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83)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83화(83/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83화
“……할 말이, 있어요.”
신유하가 말을 걸어온 건 바로 다음 날이었다.
각자 연습을 진행하고 있던 멤버들은 눈치껏 연습실 바닥에 하나둘씩 주저앉았다.
다들 신유하의 갑작스러운 대화 요청에 놀란 기색이었는데, 티를 안 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영 숨겨지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한참 입을 달싹이던 신유하가 말을 이었다.
“……죄, 송해요. 요즘 제가, ……분위기 불편하게, 만들어서…….”
몇 놈들이 미친 듯이 손을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불편하긴 뭐가! 하나도 안 그랬어!”
“마, 맞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형님이 사과할 만한 일은 아니십니다!”
“애들 말 틀린 거 없어.”
최승하에 이어 차윤재와 류인이 부정하자, 미간을 설핏 찌푸린 한수현이 입을 열었다.
“……? 불편했던 건 맞죠. 사과받을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녀석은 뭐가 문제냐는 태연자약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어제 어차피 별 연습도 안 했고, 빠졌어도 되는 연습인데 뭘 사과를 해요? 촬영 때 문제 생긴 것도 없잖아요.”
“마, 맞습니다! 아 불편했다는 게 맞다는 게 아니고! 형님이 피해를 준 건 전혀 없, 없다는!”
신유하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한참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데뷔 조였어요.”
“러쉬?”
내 물음에 신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사, 사이가 조금 안 좋았어요. 그래서 제 발로 나왔, ……고요.”
덤덤한 어투로 차분히 내뱉고 있지만 목소리가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별다를 건, 없어요.”
별다를 게 없기는, 분명 있어도 큰일이 있었겠지.
애초에 러쉬 모든 멤버 상태창을 살펴봐도 신유하보다 못했다.
이 녀석이 원래대로 데뷔했다면 이견 없이 러쉬의 센터를 차지했을 거라 확신할 정도로.
INT같이 머리 잘 돌아가는 대형 소속사가 이런 놈을 쉽게 놔줬다는 거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내가 그 회사 대표였다면, 이런 원석을 꽉 쥐고 있었을 텐데. 대체 왜?
나는 신유하를 흘깃 바라봤다.
멤버들 앞이니 욕이든 뭐든 뒤에서 실컷 저지를 만한데, 그런 거 하나 없는 게 참 이 녀석답긴 하다.
착한 건지, 미련한 건지.
“……너, 너무 늦게 말해서, ……죄송,”
신유하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지……! 알지도 못하고……! 흡.”
……차윤재가 질질 짜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돌겠군.’
같이 울 줄 알았던 신유하는 의외로 멀쩡했고, 오히려 본인이 더 당황한 기색이었다.
“……왜, 왜 울지?”
나는 신유하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얘도 안 우는데, 네가 왜 울어?
그 순간, 한수현이 입을 열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저 진실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올까!
연습실 내에 있는 모든 이들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류인은 까딱하면 곧바로 한수현의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듯, 결연한 얼굴로 손을 꿈틀거렸다.
“……이런 말 좀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형이 거기서 데뷔 안 해서 좋아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훈훈한 동료애에 전율합니다!]음?
나는 약간 놀란 눈으로 한수현을 바라봤다.
다른 녀석들도 나와 별반 다를 건 없는지, 찰나의 정적이 감돌았다.
“맞아! 나도 유하가 나랑 같은 그룹 해줘서 진짜 좋아~”
“…….”
평소였다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들러붙는 최승하를 진작 떼어냈을 신유하인데, 오늘은 저 녀석도 감동을 받았는지 얌전했다.
어색하고도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 내가 입을 열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우애를 더욱 깊어지게 할 당신의 한마디를 기대합니다!]“이제 연습하자.”
이런 분위기에서 더 있다가는 아침으로 먹은 김밥 한 줄, 그대로 체할 거 같으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언행에 혀를 찹니다!]사실 오늘 들은 이야기는 다들 대강 눈치채고 있었을 거다.
