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7화(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7화
“하핫! 형은 장난도.”
“하하. 진짠데.”
“하하하하핫!”
“하하하. 진짜라니까?”
“정말 농담이 차암~!”
최승하가 벙글 웃자, 한수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런 헛소리 하려고 저희 부른 거예요?”
“진짜래도.”
이쯤 되니 나도 무척 억울했다.
……이렇게 신뢰도가 없을 일인가?
길가에 지나가는 개가 성해온보다 신뢰가 높을 것만 같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죠. 컴백 날아갔다는, 그냥 저희 더 방치하겠다는 이야기 들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요?”
다른 놈들도 믿기 힘든지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못 믿겠으면 회사에 물어봐도 돼.”
이렇게까지 말하니 멤버들의 얼굴에 짙은 당황과 의문이 스쳤다.
“다들 평소에 찍고 싶었던 컨텐츠 있으면 말해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황당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대답들이 터져 나왔다.
“……무슨, 갑자기.”
“해온아, 나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정말 더럽게 안 믿는군.
나는 불신의 기운이 넘실대는 거실에서 혀를 찼다.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하자면, 조금 시간을 거슬러 가야 한다.
그러니까 아까 내가 카페를 박차고 나가 대표이사실에 방문했던 때로.
* * *
“크흐흠! 해온이, 네가 무슨 일이냐.”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명훈이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성큼성큼 소파를 향해 움직였다.
다만, 내가 앉아야 할 자리가 아닌 상석에 앉아 있는 김명훈 대표이사 옆으로 말이다.
“대표님. 잠시…….”
나는 가방에서 성해온의 노트북을 주섬주섬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슬쩍 보니 꽤나 당황스러운 눈치이긴 하다만, 그는 딱히 나를 제지하는 모션은 취하지 않은 채로 지켜보았다.
“이걸 봐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준비해 온 PPT를 실행했다.
“지금 이게 무, 무슨…….”
“당황스러우시겠지만, 대표님께 꼭 제안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허, 허허 참…….”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명훈이는 꽤나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카페에서 열심히 준비해 온 자료의 첫 장을 넘겼다.
“자. 여기를 보시면 이게 현재 라이트온 팬덤의 반응입니다.”
– 아니, 진짜 이건 회사 고소해도 할 말 X인 거 아님? 방치도 이런 방치가 어딨?
– 인류 문화재(대충잘생긴남자라는뜻) 홀랑 가져가 놓고 원통하다 원통해
– 근데 진짜 무슨 수로 이렇게 생긴 놈들을 여섯이나 모았지? 사혼의 구슬 조각 저리 가라임 우리는 이걸 명훈의 구슬 조각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 한줌단조차 도망갈 MH의 행보… 그저 감탄만 나옴
– 꼴값 떨지 말고 애들 계약 해지해 주고 하던 대로 배우나 키우라고ㅅㅂ 소속사 옮겨 ㅈㅂ
팬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읽어가던 대표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나마 상처 안 받을 거로 고른 건데.’
그렇다. 진짜 저게 그나마 엄선한 거였다.
자기한테 살인 예고를 날리는 팬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 작자는 평생 모를걸.
뭐, 불쌍하진 않다만.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냐.”
대표가 성질머리를 애써 목구멍으로 꾹꾹 누른,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음, 화났나 보군.’
딱 봐도 자존심 센 타입 같은데, 누가 이런 대중들의 반응을 대놓고 보여줬겠는가.
지금 어지간히 열이 올랐는지, 그의 볼이 분노로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이런 반응을 당연히 예상했기에,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화면을 넘겼다.
“이걸 봐주시겠어요?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들의 컨텐츠입니다.”
인기 좀 있다 하는 아이돌들의 컨텐츠를 보기 좋게 정리해 왔다.
타깃층과 그 팬덤들의 반응까지 종합해서.
“호오…….”
대표는 금세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로운 표정으로 화면을 읽어 내려갔다.
사업가는 사업가다 이건가.
“대표님. 저희한테 별 관심이 없으시다는 건 압니다.”
갑작스러운 나의 직구에 명훈이가 흠칫 어깨를 떨었다.
