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54)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54화(54/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54화
1Round 무대가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 각 그룹의 공식 팬 커뮤니티에는 이런 식의 공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Nnet To The Top (녹화) 참여 안내드립니다.]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공지 사항을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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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제한 인원 : 50명
그렇다. 극악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방청 신청이 시작된 거다.
녹화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각 팬덤별로 오십 명 남짓.
여섯 그룹이니 총 300명 정도 입장시키겠다는 소리다.
나는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겼다.
“……아, 이런 실수를.”
연습실에서 나온 나는 곧장 누군가를 찾아갔다.
“해온 씨! 무슨 일 있으세요?”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수상해 보일 테지만, 급하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는 팬 입장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서요.”
“음? 해온 씨가 그걸 어떻게.”
팬 입장은 실무 담당자와 팬들이나 신경 쓰는 문제지 애초에 아티스트의 관심 밖인 부분이다.
그런 걸 내가 묻고 있으니 의문스럽다는 얼굴이었다.
나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닫고 있었더니 정재진이 알아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저희도 비상입니다. ……무대 준비에만 신경 쓰느라 이런 자잘한 문제들에 신경을 못 썼어요.”
역시나 이쪽도 별 대비를 하지 않았나 보군.
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낭패다.
“적어도 내일까진 공지를 해야 해서, 선착순 입장을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선착순 입장? 그건 안 된다.
그렇게 진행해 버리면, 장담하건대 우리 쪽으로 분배된 팬석 50개 중에 라이트온 팬은 10명도 못 앉을 거다.
의 화제성을 생각하면, 선착순 입장 인원 체크 장소 앞에서 밤샘하는 사람은 넘쳐 날 테니까.
다른 팬덤은 규모가 큰 만큼, 50명이라는 제한 인원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 팬클럽도 없는 라이트온이 ‘선착순 입장’을 걸어버리면, 모든 팬덤이 이쪽으로 모일 게 뻔했다.
설상가상으로 라이트온은 공식 팬클럽이 없기에, 팬임을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끽 해봐야 앨범이나 음원 구매 내역?
하지만 이것들은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걸 진작 고려했어야 하는데.’
활동기부터 생각하고 있던 건데, 강행군에 가까운 스케줄 탓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시즌 1로 미뤄봤을 때, 아마 녹화에 참여한 팬들에게 순위에 영향을 주는 투표권을 줄 거다.
나름대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지만, 애초에 라이트온은 순위를 기대할 수 없는 위치.
‘현실상 기대는 안 한다.’
……그럼에도 우리 쪽 팬석에 다른 그룹 팬들이 앉아 있는 건 그렇게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무엇보다 현장까지 찾아와 우릴 응원해 주고 있는 분들의 기도 죽을 테고.
나는 정재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착순 입장은 저희 팬과 다른 팬들을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내 말에 정재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그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아.”
“있습니다, 방법.”
“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저희 사전녹화 참여한 팬들한테 나눠줬던 그 야광봉이요.”
분명 저렴해 보이는 일회용 야광봉이었지만, [LIGHT ON]이라는 각인이 들어가 있어서 단기간 내에 위조할 수 없는 물건임은 확실했다.
“……!!”
잠시 벙 찐 얼굴을 하던 정재진이 손가락을 탁, 소리 나게 튕겼다.
“제가 직접 발주해 놓고 왜 생각을 못 했을까요! 일단 현 상황에서 그게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 같습니다!”
“예. 그럼 저는 이만 연습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일단 급한 불은 껐군.
다시 연습실로 향하려고 몸을 돌린 순간, 정재진이 나를 불러 세웠다.
“……저기, 해온 씨!”
“예?”
“저희, 이번 무대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재진의 뜬금없는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대에 서는 건 가수지만 의상, 소품, 효과, 장비, VCR 등은 당연하게도 소속사에서 준비한다.
