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5화(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5화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뒤이어 누군가가 따라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룸메이트?’
방에 침대가 2개 있을 때부터 눈치는 챘지만, 막상 둘만 남으니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좋든 싫든 성해온과 가까운 사이라면 금방 이상한 걸 눈치챌 텐데.’
지금 내게 성해온의 기억 따위는 단 하나도 없다.
동고동락하는 멤버들의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외운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쓸데없는 것만 주고, 역시 빌어먹을 놈들이 아닐 수 없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예의 없는 언행에 기함합니다!]쯧.
“와아…… 형 저 진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잖아요. 분위기 풀고 싶어서 뭐라도 하려다가, 관뒀어요.”
최승하는 방 너머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 것을 걱정하는지 목소리를 낮춰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다.
‘성해온이랑 친한 놈인가?’
이 녀석이 떠드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 섞인 감정이 밀려들어 오는 걸 보면, 성해온은 이 녀석을 싫어했던 것 같은데.
나는 평소 성해온의 말투가 어땠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을 다무는 걸 택했다.
그럼에도 녀석은 내 대답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는 듯 눈썹을 축 늘어뜨린 채 혼잣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분위기 안 좋은 거 오랜만이고 조금 그렇네요.”
계속 조잘대는 걸 보니 이 녀석은 우리 사이가 나름 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저녁엔 제가 뭐 맛있는 거라도 사 올까 봐요.”
역시 기분 안 좋을 땐 맛있는 걸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헤실헤실 웃는 최승하를 바라보다가 나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그럼 같이 나갈까.”
“……?”
계속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다가 더 이상 무시하는 게 더 수상해 보일 것 같아 꺼낸 대답이었는데, 어째 반응이 이상했다.
옷을 갈아입으려는 듯 옷장을 뒤적거리던 녀석이 흠칫 몸을 떨었기 때문이다.
몸을 내 쪽으로 빙글 돌린 최승하가 일순 서늘한 얼굴로 나를 훑었다.
평소에 내가 남을 자세히 관찰하는 편이 아니었다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찰나였다.
금세 표정을 갈무리하고 햇살 같은 미소를 걸친 녀석이 볼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으음. 형도 많이 충격, 받았어요……?”
“아니.”
내 대답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최승하의 눈이 조금 커졌다.
“……!”
곧장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고, 그것을 깬 건 최승하였다.
“형이 저한테 어디 같이 가자고 한 것도 처음이고 그렇게 길게 말 걸어준 것도…… 처음이에요! 저 지금 진짜 감동받았어요.”
음, 얘네 데뷔한 지가 1년은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나도 정 없는 성격이었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이 새끼 평소 행실이 대체 어땠는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내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던 차윤재와의 관계에서만 트러블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인성의 소유자였다면 멤버들과는 모두 서먹할 게 뻔했다.
산 넘어 산이었다.
내가 이 몸에 들어와서 그런 미션을 받은 이상, 이렇게 계속 남보다 못한 관계로 지내는 건 무척 비효율적이다.
내키진 않지만, 먼저 숙여볼까.
나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문을 열었다.
“내가 좀 내성적이었지, 앞으론 잘 지내자.”
과거의 나도 남을 가까이하지 않는 부류였다.
타인과 협동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찌저찌 겉으로나마 가까워지곤 했는데…….
내 계산이 틀렸다는 듯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사아아-
“어…… 음, 형이 내성적……?”
……이런, 잘못 짚었나!
나는 녀석이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잽싸게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자고로 이럴 땐 상대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몰아쳐야 한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빛나는 지혜에 감탄합니다!]최승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내가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이 내 손을 쥔 채 입을 달싹였다.
잠깐 스치는 것도 내키지 않았는데, 이렇게 손을 오래 잡고 있자니 당장에라도 손을 내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이놈은 결벽증이라도 있는 건가.’
불쑥 고개를 내미는 감정을 억누른 채 얼굴에 웃음기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승하가 결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형. 어디 아파요?”
“…….”
뜬구름 잡는 소리에 뭐라 대답할 말이 없어서 영혼 없는 얼굴로 녀석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최승하가 입을 달싹였다.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예요?”
친하게 지내자는 소리를 두 번 했다가는 나를 산 채로 관짝에 넣어버릴 기세였다.
“혹시 뭐, 계약 해지라도 하기로 했어요? ……아니면 탈퇴?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솔직하게요.”
“…….”
실시간으로 안광이 사라져가는 게 느껴졌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 * *
“하핫, 형이랑 이렇게 나오니까 너무 좋네요!”
최승하가 해맑게 웃었다.
처음에는 이 녀석이 정신 나간 미친놈으로 보였으나 생각해 보니 조금 측은하기도 했다.
대체 성해온 인성이 얼마나 돼먹었으면,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듣고 그룹 해체까지 생각하겠냐고.
