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74)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74화(74/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74화
“…….”
그래, 어쩐지 싸하다 했다.
“사정상 조용히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해서 제가 이리로 왔습니다.”
잠깐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며 나간 매니저의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익숙한 얼굴의 남자.
‘의 작가 중 하나였지.’
그가 짐짓 심각한 얼굴로 안경을 매만졌다.
방금까지 자다가 낯선 기척에 눈을 뜬 녀석들은 벙벙한 얼굴로 입을 뻐끔거렸고, 나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눈을 굴려보니 백미러 위쪽에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절대 찾지 못할 사이즈의 소형 캠이 부착되어 있었다.
‘……몰래카메라?’
딱 봐도 Nnet이군.
매니저가 나간 틈에 기가 막히게 들어온 걸 봐서는, 이건 아마도 회사와도 이야기가 끝났을 일이라는 것.
긴장을 놔볼까, 하면 엿을 먹여주는 프로그램이라니.
한참 우리를 둘러보던 작가가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프로그램 투표수 조작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사아아-
멤버들의 얼굴이 희게 질리기 시작했다.
“……네?”
“저희 매니-”
“매니저분은 지금 먼저 들어가서 조사받고 계십니다.”
작가의 말에 안색이 새파래진 차윤재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딸꾹, 아, 죄송합니, 딸꾹.”
보기 안쓰러울 수준이다. 안 그래도 심약한 망돌에게 이런 농간을 부리다니.
나는 곁눈질로 작가를 흘겼다.
장단이라도 맞춰줘 볼까.
“무슨 증거라도 있는 건가요.”
내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작가가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분위기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저도 압니다. 가수분들이야 아마 모르실 거라는 거. 하지만 이런 이슈가 프로그램에 커다란 논란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 거예요.”
백미러로 뒤를 살피니, 최승하가 어색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도 진즉 눈치챘군.’
그 옆에 앉은 한수현도 대강의 상황은 눈치챈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때 차윤재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저희 회사는, 아니, 저희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맹세코 그런…….”
그 옆에 앉은 신유하도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 부끄러운 짓은 정말 하지 않, 았습니다.”
신유하 옆에 앉은 류인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너도 속은 거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한숨을 삼켰다.
이런 상황극에 세 놈이나 속아 넘어가다니.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천천히 입을 뗐다.
“국내 투표 6위, 해외 투표 6위. 저희 경연 성적이고 아, 참고로 출연진은 여섯 팀입니다…….”
내 자학이 담긴 말에 작가가 되레 당황한 낯을 걸쳤다.
“예?”
나는 처연한 얼굴을 걸치고 말을 이었다.
“저희가 투표 조작을 했다면…… 6등을 했을까요.”
“……큽.”
최승하가 조수석에 바짝 붙은 채 엎드려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다행히도 각도상 그곳은 카메라 사각지대였다. 아니었으면 내가 가만 안 뒀다.
잠시 어버버거리던 작가가 무릎을 치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예상대로 안 따라와서 당황했나 보군.’
“6등이라고 조작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여러 개의 다중 계정으로 투표된 걸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저희 회사가, 정말 그랬다는 말씀이신가요……?”
내 말에 최승하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맞아요. 그럴 리가 없는데…….”
최승하가 웃을 때부터 어느 정도 몰카임을 눈치챈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화제가 된 이후, MH엔터의 디렉팅 능력도 덩달아 화제가 되었다.
물론 나쁜 쪽으로 말이다.
라이트온의 마스크나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훌륭하니 대중들은 자연스레 우리의 데뷔곡을 검색해 접하게 되었고.
……뒤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그럼, 여러분은 사측에서 아무 것도 전달받으신 적이 없고, 이 사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시다는 거죠?”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예.”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머쓱한 얼굴이 된 작가가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밴의 조수석과 뒷자석 문을 벌컥 열었다.
“나머지 이야기는 매니저 분 있는 곳으로 가서 하시죠. 저희도 지금 비상이라…….”
그렇게 말하는 작가의 얼굴은 정말이지 막막해 보였다.
‘마지막까지 속이려 드는군.’
망설임 없이 밴에서 뛰어내린 멤버들과 그의 뒤를 따라 걷자, 더 상상도 못 할 것들이 튀어나왔다.
“…….”
“와하학! 얘네도 영혼 쪽쪽 빨린 얼굴인데~”
“……우리도 저랬나?”
스피디의 멤버, 클락션과 마하가 우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최승하가 가장 먼저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고, 나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도 정중하게 인사했다.
매니저 이 빌어먹을 놈…….
이건 촬영 현장이었다.
우리가 마지막 등장이었는지, 지금 내 시야엔 다른 출연진들이 모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스케줄이 있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얼버무리는 매니저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으나, 촬영일 줄은 몰랐지.
분명 Nnet 측에서 재미를 위해 서프라이즈를 부탁한다고 연락이 왔을 거고, 이해는 한다.
하지만 열받는 건 별개다.
봐라, 다른 그룹은 놀란 척은 하고 있다만 나름 평온하다.
저 녀석들은 아마 사측으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았을 터.
‘……메이크업이라도 해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어쩐지 의상도 언질을 안 해줄 정도의 스케줄 치고 잘 입혀준다고 생각했었다.
스으윽-
나는 곧장 눈을 굴려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푸르른 잔디가 빼곡하게 들어찬 넓은 마당과 그 주위를 에워싼 별채 펜션…….
설마 합숙이라도 시키려는 건가?
참고로 시즌 1 때는 이런 거 없었다.
시청률이 나날이 높아지니 분량 늘리기에 돌입한 건가. 그럴듯한 추론이다.
