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528화(52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528화
“유 기자,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해? 꼭,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
“얼레, 무시해?”
“잠깐, 잠깐, 말 걸지 말아보세요. 중요한 생각 중이니까.”
“뻔뻔하기까지?”
선배 기자의 말을 무시한 유인성의 다리가 달달달 떨렸다.
“아주 사무실에 지진이 나겠어, 지진이.”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얼씨구, 언제는 우리 유 기자가 내 허락을 맡고 물어봤었냐?”
“또라…… 아니, 아니, 제정신이 아닌 놈이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거 뭘까요?”
“또라이나 제정신 아닌 놈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
여전히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고 있는 유인성의 다리를 흘끗 본 기자가 픽 웃었다.
“답지 않게 심각하네. 협박이라도 당했냐?”
“쿨럭! 쿨럭! 그, 그럴 리가!”
엄연히 말하면 협박도 당하기야 했지만, 그건 과거였다.
지금은…… 그래!
“의리 관계? 뭐 그런 거지. 기브앤테이크. 윈윈. 뭐 그런…….”
“……그건 또 무슨 관계냐?”
“무튼, 선배도 모르면 됐어요. 정신 사나우니까 선배 자리로 돌아가세요.”
“있잖아, 유 기자.”
“왜요.”
“내가 보기엔, 너 지금 그거 걱정하고 있는 거 아니냐?”
순간, 초 단위로 떨리던 유인성의 다리가 멈칫했다.
“걱정? 걱저어어엉? 거어어어어억정? 웃기는 소리를…… 어라.”
격하게 부정하던 유인성이 스스로 말을 끊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
“유인성, 미쳤냐?”
어처구니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유인성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친 게 틀림없어, 그래, 내가 미친 거지.”
“…….”
“걱정을 해? 그 문자를 받고? 내가? 천하의 유인성이?”
그리고 이 난장판에 가까운 혼잣말을 지켜보던 기자는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니까 사람이 맛이 가네, 맛이 가…….”
얼마 안 가 선배 기자가 떠났고, 홀로 우두커니 선 유인성은 자신의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
그래, 한번 자각하니 알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심란한 건, 성해온이 언급한 ‘도움’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는 데서 시작됐지만…….
그보다는, 그 영리한 머리로 자신은 살피지도 않고 일을 치는 성해온이 걱정됐다.
“아오, 진짜 내 팔자를 내가 꼰다. 꽈.”
오만상을 찌푸린 유인성이 외투를 챙긴 순간이었다.
“어이, 유 기자! 어딜 또 그렇게 급하게 가?”
조금 전 대화를 나눈 선배 기자가 저 멀리서 외친 것이다.
혀를 끌끌 찬 유인성은 등을 돌린 채로 답했다.
“연예부 기자가 가긴 어딜 가겠어요. 뻔하지! 연예인 보러 갑니다!”
빠르게 사옥 바깥으로 걸어 나온 유인성은 시간을 살폈다.
오늘은 라이트온의 마지막 음악방송이었다.
“서둘러 가면 만날 수도 있겠네.”
작게 중얼거린 유인성은 방송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행동까지 성해온이 계산했다는 것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 * *
하지만 성해온이 예상하지 못한 이가 있었다.
바로, 최승하.
달려가는 와중에도 잔뜩 흔들리는 최승하의 시선이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돌이켜 보면, 성해온은 언제나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사람.
‘아니, 그보다는…… 제 비밀을 알려주기 두려워하는 사람.’
폭우와 함께 번개가 내리치던 그날 밤.
진실을 알려달라 말하며 우는 자신을 보면서도, 거짓을 입에 담은 성해온은 괴로워 보였다.
‘당장에라도 진실을 말해주고 싶은 사람처럼.’
하지만 그런 성해온은 오늘도 거짓말을 했다.
– 해온 형은요?
– 잠깐 매니저님께 간다고 하더라고. 금방 온다고 했…….
– ……허, 그럴 리가.
성해온은 매니저에게 간 게 아니다.
매니저는 작가에게 붙잡혀 있던 자신의 옆에 있었으니까.
– 매니저님, 왜 계속 시간을 보세요?
– 아아, 별건 아니고…… 해온 씨가 시간 맞춰 잠시 와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때, 장소를 물었어야 했다.