최승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리를 누볐다.
걸음은 얼마나 빠른지 쫓아가기도 버거운 수준이었다.
질질질-
……거의 끌려가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대형견에게 끌려가는 매가리 없는 견주쯤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버리고 혼자 숙소로 돌아갈까.’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알아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역시 망돌이라 그런 듯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 둘씩이나 지나가니 힐끔 쳐다보는 정도.
딱 그 정도였기에 돌아다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엇! 맛있겠다. 저거 포장해 가요.”
최승하는 저 멀리 보이는 닭강정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너 먼저 가라.”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얼마나 빠른지 이미 지척에 도착한 최승하가 얼른 오라는 듯이 손을 파닥였다.
“……간다, 가.”
“사장님! 중간 맛이랑 매운맛 섞어서 대짜리로 포장해 주세요. 으으음, 간장 맛도 맛있을 것 같은데! 혹시 세 개 섞어주실 수 있으세요?”
“허허. 잘생긴 학생이 싹싹하네. 많이 담았어~”
사장님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닭강정을 건넸다.
“와아아~ 감사합니다. 담에 또 올게요!”
그 후로 피자, 떡볶이, 아이스크림까지 바리바리 산 후에야 우리는 숙소로 발을 돌렸다.
가는 길의 담벼락에 이름은 모르겠는 노란 꽃이 만개하듯 피어 있었는데, 그걸 본 최승하가 곧바로 눈을 빛냈다.
“와 형! 여기 꽃 피었네요? 예쁘다. 저 한 장만 찍어주실래요?”
“그래. 서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카메라를 켰다.
집안의 주도권을 쥔 누나의 동생으로서, 나는 종종 아이돌 오프 행사에 끌려가곤 했다.
카메라와 캠코더.
그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는 이해성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둘 중 하나는 항상 내 담당이었다.
고로, 꽤 자신 있는 분야라는 뜻이다.
녀석은 곧바로 꽃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흠. 저건 꽃 사이에 꽃?’
아, 이해성…….
짜악-!
“형, 갑자기 왜, 왜 뺨을…….”
“…….”
* * *
숙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최승하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아. 형 사진 원래 이렇게 잘 찍어요? 어디서 배운 건가? 저 프로필 사진 해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얼마 보내주면 돼?”
무심코 말했다가 아차 싶었다.
나는 성해온 계좌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음? 에이, 됐어요! 제가 먹고 싶어서 사는 거예요.”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이 녀석에게 망돌의 그림자라고는 안 보인단 말이지.
내가 봐왔던 사람 중에서도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밝은 놈인데.
‘상태창을 보고 싶을 정도로.’
[최승하]체력 A+
정신력 A-
비주얼 A
노래 B+
춤 B+
※ 망돌의 그림자가 조회되지 않습니다!
‘……그냥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면, 다른 사람 것도 볼 수 있는 건가.’
난 최승하의 상태창을 읽어 내렸다.
역시 망돌의 그림자는 없었다.
그럼 망돌의 그림자 미션이 떴을 때, ‘(2/5)’라고 쓰여 있던 게 멤버 5명 중 2명은 망돌의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정이 정답이라면 그야말로 쾌재였다.
뭐든 해결해야 할 일이 줄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 * *
안 먹겠다고 버티는 차윤재까지 억지로 끌고 나온 최승하 덕에 현재 거실에는 멤버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멤버들의 상태창을 빠르게 훑었다.
내 추론이 맞았는지 망돌의 그림자가 없다고 나오는 멤버는 최승하와 류인, 이렇게 둘이었다.
그리고 그림자가 가장 심각한 건 예상대로 차윤재.
난 우중충한 낯짝으로 닭강정 한 조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녀석을 바라봤다.
[차윤재]체력 B
정신력 B-
비주얼 A+
노래 B+
춤 A-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85%(*비상사태!)
데뷔 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아직 차윤재는 19살로 무척 어리다.
뭣보다 라이트온은 데뷔한 지 1년이 좀 넘은 상태.
……아직 희망을 잃을 정도는 아닐 텐데?
다른 멤버들의 수치와 비교해 봤을 때 확연히 높은 수치였기에 의아했다.
(*비상사태!) 옆의 *은 또 뭘까.
*을 눈짓으로 쳐다보자 신기하게도 관련된 설명이 바로 떠올랐다.
[망돌의 그림자 수치 가이드]: 수치가 30% 이하로 떨어진다면 그림자는 대상자에게서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31% ~ 40% 위험 1단계
-41% ~ 50% 위험 2단계
-51% ~ 70% 위험 3단계
-71% ~ 80% 위험 4단계
-81% ~ 비상사태
그 외에 신유하는 59%로 위험 3단계.
한수현은 45%로 위험 2단계였다.
* * *
최승하가 씻으러 간 사이, 혼자 방에 남은 나는 조용히 침대에 걸터앉았다.
