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9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90화(90/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90화
스테이지의 테두리 쪽으로 여섯 그룹의 좌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무대에 돈 꽤나 썼군.’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한 내관이었다.
확성기를 든 스태프 하나가 곧 촬영이 시작됨을 알렸고, 우리는 지정된 자리에 착석했다.
“……와. 엄청난데요.”
최승하가 중얼거리자 다른 멤버들이 고개를 옅게 끄덕였다.
“그러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엄청난 건 무대만이 아니었다.
더 놀라운 건 심사진 라인업이다.
추가 심사진들도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지만, 저기 세 명의 메인 심사 위원들도 엄청나다.
왼쪽부터 댄스 디렉터, 클라우드.
그는 해외 출신 댄스 디렉터로 독보적인 디테일 라인을 살린 안무가 주특기이며,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렉터다.
그 옆은 보컬 디렉터, 자이.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방송 등의 매체에 얼굴을 자주 내보이며, N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심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스펙도 엄청난데, 자이가 키워냈다는 보컬들의 수는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방대하며 아마 여기 출연진들 중에서도 자이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놈들 꽤 될 거다.
그리고 그 옆은 현재 가장 핫한 프로듀서, 9.One.
대중들은 편하게 구원이라고 부른다.
만들어내는 곡마다 족족 히트를 치는 탓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밀리어스 대표곡들을 프로듀싱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당연하게도 돈다발을 흔들어도 그의 곡을 살 수는 없을 정도라고 여겨지는 거물이며, 자신이 만든 노래에 어울릴 법한 아티스트에게만 곡을 넘긴다는 신념이 있다는 걸로도 유명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예상했던 자이를 제외하면 모두 의외의 심사진인데.’
실제로 다른 서바이벌과 비교했을 때도 전체적인 심사진 라인업이 월등했다.
‘욕먹을까 봐 신경 좀 쓴 모양이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 어둑한 스튜디오 내에 다채로운 빛깔의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쏟아지며 익숙한 효과음이 깔렸다.
무대 위로 올라온 MC가 아이스 브레이킹 용도의 농담을 몇 마디 던지더니, 곧바로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이번 유닛 경연의 점수 합산 방식을 공개하겠습니다!”
슈웅, 팟-!
MC의 멘트와 동시에 강렬한 효과음이 터져 나오며 전광판에 숫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세 명의 심사 위원이 각각 20% 비율의 심사를 적용합니다!”
출연진들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각각 20%?”
“상상도 못 했다.”
“그럼 세 분 합치면 60%? 와우.”
“엄청나네.”
잡음 속에 MC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기 위치한 오늘의 특별 심사 위원단! 10명의 특심단은 각각 4%의 비중으로 심사에 참여합니다.”
출연진석에서 박수와 호응 소리가 터져 나왔다.
팬 투표 비중이 없다는 건 사전에 알고 있었으니,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었다.
“이렇게 총 100%의 심사 비중! 그렇습니다. 이번엔 아무런 투표 없이, 전문가 점수로만 평가됩니다!”
팬 투표가 없는 건 아마 이 유닛 무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면, 우리는 꽤 승산이 있다.
류인과 차윤재로 구성된 댄스 유닛, 이들의 능력치는 타 그룹 댄스 멤버들을 웃돌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예상한다.
그리고 신유하와 최승하, 한수현으로 구성된 보컬 유닛, 이들의 능력치는 무척 준수하나 다른 그룹의 보컬 멤버도 강력하기 때문에 확신은 서지 않는다.
나는 눈을 돌려 신유하를 응시했다.
‘이 녀석이 실수만 안 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지.’
MC가 심사 위원 3명과 특심단 10명의 인터뷰를 따는 동안 속으로 확률을 계산하던 나는 침을 삼켰다.
‘……사심이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꽤 가망 있는 게임이다.’
녹화 2시간 경과, 유닛 B의 랩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 직전 각 조의 대표들이 나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는데, B -> A -> C 순서였다.
스피디와 블랙보이즈가 첫 번째 순서인 유닛 B였는데, 아무래도 두 팀의 조합이 영 별로였다.
따지자면 블랙보이즈의 대진 운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퍼포먼스 위주의 그룹이었기에, 댄스 유닛을 기대했는데 그조차 실망적이었다.
스피디는 댄스 쪽으로 특화된 그룹이 아니었는데, 블랙보이즈가 그들에게 맞춰주려다 오히려 죽어버린 느낌이었다.
“……스피디 선배님들 랩 진짜 잘하시네요.”
최승하의 속닥거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저 팀의 리더 클락션은 Nnet의 힙합 프로그램의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래퍼인데…… 지금 무대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애초에 스피디 자체가 해외 팬덤 쪽을 크게 보유한, 강렬한 분위기의 힙합 그룹이기에 랩 무대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건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마하가 꽤 의외였지.’
두 그룹의 상태창을 모두 살펴본 나로서는, 보컬에 특화된 멤버를 찾지 못했는데 마하의 보이스가 곡에 짜 맞춘 듯이 어울렸다.
최종 점수는 마지막에 공개하겠지만, 이 조의 승자는 누가 봐도 스피디였다.
심사 위원들의 간단한 평을 마지막으로 유닛 B조의 모든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스피디와 블랙보이즈가 함께한 유닛 B의 파워풀하고 멋진 무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MC의 정리 멘트와 함께 우리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짝짝짝짝!
다른 출연진들은 수고한 두 팀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었는데, 우리 쪽 좌석엔 앓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어떡해요. 형, 저 너, 너무 떨려요.”
최승하가 웃는 얼굴로 복화술을 선보였다.
카메라 의식도 할 줄 알고, 기특한 광경이라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할 수 있어.”