성해온과 매니저가 만나 스케줄과 관련된 대화를 하는 일이 워낙 잦은 데다가,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느라 묻지 못했다.
……멤버들에게 그런 거짓말까지 하면서, 무슨 이유로 매니저를 따로 부른 걸까.
그것도, 시간까지 지정하면서.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원래라면 멤버들의 전화를 바로 바로 받는 매니저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
이유 모를 불안함이 최승하를 압박했다.
타악!
비어 있는 대기실의 문을 연 최승하의 눈이 빠르게 내부를 훑었다.
없다.
여기가 아니다.
타악!
다른 대기실도 마찬가지였다.
성해온의 흔적을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타악!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대기실을 모조리 열어보던 최승하는 멈춰 섰다.
‘멍청하게 굴지마. 이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 최승하는 눈알을 굴렸다.
방송국은 드넓고, 이렇게 무작정 찾는다고 해서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갈 만한 곳을 생각해.’
최승하는 머릿속에서 여러 파편들을 모았다.
최근, 평소보다 초조해 보였던 성해온.
그 초조함이 가장 드러나던 장소가 어디였지?
‘도로 위.’
정확히는, 밴이었다.
스케줄을 위해 차체에 올라탈 때마다, 왜인지 긴장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때였다.
성해온만을 생각하던 최승하의 머릿속에 시간을 살피던 매니저가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매니저의 습관은 차 키를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 저는 손에 쥐고 있는 게 편하더라고요. 가방이나 자켓에 넣는 것보다…… 하하, 특이하죠? 이래야 잃어버리지도 않고,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그런 매니저의 손이 비어 있었다.
“아.”
왜 이걸 이제야 눈치챘을까.
밴이다.
매니저로부터 키를 받아간 성해온이 매니저에게 ‘특정’ 시간대에 자신을 찾아와 달라 말한 것이다.
생각을 깊게 이어갈 틈도 없이 최승하의 걸음이 빨라졌다.
탁, 타악, 탁!
숨이 벅찰 정도로 달려가던 최승하의 걸음이 멈춘 건, 라이트온의 밴이 시야에 담겼을 때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익히 아는 얼굴의 남자를 제압하고 있는 매니저와…….
하얗게 질린 스태프에게 처치를 받고 있는 성해온.
최승하의 눈알이 아주 느릿하게 굴러갔다.
성해온은 엉망이었다.
셔츠는 누군가의 손에 쥐어뜯긴 것처럼 풀어헤쳐져 있었으며…….
소량이지만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다.
삐이이───
이명이 귀를 가득 메웠다.
성해온은 괜찮다며 스태프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조금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 꼴을 하고서는.
“하.”
최승하는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얼굴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알고 있었던 거야.”
제압당하고 있는 남자는 김민성이었다.
아마도, 성해온은 김민성이 라이트온에게 해를 끼치려 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챘을 거다.
그리고 홀로 해결하려 한 거겠지.
추측컨대, 자신을 내던져서.
“몰랐다면…… 나도 속았겠네.”
성해온은 아마도 매니저에게 거짓말을 부탁할 것이다.
김민성에게 당한 폭행을 재수가 없었던 것쯤으로 꾸며내기 위해서.
성해온이 미리 밴에서 김민성을 기다렸다는 것을 모르는 멤버들은…… 그저 ‘사고’로 받아들이겠지.
성해온이 이 판을 짰을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정말이지,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승하는 성해온이 본 미래를 모른다.
김민성을 그대로 뒀다가는, 끔찍한 사고가 났으리란 것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니, 최승하가 의문에 휩싸이는 건 당연했다.
“하하…….”
성해온은 영리하다.
만일, 김민성이 전과를 숨기고 방송국에 잠입했다는 걸 알았다면…… 정석적인 방법으로 김민성을 업계에서 내쫓는 게 옳았다.
그런데, 이런 수를 썼다는 건…….
“완전한 매장을 원하는 건가.”
나지막이 되뇌인 최승하가 턱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세게 이를 악물었다.
당장 달려가 성해온의 상태를 살피고 싶었다.
하지만 도무지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조금만 더 빠르게 눈치챘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아니, 아니.
자신이 먼저 김민성을 발견했다면…….
의미 없는 가정만이 최승하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 가정 끝에, 최승하가 낸 결론은 하나였다.
“모르는 척해야 해.”
