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503)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503화(503/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503화
“알아보기는 했습니다만…….”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니 편하게 말하셔도 괜찮아요.”
“……그게, 고아라는 것보다도.”
미묘한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낀 최승하가 고개를 기울인 순간, 차체가 인적이 드문 공간에 멈춰 섰다.
“이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남자가 준비해 온 서류를 건네자, 최승하가 망설임 없이 그 서류를 받아 들었다.
“보시다시피,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
“사실, 가족관계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건……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에게서 흔한 일입니다.”
남자가 최승하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성해온 씨는…….”
“고아원이고 뭐고, 아무런…… 흔적이 없네요.”
나지막이 되뇌인 최승하가 헛웃음을 흘렸다.
“마치, ‘과거’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서류를 덮은 최승하가 눈을 데굴 굴렸다.
지금 이건 업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이들에게 조사를 맡긴 것이다.
……이 정도로 정보가 나오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엔 두 가지 가정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 먼저 정보를 선점한 채, 작정하고 숨겼거나…….”
“……!”
“혹은, 정말 아무런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서늘한 목소리로 작게 혼잣말하던 최승하가 이내 웃음기를 걸쳤다.
“으음!”
“제대로 된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럴 리가요.”
최승하가 남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도움이라면 충분히 됐어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도련…….”
“그거 말고요. 저희 세월이 몇 년인데, 이제 ‘승하야’라고 부를 때도 되지 않았나?”
최승하가 하핫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말도 편하게 해주실 때가 된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삼촌으로도 못 부르게 하고, 승하라고도 안 불러주시고…… 흐음, 역시 기사님은 공략이 어렵네요. 언제쯤 성공하려나.”
남자는 곤란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평등한 인격체로 대우해 주는 최승하가 고마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최승하가 태어난 세계에선 드문 일이었으므로.
“저……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왜 이런 조사를 하시는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글쎄요.”
차창에 머리를 기댄 최승하가 침음을 흘리며 웃었다.
“이 사람에 대해서 하나라도 알고 싶어서, 라고 대답하면 되려나.”
“……!”
“비밀이 많은 사람이거든.”
말을 마친 최승하가 차문을 연 것도 그때였다.
“대화는 끝난 것 같으니, 저는 여기서 가볼게요.”
“……제가 숙소까지!”
“괜찮아요. 멀리 오지도 않았는걸.”
“그래도요.”
“그리고 숙소 근처는 좀 복잡해서, 여기서 혼자 가는 게 나아요.”
성큼 바깥으로 발을 내디딘 최승하가 헤실 웃었다.
“이제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
“조심히 들어가세요.”
최승하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졌고, 홀로 남은 남자는 그야말로 아무런 정보가 적히지 않은 서류를 내려다봤다.
“성해온, 성해온…….”
평생 자신에게 부탁이란 걸 해오지 않던 최승하가 건넨 두 번의 부탁이 모두 성해온과 관련된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어째서 이런 조사를 한 건지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자신은 그럴 만한 주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으으.”
남자가 복잡한 얼굴로 침음을 흘렸다.
젊었을 때부터 이런 종류의 잔심부름을 여러 번 해왔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정보를 선점한 채로 작정하고 숨긴다 해도…….”
“…….”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숨길 수가 있는 건가?”
지금 성해온을 둘러싼 상황이 석연치 않다는 것을.
* * *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라이트온과 밀리어스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음원이 공개되는 결전의 날이 밝아왔다.
이날만을 간절히 기다려 왔던 곽덕배는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다.
그리고 믿지도 않는 신들을 죄다 호명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부처님, 성모 마리아님, 알라신님, 어쩌구저쩌구신님…….”
바라는 건 간소했다.
……라이트온의 하락세가 오지 않는 것!
“하락세 그래, 언젠가는 와도 돼! 극복하면 되잖아! 어떻게 사람이 잘만 하겠어?”
“…….”
“…….”
“그, 그, 근데 지금은 안 돼!”
이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했다.
라이트온이 밀리어스와 정면으로 맞붙는 이 순간에 하락세를 맞게 된다면, 안 그래도 높은 밀러스의 콧대가 하늘로 치솟을 테니까!
“내가 죽어도 그 꼴은 못 보지…….”
본인도 과거 밀러스였다는 사실을 잊은 게 분명한 곽덕배가 이를 바득 갈며 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곽덕배의 얼굴엔 근심이 짙어졌다.
“진짜 퍼포먼스 느낌이 아니려나.”
사실대로 불자면, 최근 스위치들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의지를 불태우던 와중에 떠오른 티저가 예상과는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배경에 오버핏 흰셔츠…….
“굴러가면서 봐도 청량 컨셉 같았지.”
곽덕배가 가장 좋아하는 컨셉이었으나, 청량 컨셉은 퍼포먼스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았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지리스닝이 부각되는 컨셉인 만큼, 음원 면에서는 끝내주겠지만…….
이번처럼 해외팬 반응이 중요할 때에, 퍼포먼스 위주의 센 컨셉이 아닌 청량 컨셉을 선택한 건 아쉬웠다.
“에잇, 에잇, 생각이 있으니까 한 거겠지!”
고개를 털어내며 걱정을 애써 떨쳐낸 곽덕배는 이내 상체를 바로 했다.
얼마 후.
약속된 시간이 다가옴과 동시에 뮤직비디오가 떠올랐다.