‘……차윤재는 금시초문이었던 것 같지만.’
신유하가 용기 내 말한 것이 의미 있는 거지, 사실상 놀라울 것 없는 이야기다.
무슨 사연으로 나왔는지, 누가 괴롭힘의 주동자였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와 같은 세부적인 것들을 묻고 싶었으나 본인이 그런 것까지 떠벌리긴 싫은 눈치였다.
‘뭐,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나는 조용히 눈길을 돌렸다.
신유하의 상태창을 살펴보던 나는 작게 웃었다.
78%였던 수치가 75%, 단시간에 3%나 내려갔다.
아무래도 본인이 꽁꽁 싸매고 있던 고민거리를 나눈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 모양이지.
이대로라면 금방 70%까진 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샘솟았다.
‘나도 이제 연습이나 할까.’
앉은 채로 기지개를 켜던 순간이었다.
“……!”
그림자 수치가 두어 번 깜빡이더니 수치가 눈앞에서 바뀌었다.
[신유하]체력 C
정신력 D
비주얼 S-
노래 A-
춤 B+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74%(*위험 4단계)
* * *
오늘은 처음으로 INT에 방문하는 날이다.
앞으로 유닛 무대 전까지는 이곳으로 출근할 예정이었다.
나는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눈을 굴려 주변을 둘러봤다.
“……음.”
압도된다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내부였다.
……층고는 왜 이렇게 높아?
우리를 안내해 주는 역할을 맡은 듯한 직원이 사원증을 찍자, 사옥 내부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정말 곳곳에 돈을 바른 티가 났다.
MH도 배우 소속사로 입지가 있는 편이라, 사옥이 고급진 편인데 여기에 비할 바가 되진 못했다.
나는 신유하를 흘깃 바라봤다.
INT 연습생 출신에, 데뷔 조까지 들었다면 아마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거다.
‘……조금 걱정인데.’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연습실로 들어가자 놀라움은 배가 됐다.
……이 새끼들, 어지간히 벌었나 보군.
러쉬 이전에도 여러 INT 소속 아이돌들이 히트를 쳤는데, 정말 돈을 쓸어 담았구나 싶다.
심지어 이 큰 연습실을 유닛별로 주겠다니.
음, 그러고 보니 이해성이 예전에 좋아했던 놈도 여기 소속이었던 거 같은데.
나는 연습실에 달린 창문 하나를 유심히 바라봤다.
‘……저거 한 짝 정도는 이해성이 달아주지 않았을까.’
그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우~ 해온 형~”
케이였다. 저놈 뒤로 러쉬 놈들이 줄줄이 따라 들어왔다.
저 새끼는 대체 언제 나랑 친해졌다고 저렇게 형이라고 부르는지, 자유분방한 사고 회로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반가워요! 형은 케이랑 가요!”
내 팔을 덥석 잡고 끌고 가려는 케이를 진정시키며 팔을 빼냈다.
“……인사만 하고 갈까요?”
내 말에 케이가 그러자며 고개를 까딱였다.
러쉬의 리더이자 가장 재수가 없는 놈이 케이의 머리칼을 흩뜨리며 웃었다.
“성격이 원래 이래요. 이해해 주세요. 케이, 설명은 드리고 가야지.”
“우우~ Okay. 얼른 해요!”
“우선 저희도 라이트온이랑 멤버 수가 같죠?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저희 보컬은 저랑 여기 다온이라는 친구입니다.”
태오는 말을 이었다.
“저희 그룹 래퍼는 아시다시피 케이고.”
“제가 케이예요~ 래퍼!”
“댄스 유닛은 은유랑 희찬이, 윤후가 나갈 거예요.”
음, 저 태오인가 뭔가 하는 놈은 어떻게 목소리까지 저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있는 거지.
