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5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58화(5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58화
파사삭-!
아아, 그래. 이건 내 멘탈이 부서지는 소리로군.
“……허어!”
나는 우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의미로 믿기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X발.
“이, 이게 무슨.”
“정말 저희가……?”
멤버들은 온갖 견제가 난무하는 팬덤 간의 물밑 암투까지 알 리 없으니, 충격적인 소식에 다들 어버버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스태프가 커다란 판을 가지고 왔다.
판에는 1부터 6까지 칸이 차례로 나뉘어 있었다.
“자! 2차 경연 순서는, 현장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라이트온이 결정합니다!”
나는 몸을 돌려 속삭였다.
“우리 순서는 몇 번째 할까.”
한수현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마지막이죠.”
다른 놈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정해졌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순서 6번을 선점했다.
“오~ 망설임 없이 마지막 무대를 가져갑니다!”
뭐, 이것까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망돌이어도 본인이 마지막 무대 하고 싶다는데 어쩔 텐가, 이건 욕하는 사람이 이상해진다.
오히려 눈치 보며 마지막 무대를 다른 그룹에게 넘겨주면 우리 팬들은 분통 터져서 잠도 못 잘걸.
스으윽-
나는 출연진들을 둘러봤다.
다들 이쪽 눈치를 보고 있었다.
최대한 늦은 순서로 무대를 펼치고 싶은 건 똑같을 테니까.
그래,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안 그래도 욕받이 포지션이 된 상황에서, 자꾸만 이런 구도가 나오면 무척이나 곤란하다.
누굴 선택한대도, 쟁쟁한 팬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하하.
X발.
MC가 출연진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아! 이제 여기서 라이트온에게 잘 보여야 할 텐데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클락션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 성해온 씨에게 두 번 버려지기 싫습니다.”
……내가 언제 버렸나.
그리고 분명 버려졌다고 좋아했으면서.
“아하하! <친해지길 바래>에서 한 번 좌절을 겪었던 클락션의 구애입니다!”
무어라 대답을 하려고 마이크를 잡으려던 무렵이었다.
의외의 그룹이 웃으며 마이크를 쥐었다.
“유하야!”
러쉬의 멤버였다.
쯧, 양심도 없는 놈들.
자기네들이 사전 인터뷰에서 쓸데없는 말을 한 탓에 그렇게 비난을 받았는데도, 같은 주제로 말을 꺼내다니.
‘……아, 신유하!’
휘익!
아차, 싶은 마음에 다급하게 상체를 돌렸는데 다행히도 표정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MC가 흥미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이거 친분으로 어필을 하기 시작합니다! 러쉬의 직진 구애!”
“저희가 또 유하랑 친하잖아요. 그래서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지 기대를 하며 이렇게 손을 들어봅니다~”
사실 선공개 영상이 나왔을 때부터 오늘 촬영장에 가면 러쉬가 분명 시비를 걸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외로 조용했지만.’
애초에 악편으로 안 좋아진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러쉬에겐 5번째를 주려고 생각 중이었다.
‘……흠.’
그때 클락션이 진지한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학연, 지연, 혈연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락션의 애드립에 스튜디오가 웃음바다가 됐다.
“이쯤에서 신유하 씨의 의견! 들어보지 않을 수 없죠!”
말 잘해야 할 텐데.
이제 여기서 표정 관리 못 하고 버벅거리면 악편 프리패스였다.
나는 입 모양으로 속삭였다.
‘내 쪽 보면서 말하고 넘겨.’
성의 없는 말이었지만, 용케 알아들었는지 신유하가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조금씩 당겨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마이크를 쥔 손이 잘게 떨리는 게 보였다.
목소리까지 떨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무색하게 신유하는 멀쩡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야! ……당연히 5번째를, 러쉬 팀에 주고 싶은데…… 최종 결정은 저희-”
MC가 센스 있게 말을 낚아챘다.
“아~ 최종 결정권은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니라 리더에게 있었습니다!”
카메라가 나에게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 * *
서민정은 이마를 짚었다.
