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51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515화(51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515화
정신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몸뚱아리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이 상황에서조차 머릿속이 백짓장이잖아.
삐이이.
계속되는 이명이 생각을 끊어냈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내가 이상을 티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해온아.”
내게 더 가까이 붙은 의현이 속삭인 것도 그때였다.
“분명 너라면, 녹화를 무사히 마치고 싶어할 테니…… 끝날 때까지 모른 척해주려 했는데.”
“……!”
“상태가 더 안 좋아졌잖아.”
내가 순간적으로 호흡을 멈춘 순간, 의현이 나지막이 덧붙였다.
“이 정도면 나, 많이 참은 것 같은데.”
말을 마친 의현이 내게서 천천히 멀어졌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봐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미소 지었다.
“잠깐 나가자. 할 말이 있어.”
“……그게 무슨.”
“휴식 시간이라면 이야기가 끝났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미안하지만, 의현이 모르는 게 있다.
삐이이──
지금 이 망할 두통이 자신과 가까이 있을 때 더 극심해진단 것.
안간힘을 써 통증이 겉으로 티가 나지 않게 한 나는 눈을 접어 웃었다.
“선배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그러고는 의현이 원하는 것과 반대의 답을 내놨다.
“저희 무대를 먼저 마치고, 선배님들의 무대가 세팅되는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쪽이 녹화 시간도 단축될 테고요.”
의현의 얼굴에 의문이 스쳤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 의현은 내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 휴식을 취하게끔 도와주려는 거니까.
하지만 말이다.
나 역시도 어쩔 수 없었다.
몸뚱아리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지 않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하는 걸로 해요. 선배님.”
“해온아.”
경고에 가까운 목소리가 이어졌고, 나는 의현에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괜찮으니까 지켜보기나 해.”
“……!”
“내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알아.”
말을 마친 내가 웃으며 내 어깨를 붙잡고 있는 의현의 손을 내린 순간이었다.
“무대 세팅이 끝난 모양입니다!”
저 멀리서 달려온 차윤재가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든 것이다.
“뭐가 급하다고 뛰어와.”
“핫…….”
차윤재가 아차 싶은 얼굴로 헝크러진 머리칼에 손을 올렸고, 나는 픽 웃으며 팔을 뻗었다.
“됐다.”
조심스럽게 머리칼을 정돈해 준 나는 차윤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럼, 가볼까.”
“예! 다른 형님들과 수현이는 저쪽에서 마이크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가서 얼른 해야겠는데.”
“안 그래도 그러려고 형님을 모시러 온 겁니다!”
나는 웃는 낯짝 아래로 입안의 여린 살을 깨물었다.
이런다고 몸뚱아리의 상태가 괜찮아질 리 없다는 사실만 새삼스럽게 깨달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말만을 반복적으로 되뇌이며 눈을 내리감았다.
울렁이는 전신을 느낀 손을 억세게 그러쥐었다.
……해내야만 했다.
* * *
몇 분 뒤.
촬영이 재개되었고, 백한은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음향을 체크하고 있는 라이트온을 눈에 담았다.
“팬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가창 실력을 겨루는 모 프로그램에서 해온 후배한테 제대로 빠졌잖아요!”
“아, 맞아. 그때 백한이가 숙소에서 종일 그 이야기만 했어요. 꽂힌 게 있으면 그것만 생각하는 타입이긴 한데…….”
“완전 귀 따가웠지!”
도원의 말에 격하게 동의한 이안이 말을 이었다.
“지이인짜 하루 종일 한 번만 봐달라, 보면 너도 알게 될 거다, 막 이러면서 밀착 영업을 하더라니까요. 하여튼, 진짜 집요해.”
둘은 관련된 일화를 유쾌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나오니까 보니까 알겠더라고. 백한 형 취향에 아주 스트라이크던데? 이 형이 진짜 음악에 진심인 형이거든요.”
“우리 막내가 정확히 간파해 냈네요.”
백한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스트라이크를 넘어 거의 제 취향에 명중한 수준이었고요.”
“아학학, 이 형 진짜 눈에 광기 있어. 지금!”
“저는 심지어 제가 운영하는 채널에 라이트온 멤버 분들을 단체로 초대한 적이 있잖아요? 성해온 후배님만 잘하는 게 아닙니다. 아주 보석들이야.”
“이 사람 혹시 어느 그룹이에요?”
이안의 우스갯소리에 폭소를 터뜨린 백한이 푸핫 웃으며 허리를 바로 세웠다.
“당연히 밀리어스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민망한데, 저희도 어디 가서 지진 않잖아요?”
“와, 자기 입으로 이런 말을?”
“무튼, 제가 빠진 무대를 멤버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니 기쁘네요!”
* * *
“지금은 백한 씨가 단독 진행을 해야 할 상황이라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는데, 확실히 성해온 씨와의 접점이 있어서인지 매끄럽네요. 진행도 수준급이고요.”
감탄사를 내뱉은 서민정의 시선이 무대에 닿았다.
“그리고 라이트온이 선택한 곡 말인데요. 전 되게 놀랐어요.”
이 라이브코너의 핵심은 가창력이다.
보통 아이돌 그룹이 무대를 장악하는 방법은 퍼포먼스다 보니, 많은 아이돌이 곡 선택 자체에서 헤매곤 한다.
그리고 무난하게 들고 오는 것들이 높은 음역대의 발라드, 선배 그룹들의 히트곡 등등이다.
“그런데 밴드곡을 택할 줄이야.”
물론, 지금까지의 출연진 중에서도 밴드곡을 선택하는 이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밴드까지 섭외한 그룹은 처음이었다.