나는 경청하는 척 고개를 주억거리며, 태오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러쉬는 댄스에 셋, 보컬에 둘을 포지셔닝했다.
예의상 우리 쪽의 포지션도 다시 설명을 마친 뒤, 각 포지션대로 흩어졌다.
케이와 나는 오른쪽 끝에 위치한 연습실로 향했다.
“형~ 우리 연습실은 여기예요! Here~”
혼자 입으로 BGM을 내며 문을 여는 녀석을 보며 벌써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카메라 오면 말 편하게 하라고 할 심산이었지만, 벌써부터 이렇게 친한 척을 해대니 영 껄끄럽다.
이런 성격은 나랑 상성이 안 맞는다는 21년간의 유구한 통계 결과가 있다.
연습실에 들어간 나는 바닥에 앉아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었다.
“네. 케이 씨. 우리 곡부터 상의할까요?”
“으응? 케이 씨? No No.”
“……하하, 음. 그럼 케이?”
존칭을 떼자,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었다.
얜 좀 바보 같은데.
전에 신유하한테 눈치 없이 말 건 것도 그렇고, 사건의 주동자가 아닌 건가?
“회사 들어온 지 얼마 만에 데뷔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내 물음에 흐음,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접던 놈이 대답했다.
“7월? 8월? 아니다 7월!”
……7개월 만에 데뷔했다는 건가.
저 녀석의 열 손가락 중에 일곱 개가 접혀 있으니, 맞는 것 같다.
확실히 그렇다면 신유하와는 일면식 정도만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내가 아주 X됐음을 알 수 있다.
INT Enter. 날고 기는 연습생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7개월 만에 프리패스 데뷔를 했다?
……이거, 웬만한 실력 가지고는 안 된다.
이렇게 연습 기간이 짧은 놈들은 대부분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얼굴이 끝내주게 잘생겨서 부족한 실력을 커버 쳐주고도 남을 정도인 경우.
두 번째, 곧바로 데뷔 조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대단한 경우.
“형은~ 무슨 곡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놈은 척 봐도 후자다.
비주얼 센터를 맡을 정도의 얼굴은 아니거든. 신유하 정도면 모를까.
나는 곧바로 눈을 접어 웃으며 대답했다.
“멜로디라인이 있는 곡?”
“Umm~ 좋, 오우.”
분명 아무 생각 없이 좋아요라고 대답하려는 것 같았는데, 말을 끊은 케이가 답지 않게 볼을 긁적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자식,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은 게 틀림없다.
머릿속에 태오의 찌그러진 낯짝이 오퍼시티 30% 정도로 흐릿하게 아른거렸다.
음, 분명 그 새끼겠지.
나는 눈을 도록 굴렸다. 카메라는 한 대도 없고, 이 공간엔 우리 둘뿐이다.
나는 답지 않게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와, 대단하네요. 연습 기간이 일 년도 안 된다니. 이전에 다른 연습생 생활을 했던 거예요?”
“No~ 오디션 합격! 형 왜 다시 존댓말? 하지 마요! 케이, 형보다 어려!”
INT에서는 일본, 중국,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글로벌 오디션을 개최하는데, 케이가 거기서 뽑힌 놈인 건 진작 이해성의 빅데이터로 알고 있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 그럼 정말 말 편하게 할게. 정말 대단하네. 오디션 그 경쟁률을 뚫고.”
케이의 어깨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국어도 너무 잘하고.”
“흠흠! 엄마 아빠, 한국 사람이고 케이도 한국 사람이니까!”
국적은 아닐 테지만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이 녀석 팬들은 군대 안 보내서 좋아하겠군.’
곧바로 우쭐해진 얼굴의 케이가 입을 열었다.
나에게도 칭찬을 해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근데 형~ 보컬, 보컬 아닌가? 왜 랩? 무대에서 고음 완전 멋졌어!”
음, 걸려들었군.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상대방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