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8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87화(8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87화
블랙보이즈의 팬, 근돌은 자취방에서 그들의 무대를 보며 감탄했다.
“그래! 이게 내가 찾던 근육이지!”
실제로 본 것도 좋았지만, 고화질로 보니 더 군침이 흘렀다.
게다가 오늘 무대에서 그녀의 차애가 옷을 찢기까지 했다.
“무대도 찢고 옷도 찢어주는 아이돌을 두고 내가 눈을 돌리다니!”
근돌은 자꾸만 떠오르는 한 그룹을 애써 묻어두고 자물쇠가 걸려 있는 비밀 계정, 즉 비계에서 블랙보이즈를 앓기 시작했다.
공계에선 앓을 수 없었다.
왜냐, 그녀는 블랙보이즈의 탑티어 홈마였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자. 저런 근육남들 다신 못 만나.”
하지만 라이트온의 무대가 다가오자 근돌의 심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안 돼! 누르지 마! 계정 폭파하기로 결심했잖아!”
그녀의 손가락이 뇌의 명령을 듣지 않고, 며칠 전 새벽에 충동적으로 파버린 라이트온 계정을 눌렀다.
꾸욱-
“젠장! 따악~! 한 번만 둘러보고 계폭한다!”
그녀가 구독한 라이트온 팬들이 열정적으로 주접을 떨고 있었다.
– 진짜 컨셉 개변태 같아서 마음에 든다…
근돌은 트윗 내용에 동의하며 수줍게 공감 버튼을 눌렀다.
‘……절대? 덕질하는 건? 아니라고?’
그냥 계정 판 김에 몇몇 구독만 하고, 간잽만 재미 삼아 하는 거지.
……덕질은 절대 아니다.
스윽-
근돌은 본인의 방에 신줏단지처럼 모셔져 있는 신형 카메라와 렌즈를 바라봤다.
저거 아직 할부도 안 끝났다고.
“하지만 무대 정도는 즐겨도 괜찮지 않나?”
스으윽-
자기합리화를 마친 근돌은 시선을 모니터에 고정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라이트온에 붙은 프로듀서. 편곡 진짜 잘한다.
저 원곡 분위기에 신비로운 성가 느낌이 나게끔 피아노와 소프라노를 섞은 거 하며, 감탄만 나올 정도다.
사실 유구한 소나무 취향으로 에스더블비를 팠던 전적을 보유한 근돌은 저 곡이 얼마나 편곡으로 손대기 힘든 노래인지 알고 있기에 더더욱 놀라웠다.
화면 속 한수현이 기도하듯 두 눈을 곱게 접고 있을 때, 거대한 종소리가 무겁고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뎅- 데엥-
성스러움이 담겨 있던 신비로운 멜로디엔 서서히 강렬한 비트가 섞이고 있었다.
“어라?”
근돌의 심장이 종소리와 함께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 어라? 어라? 어라? 왜 뛰어 X발.”
류인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녀는 본인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진정해 미친놈아!”
흥분한 건 본인뿐만이 아니었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며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반응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미 직관으로 봤던 무대인데도 저 얼굴들은 도저히 적응되지가 않았다.
“중저음 미쳤나?”
류인의 첫 파트가 고막에 스치자마자 근돌은 전율을 느꼈다. 이거 위험한데.
– 와 진짜 미쳤음? 무대 컨셉이랑 편곡 너무 잘 어울림
– 성스러운 분위기에서 퇴폐적인 분위기로 넘어가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라울 정도다
이때 한수현에게 카메라 클로즈업이 들어갔는데, 다가오는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감고 십자가를 부여잡은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석할 여지가 넘쳐나는 무대에, 팬들은 실시간으로 무대를 해석하며 즐기고 있었다.
– 뭐야 소름 돋음 아 뱀파이어는 저기서 인간이 아니라 안 보이는 건가?
“쟤도 연기 잘한단 말이지.”
근돌은 한수현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이런 컨셉츄얼한 걸 하면서 오글거린다는 느낌을 자아내지 않은 것부터가 사실 합격점이지.
같은 팀 멤버인 성해온의 연기 실력은 이미 커다란 화제가 된 수준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연기의 신> 클립이 정말 이곳저곳을 떠돌았기 때문에.
그룹에 하나만 있어도 놀라운 연기 멤이 둘 이상이라니.
