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89)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89화(89/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89화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했더니, 역시 이런 날은 운세가 나쁘다.
이 새끼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
멤버들도 잔뜩 당황한 얼굴로 문밖의 인간에게 허리를 90도로 접었다.
“아, 그렇게 인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후배님들.”
의현이 눈동자를 빙글 돌려 나를 응시하더니 활짝 웃었다.
“음~ 제가 잠깐 리더분을 빌려 가도 될까요?”
“당연하죠.”
참고로 이건 내가 꺼낸 대답이 아니다.
파바박!
한수현이 내 등을 밀며, 귓속말을 전했다.
“다녀오세요. 형. 저희는 걱정 마시고요. 열심히 연습하고 있겠습니다.”
바닥에 붙어 있던 내 두 발이 하염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형님, 천천히 이야기 나누고 오셔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맞아요. 저희 걱정은 마시고~”
“그래, 갔다 와.”
이제 내가 무섭지도 않은지, 녀석들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 나는-”
질질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멤버들의 손에 내 몸뚱아리가 대기실 밖으로 밀려났다.
굉장히 어이없다.
“멤버들이랑 사이가 좋으신가 보네요? 시끌벅적하고 좋네요.”
“예, 멤버들과 하루라도 떨어지면 입에서 가시가 돋을 정도죠.”
주둥아리에서 청산유수로 흘러나오는 거짓에,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쯧쯧…….
허구한 날 뒷목을 잡아대니, 남아나는 뒷목도 없겠군.
내가 속으로 혀나 튕기고 있을 무렵, 의현은 내게 시답지 않은 말을 건네며 인적이 드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배님, 저는 무슨 일로. 아니, 여긴 어쩐 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나 오늘 심사 참여해요. 얼굴 보니까 이야기 못 들었나 보네.”
간악한 방송국 놈들, 오늘따라 녹화장 가까이는 가지도 못하게 막더니 이런 이유였나.
밀리어스 멤버 출연이라니, 화제성은 엄청나겠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쯤 의현이 시무룩한 얼굴을 걸쳤다.
“……그리고 선배님이라니, 섭섭하게 호칭이 아직도 딱딱하네요.”
과연, 정신 나간 놈이 확실했다.
선배를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른단 말인가.
역시 이 또라이 새끼의 사고 회로는 이해할 수 없다.
차트인 시켜준 것은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만, 그뿐이다.
대체 나한테 무슨 목적이 있기에 계속 나를 언급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지.
아니면 정말 과거 성해온과 아는 사이인가.
성해온의 기억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슥-
의현이 싱긋 웃으며 본인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번호 좀 줄래요?”
나는 빠르게 대가리를 굴렸다.
번호를 요구하는 걸 보니, 아는 사이는 아닌 모양인데.
과거 성해온과 연이 있던 사이면 곤란해지는 건 내 쪽이니 다행이었다.
나는 뻔뻔한 낯짝을 걸치고 의현과 눈을 마주쳤다.
“저 스마트폰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흐음.”
나를 관찰하듯 바라본 의현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보기 드물 정도로 착실한 아이돌이네요. 그럼 U앱은 뭘로 해요?”
“매니저님 아니면 멤버들 것으로 합니다.”
내 대답을 가만히 듣던 의현이 눈을 더욱더 곱게 휘어 접었다.
그러고는 본인의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올리더니 순식간에 11자리의 번호를 완성하고는 전화를 걸었다.
“장난쳐서 미안해요.”
그러고는 액정을 보여주는데, 잠깐만 저건.
“지금 간 게 제 번호예요. 안 울리는 거 보니까 대기실에 두고 왔나 보다. 그렇죠?”
순간적으로 흠칫한 나를 보며 작게 웃은 의현이 한 손으로 내 오른쪽 어깨를 그러쥐었다.
“……?”
훅!
그러고는 단번에 상체를 가까이 댔다.
불쾌함을 느낄 겨를도 없을 정도의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까운 거리,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는데 서늘한 눈빛이 전신을 꿰뚫는 듯 내려앉았다.