“…….”
사실 자신과 남희연 PD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나름 친한 사이다.
“PD님.”
“응?”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예요?”
“무슨 생각이긴, 어떻게 하면 시청률 더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장난치지 마시고요. 애초에 왜 갑자기 현장 팬 투표로…….”
원래라면 다음 경연 녹화 전에 모든 점수를 공개하고 거기서 선발된 최종 집계 1등 팀이 고르는 거였다.
경연 무대 순서 말이다.
“정말 재밌지 않니?”
이 인간, 또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있다.
이건 뭐, 벽에다 대고 말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무대도, 흐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던 PD가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상상 이상이야. 그 소속사 출신이 그렇게 해올 줄 예상이나 했겠니.”
그건 자신도 동의하는 바다.
“……그건, 그랬죠.”
SNS나 커뮤니티에서 꽤 언급이 있기도 했고,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긴 얼굴에, 몇 영상을 찾아보니 예능감까지 있어 보여서 섭외한 거였으니까.
이런 경연 무대에선 소속사의 자본력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편이다.
그래서 자신을 포함한 제작진들은 모두 라이트온의 무대가 그저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못하면 오히려 좋았지. 편집점으로 써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라이트온은 예상 밖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골치 아프게도.
남희연이 서류를 넘기며 물었다.
“내가 아까 녹화 들어가기 전에 했던 말 기억하니?”
“PD님 머릿속에 두 가지 가정이 있다는 말이요? 하나는 재미없는 놈이 선택할 결과, 하나는 재밌는 놈이 선택할 결과.”
“근데 라이트온은 뭐였을 거 같니?”
“으음, 전자요?”
자신이 말을 끝내자마자, PD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정말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미친 인간 같다.
“아냐, 아냐, 후자야! 아아, 재밌단 말이지.”
“후자요……?”
자신의 말에 대답 따위 하지 않은 남희연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민정아, 네가 보기엔 오늘 누가 제일 잘했니?”
“음, 솔직히 라이트온이 의외긴 했죠. 잘하기도 했고요. 러쉬랑 올타임도 괜찮았고, 블보랑 스피디는 곡이 조금 안 어울렸어요.”
“그리고?”
“트웰브는, 음. 까놓고 말하자면 별로였죠?”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희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음~ 나랑 생각이 같아.”
“……PD님! 어디 가세요!”
“편집?”
서민정은 남희연의 팔을 낚아챘다.
“PD님, 저도 이 프로그램 메인 작가예요! 제가 편집 기획안 올린 대로 편집이 되어야 합니다.”
원래 메인 작가는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편집까지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이번 기획은 애초부터 트웰브와 러쉬를 밀어주기로 정해져 있었다.
라이트온은 어그로와 시청률 끌어오기 용도였고.
‘……심지어 러쉬는 요새 인기가 고공 행진이라 프로그램 안 나오겠다는 거, 편집 잘해주겠다고 말하고 출연시킨 건데!’
남희연이 웃으며 팔을 빼냈다.
“민정아, 나는 누구지?”
“……메인, PD님이시죠.”
“그럼 내 의견을 네가 막을 수 있을까?”
아, 이 인간.
잘리든 말든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또라이였지.
탁-!
허공에서 가볍게 내쳐진 서민정의 손이 애꿎은 공기만 부여잡다가 툭, 아래로 떨어졌다.
“윗선에서 지랄하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 말고, 작가님 파이팅 합시다?”
* * *
추가 촬영까지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무려 새벽 2시였다.
드라이 리허설하겠다고 나온 시간이 어제 이 무렵이었으니, 거의 24시간을 밖에서 뜬 눈으로 있었던 거다.
“와 이건 진짜 너무 피곤한데.”
“우리 잠을 요즘 제대로 못 잤으니까 더 그런가.”
체력으로만 보자면 가장 상위권인 최승하와 류인이 한숨을 쉬어댔다.
“……기절할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차윤재가 까무룩 무의식에 빠져들었다.
저 차윤재보다도 체력이 낮은 나는……, 당장에라도 저승사자와 만남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상태였다.