“내, 내가 너희한테 왜 관심이 없……!”
덕질은 해본 적 없지만, 누나의 영향으로 알 건 다 안다.
그룹 하나 데뷔시키려면 투자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그래서 앨범 몇 개 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아이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것들 말이다.
감이 없어서 쫄딱 망했어도 아마 이 그룹 하나 만드는 데에 돈 꽤나 들었을 테다.
그래서 다시 앨범 내주기 싫은 거겠지.
그렇게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 ‘또’ 망할까 봐.
나는 방긋 웃으며 명훈이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저희한테 들인 투자금, 회수하셔야죠?”
[……그런가?(B)]가 발동됩니다!타이밍 좋고.
“크흠.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당장 새 앨범 내달라고 투정 부리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진심이 담긴 눈빛 한번 보내주면 금상첨화다.
“대표님도 방금 보셨겠지만, 저는 저희 그룹만의 자체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런가?”
대표는 얼빠진 표정으로 턱을 긁었다.
“일단 팬들 유입에도 현 상황에서 자체 컨텐츠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뭣보다.”
“뭣보다……?”
특성 덕분인지 명훈이는 내 말에 잔뜩 집중한 채로 되물었다.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에서의 2차적인 수입과 함께, 알고리즘을 이용한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
“네. 요즘은 딱히 팬이 아니어도, 아이돌들의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재밌어야겠지만요.”
실제로 요즘엔 소위 말하는 ‘머글’, 즉 팬 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이돌들의 자체 컨텐츠를 재미 삼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왜냐고 묻는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나 또한 한때 이것에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 누나가 좋아하는 그룹도 아닌데, 왜 봐? 재미도 없는데.
– 맞아. 존나 노잼이다.
– 근데 왜 에피소드 8까지 계속 보고 있어.
– 얼굴, 얼굴이 재밌잖아…….
그렇다. 얼굴이 재밌으니까 보는 거다.
라이트온의 얼굴은 이 바닥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니 더더욱 이러한 자체 컨텐츠를 만들어 이득을 봐야 한다.
얼굴이 재밌으면 똑같은 행동을 해도 더 재밌는 법이니.
“크흠, 그렇지……. 나도 그, 그걸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명훈이가 이 주제에 관해 생각조차 안 해봤다는 것에 모든 것을 걸겠다.
나는 속마음을 숨기고 해사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꼭 찾아보지 않더라도 추천 영상에 뜬 걸 몇 번 보면 나중에 저희가 컴백했을 때도 조금이라도 더 관심이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하나…… 더……?”
이미 반쯤 넘어왔군.
“바로…….”
“바로……?”
“해외 팬까지 공략할 수 있게 됩니다. 국내 팬만 있는 것과 해외 팬까지 있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최소 투자 비용으로 해외 쪽을 노릴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큰손 팬 중에는 외국인 팬이 정말 많다.
웬만큼 덕질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리고 해외 팬들을 가장 손쉽게 공략할 방법을 묻는다면 당연히, ‘영상 플랫폼’이다.
국가별 자막까지 달아서 올린다면, 이미 K-pop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 진입 발판을 마련해 주는 셈이다.
그리고 사실상, 솔직히 말하자면 라이트온은 해외 팬은 무슨…….
국내 팬부터 휘어잡아야 한다.
이 이야기도 국내를 생각하고 꺼낸 이야기지만, 이 허세 넘치는 인간을 설득하려면 ‘글로벌’이라는 회심의 키워드를 꺼내야 할 것 같았기에 밑밥 깐 거다.
PPT를 마지막 장까지 넘긴 후 나는 곁눈질로 대표의 얼굴을 바라봤다.
‘성공했군.’
* * *
“대표님과 이야기하다 보니 어쩌다 말이 나왔어.”
한수현이 아직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뭔, ……대표님을 따로 만났다고요?”
날 서 있는 말투였다, 역시 귀찮은 놈.
한수현은 내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가느스름하게 뜬 눈으로 나를 빠르게 훑었다.