“흐음.”
근돌은 흥미로운 얼굴로 무대를 바라봤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를 대변하듯 조명이 깜빡이고 있었고, 한수현 주변을 유려하게 맴돌며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류인이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사제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손가락이 닿은 그 순간, 한수현의 눈이 뜨인다.
– 잠깐만 오타쿠 기절 좀 할게
– 저 심장이 너무 뛰어서 기절할 거 같아요 진짜로
– 아 설마 닿자마자 그 기운에 존재를 눈치챈 거임? 막 신성력 마력 이런 거? ㅈㅅ합니다 저 로판 중독자예요
└ 꽤 그럴듯함 ㅅㅂ 진짜 그런 거 같음 류인이가 옆에서 계속 파트하는데도 안 보이는 것처럼 계속 눈 감고 기도만 했잖아 와 개뽕찬다
눈꺼풀을 들어 올린 한수현이 마음에 든다는 듯, 작게 미소 지은 류인이 자세를 훅 낮춰 그의 턱을 붙잡고 다음 파트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근돌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제 그거 나올 차례잖아……!
‘하나 되는 그 순간’ 부분에서 그래, 그게 나와 버렸다.
“꺄아아아악, 미쳤나~!”
근돌은 비명을 지르며 주먹을 억세게 그러쥐었다.
‘Nnet, 이 미친 변태 새끼들 포인트 개 잘 잡네!’
목이 물리자마자 한수현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리는 걸 얼빡으로 잡아준 거다.
심지어 목 부분에서 흐르는 피는 이중 편집으로 다시 보여주기까지.
이 부분에 편집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대기실에 있는 출연진들이 얼빠진 얼굴로 입을 헤벌리는 걸 세 번이나 보여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팬들은 뒤집어졌다.
– 와아아아ㅣㅏ아악 ㅆㅂ 개쳐미쳤나 아니 ㅅㅂ 소리 지름 잠깐만
– 얘들아 나 뇌가 굳었어 이거 뭐야?
– 솔직히 목 무는 건 예상했긴 했는데 잠깐만 우는 거 뭐야? 우… 우는 거 뭐야? 믿기지가 않아서 눈 벅벅 비빔
– 저거 찐으로 흘린 건가? 타이밍상 인공 눈물 넣을 수가 없겠는데?
– 진짜 지렸다 지금 전국 오타쿠들 다 기절함 일단 내가 기절함
– 사제 목 무는 뱀파이어라니 설정 과다입니다 자극이 너무 커 엉엉엉
그 퍼포먼스와 동시에 고막이 황홀해질 정도로 웅장한 오케스트라 멜로디가 무대를 메우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나온 주인공은 성해온이었다.
“와…… 진짜, 쟤는.”
근돌이 순수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덩치와 근육만 더 있었어도 자기의 최애 반열에 들 수도 있었을 정도로 눈에 띄긴 한다.
요즘 라이트온 판을 살펴보니, 성해온에게 꿰인 팬들이 한둘이 아니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달까.
보컬 자체가 사람의 이목을 잡아끌기도 하지만, 그냥 뭔가 그런 게 있다.
‘오타쿠의 마음을 울린달까…….’
스스로 내뱉고도 조금 헛소리 같지만, 정말 그런 게 있다.
– 성해온 미친놈
– 천재 피아니스트를 봤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 임종합니다 사유 성떤남자
– 성해온이 개쩌는 이유를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음 보컬부터 넘사지만 애가 무대 소화력이 어마어마함 객관적으로 춤을 잘 춘다는 느낌은 아닌데, 이 컨셉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다 아는 애 같음 ㅇㅇ
– 성해온 새하얀 피부에 뱀파이어 너무 잘 어울림 진짜 와 ssibal
“……무대 진짜 잘하네.”
성해온 노래 잘 부르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파괴력이 엄청났다.
배시시 웃으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림과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성해온이 열 손가락을 건반에 거세게 내려침과 동시에 굉음이 울려 퍼졌고, 카메라는 중앙 무대를 비췄다.
근돌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군무도 진짜 정신 나갔네…….”
이미 두 눈으로 직관한 거지만, 편집본을 보는 건 또 느낌이 달랐다.
“어떻게 저렇게 잘 맞지?”
간단한 난이도도 아닌데, 거의 한 몸 수준이었다.