‘당장 눕고 싶다.’
* * *
“…….”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숙소 침대 위였다.
‘……지금 몇 시지.’
스마트폰을 켜보니 오전 9시였고 숙소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분명 샤워 순서를 기다리느라 침대에 등을 기댄 채로 잠깐 눈을 붙였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완벽한 상태로 누워 있는 거지.
잠옷으로 환복은 물론, 이불까지 완벽하게 덮고 있었다.
씻지도 못하고 자다니,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군.
조용히 샤워를 마친 뒤, 나는 침대에 앉아 어제의 경연 반응을 검색했다.
[이번 TTT 1차 경연곡 트레이드임 ㅅㅍ]트웰브 – 라이트온
러쉬 – 올타임
스피디 – 블랙보이즈
이렇게 서로 트레이드함
빠깍지 빼고 솔직히 말하자면 러쉬랑 라이트온 무대가 좋았음 (난 타 팬임)
자세한 스포는 안 될 것 같아서 안 함
내부 사진 찍은 거 아래 첨부한다
(사진)
– 네 다음 라이트온 빠순이~
└ 진짜 망돌 애미들 어지간히 애쓴다 싶음 ㅎㅎ
– ㅈㄴ >난 타팬임< 부터 주작 개 티 남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나대
– 곡 트레이드? 개충격적인데 이거 진짜임?
└ ㄴㄴ 구라임
└ ㅇㅇ 진짜 맞음 내 지인이 방청 감 마음에 듭니다!
└ 구라임 걍 자기들 무대 했음
└ 지금 서치해 봐라 다 트레이드했다고 떠드는데 시비 털고 앉아 있네
– 근데 라이트온 잘하긴 했나 봐 유독 관련 후기가 많네
└ 나도 방청 갔는데 무대 멋지긴 했음
객관적으로 봐도 이번 무대는 괜찮았다.
1차 경연 무대는 파이널 무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에 칼을 갈았으니까.
강찬혁의 편곡도 정말 잘 빠졌고, 구희승의 안무와 무대 기획까지, 나쁘지 않은 무대였음은 확실했다.
라이트온 팬덤의 분위기도 들떠 있었다.
– 라이트온 기절초풍 천재 아이도루라는 것만 기억해 주십쇼
– 녹화 후기 : 그냥 라이트온은 신임 진짜 후광 비침 진짜임
– 나는 무대에서 돈 냄새가 났다는 후기를 아직도 믿지 못하고 있음
└ 명훈이가? 돈을 썼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물음표 살인마 되어가는 중)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겠지.
그룹명의 초성인 ㄹㅇㅇㅌ이나 랕온.
이런 줄임말들을 조합해 검색해 보니 나오는 내용들도 만만치 않았다.
– ㄹㅇㅌㅇ 개빡침 ㅋㅋㅋㅋㅋㅋ ㅌㅇㅂ가 걔네 데뷔곡 ㅈㄴ 쌉구린 거 했다고~~ 그래 놓고 자기들은 듦럽 가져갔다는 게 실화냐고
따지고 보면 트웰브가 멍청한 짓을 한 거였으나, 으라차차라는 폭탄을 던진 건 사실이니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 ‘그’ 망돌 팬들 나대는 거 왜 이렇게 꼴 보기 싫냐 ㅎ
– 아 ㄹㅇㅌ온 그냥 하차했으면 좋겠음
└ ㅇㅈ 낄끼빠빠라는 단어 좀 가르쳐 줘야함
물론 이 사람들은 서치 방지라도 해줬으므로 나름의 도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트온을 대놓고 언급하며 조롱하고 비방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까.
“어, 형 벌써 일어났어요?”
한창 반응을 살피고 있을 무렵, 최승하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났다.
“더 자지?”
“……일어나야죠.”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멤버들이 하나둘씩 초췌한 낯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안쓰러운 몰골이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안쓰러운 건 역시.
덜덜덜덜-
고작 일어서기만 했는데 미친 듯이 떨리는 내 다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