 말과 동시에, 한수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
“이런 가족여행에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거실에서 다 같이 잠들고 싶지만…… 이 공간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이 정도로 만족하겠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말에, 류인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되물었다.
“그럼, 수현이는 같이 쓰고 싶다는 거지?”
“네.”
“그러면 방 하나는 누가 쓸까. 유하나 승하? 윤재?”
“앗, 저!”
대뜸 손을 든 신유하가 의견을 드러냈다.
“저도 괜찮아요! 윤재나 승하가 쓰면, 될 것 같아요.”
“어어! 저도 괜찮습니다! 유하 형님이나 승하 형님이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는, 괜찮아!”
“저도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훈훈한 거절 릴레이가 이어졌다.
구도가 이렇게 되니, 덥석 받은 내가 민망해지는군.
뭐, 이런 데서 찔릴 양심은 진작에 사라졌지만 말이다.
내가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차윤재가 제안했다.
“그럼 승하 형님이 혼자 쓰시겠습니까?”
평소에도 혼자 있지를 못하고 나를 비롯한 멤버들의 방을 돌아다니며 치근덕대는 녀석이다.
돈을 내서라도 멤버들과 같은 방을 쓸 녀석에게 독방 제안이라니.
그냥 류인에게 독방을 쓰라고 권해야겠…….
“좋아!”
예상하지 못한 답에 내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나랑 해온 형이 독방 쓰는 건가? 와아, 새롭네!”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
다른 사람이었다면 ‘오늘따라 혼자 있고 싶은가 보지’ 하고 넘기겠지만, 상대는 최승하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최승하.
내가 의문을 띠고 있을 무렵, 차윤재가 내 등을 밀었다.
“여기 서 있지 말고 짐부터 푸시는 게 좋겠습니다!”
떨떠름하게 발을 뗀 내가 배정된 방으로 향하자, 내 짐을 안쪽에 넣어준 차윤재가 당부했다.
“형님! 제가 부를 때까지 나오지 말고 쉬십시오!”
“부를 때까지?”
내 목소리에 스민 의문을 눈치챘는지, 차윤재가 급히 덧붙였다.
“그으으, 저희가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로 했지 않습니까?”
“그랬지. 여기에는 식재료도 없고, 우리는 쉬러 온 거니까.”
“바로 그겁니다! 제가 메뉴를 고민하고 있을 테니 쉬고 계십시오!”
────타악!
순식간에 문이 닫혔고,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쉬라고 했으니, 얌전히 말이나 들어볼까.”
내부를 둘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커다란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침대에 누우니 자연스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조금만 눈을 붙여볼…….
쿠당탕탕!
우당탕!
이건 뭐,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런 소음이 끊기지 않을 수가 있는 거지.
– 형님! 부를 때까지 나오지 말고 쉬십시오!
강렬한 의문을 띤 나는 차윤재의 당부를 저편으로 치우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페널티를 받는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문을 연 순간.
맞은편 방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인영들과 눈이 마주쳤다.
“어…… 음.”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을 들킨 게 민망하다는 것처럼 말을 늘린 류인이 뺨을 긁적였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서.”
“나도 의문이다.”
“그나저나, 너희는 왜 그러고 있는 거냐.”
“윤재가 나오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가서…….”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제가 왜 류인 형과 유하 형 방에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눈빛이시군요.”
내 속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챈 한수현이 말을 이었다.
“저와 윤재 형이 쓸 방은 1층이지만, 윤재 형이 사람 많은 곳에서 놀고 있으라며 이쪽으로 보내셨습니다.”
역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군.
흠 소리를 낸 나는 계단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내가 내려가 볼 테니까 들어가 있어라.”
* * *
하지만 말이다.
나는 맹세코 이런 상황일 줄은 몰랐다.
주방과 가까워진 순간부터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설마설마했는데…….
“……! 왜 나오셨습니까!”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헐레벌떡 다가온 차윤재가 두 팔을 벌려 내 시야를 가린 순간이었다.
멀찍이서 최승하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윤재야, 무슨 일 있어?”
“아, 아무 일도 없습니다! 승하 형님은 나오지 마십시오!”
눈을 도록 굴린 나는 대강의 상황을 파악했다.
주방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대강 알겠군.