“리더라고 혼자 부르신 거 아닐까.”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것 좀 보라며 흐뭇해합니다!]나는 멤버들을 돌아보며 최대한 착해 보일 만한 미소를 지었다. 역효과인지 다들 표정이 싹 굳었지만 말이다.
“대표님이 허락한 일이니까, 다들 아이디어 있으면 편하게 말해.”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물 흐르듯 전개되는 거짓말에 감탄하며 200골드를 후원합니다!]“…….”
어쨌거나 회사에서 컨텐츠를 만들어준다는 건 이 그룹을 지원해 주겠다는 의미일 테다.
자체 컨텐츠는 일회성이 아니니까.
멤버들의 표정이 영 얼떨떨했다.
‘지금까지 방치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뭐.’
한참 말이 없던 멤버들 사이에서, 한수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연습하는 걸 찍는 건 어떨까요.”
“연습실 컨텐츠라…… 좋지만 지루해질 가능성이 커. 자컨은 일단 재밌어야 하잖아?”
팬이 많은 아티스트라면 연습 영상은 그래,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지도 상황에서 그런 걸 찍어봤자,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심해에 처박혀 버릴 게 틀림없었다.
“맞는 말이네요.”
한수현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을 흘깃 바라봤다.
귀여운 얼굴과 막내라는 포지션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귀염성은 0에 수렴하며, 성해온을 포함한 모든 멤버에게 공평하게 싸늘한 놈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이놈이 나름 편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다른 놈들은 나와 눈만 마주쳤다 하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몸을 떠는데 한수현과 최승하는 예외다.
다들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는지, 다시금 고요함이 찾아왔다.
나는 눈치껏 분위기를 살피다가 운을 뗐다.
“다들 의견 더 없다면 내가 말해봐도 될까.”
예의상 물어본 것일 뿐, 사실 이미 정해둔 게 있다.
“음, 일단 첫 컨텐츠는 숙소 컨텐츠 어떨까? 우리가 직접 셀프캠을 들고 일상을 찍는 거지.”
화제성으론 이만한 게 없거든.
“……여기, 너무 좁고…… 멋있는 모습, 바라시지…… 않을, 까요?”
신유하가 개미가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안 그래도 눅눅한 안색이 한층 더 음울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추레한 숙소를 팬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는 거로군.’
하지만 신유하의 생각은 반쯤 틀렸다.
오히려 숙소가 낡고 초라하면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더 자극할 수 있는 법.
하지만 이 명제엔 얼굴이 잘생겨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못생겼다면? 그냥 ‘어쩌라고…….’가 되지만.
만약 잘생긴 미남들의 가련한 모습이라면?
‘와 쟤네 좀 불쌍한데, 귀엽잖아……! 그리고 어쩐지 마음이 가는걸……?’
요컨대 이런 반응을 끌어내기 딱 좋다는 말이다.
‘숙소 내에서의 모습은 SNS에서 화제 되기도 좋고.’
이 정도의 비주얼이면 먹힌다. 무조건 먹혀. 장담할 수 있다.
“아니. 팬분들은 그런 거로 우리에게 실망하지 않으신다.”
나는 확신에 찬 눈으로 말했다.
‘내 안의 이해성 자아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부분에선 오타쿠 말 들어서 나쁠 게 없다.
[……그런가?(B)]가 발동됩니다!그렇게 결국 내 의견은 반대 의견 없이 채택됐다.
‘이 특성 뭔가 엄청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엄청난 힘은 없지만, 그냥 설득력이 더 생기니 뭔 말을 하던 조금만 논리적으로 꾸미면 대부분 납득시킬 수 있었다.
숙소 컨텐츠에서 뭘 보여줘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였다.
“갑자기, ……왜!”
구석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그룹에 관심도 없었으면서. 이제라도 리더 노릇 하고 싶으신 겁니까?”
음. 성해온 이 새끼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걸까.
이럴 때마다 할 말이 없어서 무척 곤란하다.
“…….”
“죄송합니다…… 그냥 잊어주세요.”
차윤재는 이 말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변명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쾅!
문이 거세게 닫히는 소리와 함께 거실에는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비웃을 거면 돈 내고 비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