시선을 올려 그것을 마주함과 동시에 놈이 눈을 사르륵 접어 웃더니,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댄 채 작게 속삭였다.
“이번엔 저장해, 해온아.”
“……!”
등줄기부터 시작된 소름이 온몸으로 돋아났다.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얼굴을 잔뜩 우그러뜨렸다.
그 자리에 혼자 남은 나는 생각을 가다듬었다.
“…….”
X발.
원래 성해온이 저놈과 아는 사이였나 본데, 기억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이 상황을 이해하든가 말든가 하지.
나는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기억, 조금이라도 줄 수 없는 건가?’
사락-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 기다리던 메시지는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이 몸에 들어오고 나서 성해온의 기억을 원한 적은 수도 없이 많다.
기억 한 점 없이 성해온인 척 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이 주제에 관해 응답이 돌아온 적은 없다.
‘기억만은 줄 수 없다는 듯이…….’
* * *
척! 척! 척! 척! 척!
대기실로 돌아가자 다섯 쌍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차마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왔냐고 물어볼 용기는 들지 않는지, 다들 내 등짝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대가리가 터질 지경이어서, 질문을 안 해주는 건 오히려 좋았지만…….
아까 내 등짝을 밀던 기세는 대체 어디 갔단 말인가.
이 정도의 궁금증을 편하게 묻지 못한다니, 이건 이거대로 신경 쓰이는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곧 가족 같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당신에게 응원을 건넵니다!]동정은 골드, 응원은 힐링 포션이나 쓸 만한 특성으로.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기함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100골드를 후원합니다!]뭐, 괜찮다.
이깟 거야 내가 먼저 말해주면 되는 거지.
“별 얘기 안 했어.”
“저, 정말 다행!”
차윤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기실 문이 열렸다.
드르륵-
들어온 건, 스태프였다.
“곧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스탠바이해 주세요. 아, 마이크 아직 안 하셨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오늘 방송에는 심사 위원이 여럿일 걸로 추정되는데, 그러다 보니 스태프들도 평소보다 어수선했다.
곧이어 들어온 음향 스태프가 넋이 나간 얼굴로 마이크 부착을 시작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계속 뛰어다녔는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이 사람들도 고생하는군.
나는 스태프가 나가기 무섭게, 멤버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 맞은 강아지 꼴로 서 있는 놈들이 굉장히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오늘 무대 준비 많이 했으니까 최선을 다하자. 져도 상관없어.”
물론 이겨야 하지만.
나름 웃으며 말한 건데, 어째 반응이 이상했다.
다들 표정이……?
“……형! 죄송해요! 사실 형 보내고 저희 후회했어요! 보내지 말걸! 우리 형 없다고 할걸(?)”
아, 설마 등짝으로 꽂히던 시선이 ‘궁금’보다는 ‘걱정’이었던 건가.
“저도 사과드립니다! 저, 저도 형님을 보내고 후회했습니다!”
“나도 미안해. 네 의견을 묻고 보냈어야 하는데.”
“……죄, 송해요.”
신유하까지 말을 꺼내자, 최승하가 한수현의 옆구리를 찌르기 시작했다.
쿡! 쿡! 쿡!
손가락으로 누르면 알러뷰 소리가 나오는 곰 인형이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의사도 안 여쭤보고, 등 밀어서 죄송합니다.”
“괜찮다니까. 애초에 이야기 좀 나눈 게 뭐라고? 너희 아니었어도 내 발로 나갔을 텐데.”
그렇지 않은가.
의현 같은 놈이 친히 찾아왔는데, 쌩까고 안 나간다?
발 빠른 방송가 소문 속에서 라이트온은 구제 불능 인성의 그룹이 되어 있을 거다.
“진짜 괜찮대도. 다들 고개 안 들어?”
“아, 안 들면 어떻게 됩니까?”
싱긋…….
“드, 드, 들겠습니다! 고개 들었습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주십시오! 그 눈빛은 무섭단 말입니다!”
내가 잔뜩 풀 죽은 녀석들을 어르고 달래고 있을 무렵이었다.