‘……확인해 봐야 할 게 있다.’
이 모습을 들키기라도 하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쪽팔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최승하는 씻으러 갔고, 방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철컥-
방문을 걸어 잠근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밀리어스의 데뷔일은?
“2월 13일.”
역대 거쳐간 최애 중에 가장 열받는 놈의 생일과 그 이유는?
“고대윤, 생일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의 남자라고 설치고 다니더니 정말 크리스마스에 마약 기사가 터져서 전설로 남은 개새끼. 이 새끼한테 처바른 돈이 아까워서 아직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의 이름은?
“하세가와 렌.”
그 녀석의 가족 관계는?
머릿속으로 질문을 던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이 열렸다.
“아버지 하세가와 유우마, 어머니 하세가와 리코, 여동생 하세가와 사쿠라…… 하아, X발.”
폭풍처럼 밀려들어 오는 현타에 나는 고개를 떨궜다.
이 정도면 더 볼 것도 없다.
누나가 좋아했던 애니 속 캐릭터의 이름이 렌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성까진 나도 모른다.
종이 캐릭터의 가족 관계? 내가 그딴 거 알 리 없다.
“…….”
이로써 확실해졌다.
사고 회로뿐만 아니라 이해성이 기억하고 있는 정보까지 가져왔다는 게.
* * *
같은 시각, 서울의 한 카페.
이해성과 그녀의 오래된 트친이자, 동네 친구인 곽덕배가 한자리에 모였다.
“얼른 썰 좀 풀어줘 제발. 나 네가 보낸 메시지 보고 퇴근하자마자 개처럼 뛰어왔어.”
이해성과 김유라(곽덕배의 본명)의 인연은 밀리어스 덕질에서부터 시작된다.
밀리어스 초창기 시절부터 덕질을 이어온 그녀들은 어쩌다 보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이제는 몇 년 지기 친구보다 더 절친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비록 곽덕배는 1군 밀리어스에서 망돌 라이트온으로 갈아탔지만, 그들의 우정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니, 오늘 좀처럼 보기 힘든 미남이 걸어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안 보는 척 유심히 지켜봤지.”
“그래서, 그래서!”
“모자까지 눌러쓰는 게 따악, 연예인이라고 촉이 오더라고.”
“보자마자 눈치챈 건 아닌가 봐?”
“응. 처음엔 긴가민가했지. 근데 목소리 듣자마자 알겠더라. 성해온 특유의 목소-”
콰앙-!
이해성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맞은편에 앉은 김유라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며 벌떡 일어났다.
“해온이 목소리 끝내주지. 혹시 귓가에서 천사가 나팔 부는 것 같고 그랬니? 하긴 그랬으니까 목소리 듣자마자 눈치챘겠지.”
“그렇다기보단 네가 미친놈처럼 맨날 영상 보내니까 주입식 교육된 거지…….”
“너도 이제 새 오빠를 찾을 때가 되지 않았니? 밀리어스 탈빠하고 라이트온으로 와라. 내가 잘해줄게.”
“아 오늘따라 귀가 먹먹한 게 잘 안 들리네.”
“제발, 나랑 라이트온 덕질 같이해 주라. 솔직히 여섯 명 다 얼굴 미쳤잖아. 그건 너도 인정하지.”
“회사가 그 모양이라 딱히 팔 만한 건덕지도 없고, 재미없어서 싫어. 근데 진짜 잘생기긴 했더라. 실물 보고 놀랐어.”
“다른 일은! 뭐 없었어?”
눈을 번들거리며 물어오는 곽덕배에, 이해성은 고개를 살풋 저었다.
“응. 불편해할까 봐 아는 척 안 했거든.”
그렇게 말하며 이해성은 볼을 긁었다.
‘쓰러질 뻔했던 건 말하지 말자.’
누구한테 이야기할 만큼 좋은 일도 아니었고.
게다가 성해온이라는 사람, 조금 이상했지.
쓰러질 뻔한 걸 부축해 줬으니, 고맙다는 말은 이상하지 않은데…….
마지막에 나가면서 행복하세요, 라고 한 게 묘하단 말이지.
‘……혹시 내가 자길 아는 걸 눈치챘나?’
팬한테 상냥한 타입인가 보네.
잡념에 빠질 틈도 없이 김유라. 아니, 곽덕배가 물음표 살인마처럼 질문 폭격을 날려왔다.
“정말 라이트온에 관심 안 생겼어? 그 오지는 실물을 1열에서 관람하고도? 진짜로? 네가 인간이냐? 인간이면 그럴 수 없다. 해성아…….”
“놀라울 만큼 잘생기긴 했는데, 역시 아이돌은 밀리어스지.”
단호한 이해성의 대답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곽덕배가 파르르 떨었다.
“이해성 두고 보자. 라이트온 언젠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