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84)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84화(84/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84화
나는 곧바로 불쌍해 보일 만큼 아련한 낯짝을 걸쳤다.
“……사실 우리 그룹엔 래퍼가 없어.”
“Oh…….”
스으윽-
나는 안타깝다는 얼굴로 리액션을 하는 케이를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하하, 어쩔 수 없지.”
내 중얼거림에 녀석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형 Voice가 좋아서 잘할 수 있어요!”
“고마워. 혹시 곡 생각해 온 거 있어?”
어디 그 재수 없는 놈이 케이에게 어떤 지령을 내렸는지 들어볼까.
‘그게 뭐든 따라줄 생각은 없지만.’
이번 유닛 평가는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느낌을 차용해 오려는 듯싶었다.
[Pick Pick Doll]시청률이 얼마나 높은지 시즌이 나올 때마다 히트, 히트, 또 히트를 치는 프로그램.
‘편집에 양념을 그렇게 쳐대니 재미없을 수가 없기도 하고.’
다수의 시청자들이 욕을 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정도로 재밌긴 하더라.
나도 누나 옆에서 종종 볼 때가 있었는데, 심사 위원을 겸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연습생들을 사정없이 분석하고 평가한다.
그 평가로 등급이 나뉘고, 각 연습생끼리의 서열과 기 싸움이 펼쳐지는데 이게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은 과 그 궤를 달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데뷔해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룹들만 출연하는데, 여기서 연습생들 프로그램처럼 전문가를 집어넣어서 지적질을 하며 등급을 나눈다?
수많은 팬덤이 Nnet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번 유닛 대결은 100% 전문가 투표로 이뤄진다.
정식 그룹 무대가 아닌, ‘유닛’ 대결이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PD라는 사람도 보통 인물은 아니군.’
찾아보니 두 간판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메인 PD는 동일 인물이 맞았다.
아무리 ‘유닛’이어도 전문가가 낌과 동시에 팬 투표 비중을 0으로 만들어 버리면, 반발이 거셀 텐데.
하지만 동시에 화제성은 엄청날 거다.
그야말로 자극적인 소재 아닌가. 이미 데뷔한 놈들을 평가대에 올리다니.
‘PD들은 시청률에 미쳐 있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군.’
물론 프로그램 특성상 디스는 없을 거다.
그냥 칭찬이나 해주고, 기껏해야 뭐가 아주 조금 아쉬웠다고 하겠지.
우리가 유일하게 1위를 갈망할 수 있는 무대는 이 유닛 무대밖에 없을 거라는 직감이 거세게 들었다.
정식 경연처럼 국내, 해외 팬 투표가 끼는 순간 라이트온은 처참하게 내리꽂혀 버리니까.
나는 아직도 대답을 망설이고 있는 케이를 바라봤다.
“곡 생각해 온 거 있으면 편하게 말해도 돼. 혹시 아직 없어?”
없을 리가 없겠지만, 나는 예의상 재차 물었다.
“……Ummm, 있긴 해요.”
입을 달싹거리던 녀석이 말한 곡명에 나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미쳤군.’
“…….”
이 자식도 양심 없는 건 아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정말 곡 내내 숨 돌릴 틈도 없을 것처럼 속사포로 전개되는, 빠른 템포의 랩핑으로만 구성된 곡이었다.
역시 이목구비 주차도 덜 된 그놈에게 지령을 받은 게 틀림없다.
으드득!
절로 이가 갈렸지만, 나는 겉으로 환한 미소를 걸쳤다.
“나도 이 노래 알아. 좋은 노래잖아.”
“그렇죠! 이게 제 Favorite 곡 중에 하나!”
“케이가 부르는 거 듣고 싶은데, 괜찮을까.”
“Okay~ 불러줄게요. wait.”
곧바로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연결한 케이가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래핑을 얹었다.
그리고 듣는 내내 나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짝! 짝! 짝!
영혼 없는 얼굴로 박수를 치며 러쉬의 리더 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는 와중에 노래가 끝났다.
“어땠어요?”
“멋지더라. 릴 드레인 노래 나도 좋아해.”
“Oh~ 진짜요? 나도 엄청 좋아해!”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자연스러운 거짓말에 감탄합니다!]제대로 안 듣긴 했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이 녀석 랩 정말 잘한다.