몇 개월 전까지 사람들의 뇌리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망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무대다.
– 궁예지만 윤재도 사제였던 거 아님? 손 뻗어서 빛을 잡으려고 하는데 아까 인트로 수현이한테 빛을 비췄던 거랑 비슷한 것 같아서
빛을 쫓는 듯한 차윤재의 모션에 여러 해석을 실시간으로 내놓던 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바이올린 선율 들어온 거 나만 지금 눈치챔? 너무 좋음 강하게 들어왔는데 집중하느라 지금 알았음… 와ㅅㅂ 분위기가 진짜… 뭐라고 텍스트로 주접을 떨 수가 없네
– 진짜 귀에 멜로디가 콱! 콱! 박힘 아 나 진짜 이런 선율 악기 소리 깔리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 지금 온몸에 소름 쫙 돋음
몇 번이고 바뀌는 편곡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그보단 역시 이쪽이 팬들의 경악 사유였다.
– 최승하 미쳤냐~~~~~?????
긴 사지로 순식간에 바닥을 쓸며 독무를 시작한 최승하.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바이올린의 소리가 더 거세지며 위태로운 분위기를 돋웠다.
평소에 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그는 헤실헤실 웃는 얼굴이었는데, 낮은 포복 자세로 매서운 눈빛을 하며 무대를 넓게 쓰는 독무를 펼치니 그 갭 차이에 정신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X발, 망했다!”
퍽! 퍽!
근돌은 주먹으로 본인의 가슴을 내려치며 통탄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심장이 블랙보이즈의 무대를 볼 때보다 훨씬 거세게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된 지 좀 됐다. ……외면하고 있었지만.
실컷 입덕 부정을 하고 있지만, 라이트온의 모든 영상은 다 챙겨본 지 오래에 계정까지 판 이상 빼도 박도 할 수 없었다.
‘……인정하자.’
블랙보이즈 출신 탑티어 홈마.
녹화에 참여하고 싶어 어둠의 경로로 라이트온 팬석을 차지했던 근돌.
……어쩌다 보니 라이트온으로 갈아타다.
* * *
SNS와 각종 커뮤니티는 우리 이야기로 가득 찼다.
마지막에 전광판에서 나왔던 동화는 내가 제안했던 아이디어인데, 반응이 엄청났다.
이미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사제가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담긴 동화.
심지어 새가 지저귀고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평화로운 배경음악까지 깔려 있었다.
무대 전체를 관통했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분위기와 전혀 다른 분위기.
솔직히 과몰입 기질이 있다면,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다.
물론 이 감동엔 얼굴이 잘생겨야 한다라는 명제가 붙지만, 이미 이걸 충족해 버린 게 이 그룹이다.
– 난 그냥 울고 있어… 라이트온 천재 아이돌이야…
– 무대 연출을 비롯해서 스토리까지 신경 엄청 썼구나 싶음…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스토리 라인도 과한 듯 과하지 않아서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느낌임
나는 스크롤을 내리며 속으로 안도했다.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사제’와 ‘뱀파이어’ 이 두 키워드부터 컨셉츄얼함의 끝판왕이기에, 어중간하게 할 바에는 정말 컨셉대로 밀고 나가자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무대였기에, 팬들은 아직까지 무대를 앓고 있었고 팬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서도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초 단위로 올라오는 반응들을 빠르게 훑었다.
– 얘네 오타쿠 저격 무대 같은데 좋더라…
└ 아 ㅅㅂㅋㅋㅋ 너네 이런 거 좋아하지?!? 좋아하잖아!! 하면서 따발총으로 와다다다 쏘는 거 같은데 진짜 내가 다 좋아하는 거라 당황스러움;; 어떻게 아셨어요?
└ 라이트온 오타쿠 사찰 벌점 1점
└ 나도 사찰 당함 라이트온 벌점 1점 추가
└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 즐겼다니 라이트온 팬덤도 벌점 1점 추가
– 나 새 오빠를 찾은 것 같은데 어떡함?
└ 사실 나도… 계정 파기 직전이야
“형? 뭐 해요. 얼른 들어와서 쉬세요! 내일 일찍 나가야 하잖아요.”
“그래.”
이 반응들이 금세 사라지게 될 미풍일지, 아니면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만한 폭풍이 될지…….
‘기대되는데.’
입매가 미세하게 호선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