서민정의 시선이 무대 뒤편에서 악기를 체크 중인 밴드에게 닿았다.
“작정한 모양이네요.”
타 아티스트들이 밴드곡을 선택한다 해도 밴드를 섭외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 밴드가 오는 순간, 보컬들의 실력이 훨씬 중요해지니까.
웅장하고 화려한 악기들 사이에서 돋보이며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 밴드들은 매일같이 보컬과 수백 수천 번의 합을 맞추며 조화를 만들어내지만, 일회성 섭외의 경우는 그럴 수가 없으니 말이다.
“곡 자체도 장난 아니던데. 어후, 이거 고음 미친 걸로 유명한 곡이잖아요. 가능하려나? 뭐, 자신 있으니까 골랐…….”
계속해서 말을 잇던 서민정의 안광이 흐려진 것도 그때였다.
“피디님, 설마 지금까지 제 말 하나도 안 들으신 거예요?”
“…….”
“지금 완전히 다른 생각 중인 것 같은데?”
대답도 없는 남희연에, 서민정이 뒷목을 문질렀다.
지금 남희연은 정자세로 선 채 성해온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민정은 저런 남희연의 상태를 아주 잘 알았다.
귀에다가 소리를 질러도 꿈쩍도 안할 상태.
뭐에 꽂혔는진 몰라도 제대로 꽂혔네, 꽂혔어…….
서민정이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무렵이었다.
“라이트온 곡 선택…… 재밌단 말이야.”
남희연의 혼잣말이 들려온 것이다.
“정말이지, 내 기대를 언제나 뛰어넘어 준다니까.”
“제가 방금까지 그 말을 했는데!”
서민정의 억울함을 귓등으로 흘린 남희연이 씨익 웃었다.
라이트온이 선택한 건, 모멘트의 히트곡.
모멘트는 5인조 밴드 그룹인데, 굉장한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밴드 그룹의 구성은 프론트맨인 보컬리스트가 1명이다.
그러나, 모멘트는 멤버 전원이 악기와 함께 보컬을 맡고 있다.
보통의 밴드 그룹은 악기 포지션인 멤버가 노래를 하더라도…… 화음을 얹어주거나, 짧게 한마디 정도를 얹는 정도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등장부터 꽤 센세이션했다.
“그 많고 많은 밴드 중에 이 밴드의 곡을 택한 게 무슨 뜻일 것 같니?”
“자신…… 있다?”
“그래, 그거야.”
모멘트의 명성에 비해, 그들의 곡을 커버하는 아티스트가 소수인 이유는 명확히 존재했다.
그 그룹의 색이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에.
막말로 웬만한 보컬들이 아니고서야, 원곡자와 비교되며 내려치기를 당할 뿐이었다.
“그걸 성해온이 모를 리 없지.”
남희연이 즐겁다는 얼굴을 했다.
“잘만 끝낸다면, 화제성 하나는 제대로 몰겠어.”
그때였다.
세팅한 무대에 암전이 찾아온 것이다.
그래.
라이트온 무대의 시작이었다.
* * *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와아, 이 노래!”
단숨에 곡의 정체를 알아차린 백한의 눈이 동그래졌다.
<흔한 사랑 이야기>는 모멘트의 대표곡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인기를 자랑하는 곡이다.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의 대중픽.
그럼에도, 직접 부르는 이는 드문 곡이다.
– 제목은 흔한 사랑 이야기인데 난이도는 흔하지가 않아 모멘트는 해명하라
– 모멘트도 이거 자기들 곡 중에 제일 어렵다고 했잖아 진짜 미친 듯이 연습했다고 ㅋㅋㅋㅋㅋ
– 음원으로만 들어야 하는 노래 1위 노래방에서 부르면 갑분싸 유발하는 노래 1위
이런 반응이 주류를 이룰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한다면 감이 오겠는가.
“엄청 어려운 곡인데.”
백한이 기대 섞인 혼잣말을 내뱉은 순간이었다.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로 시작한 곡이 점차 통통 튀는 멜로디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곡만의 독특한 인트로였다.
– 있잖아, 내가 드디어 미쳐 버렸나 봐
마치 말을 건네는 것처럼 재치 있는 시작.
드러머가 경쾌하게 드럼을 치자, 그게 스타트라도 된 것처럼 그 위에 여러 악기 사운드가 화려하게 내려앉았다.
– Walk down the street
이상하잖아, 똑같은 거리인데
너와 걷는다는 이유 하나로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
이 곡의 악명은 바로 변주에서 온다.
음절마다 톤이 바뀐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계속해서 찾아오는 변화.
스튜디오 내에 있는 이들은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
그렇기에,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 Playlist 속 사랑노래는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한눈에 반한다는 게 실제할 줄은 몰랐지
성해온의 유니크한 목소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음정을 소화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곡을 자신의 느낌으로 재해석하고 있었으니까!
원곡은 락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지금 성해온은 그 시원한 느낌을 살리면서, 색다른 청량함을 더하고 있었다.
– 화사한 햇살 그 아래선 너
의미 없는 웃음에 나는 그만
제 가슴께를 가볍게 부여잡은 성해온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윽’ 소리를 내며 자신의 파트를 마무리 지었고, 공간에 있는 이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네.”
도원의 말에, 제연이 공감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게. 밴드 사운드랑 겹쳐지는데도 성량이 조금도 안 죽는 것도 신기하다. 쉽지 않은데.”
* * *
그리고 그 시각.
모든 이목을 끈 성해온의 도입으로 감탄사만이 난무하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남희연은 고개를 기울였다.
“착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성해온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