그러니까, 몇몇 멤버가 짐을 풀기도 전에 요리를 해보겠다며 주방으로 내려온 것이다.
문제는 그 몇몇 멤버가…….
최승하와 차윤재라는 거겠지.
“어서 들어가서 쉬고 계십시오!”
“굉음이 크던데.”
“찬장에서 팬을 꺼내다가 소리가 난 모양입니다! 깨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기엔…… 눈이 순수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군.
아무리 나라도 여기에 대고 초를 치는 소리는 하지 못한다.
“오늘은 저희가 대접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차윤재가 수줍게 말을 이었다.
“항상 숙소에서도 저희는 요리에 대부분 손을 대지 않으니까요!”
이건 우리 숙소에서 불문율에 가까운 거였다.
최승하와 차윤재가 요리에 참여하는 순간 맛을 보장할 수 없게 되거든…….
“너희는 그 대신 설거지 많이 하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입니다!”
이렇게까지 선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군.
“혹시라도 소리를 듣고 나오실까 봐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귀가 너무 밝으십니다!”
……진심인가?
저 무해한 얼굴을 보니 진심인 것 같긴 하다만.
“재료는 대체 어디서 난 거냐.”
“재료는 출발하기 전에 매니저님과 상의하여 트렁크에 실어뒀습니다!”
철저하기까지 하다고?
내가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을 무렵, 차윤재가 쭈뼛대며 물었다.
“혹시 저희가 뭘 만드는지 보셨습니까?”
“아니, 네가 막아서 못 봤는데.”
“다행입니다! 이왕이면 완성되었을 때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마음이 놓인다는 것처럼 밝게 웃은 차윤재가 나를 이끌었다.
아니지.
이건 이끈다기보다는 납치에 가까울 것이다.
대체 언제 이렇게 힘이 세진 거지?
질질질…….
하염없이 끌려간 내 몸뚱아리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형님!”
순식간에 방문이 닫혔고, 나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눈을 깜빡였다.
이거…….
괜찮은 게 맞나?
* * *
이 일은 차윤재가 먼저 계획한 것이었다.
– 승하 형님! 승하 형님! 제가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 뭔데 이렇게 신나게 뛰어와?
– 무엇이냐면요! 이번 여행에서…….
이름하여, 멤버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기!
“저희가 여태까지는 본 실력을 못보여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사실 본 실력이랄 게 있나 모르겠, 븝븝브븝.”
차윤재가 최승하의 입에 빵을 욱여넣었다.
“그런 말은 금지입니다! 저희는 할 수 있습니다!”
의지를 불태운 차윤재가 사용할 재료를 점검했다.
오늘의 메뉴는 간단했다.
떡볶이와 어묵, 튀김, 그리고 치킨!
사실, 원래는 김치볶음밥과 치킨이었으나 누군가의 주장으로 인해 메뉴가 변경됐다.
“떡볶이는 형님이 자신 있다고 하셨지요?”
“그럼, 그럼!”
“그렇다면 형님은 우선 이 어묵을 꼬치에 끼워주십시오!”
“나한테 맡겨!”
믿는다는 시선을 보낸 차윤재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는 치킨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근데 치킨 그거 어려운 거 아니야?”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해봤어?”
“안 해봤습니다!”
꽤나 당당하게 답한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TV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걸 본 적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음, 윤재 믿을 만하지.”
멤버들이 보면 뒷목을 부여잡을 상황이지만, 이들은 그저 여유로웠다.
확신에 찬 얼굴로 닭에 튀김옷을 입히던 차윤재가 얼어붙은 것도 그때였다.
“……다, 닭, 닭에 우유를 부어놨어야 하는 건데 잊었습니다!”
“닭에 우유? 그게 중요한 거야?”
“그렇지 않겠습니까?”
실제론 잡내 제거용일 뿐, 생략하려면 생략해도 되는 재료지만…….
이들이 그것을 알 리 없었다.
“지, 지금이라도 부으면 안 되겠지요?”
“우유는…… 소금이나 설탕처럼 맛이 센 것도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럴듯한 논리에 설득당해 버린 차윤재가 이미 튀김옷이 입혀진 닭에 우유를 들이붓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여행지.
재앙은 주방에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