물론 나는 명훈이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원하는 의상과 무대 분위기 등을 정리해 정재진에게 보낸 지 오래지만.
‘……음, 응원해 달라는 건가.’
나는 오른손 주먹을 올려 작게 흔들었다.
“저희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파이팅.”
정재진이 짐짓 결연함이 스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응원받고 싶었던 게 맞나 보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폭소합니다!]나는 뜬금없는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리며 등을 돌렸다.
* * *
한편, 정재진은 멀어지는 성해온의 등을 보며 눈을 빛냈다.
‘어쩜 저런 사람이 이 회사에 들어왔을까……!’
본인이 MH의 직원임을 잠시 잊은 듯한 정재진은 먹먹한 가슴을 달랠 길이 없었다.
‘멤버들과 팬들을 저렇게 살뜰하게 챙기다니.’
남들한테 저런 아티스트가 있다고 말하면 망상도 정도껏 하라며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내가, 내가 열심히 해야지!”
정재진은 멀어지는 성해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엄청난 오해였다.
* * *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르게 연습실로 돌아가자, 멤버들이 구희승에게 죽어나고 있었다.
“몸이 더 유연하게 움직여야지~?”
“쌤! 저는 이게 최댄데요!”
“아니, 아니, 너희는 더 할 수 있어.”
“으아아아악!”
“이, 이건 살인, 살인입니다……!”
뭐, 딱히 불쌍하진 않다.
“하하, 우리 해온이는 어디로 도망쳤다가 이제 오는 걸까?”
“…….”
이제 내가 조져질 차례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안타까운 눈빛을 보냅니다.]동정은 골드로 해주시길.
아니면, 그 뭐냐.
힐링포션으로 하든가.
하나밖에 없어서 먹기 아깝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며 손가락질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에게 호감을 표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200골드를 후원합니다!]* * *
대망의 1라운드 경연 날이 밝았다.
아니, 안 밝았다.
스윽…….
나는 고개를 들어 어두컴컴한 하늘을 응시했다.
지금 시간은 새벽 1시 30분.
우리의 드라이 리허설은 꼭두새벽인 3시 30분에 예정되어 있었다.
나머지 다섯 그룹의 리허설은 새벽 6시부터 점심까지 잡혀 있었고, 우리만 이런 시간이다.
데뷔 연차가 가장 안 찼기도 하고, 뭣보다 인기도 없으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겨우 이런 걸로 불만은 없다.
단지 심각하게 피곤할 뿐.
심지어 스튜디오가 경기도에 위치해 있는 탓에, 새벽 리허설을 마친 뒤 다시 서울로 왔다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샵에 들른다면 오후에 있을 녹화 때는 메이크업이 다 무너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촬영이 진행되는 스튜디오로 향하는 와중에 차윤재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자, 잘할 수 있을까요. 아니, 잘해야만 합니다. 제가 불안할 소리를…….”
나는 피곤한 나머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을 그렇게 했는데 잘할 거다.’
그리고 어느샌가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바스락! 지이익-!
무언가를 사부작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매니저가 말을 걸어왔다.
“마침 깨우려고 했는데 일어났네?”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니 전멸이었다.
다들 기절하듯 차 시트에 몸을 맡기고 있는 상태.
나는 조수석의 문을 열고 나오며 물었다.
“저희 좀 이르게 온 거죠?”
쟤네는 조금 더 재워야겠군.
“한 20분은 빨리 왔지, 내 운전 실력이 끝내주잖냐~”
매니저의 자랑은 산뜻하게 한 귀로 흘리는 와중에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시선을 보내자, 매니저가 곧장 입을 열었다.
“아~ 너희 팬들이 보낸 거 같던데?”
트렁크 속 박스 안에 들어 있는 건 도시락이었다.
척 봐도 개당 몇만 원은 할 것 같은 고급 도시락에, 하나하나 우리 얼굴이 프린팅된 스티커를 붙여놓으셨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밴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일어나. 다 왔다.”
