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52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527화(52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527화
순간 당황한 김민성은 밴에서 도망치려다가 멈칫했다.
‘내가 왜 피해야 하지?’
지금 이 공간에는 성해온뿐이었다.
‘덫에 걸렸든 뭐든…… 저렇게 어린놈 하나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잖아.’
이렇게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나를 얼마나 무시하면 그럴 수가 있는 거지?’
안 그래도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으로 가득했던 김민성이었다.
그런데, 지금 성해온은 그런 김민성을 대놓고 손아귀에 쥐고 놀린 꼴이 아닌가.
놀란 감정이 황당함으로, 그리고 그 황당한 감정이 분노로 뒤바뀌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예상대로 굴어주는군.
나는 붉으락푸르락하는 김민성을 바라봤다.
지금이면 내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거짓 통화를 한 것과 차 키를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것을 전부 눈치챘을 테니…….
분하다 못해 열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것이다.
“야, 너.”
바로 이렇게, 상황 분간을 못 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바라 마지않는 것이었다.
“음…… 김민성 씨.”
“……!”
“기분이 좋지 못한 얼굴이시네요.”
나는 김민성과 상반된 여유로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이런 존칭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저는 꽤 배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
“저희가 좋은 사이는 아니잖아요?”
김민성이 매니저 직을 박탈당했던 당시에도 이런 종류의 신경을 긁는 말은 해본 적이 없다.
이 말인즉슨.
안 그래도 잔뜩 금가 있는 김민성의 자존심을 내가 밟아버렸다는 뜻이다.
────화아아아악!
내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김민성이 내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뒷좌석으로 넘어온 그는 나를 깔아 눕혔다.
묵직한 무게감이 내 몸뚱아리를 짓눌렀다.
“이런…… 씨, 너도 나 무시해? 아니, 무시하고 있겠지. 무시하니까 이딴 말을 겁도 없이 내뱉는 거겠지.”
나는 김민성과 시선을 마주했다.
눈깔이 제대로 돌아가 있었다.
뭐, 당연하겠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사고를 낼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그런 건, 웬만한 악감정으로 안 되는 거거든.
“왜 대답이 없어? 야, 말해보라고. 이제야 무섭냐? 어? 무서워? 그럼, 살려달라고 빌기라도 해보…….”
“아니요.”
김민성의 말을 자른 나는 눈을 사르르 접어 내렸다.
“저는 이 상황이 두렵지도 않거니와…… 김민성 씨를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내 위에 올라탄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들어 갔다.
겁을 주려고 찍어 눌렀는데, 두려워하긴커녕 입만 잘 나불거리니…… 아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어째서 제가 무시할 거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한데요.”
되레 질문하자, 김민성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나는 이 개자식을 더 흥분시켜야 한다.
제대로 일을 칠 수 있도록.
뒤늦게 김민성의 과거를 공론화시킨대도, 그건 큰 이슈가 되지 못할 게 뻔하다.
그때 엮였던 대형 기획사인 BK와 트웰브가 이미 저물었으니까.
한 번쯤 뜨거워진대도 여느 논란이 그렇듯 잠잠해지겠지.
하지만 말이다.
나는 김민성에게 살아 나갈 구멍을 줄 생각이 없다.
“김민성 씨는 저에게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니, 무시 같은 감정이 들 리가 있나요. 애초에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김민성 씨는 제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됐는데.”
“너, 이…… 이, 씹새끼, 다시 말해봐.”
“원하신다면, 안 될 것도 없죠.”
김민성과 같은 종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울 만한 말은 간단했다.
“김민성 씨는 제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예요.”
나는 덤덤하게 덧붙였다.
“그런데 왜 제가 김민성 씨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어떠한 감정을 느껴야 하죠?”
바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각인시켜 주는 것.
“그 일이 있고 나서, 믿었던 매니저님이 그런 일에 가담하셨다는 것에 슬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천천히 눈알을 굴린 나는 김민성을 살폈다.
자, 이제 클라이맥스로 넘어가보실까.
“과거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저희에겐 미래가 있는데.”
김민성의 몸이 조금 전보다도 더 강하게 떨리고 있었다.
물론, ‘분노’라는 감정으로 말이다.
저 정도로 강렬한 감정을 내비친다면…… 아마도, 곧.
───퍼억!
그래, 이래줘야지.
순식간에 돌아간 고개와 함께, 입안이 터졌는지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매끄럽게 입매를 올렸다.
이제 시작이다.
* * *
“해온이가 이상하게 늦네…….”
“매니저님을, 찾으러 간다고 하셨죠?”
신유하의 물음에 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라 하고 나갔어.”
류인은 성해온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 바로 이동할 테니 다들 돌아다니지 말고 대기실에 있어라. 괜히 엇갈리면 곤란하니까.
성해온은 멤버들이 엇갈리지 않게 관리해 달란 당부를 남기고 떠났다.
그 말을 따라 멤버들을 대기실에 모아두기야 했지만…….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요즘 성해온은 무언가를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으로서는 그 고민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게 말문을 열어봤으나…….
– 해온아, 혹시 고민이 있다면 편하게 말해도 돼. 애들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 걱정은 고맙다만, 별다른 고민은 없다. 요즘 같은 때에 고민이 있을 리가.
돌아오는 건 이런 대답이었다.
당사자인 성해온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더 캐묻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에 입을 닫았지만…….
그럼에도 신경이 쓰였다.
오늘 자신에게 멤버들을 잘 챙겨달라 부탁하고 떠나는 성해온의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후련해 보였기에.
……마치,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처럼 말이다.
타악!
대기실의 문이 열린 것도 그때였다.
“아, 승하 왔구나. 작가님이랑 대화는 끝났어?”