쾅! 쾅!
흡사 사채업자가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거센 굉음에 고개를 갸웃댄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케이입니다앙~”
“하아…….”
나는 문고리를 돌리기 직전, 지겹다는 얼굴을 안면에서 빠르게 지워내고 미소를 걸쳤다.
곧이어 문이 열렸고, 나와 비슷한 의상을 맞춰 입은 케이가 헤헤 웃으며 대기실에 들어왔다.
유닛별로 무대를 따로 하기 때문에, 러쉬와 우리는 각 유닛별로 의상을 맞췄다.
나와 이 녀석은 랩 유닛이니, 약간의 스트릿 느낌이 섞인 의상을 입었다.
“Wow~ 여기 사람들 잘생겼어~”
나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케이도 잘생겼어. 근데 이제 곧 촬영일 거 같은데, 대기실에서 대기해야 하지 않을까?”
귀찮으니 네 대기실로 가버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는데, 케이가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이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잠깐은 괜찮아~ No problem!”
정말 눈치라곤 더럽게 없는 녀석이다.
케이는 뒷짐을 지고 대기실을 둘러봤다.
“요기는 조금 더 좁네요! 아늑~”
당장에라도 웃으며 ‘그렇게 좋으면 망돌이라 차별 대우를 받는 우리와 대기실을 바꾸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멋진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놈은 오늘도 구석탱이에 찌그러져 있는 신유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야 저 녀석이 신유하의 과거와 별 관련이 없다는 걸 대충 알고 있지만, 그걸 알 리 없는 몇 멤버들이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려는 걸 제지했다.
“유하 형! 지이인짜 잘생겼다!”
큰 목소리로 얼굴 칭찬을 하던 케이가 신유하의 가까이 서더니, 속닥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봤자 우리들한테도 다 들릴 만큼 큰 목소리였다.
“솔직히 이 옷, 우리보다 형이 더 Nice야…….”
러쉬의 보컬 유닛으로 참전하는 태오와 다온을 광역으로 돌려 까는 해맑은 칭찬에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슬쩍 옆을 둘러보니 다른 놈들도 웃음 참기 챌린지라도 하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내면에서 저 녀석에 대한 호감도가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케이, 본인은 여전히 속삭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 이건 우리 둘만의 Secret…….”
* * *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녹화장에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숨을 삼켰다.
카메라 앞인데 멍청한 얼굴을 할 뻔했다.
‘정말 작정했군.’
연일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운다더니, 이 프로그램에 정말 제대로 힘을 쏟을 생각인 듯하다.
그도 그럴 게, 솔직히 나는 과 같이 심사 위원 3~4명 정도를 예상했다.
지금 눈에 보이는 무대 전경을 설명하자면 거대한 무대 앞에 3명이 앉을 수 있는 심사 위원석이 위치해 있다.
그래, 이건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다.
나는 눈을 조심스럽게 굴려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다른 출연진들도 스케일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추가 심사 위원단’이라니.
이건 짐작도 하지 못했다.
무대보다 약간 단차가 높은 곳에 10개의 고급진 의자가 위치해 있었는데, 평론가부터 댄서,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 래퍼 등등 각 분야에서 날고 긴다는 인사들이었다.
그리고 단 한 명의 현직 아이돌, 밀리어스 의현까지.
‘…….’
애초에 라이트온이 예외인 것이고, 같이 정상급 아이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같은 업계 아이돌이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팬들의 항의가 천장을 뚫을걸.’
하지만 밀리어스 정도면 말이 다르다.
사실상 타 그룹과 한데 묶이는 1군이라 지칭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급이 다른 밀리어스라면 팬덤도 별말을 하지 못할 테니까.
“형님, 저기, 저기 좀 보십시오…….”
차윤재가 내 등을 살짝 두드리며 큰 눈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
차윤재의 시선을 따라가자,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놈이 눈을 화사하게 접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는지,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들도 나와 의현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
모골이 절로 송연해졌다.
정말이지 정신 나간 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