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7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76화(7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76화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탁!
슬레이트가 맞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녹화가 재개됐다.
‘유닛으로 끝이 아닐 텐데.’
같잖지도 않은 수련회 분위기를 만들어놓은 걸로 봐선 무언가가 더 있을 건 확실했다.
저번 녹화 때보다 낯빛이 좋아진 MC가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 오늘 서울을 벗어나 여기 이 푸르른 자연! 어떠신가요!”
X같아요.
“너무 좋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겉과 속이 이렇게 달라도 되는 거냐며 이마를 짚습니다!]멤버들을 포함한 모든 출연진들이 최선을 다해 리액션을 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
“맞아요! 또 오고 싶어요!”
“바비큐 해 먹어요~”
MC는 고개를 끄덕이며 출연진들의 대답을 듣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이번 유닛 대결은 이전 경연들보다 무척이나 색다를 겁니다!”
궁금증을 돋우는 말에 출연진들의 눈이 동그래졌고,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이번 유닛 대결은! 전문가들과 함께합니다! 각 부문에서 멘토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 일일 심사 위원이 되어 여러분의 무대를 평가합니다!”
다소 충격적인 발언에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이내 여기저기서 탄식, 환호, 호응 소리가 들려왔고, 나도 기계적으로 호응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쳤다.
짝짝짝!
동시에 눈알을 굴려 스태프들이 모여 앉아 있는 곳을 살폈다.
‘……이런 식으로 하겠다고?’
전문가들이 심사 위원이라, 마치 연습생들을 놓고 하는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오마주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이 프로그램 메인 PD가 그 프로그램을 대박 낸 전적이 있는 프로듀서였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봐도 이건 정신 나간 기획이 아닐 수 없다.
화제성이라, 그래. 화제성은 분명 엄청날 거고, 재미도 보장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전 시즌이 재미없었던 이유가 뭐겠는가?
이미 어느 정도 선상에 오른 탑 티어 그룹으로만 결성된 프로그램이기에 큰 어그로를 끄는 진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제는 이번 시즌도 동일하다.
라이트온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다만 다른 그룹들은 다를 게 없단 말이다.
출연진들은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을 위치가 아니며, 그걸 진행했을 시에 팬덤의 반응도 들끓어 오를 것이 자명했다.
‘그’ 프로그램은 ‘연습생’들이 주축이 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평가’가 가능했던 거다. 이런 기획을 해버리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나는 기껏해야 유닛 무대하고 동영상 점수, 국내외 팬 투표 점수 등등 기존과 엇비슷한 방법으로 승부를 낼 줄 알았는데.
“흠.”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다잡았다.
카메라 앞에서 표정 관리를 놓을 수야 없지.
‘이렇게 되면…… 우리한테 좋은 것 아닌가?’
아무리 봐도 이득인 것 같은데.
방금 지껄였던 말을 취소하겠다.
나는 실시간으로 MC가 나불대는 말들을 흘려듣고 있었다.
눈에서 안광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각 팀의 리더는! 일전의 사전 인터뷰에서 노 리스펙 팀을 선택하셨습니다!”
흐음, 리더. 리더라.
리더란 말이지?
……이 팀 리더는 나 아닌가?
분명 난데.
주르륵!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나는 그딴 거 선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신 나간 방송국 놈들, 언젠간 내가 가만 안 둔다.’
피가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으음~? 이런 말 없지 않았어요?”
“형님, 이게 저는 처음 듣는 말인데, 무, 무슨…….”
“……나도, 처음.”
“해온아, 어느 팀 선택했어?”
잔뜩 당황한 얼굴로 속삭이는 멤버들의 질문에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나는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고 머리를 굴렸다.
멤버들이 내 팔을 잡고 흔드는 게 느껴졌지만,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정말 맹세코 고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X발.
“…….”
스윽-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거쳐왔던 인터뷰들을 차분히 되새겼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노 리스펙 팀? 그딴 거 들어본 적도 없다.
다른 팀들도 이 상황은 미리 인지하지 못했는지 얼굴이 당황과 초조, 뭐 이딴 감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트웰브는 첫 경연 때도 비리를 저지른 만큼 이번에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얼굴을 보니 몰랐던 것 같다.
당황한 게 나뿐이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나 혼자 Nnet의 권모술수에 놀아날 수는 없지.
죽을 거면 다 같이 죽어야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훌륭한 태도에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으며 침음성을 흘립니다!]출연진들이 혼란에 휩싸여서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을 무렵, MC가 예상했다는 듯이 껄껄 웃어젖혔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치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귀를 쫑긋 세웁니다.]말을 말자.
말을 말아.
“하하하! 여러분, 혹시 본인의 팀이 노 리스펙 그룹으로 뽑히셨을까 걱정되시는 건가요!”
X발.
쟤네가 걱정이 되겠어?
우리가 있는데?
어?
되겠냐고.
혈압이 쭉쭉 오르는 게 느껴졌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런 사람치고 리액션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알려줍니다!]그거야 카메라가 있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곧이어 출연진들 앞에 대형 모니터 하나가 세팅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모니터로 인터뷰 장면을 보여줄 생각인 모양이다.
스으윽…….
나는 고개를 들어 푸르른 하늘을 바라봤다.
‘공개처형 당하기 좋은 날이군…….’
모니터 속, 특유의 쾌활한 얼굴을 한 클락션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찬 목소리로 외쳤다.
[ 클락션) 제가 지목할 노 리스펙 그룹은 라이트온입니다! ]눈을 돌려 클락션을 바라보자, 클락션이 양손을 거세게 휘저었다.
“이거! 이거! 첫 녹화 전에 한 거야! 악감정 없어! 진짜 없어!”