성해온이 일부러 제 몸을 내던졌다는 것을 안다며, 털어놓아 달라 애원한다 해도…… 자신이 눈치를 챘다는 사실을 안 성해온은 더 치밀하게 감추려 들 거다.
그렇다면, 자신이 알아봐야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성해온의 행동은…….
“숨기고 있는 비밀과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까.”
* * *
같은 시각.
방송국에 다다른 유인성은 주차장에서부터 고개를 기울였다.
“뭔데 사람들이 모여 있어?”
많은 인원은 아니었으나, 밴 근처에 모여 있었기에 눈에 띄었다.
별생각 없이 자신의 차량을 구석에 주차한 유인성이 핸들을 붙잡은 채, ‘어라’ 소리를 낸 것도 그때였다.
“잠깐만, 그 밴 차 번호…… 그거.”
“…….”
“…….”
“그거, 라, 라이트온 밴…… 아닌가?”
불현듯이 찾아온 깨달음과 함께 용수철처럼 차체에서 뛰어나간 유인성이 밴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딸꾹.”
꽤 베테랑 기자라고 자부했으나, 어떻게 이 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때였다.
처치를 해주던 스태프 하나에게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인 성해온이 구석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 설마 따라오라는 건가?”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는가.
성해온의 뒤를 조심스레 쫓아가던 유인성의 몸뚱아리가 순식간에 건물 뒤편으로 끌려 들어갔다.
“가, 가, 가, 갑지가 이게 무슨!”
유인성이 심장을 부여잡고 있을 무렵이었다.
“기자님.”
성해온이 사르르 웃었다.
망신창이가 된 꼴과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었다.
“어떻게 여기서 뵙네요.”
네가 불렀잖아, 이 미친놈아!
심지어 지금도 네가 끌어당겼잖아!
“……딸꾹.”
하지만 이런 말대꾸 대신 딸꾹질만이 나올 정도로,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제 꼴이 말이 아니죠? 아야, 입이 조금 찢어진 모양이네요. 음…… 말할 때 아프네.”
뭐, 뭐가 저렇게 태연해?
아닌가?
태연한 척하는 건가?
지금 이 상황에서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사고회로가 정지된 유인성이 오해와 착각을 키우고 있을 무렵…….
따가운 모양인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성해온이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왔다.
“거…… 성해온 씨, 왜, 왜, 가까이 오고 그, 그래…….”
유인성이 뒷걸음칠 친 순간.
성해온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로 속삭였다.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셨네요, 기자님.”
“……뭐, 딸꾹! 뭐, 뭐? 뭘 맞춰?”
유인성의 딸꾹질이 더 거세졌다.
이쯤 되니, 유인성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서, 서, 설마!”
성해온이 이 상황을 만들어냈고, 그 판을 키우기 위해 자신을 불러냈다는 것을.
“있잖아요, 기자님.”
성해온이 입매를 히죽 끌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이슈 좀 만들어볼까요.”
성해온의 시선이 경찰차 안으로 연행되고 있는 한 인영을 가리켰다.
“저 인간을 매장시켜야 하거든요.”
“……!”
“출소한대도 한국에선 발 붙이고 살 수 없게끔.”
끌려가는 남자를 뒤늦게 알아본 유인성의 안색이 희끄무레해졌다.
“이, 이런…… 미, 미, 미친…….”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지 않으니,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우선, 얼굴은 나올 생각이 없습니다. 저도 연예인인지라, 그 정도의 관심을 모을 생각은 없거든요.”
자신의 셔츠를 훅 내린 성해온이 붉어진 쇄골을 보였다.
“그런데 아주 감사하게도, 그럴듯한 곳에 흔적을 남겨주셨지 뭡니까.”
성해온이 눈을 접어 웃었다.
“기자님은 보도 동의를 얻지 않고, 제 사진을 몰래 찍어 빼돌리는 역할을 하셔야 할 겁니다. 오직 톱스타패치의 유인성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
그런데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맞는 말이란 게 더 황당했다.
“저는 저기서 처치를 하고 있을 테니, 몰래 잘 찍어보세요.”
“……허, 허어어어!”
“당연히 저와 제 회사는 기자님께 보복을 하지 않을 겁니다.”
성해온이 싱그럽게 미소 지었다.
“어때요, 기자님.”
“……!”
“이 정도 화제성이면, 윈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