지금 케이가 부른 곡은 미국에서 유명한 래퍼가 낸 대표곡 중 하나, 즉 전체 가사가 영문인 데다가 가공할 속도의 랩핑을 자랑하는 곡이다.
나는 잠시 태오의 낯짝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이런 X같은 곡을 던져주고 협상하는 척하며 여전히 X같지만 이 곡보다는 확실히 덜 X같은 곡을 내밀 심산인 게 틀림없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눈을 부릅뜨며 정확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나는 눈을 깜빡이며 윤기라곤 사라진 지 오래인 눈을 촉촉하고 생기 있게 만들었다.
“저기 케이, 너 혹시 에일릭 스캇도 좋아해?”
“완전~! 완전 좋아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인데, 케이 목소리가 좋아서 잘 어울릴 것 같네. 불러줄래?”
“당연히 of course지~ 나 완전 팬이라 아무거나 틀어도 Okay.”
“응. 노래는 내가 틀게.”
노래 전주가 흘러나오자 바로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엄지를 치켜올린 케이가 곧바로 부르기 시작했다.
아, 참고로 에일릭 스캇은 빌O드 차트에 올라갈 정도로 유명한 아티스트면서, 특이하게도 멜로딕 힙합퍼다.
휙!
아무런 의심도 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노래를 끝마친 케이가 방싯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칭찬해 달라는 건가.
내가 양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자 케이가 쑥스러운 듯 뒷목을 긁었다.
정말 알기 쉬운 녀석이다.
슬슬 떡밥을 뿌려볼까. 이미 저 노래를 부른 시점부터 반 정도는 말려들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케이는 일반 랩 말고 멜로딕 랩도 잘하는구나.”
“응~ 나 월말 평가 때도 칭찬……으음.”
이제야 뭔가 상황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는 걸 눈치채 버린 케이가 입을 합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판은 내 쪽으로 기울었거든.
나는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본론을 꺼냈다.
“나도 사실 멜로딕 랩을 하고 싶거든.”
“……아하~”
반응 템포가 한 박자 느려졌다. 이 녀석도 당황한 것 같군.
나는 만면에 선량한 미소를 띄웠다.
“케이.”
화들짝!
순식간에 몸을 떨며 내 시선을 피하는 놈에게 나는 다시 한번 웃어보였다.
“히이익!”
“케이는 멜로딕랩을 좋아하는 데다가 잘하기까지 하네…….”
“어, 으음, 어, Oops.”
케이가 시선을 빙글 빙글 피하며 웃었다.
“Ha Ha Ha…….”
“하하.”
연습실엔 한참 웃음 소리만이 흘러나왔다.
자기가 멜로딕 랩을 아예 싫어하는 것처럼 굴었으면 모를까, 자기 입으로 좋다고 이야기하고 실력까지 냅다 보여준 시점부터 첫 번째로 불렀던 곡의 분위기로 가자고 우기는 건 글렀다고 볼 수 있다.
‘깊은 생각을 안 하는 놈이라 다행이군.’
음, 다른 놈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 * *
잠깐 물이나 마시러 나왔는데, 최승하와 마주쳤다.
“유하는?”
“아, 잠깐 화장실 갔어요.”
“너는?”
“으음……. 잠깐 쉬러?”
누군가한테 시비라도 걸릴까 걱정돼서 몰래 따라온 모양이군.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어때?”
중요한 단어가 전부 생략된 불친절한 물음이었으나, 녀석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목소리를 낮췄다.
“으음……. 분위기가 묘하긴 해요.”
나는 더 말해보라는 듯이 턱을 까딱였다.
“당사자한테 들은 건 어제지만, 저흰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잖아요.”
“그렇지.”
진지한 얼굴의 최승하가 귓속말을 하려는 듯이 허리를 숙였다.
‘……무슨 말을 하려고.’
덩달아 긴장한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사랑해요~♡”
“……?”
“잠깐만, 너무 경멸의 눈빛 아니에요? 그거?”
정신 나간 놈 같으니라고.
“저도 상처를 받는다고요!”
혼자 투덜대는 놈을 대충 부라렸더니 사과가 튀어나왔다.
“미안합니다!”
“형이 계속 심각한 얼굴인 게 웃기잖아요~ 눈이 지금 이렇다고요.”
