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69)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69화(69/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69화
내 멘트와 동시에 촬영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태프 쪽도 내 대답이 흡족한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숙소 갈 때 또 사드릴 테니까, 얼른 드세요.”
도진이 질린다는 얼굴로 커피를 내밀었다.
트웰브 입장에선 어이없겠지만, 저쪽 팬덤에서 매긴 우리 이미지는 조금이라도 좋아지겠지.
물론 극심한 악감정을 품고 있는 이들에겐 소용없겠지만.
한창 가식과 가식의 대결, 창과 방패 수준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스태프가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는 ‘친해지길 바래’의 연장선인데요. 어떠신가요, 서로와 가까워지셨나요?”
방송에 무조건 들어갈 것 같은 질문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답변이 튀어나왔다.
“그럼요. 저는 라이트온 후배님들이 이렇게 귀엽고 재밌는 친구들인지 몰랐네요.”
“저는 선배님들이 멋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과하게 멋진 분들이셨다는 걸 오늘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나를 제외한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가식 배틀을 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던 스태프가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동시에 제작진들이 무언가를 부스럭대며 꺼내는 게 보였다.
“서로의 진심을 알게 해주는~ 물건!”
스태프의 손에 들린 건, 그거였다.
……거짓말탐지기.
사아아-
싸늘한 공기가 루프탑을 감쌌다.
음, X된 건가?
눈 깜빡할 새에 어느새 거짓말탐지기가 테이블 한가운데에 올라와 있었다.
분위기상 후배인 우리가 먼저 손을 넣어야 할 것 같지.
내가 먼저 나서려는 와중에, 자리에서 일어난 한수현이 망설임 없이 첫 타자를 자처했다.
“……오, 오~ 우리 막내가!”
“오호오~ 막내분이에요? 겁이 없으시네.”
한수현은 기계에 손을 올린 채로 방긋 웃었다.
“얼른 질문해 주세요!”
트웰브는 자기들끼리 한참을 웅성거리더니, 질문을 정했는지 고개를 바로 했다.
“이 자리에서 내가 가장 귀엽다~?”
한수현은 참고로 귀엽다는 말 싫어한다.
“……아니요.”
예상대로의 답변이 나왔고 탐지기에 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딩동-!
꽤 긴장감을 자극하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실이라는 뜻이다.
이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손을 뺀 녀석이 자리에 앉았다.
“수현아! 너는 귀엽다니까!”
최승하가 녀석의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었지만, 한수현은 영혼 없는 표정으로 흔들릴 뿐이었다.
“……하아. 안 귀엽다니까요.”
“그럼 이번엔 우리 차례~”
호기롭게 손을 넣은 트웰브의 멤버가 질문을 기다린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맘 같아선 ‘으라차차 어땠어요?’ 이딴 질문이나 해서 곤란해하는 낯짝을 보고 싶지만 그럴 수야 없다.
“이 자리에서 내가 가장 귀엽다!”
아까 전의 질문을 그대로 던졌다. 아무래도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
손을 넣은 멤버가 한참 고민하는 모션을 취하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스.”
동시에 트웰브 멤버들이 폭소했다.
“와~ 뻔뻔한 거 봐라!”
“전기 맞을 준비 해야겠다. 너.”
“지금 저, 수현 씨가 몇 살이죠?”
트웰브의 질문에 한수현이 입을 열었다.
“……열여덟입니다.”
“그래! 열여덟 살 애도 겸손을 차리는데~!”
그리고 이어진 탐지기의 판단은.
딩동-!
“와하학! 얘 미쳤나 봐. 그래 네가 제일 귀엽다. 이 중에서.”
촬영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음, 이런 분위기 나쁘지 않군.
-라고 말했던 걸 취소하겠다.
다음 타자는 나였는데, 도진이 웃으며 이런 질문을 날렸다.
“우리랑 곡이 바뀌어서 아쉬웠다? 아아, 으음~ 바꿔 말해서 를 못 해서 정말 아쉬웠다!”