“그럼요! 으으, 한참 붙잡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왔…… 음?”
웃으며 답하던 최승하가 대기실을 둘러봤다.
“해온 형은요?”
“잠깐 매니저님께 간다고 하더라고. 금방 온다고 했…….”
“……허, 그럴 리가.”
최승하의 입에서 중얼거리듯이 나온 말에, 류인이 고개를 기울인 순간이었다.
“잠깐, 잠깐…… 나갔다 올게요.”
붙잡을 새도 없이 최승하가 대기실 바깥으로 달려 나간 것이다.
* * *
낯짝 한번 봐줄 만하군.
김민성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상태로 드문드문 욕설을 내뱉었다.
“이 개새끼, 씹새끼, 너, 너, 내가…… 내가 얼마나 만만하면…… 너, 씨, 이…….”
한 대를 맞은 건 난데, 타격이 있어 보이는 건 오히려 저쪽 같았다.
“생각해 보면, 너는 예전부터, 그랬어. 다 네가 옳다는 것처럼…… 다 너만 잘난 것처럼…….”
애초에 김민성은 머리가 좋지 못하다.
그러니, 이전에도 꼬리가 밟혀 그 꼴이 된 거겠지.
뭐, 나야 좋은 일이다.
이렇게 앞뒤 분간 없이 설치는 성격은 다루기가 쉽거든.
“말했잖아요, 김민성 씨.”
“……!”
“만만하다는 감정을 느낄 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김민성의 트리거를 건드리는 말을 하자, 주먹이 한 차례 더 날아왔다.
이번에는 쇄골 쪽으로.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만, 생사를 오가는 통증을 여럿 겪은 나에게 이 정도 통증은 기별도 안 갔다.
고통스러운 신음도 토해내지 않자, 김민성의 얼굴이 울렁였다.
“너, 너는 대체…….”
“제가 예상 하나 해볼까요. 김민성 씨는 저에게 더 이상의 해를 가하지 못할 거예요.”
“……!”
“이제야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을 거거든요.”
내 말은 정확할 거다.
아무리 천지분간 못 하는 김민성이어도, 이쯤 되면 분노 대신 두려움이 채워지기 시작할 거거든.
하지만 나는 아직 부족했다.
“제 말이 틀렸나요?”
김민성을 자극할 만한 물음을 내뱉자, 다시금 팔이 휘둘러졌다.
이건 뭐, 시기가 활동이 종료된 때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퍼억!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입매를 끌어 올린 나는 반항이나 공격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내가 원한 게 이거였으니까.
눈알을 굴린 나는 풀어헤쳐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잔뜩 붉어진 쇄골을 살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 판을 짠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두 개였다.
첫 번째 플랜, 김민성을 자극해 본래 예정되어 있던 교통사고를 낸다. 당연하게도 탑승자는 나 하나.
두 번째 플랜, 김민성을 자극해 이 개자식을 매장시킬 만한 그림을 그린다.
한국의 법령상, 전자가 처벌 수위는 높겠지만…… 그래봤자 길지 않다.
무엇보다, 교통사고는 온전히 김민성의 ‘과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내가 선택해야 할 건, 굳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도 없이 라이트온이 ‘피해자’가 되는 구도…….
그래, 후자다.
게다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까지 적으니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에겐 감흥도 없는 통증 하나로, 김민성은 평생 동안 감당 못 할 정도의 고통을 누리게 될 거다.
출소하고도 한국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매장과 인격적 매장.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느낄 정도의 고통.
내가 바라는 게 바로 그거니까.
김민성에겐 그 어떤 자비를 베풀 생각도 없거든.
“……웃어?”
김민성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지금 웃었어?”
“겉으로 티가 난 줄은 몰랐는데…….”
손을 들어 올린 나는 그새 터졌는지 따가운 입매를 매만졌다.
사실,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아슬아슬했는데, 김민성이 빠르게 흥분해 준 덕에 원하는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완성됐거든.
“웃고 있네요?”
그 순간, 김민성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고…….
나는 시간을 살폈다.
이쯤이면 올 때가 됐거든.
드르륵!
서브키를 지닌 우리의 ‘진짜’ 매니저의 손에, 밴의 문이 열린 것도 그때였다.
“……!”
매니저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장됐다.
상태가 정상이 아닐 게 분명한 나.
그리고 그런 나를 깔아뭉개고 있는 수상한 남자.
“이게, 이…… 이게 무슨.”
김민성의 얼굴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매니저의 얼굴이 아연해졌다.
그리고 그건, 김민성도 다를 바 없었다.
판단력을 잃은 순간부터, 서브키의 존재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김민성은 나를 미끼로 협박할 만한 담력을 가진 놈이 아니다.
지금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당장 매니저가 도와달라고 소리만 질러도 달려올 사람이 몇이겠는가.
“매니저님.”
바깥으로 도망치려는 듯, 내게서 몸을 떼어낸 김민성의 옷자락을 붙잡은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문제없으니, 이 사람부터 잡아주세요.”
“……!”
“도망가게 두면 안됩니다.”
* * *
유인성은 황당함을 삼켰다.
성해온으로부터, 어떤 문자메시지가 도착했기 때문에.
[ 기자님, 오랜만에 기자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요. ] [ 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실 테니,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와주세요. ]“도, 도움?”
“…….”
“…….”
“무슨 도움이길래 문자까지 해?”
의문을 띤 유인성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 도움? 무슨 도움? ] [ 이 사람아! 말은 끝까지 하고 가야지! ]그러나, 유인성의 스마트폰은 그저 잠잠했다.
“…….”
“…….”
학습된 불길함이 유인성을 감쌌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해온이 정신 나간 놈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바로 자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