무대 순서는 보컬 -> 댄스 -> 랩으로 진행된다.
“다음으로 무대를 장식해 줄 주인공, 러쉬와 라이트온! 유닛 A입니다!”
출연진들도 러쉬의 팬덤을 의식하는지 아까 전보다 함성 소리가 거셌다.
나는 신유하와 한수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힘내라는 의미였는데, 한 놈은 파들짝 떨고, 한 놈은 귀찮다는 얼굴로 손을 내쳤다.
MC가 보컬 유닛의 구성원을 소개함과 동시에 최승하, 신유하, 한수현이 무대로 나갔다.
맞은편에선 태오와 다온이 걸어 나왔다.
‘……?’
갑작스럽게 이유 모를 불안감이 밀려들어 왔다.
이상할 정도로 내 예감은 곧잘 맞는 일이 많았기에, 초조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는 그런 도움 안 되는 감정을 눌러두고 무대에 시선을 집중했다.
곡의 인트로가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감탄 섞인 짤막한 호응들이 나왔다.
“저걸 한다고?”
“와하, 대단한데.”
“난 저거 못 해.”
“나도 못 해. 진짜 보컬 유닛밖에 못 하는 곡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들이 선택한 곡은 .
3년 전에 발매된 여성 듀오의 히트곡이며, 곡이 유명해진 이유는 쉴 새 없이 치고 올라오는 고음 파트 덕이었다.
제목대로 두려움 따위 가지지 말고 헤쳐 나가자는 가사.
공간감이 흘러넘치는 신스 사운드와 빠르게 휘몰아치는 기타 베이스 사운드가 레트로한 느낌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경쾌하고 시원스럽게 뻗어 나가는 고음을 요구하는 곡이다.
당시 이 곡을 들었던 대중들의 평가가 ‘고막이 시원해지는 곡’, ‘노래방에서 부를 수 없는 곡’ 등으로 이루어졌을 정도니까.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경연용으로는 부적합한 곡이며, 음역대가 한정적인 남성들에겐 확실히 도전적인 선택이다.
모두가 주목하는 인트로가 마무리되고, 도입부의 시작은 태오였다.
보컬 스탯이 B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허스키한 보이스로 낮은 음역대의 벌스를 알맞게 소화한다.
‘재수 없군.’
심지어 꽤 잘 어울려서 더 화난다.
저놈 가사 절게 해주세요.
아니면 삑사리 나게 해주시든가요.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그다음, 최승하가 마이크를 들었다.
특이하게도 비트 없이 풀어지는 프리코러스 파트여서 정확한 음정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여기서 삑사리 났다가는 클립으로 돌아다니며 평생 최승하의 조롱거리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긴장 섞인 얼굴로 녀석을 응시했다.
나와 같은 포인트를 유심히 살필 작정인지, 심사 위원석의 자이가 상체를 무대 쪽으로 가까이했다.
“……!”
최승하의 담백한 보컬이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녀석의 보컬을 이어받은 한수현이 파트를 시작했다. 본인의 음역대보다 더 높은 탓에, 목소리가 살짝 떨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양호했다.
그리고 러쉬 내에서 보컬 스탯이 B+로 가장 높던 다온이 코러스 파트를 가져갔다.
원래 톤이 높은 놈이라 그런지, 그럭저럭 고음을 요구하는 음역대를 잘 소화해 냈다.
역시나 좋은 파트를 쏙쏙 골라 간 러쉬 놈들이 영 재수가 없어서 혀를 차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이런 점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욕인지 칭찬인지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무대로 눈을 돌렸다.
곡을 관통하는 키워드, ‘주체성’이 서서히 드러나며 비트도 파워풀해지기 시작했다.
무대에 선 이들이 원형으로 동그랗게 모여 서서 높은 멜로디의 합을 맞췄다.
“……오.”
나조차 짧은 탄성을 내뱉을 정도로 완성도가 좋았다.
누구 하나 튀는 것 없이, 조화로운 화음이었다.
2절의 시작을 여는 벌스는 신유하였다.
신유하의 전매특허인 청량한 고음이 울려 퍼졌다.
저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몸에서 저런 성량이 나온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거, 이길 수 있겠다.’
방금까지는 태오와 다온의 보컬에 우리가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신유하 파트가 시작되자마자 전세가 뒤바뀌었다.
보컬 디렉터인 자이도 빠져들었는지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다른 출연진들도 놀라운 얼굴이었다.
그다음 프리코러스는 태오였는데, 자신의 음역대를 벗어난 현재 상황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지 음정이 살짝 밀렸다.
워낙 허스키한 보이스라 잘 티가 나진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입을 가린 손 안으로 비열하게 히죽 웃었다. 더 삐끗해라.
‘아마, 이다음 파트를 넘겨받는 게 신유하와 한수현이었던가.’
이어지는 코러스는 휘몰아치는 기타 선율 위에서의 깨끗한 고음역대였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신유하 자리다.
이것만 잘해내면, 보컬은 우리가 이긴다.
나는 기대감 섞인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다.
“……!!”
태오가 본인의 파트를 마무리하며 신유하의 어깨 위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뉘었다.
사실상 안무가 없다시피 한 보컬 무대였기에,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합의된 동작처럼 보일 만큼 자연스러웠다.
저거, 내가 봤던 연습에는 없었는데?
순간적으로 사고 회로가 정지됐다.
‘저 미친 새끼가.’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눈에 띌 정도로 몸이 굳은 신유하가 자신의 파트를 소화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스튜디오 내에 있는 수십 개의 시선이 신유하에게로 집중됐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이 섞인 탄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내가 다 아쉽다…….”
“……어떻게 저기서…….”
사아아-
온몸의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