멤버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다들 피곤에 찌들어서, 안색이 엄청났다.
“……벌써, 도착했습니까? 긴장했나 봅니다. 위가…….”
얼굴이 새파래진 차윤재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웅크리자, 최승하가 그를 토닥였다.
“나도 너무 떨린다.”
그닥 안 떨려 보이는데.
이때다 싶었는지 매니저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우리 승하, 말을 하지! 청심환 줄까?”
“흐음. 주시면 감사하죠~”
내가 보기엔 최승하도 매니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듯한데, 녀석이 나름 친절하게 대해주니 정말 본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 유독 친한 척을 해대곤 한다.
역시 눈치라곤 밥 말아 먹은 게 틀림없다.
‘최승하만 불쌍하게 됐군.’
멤버들이 모두 차량 밖으로 나오자 나는 박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팬분들이 보내주셨대.”
최승하가 눈을 빛내며 쏜살같이 다가왔다.
“와! 엄청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
“촬영 끝나고.”
어림도 없지.
나는 곧장 녀석의 손에 들린 도시락을 뺏었다.
“……잔인하다!”
어느새 이쪽으로 다가온 류인도 내용물을 보고 감탄했다.
“정말 신경 써서 보내주셨네…… 감동이다.”
그도 그럴 게, 도시락만 있는 게 아니라 한입에 먹기 좋게 손질한 과일, 마카롱, 쿠키, 커피와 생과일주스 등등 없는 게 없었다.
내가 무표정으로 손을 까딱이자, 아직 잠이 덜 깬 멤버들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다가왔다.
차차차찰칵-!
차차차차차차찰칵-!
“아니, 이 형은 정말 맥락도 없이 연사를.”
“뭐라고?”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성해온의 냉랭함을 넘어 조금 무섭게 생긴 인상은 역시 요긴하다.
공계에 하나하나 올리진 못해도, 나중에 U라이브 때 잘 먹었다고 화면에 비춰서 보여 드려야지.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이 보였다.
“지금 무대 정비 중이라 한 30분 뒤에 무대 올라갈게요. 아, 다들 이거 매주시고요.”
우린 스태프가 준 대문짝만한 이름표를 가슴팍에 매달았다.
‘신경 써서 찍어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경연 무대는, 보통 음방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카메라 무빙이 동반된다.
음악 방송은 무대도 협소하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하니 동선이나 안무가 한정적이다.
하지만 무대는 다르다.
총 3개의 무대.
커다란 중앙 무대의 양옆으로 사이드 무대가 하나씩 더 있어서, 극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A무대에서 누군가 파트를 하고 있을 때, B무대, 혹은 C무대에서 다른 멤버가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가 파트를 넘겨받는 식으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번 무대는 굵직한 소품도 많이 쓰일뿐더러 동선 이동도 잦아서 카메라 감독의 성의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때 스태프가 소리쳤다.
“라이트온 스탠바이할게요!”
곧바로 무대에 올라선 우리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꾸벅, 인사한 뒤 대형을 잡았다.
우린 세 개의 무대를 전부 이용할 심산이라, 아무래도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다.
툭-!
첫 번째 리허설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노래가 끊겼다.
‘음향 사고인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무대 아래에서 스태프가 뛰어오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이 영상 한 번만 더 체크하고 가신다고 하셔서요!”
음.
그럴 줄은 알았지만, 역시 사전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군.
사실은 기대도 안 했다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리허설을 하는 와중에 우리가 일전에 보낸 안무 영상을 체크하겠다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으나, 여기서 티 내면 우리만 손해다.
나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 괜찮습니다! 천천히 해주세요.”
“그럼 스타트 대형 서주신 상태로 대기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를 상대로 잔뜩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나 보군.
그렇게 리허설이 재개되고, 총 세 번의 드라이 리허설을 끝낸 뒤 우린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