빌어먹을 놈, 상판부터 재수가 없다.
일부러 곤란해하는 꼴을 보려고 이러는 게 틀림없다.
어차피 내가 내뱉을 답은 하나다.
“……네. 많이 아쉬웠죠.”
내 말과 동시에 기계가 돌아가는 효과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계에 그려진 게이지 바가 [Lie]와 [Truth] 사이를 빠르게 오가고 있을 무렵.
나는 속으로 염불을 외고 있었다.
‘아쉽다. 아쉬워.’
‘나는 으라차차를 정말 좋아했고 아쉬웠지.’
‘정말 아쉬웠어. 진심으로 아쉬웠지. 그 곡을 못 하게 되다니, 이런 슬픈 일이.’
진심이라곤 한 꼬집도 안 담긴 마음가짐으로 진실이 뜰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뭐라도 해야만 했다.
멤버들도 옆에서 심각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기껏 앞에서 아까웠지만 트웰브 선배님이 해주셔서 영광이었다느니, 입을 털어놨는데 여기서 거짓이라도 뜬다면?
무조건 악편 프리패스다.
끔찍한 상상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으라차차는 희대의 명곡, 정말 뺏긴 게 아까워 죽겠다……!’
그때 움직이던 게이지 바가 멈췄다.
그리고 들려온 소리는.
……딩동!
맑고 청아한 안내음 사이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건 나였다.
‘뭐야, X발. 기계 고장 났나?’
아니면 혹시 성해온 정신력이 S+라서 이딴 농간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건가?
그러고 보니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기도 하다.
이 거짓말탐지기는 진실이어도, 찌릿한 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떨린 경우 거짓으로 나온다나.
그런 의미로 성해온의 정신력은 등급 외일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충분히 기계를 속였을 가능성이 있다.
싱긋!
나는 도진을 향해 미소 지었다.
놈의 웃는 얼굴이 경련하듯,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좀 믿어라. 뒷돈 찌른 건 너네잖아.
“……하, 하하. 정말 아쉬우셨나 보네요.”
당연하게도 안 믿는 얼굴이었다.
분명 기계가 고장 났나, 하면서 욕이나 짓씹고 있겠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정말 돗자리를 펼 생각이 없는지 묻습니다!]나는 사근사근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요. 하지만 아쉬움이 별건가요? 저희가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해주셨는데.”
“맞습니다! 엄청난 영광이었습니다!”
“하하, 뭘요…….”
그렇게 가짜 훈훈함 속에서 촬영이 끝났다.
* * *
“윤재야. 다 왔어!”
소리로는 역부족인지, 최승하가 몸을 흔들고 나서야 차윤재가 눈을 떴다.
“……어, 아. 죄송합니다.”
“아냐~ 우리도 방금 일어났어!”
피곤할 만도 하지.
오늘은 2차 경연 무대를 진행하는 날이다.
어제 되지도 않는 친해지길 바래 촬영이 잡히는 바람에 연습 시간이 부족해져서 새벽까지 연습했다.
우리 리허설은 첫 타자, 즉 어둑한 새벽이니 숙소 문턱도 못 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잠은 차에서 이동 중에 자는 쪽잠이 전부였고.
나도 죽을 지경이었다.
새벽 리허설을 끝내고 샵에 들른 후, 지금은 다시 경기도에 있는 스튜디오에 도착한 참이다.
오늘은 스케줄조차 빡빡해 차 안에서 숨 돌릴 틈도 없었다.
무대 사전 녹화 이전에 본 녹화를 촬영해야 했으니까.
대기실로 들어가 잠깐 동안 눈을 붙인 지 얼마나 되었을까.
끼이이-
열린 문틈 사이로 스태프가 얼굴을 내밀었다.
“라이트온도 곧 스탠바이하겠습니다~ 음향은 다 체크하셨죠?”
“방금 다 체크했습니다.”
“그럼 한 30분 정도 뒤에 스탠바이할 테니 준비하고 계세요!”
“네!”