최승하가 눈을 부릅떴다. 내가 언제 저랬어.
“……넌 연습이나 해라.”
돌아서려는 차에 신유하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결같이 우중충한 낯이지만 묘하게 더 우울한 얼굴이었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야. 장난치지 말고, 무슨 일 있었지.”
“음~ ……네.”
이럴 줄 알았다.
나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신유하를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상태창.’
X발.
“으응? 형, 안색이 갑자기 너무 무서워졌는데.”
최승하가 뭐라 떠드는 걸 무시하고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잠, 잠깐만요. 형 어디 가요?”
“연습실.”
“아니, 형 연습실은 저쪽이잖아요! 거긴……!”
뒤늦게 쫓아오는 최승하보다 먼저 연습실 문고리를 잡는 데에 성공한 나는 곧바로 문을 열었다.
드르륵!
내부에 있는 놈들이 나를 보고 조금은 당황하는 것 같았으나, 알 반가.
“안녕하세요.”
“어? 해온 씨?”
안에 앉아 있던 태오가 빙그레 웃었다.
‘들어오란 빈말도 안 하는군.’
쯧.
“잠깐 구경하러 왔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오~ 구경이야 되는데, 랩 연습하셔야 하지 않아요? 열심히 하셔야 할 텐데~”
카메라도 없겠다, 잔뜩 비꼬는 어투였다.
역시 이놈이 케이에게 지령을 내린 장본인인가 보군.
“아아, 그거라면 방금 케이랑 상의를 마쳤습니다.”
“……?”
순간 표정을 굳힌 놈이 금세 표정을 달리했다.
“……빨리 정하셨네? 그나저나 케이랑 벌써 친해지셨나 봐요. 말도 놓으시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참 착한 친구더라고요.”
“하하하, 저희 멤버들이 다 착하죠~ 역시 한눈에 알아보시는구나!”
“하하.”
지랄하는군.
나는 보컬 유닛이 사용하는 연습실에 발을 내디디며 질문을 던졌다.
“아직 곡을 정하고 계신 건가요?”
“뭐, 그렇죠. 아! 구경은 괜찮은데, 저희 곡 정하는 데에 의견 내는 건 안 되는 거 아시죠?”
음, 애초에 낼 생각도 없었다만 이렇게 대놓고 눈치를 주다니.
나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옆에 앉았다.
뒤이어 들어온 최승하와 신유하까지 자리에 착석한 뒤, 다시금 곡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어 갈 무렵이었다.
드르르륵!
복도를 돌아다니던 케이가 문을 벌컥 열었다.
“Hey~ 형! 왜 여기 있어? 한참 찾았네!”
“잠깐 놀러 왔지. 케이. 너도 여기 앉아.”
자연스럽게 바닥을 툭툭 두드리자 케이가 실없이 웃으며 옆에 앉았다.
“구경 좋아!”
“우린 랩 유닛이니까 말을 얹으면 안 돼. 조용히 있다가 가자.”
재수 없는 러쉬 리더 놈이 준 눈치를 그대로 케이에게 전해주자, 케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Why? 왜 안 돼? 룰에 그런 게 있어?”
“아니, 프로그램 룰엔 없는데. 이 방은 이 방만의 룰이 있는 거야.”
“……풋.”
일부러 다 들리게 말했지만, 생각보다 더 정확하게 들렸는지 가만히 앉아 있던 한수현이 짧게 웃는 소릴 냈다가 곧바로 정색했다.
태오는 내가 감히 본인에게 민망을 준 게 어지간히 열받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있었다.
음, 역시 기분이 좋다.
“케이, 우리도 이만 나가서 연습할까.”
“좋아! 가요!”
이 방에 온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목적을 궁금해합니다!]애초에 유닛이 다르니 내가 이곳에서 의견을 행사하는 건 명백한 월권이고, 목적은 단순히 저놈 열받게 하는 거였다.
내가 간신히 내려놓은 신유하 그림자를, 저놈이 1%씩이나 올려놨단 말이다.
“살펴 들어가세요~”
얼른 꺼져 버리라는 태오의 인사에 나는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저 새낀 언젠가 내가 조진다.’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놈이 틀림없다.
저런 거 있어봤자 신유하 멘탈에나 안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