[ LIGHT ON ‘Higher’ Official MV ]잔뜩 긴장한 얼굴로 뮤직비디오를 재생시킨 순간, 곽덕배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어, 어?”
티저 이미지로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화면에 가득 찬 건, 미식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너른 등이었다.
“잠깐만, 나, 나 코피 날 것 같은데…….”
인영이 걸을 때마다 화면에 선명하게 잡힌 근육이 보기 좋게 움직였고, 목의 핏줄을 타고 땀방울이 한 방울 흘렀다.
“이 미친 변태 새끼들 카메라 무…… 무빙 좀 봐! 와, 와, 이렇게 속았네, 내가!”
곽덕배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신을 비롯한 스위치는 속은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와, 와아아, 와!”
라이트온의 컨셉은 청량이 맞았다.
다만, 청량 컨셉의 약점인 퍼포먼스와 해외를 모두 잡아버릴 수 있는…… 하이틴 컨셉이었을 뿐!
“……이, 이렇게 짜릿한 배신이 어딨어!”
곽덕배의 비명과 함께 곡이 시작됐다.
– Three, Two, One
속삭이는 목소리를 시작으로, 여전히 등을 보이고 있는 인영이 그라운드로 향하며 머리칼을 헤집었다.
간단한 동작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 순간.
상체를 돌린 최승하가 ‘쉿’ 소리를 내며 입매를 매끄럽게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펑키한 리듬과 밝은 신스사운드가 에너제틱하게 얽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청각과 시각에 가해지는 강렬한 자극에 팬들이 호흡 곤란을 느끼고 있을 때쯤.
화면이 전환되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푸른 잔디가 가득 찬 드넓은 그라운드가 담겼고…….
필사적으로 이성을 붙잡고 있던 곽덕배의 입이 미친 듯이 벌어졌다.
……하늘에서부터 점점 내려온 앵글이 럭비공을 손가락 위에서 장난스레 돌리기 시작한 성해온을 잡았기 때문에!
“미식축구 유니폼…… 도, 돌, 돌았나…… 진짜 성공하고 싶나 본데, 이거!”
그러나, 비주얼적인 충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 온 감각이 열려와
가쁘게 몰아치는 Feelin’ new
수백수천 번을 들어도 들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성해온의 목소리에, 곽덕배는 그냥 울고 싶었다.
“심지어 노래 진짜 작정하고 뽑았잖아!”
유니크한 템포가 휘몰아치며 고막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리고 그때, 성해온의 손에서 공을 빼앗은 류인이 웃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 Higher, 한 번도 닿지 못한 곳이 두렵다면
내 손을 잡아도 괜찮아
그저 보고 듣는 것뿐인데도…….
온몸의 세포가 달음박질하는 기분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 숨이 막힐 것 같은 호흡과 과열된 우리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wanna dash, wanna dash
땀방울이 맺힌 머리칼을 쓸어넘긴 차윤재와 신유하가 멤버들에게로 다가간 순간, 화면이 전환됐다.
학교의 옥상.
교복 느낌이 나는 오버핏 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멤버들이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의 난간에 걸터앉은 라이트온이 서로를 마주 본 채로 즐겁게 웃었고…….
난간에서 훌쩍 뛰어내린 한수현이 멤버들을 눈에 담았다.
– Higher, 선택한 길에 두려움이 있을 리가
우리는 영원히 반짝일 텐데
이 장면 속 의상으로 티저에서 연막을 친 거였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곽덕배는 숨을 참았다.
“잠깐만, 너무, 너무, 아름다운데 이거…….”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뮤직비디오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과몰입을 유발했다.
라이트온이 계속해서 반짝이겠다고 약속하는 가사지 않나.
곽덕배가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고 있을 때, 화면이 어둑한 밤하늘로 바뀌었다.
옅은 조명이 켜진 그라운드.
유니폼이 아닌 편한 차림의 라이트온이 연습을 이어갔다.
– 온 감각이 열려와
벅차게 몰아치는 Feelin’ new
벅차오르는 심장 소리 같은 리드미컬한 사운드가 뒤섞였고…….
평범해야 할 컷도 평범하지가 않은, 말 그대로 감탄만이 나오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 Higher and higher
우리가 가지 못할 곳은 없어
곽덕배가 넋을 놓은 채로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때였다.
그라운드 위를 달리던 라이트온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잔디에 누운 것이다.
그리고 앵글은 라이트온의 시선을 따라 반짝이는 별이 잔뜩 수놓아진 밤하늘을 담아냈다.
그 영상미에 완전히 빠져들었을 무렵, 화면이 전환되며 성해온의 동공이 비쳤다.
그러니까…….
별이 잔뜩 비쳐 있는 동공이 말이다.
– 저 하늘이 반짝이는 이상
우리의 이야기에는 끝이 없을걸
짧게 웃은 성해온이 밤하늘로 손을 뻗었다.
– Higher,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같을 테니
그리고 곽덕배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이 뮤직비디오에 담긴 의미를 눈치챘으니까.
라이트온이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겠다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었다.
이건, 라이트온이 스위치에게 전하는 고백이자 포부였다.
그 누구도 아닌…… 스위치들을 위해서 끝없이 도전할 거란 메시지.
두근, 두근, 두근.
뮤직비디오는 끝을 향해 달려갔고, 보는 이들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곽덕배는 점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이 곡의 성공, 아니, 대성을.
* * *
뮤직비디오가 공개됨과 동시에…….
스위치들의 멘탈은 산산조각 났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