저쪽도 그저 서바이벌 전에 으레 하는 매운맛 편집용 인터뷰인 줄로만 알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해한다.
가장 만만한 게 라이트온일 텐데. 나 같아도 노 리스펙 그룹 뽑으라고 하면 라이트온 먼저 뽑을 거다. 뭐, 그게 저렇게 당황할 일인가? 이 바닥에서?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치고 눈빛이 불손하다고 말합니다!]쯧쯧…….
모니터엔 곧바로 블랙보이즈의 리더가 나왔다.
[ 훤) 저희 그룹이 생각하는 노 리스펙 팀은 라이트온. ]그다음으로는 올타임.
[ 대현) 올타임이 생각하는 노 리스펙 팀은 바로……. ]이봐, 어차피 우리 뽑을 거면서 뜸 들이지 말라고.
[ 대현) ……라이트온!]이쯤 되니 여기저기서 짠한 시선이 모여들었다. ……치워라.
이번엔 트웰브였다.
[ 도진) 아무래도, 으음…… 라이트온? ]“…….”
이쯤 되니 멤버들도 적잖이 민망한지 뒷목을 긁적이고 있었다.
다수에게 뽑힌 게 화나는 게 아니라, 이제 조금 수치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여기저기서 ‘미안해!’, ‘저땐 진심이 아니었어!’ 등등의 멘트를 내뱉고 있다만, 속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이렇게 몰표 수준이면, 보는 사람도 우리 팀을 불쌍해할 테니 동정 여론은 생기려나?
이딴 실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 모니터에 러쉬의 리더, 태오가 등장했다.
[ 태오) 음, 어렵네요……. 노 리스펙이라는 게. 저희는 모든 출연진을 다 리스펙하거든요. ]지랄하네.
“형, 형! 표정 관리!”
내 옆구리를 찌르며 다급하게 말하는 최승하의 속닥임에 나는 빠르게 눈을 깜빡이며 눈알에 생기를 돋궜다.
초반부터 Nnet이 신유하를 이용해서 러쉬와 은근한 구도를 설계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그 예감이 착각이 아닌지 러쉬의 인터뷰는 다른 팀들보다 길었다.
[ 태오) 노 리스펙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로 뽑고 싶은 팀은 있어요. 라이트온이요. ]나는 곧바로 신유하를 살폈다.
‘……아직까지는 괜찮나?’
평소에 워낙 말수도 없고, 특별한 행동도 없는 놈이라 괜찮은지 아닌 건지 구분이 힘들었다.
“야아~ 네가 그렇게 좋게 말하면 우린, 우린 뭐가 돼! 라이트온! 내가 사랑하는 건 너희야!”
클락션의 고함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핫!”
“아, 저 형 너무 웃겨. 저희도 진심 아닌 거 알죠?”
올타임 리더까지 말을 거들었다.
가증스러운 놈들…….
내가 먼저 말을 하기도 전에 최승하가 특유의 능글맞은 얼굴로 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핫, 당연하죠. 선배님들~”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씩 말문을 떼기 시작했다.
“진심 아니신 거 다 압니다.”
“맞아요! 저흰 괜찮습니다!”
“상처 안 받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어어? 어어? 해온 씨 상처받은 것 같은데?!”
클락션의 오버액션에 나는 눈을 사르륵 접어 웃었다.
싱긋…….
“무섭게 웃는 것 봐! 나 오늘 잠 못 자!”
“하하! 라이트온, 모든 팀에게 노 리스펙 팀으로 지목당했는데 소감 한 번씩 들어볼까요.”
끝까지 악랄하게 구는군.
분명 MC의 멘트는 쏙 편집해 놓고 우리가 하는 멘트만 바로 이어붙여서 나갈 게 뻔했다.
나는 곧장 입을 열었다.
처연하다 못해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 낯짝을 걸친 채로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충격적인 결과지만…… 으음, 저희가 아직은 부족하기에 이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겠죠? 노력하면 언젠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거 동정 여론이나 받아먹어야지.
“고난과 역경에도 꿋꿋한 우리 라이트온입니다~ 자아, 그럼 마지막으로! 모든 팀의 지목을 받은 라이트온은 어느 팀을 지목했을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올 게 왔군.
사실 아까 스피디의 인터뷰가 나가고, 클락션이 첫날 인터뷰였다는 사실을 말해줬을 때부터 이 사건의 전말을 대략 깨닫긴 했다.
이런 프로그램의 사전 인터뷰는 대부분 작가와 함께한다.
작가가 질문을 던지면, 출연진이 대답하는 식.
그리고 다른 그룹들의 인터뷰엔 모두 [노 리스펙]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갔다.
그렇다면 분명히 작가가 애초에 [노 리스펙 팀을 골라주세요~]와 같은 질문을 대놓고 했을 거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비슷한 결의 질문은 받은 적이 있다. 빌어먹을 놈들.
혹시라도 답을 하지 않거나 생뚱맞은 답변을 할까봐 일부러 나에게만 우회해서 질문을 던진 게 틀림없다.
이윽고 모니터엔 내 얼굴이 등장했다.
멤버들도 긴장되는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성해온) 아……. 없는데. 어떻게 고르죠?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저 때 질문은 정확히 이거였다.
– 이 팀만은 이길 수 있다! 하는 팀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난 이렇게 대답했었다.
– 저희는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생각되는 팀을 고르겠습니다! 원래 목표는 크게 잡는 거니까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라이트온 같은 망돌은 이 출연진에서 누굴 골라도 그 팬덤한테 ‘감히~?’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럴 바엔 유력한 1위 후보를 꼽고 존경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지.
근데 이걸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
화면 속 나는 입을 달싹거리며 방송용으로 점철된, 소심하지만 예의 있는 얼굴을 한 채로 입을 열었다.
하하.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