“……이거 설마 촬영인 겁니까?”
차윤재의 중얼거림에 작게 대답했다.
“그런 것 같네.”
분주하게 장비를 세팅하던 제작진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음향 장비를 달아주기 시작했다.
몸에 마이크가 부착되기 전, 미소를 걸친 채 스태프에게 질문을 던졌다.
“촬영은 당일치기인가요?”
“아니요. 1박입니다~”
……1박?
도대체 뭘 시키려고?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여러분~ 하아~ 이거 이거, 아직까지 어색함이 감돕니다!”
느지막이 나타난 MC가 마이크를 잡음과 동시에 녹화가 시작됐다.
“K-pop을 이끌어 나갈 여섯 개의 별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나~ 각 그룹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봅니다~”
안타깝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던 MC가 갑작스레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저희가 준비한 걸 보여 드릴 수 없어요~! 괜히 여러분을 몰래 이곳에 부른 게 아닙니다!”
……대체 무얼 준비했길래?
스멀스멀 차오르던 불길함이 턱 끝까지 밀려들어 왔다.
“2차 경연까지 무사히 끝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불안할 정도로 악센트를 주며 힘 있게 끊어 말하는 MC의 공치사에 출연진들은 모두 방긋방긋 웃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런 리액션이 마음에 든다는 듯 흐뭇한 얼굴을 한 그가 말을 잇기 시작했다.
“다음 라운드는 바로, 유닛 경연입니다!”
……유닛?
유닛이라는 키워드도 갑작스러웠으나, 이어지는 MC의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각기 다른 그룹에 속한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특급 무대가 펼쳐진다는 거지요~”
처음 공개되는 다음 무대 주제에 모두 놀랐는지 웅성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안색도 거무죽죽해지기 시작했다.
망했다.
그것도 정말 대차게 망했다.
이런 마음을 알 리 없는 MC가 다음 멘트를 잇기 시작했고, 내 눈동자에는 점차 안광이 사라지고 있었다.
“형, 얼굴이 무서워요……!”
“도, 도, 동태! 동태입니다!”
최승하와 차윤재가 내 귀에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내 안색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망할 놈들아, 고맙다.
애써 얼굴을 핀 나는 웃음기를 걸치며 MC를 응시했다.
“유닛은 보컬과 댄스! 마지막으로, 랩까지! 총 3개 부문으로 진행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회사들도 유닛에 관련된 내용까지는 몰랐던 모양.
물론 여섯 개의 팀 중에 가장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건 바로 우리였다.
“……와아, 랩 어떡하죠.”
최승하가 중얼거리자 류인이 아연한 얼굴로 웃었다.
“그러게. 큰일 났는데, 하하.”
으드득!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이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흑역사 중 하나는 단연코, 되지도 않는 랩을 하는 행위!
그리고 라이트온엔 안타깝게도 래퍼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멤버들은 막막한 미래를 예감했다는 듯이 고개를 떨궜다.
“…….”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말하지 않아도 캐치했는지, MC가 짐짓 사악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각 그룹에서 유닛 별로 한 명씩은 꼭! 내보내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빌어먹을 방송국 놈들.
* * *
우리는 지금 배정된 별채에 들어와 짐을 풀고 있었다.
매니저가 우리 몰래 캐리어에 짐을 챙겼더라고.
지금 이곳에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니, 멤버들도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한 채 영혼 없는 리액션만 이어가고 있었다.
“……방이 좋네.”
“와아아~ 그러게요. 방이 세 갠데 어떻게 정할까요.”
류인과 최승하의 말에 한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숙소에서 자던 대로-”
“잘 수는 없지.”
갑자기 내게 말을 뺏긴 한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사방에 널린 카메라들이 보이지 않는가.
분량을 뽑아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긴 눈빛으로 멤버들을 바라보자, 한수현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녀석들 눈치는 쓸 만하다.
“……좋아요. 그럼 방을 어떻게 정할까요.”
“우선 숙소에서 같이 안 쓰던 사람이랑 쓰자.”
그래야 팬분들도 좋아하시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어디까지 내다보는 거냐며 감탄사를 내뱉습니다!]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거실에서 다 같이 눈을 감고, 한 명씩 방에 들어가는 거지. 방 취향이 겹치면 그대로 룸메이트가 되는 거야. 어때.”
“오~ 좋아요, 좋아요!”
“괜찮은데?”
“굉장히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얼른 끝내고 회의해요.”
만장일치의 동의로 게임은 속행되었다.
이 별채엔 방이 세 개 있다.
1층에 둘, 2층에 하나.
눈을 감고 등을 돌린 채로 거실에 일자로 모여 앉은 뒤, 내가 입을 열었다.
“나이 역순으로 할까? 수현이부터 가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로 차윤재가 일어나 방을 찾아 떠났다.
“저랑 유하는 동갑인데~ 누구부터 갈까요~”
“……너 먼저.”
“그렇다면 사양않고~”
신유하의 양보에 최승하가 웃으며 일어나 어느 방문을 열었다.
곧이어 신유하가 일어나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끼이이- 끼이익-!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낡은 나무 계단의 삐그덕 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전해졌다.
“……어, 어어.”
그 위에서 어버버거리는 신유하의 목소리까지 합쳐지니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나는 류인에게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내가 먼저 가도 될까.”
“그렇게 해.”
나는 벌떡 일어나 망설임 없이 원하는 방의 문을 열었다.
쾅!
예상대로 나의 오늘자 룸메이트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몸을 파드득 떨었다.
나는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
“아, 유하랑 같은 방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