망돌답게 군기가 바짝 들어간 멤버들이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온 스태프에게 힘차게 대답했다.
문이 닫히자마자 다들 스르륵 쓰러졌지만.
“흐헝헝, 배고파요…….”
카메라 촬영이 곧이니 밥을 굶고 있었는데, 허기진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새벽에 먹은 김밥 한 줄은 소화된 지 오래였다.
‘이거라도 먹어볼까.’
PPL 용도인지 대기실에 다과 종류가 종류별로 빼곡히 위치해 있었다.
저번 주엔 이런 거 없었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니 협찬이 많이 들어왔는지 이곳저곳에 상표를 가리지 않은 간식이 널려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비타민이 함유되었다는 에너지 드링크를 손에 쥐었다.
비타민이 들어갔다니, 피곤함이 조금은 가시지 않으려나.
지금 우리가 먹어도 어차피 대기실 리액션 촬영 들어가기 전에 꽉 채워놓을 거다.
나는 뚜껑을 돌려 연 뒤, 바로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
음료가 식도를 타고 지나감과 동시에 내 표정이 썩어들어 갔다.
시고 쓰고, ……이게 대체 무슨 맛이지.
한마디로 더럽게 맛없다.
이거 만든 놈은 어떻게 승인받았을까.
아니면 비타민이 많이 들어가서 이런 맛인 걸까.
한 입만 더 먹어볼까.
꿀꺽.
“음.”
역시나 쓰레기 같은 맛이다.
“형 맛있어요?”
“어.”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사악함에 고개를 내젓습니다!]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는 거지.
물론 난 더럽게 맛없었고, 내 입맛은 꽤 대중적이지만.
“와~ 나도 마셔봐야지!”
곧바로 음료를 개봉해 벌컥 들이켠 최승하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한참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꿀꺽, 삼킨 녀석이 몸을 빙글 돌리더니 뒤에 있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이야아~ 유하야 윤재야 이거 진짜 맛있다!”
먹던 음료를 둘 사이에 내민 최승하가 어서 먹어보라며 방긋 웃었다.
신유하는 녀석의 말을 들을 의지조차 없는 얼굴로 등을 돌렸다.
“유하야! 너 지금 무시하는 거야? 이러면 나 상처받아~”
“……먹던 거.”
“나 이거 입 안 대고 마셨는데! 음~ 잠깐만 기다려 봐! 새것 줄게~?”
속여먹을 생각에 벙글 웃으며 음료 쪽으로 손을 뻗은 최승하가 멈칫했다.
“으엑.”
최승하가 건넨 음료를 망설임 없이 받아 마신 차윤재가 오만상을 찌푸려 버린 것이다.
이 시점에서 본인이 말려들 뻔했다는 걸 눈치챈 신유하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돌아섰다.
텄네 텄어.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설마 기대하고 있었냐고 묻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좋은 구경을 놓쳤다며 입맛을 다십니다!]* * *
“하하, 여러분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MC가 아이스 브레이킹용으로 촬영 전 출연진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만 힘든 건 아닌지 다들 피로에 찌든 낯이었다.
출연진들은 모두 허름한 얼굴로 대충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순위 발표 컷만 촬영하는 것이라, 고작 한 시간 정도의 촬영 시간이 예정되어 있지만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다.
“어우~ 피곤해요~ 피곤해애~ 이러다가 쓰러지겠어요~”
클락션이 이마를 탁 짚으며 쓰러지는 모션을 취하자 출연진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사람, 언제 봐도 천상 방송인이란 말이지.
클락션이 쓰러지는 척을 하며 브레이크에게 기대자, 브레이크가 질색하며 클락션을 마하 쪽으로 밀었다.
“하하! 오늘도 스피디는 유쾌하네요. 아, 촬영 준비가 끝났나 본데요.”
스으으으-
그새 녹화 준비가 끝났는지, 시범용 조명이 어두운 스튜디오를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전광판에 프로그램의 로고가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박혔다.
‘시작했군.’
정해진 오프닝 멘트를 마친 MC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1차 경연의 순위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