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91)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91화(91/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91화
무대가 끝나자마자 약간의 정적 끝에, 가장 먼저 보컬 디렉터 자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좋은 무대 잘 봤습니다. , 이 곡은 제가 가르쳤던 연습생들도 어려워하던 곡이었는데 여기서 볼 줄은 몰랐거든요. 훌륭했습니다.”
가벼운 칭찬으로 말문을 연 자이가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두 그룹이 보컬 멤버를 영리하게 정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조화로웠고요. 특히 저는 러쉬의 태오 씨와 라이트온의 유하 씨가 인상 깊었어요. 둘의 목소리는 완전히 상반되어 있는데, 잘 어울렸거든요. 벌스를 여는 유하 씨의 파트엔 솔직히 저 속으로 박수 쳤습니다. 그래서 더 실수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무대였다는 마지막 평을 남겼다.
심사 위원이 있다지만,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출연진들이 평가대에 오르는 만큼 평가도 순한 맛이었다.
그럼에도 무대 위의 신유하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승패를 좌우할 본인의 하이라이트 파트에서 가사를 절어버린 본인을 자책하고 있을 게 뻔했다.
다른 심사진들의 평가가 끝난 뒤에, 보컬 유닛 멤버들이 자리로 돌아왔다.
“20분간 휴식 시간 가지고 시작하겠습니다!”
때마침 휴식이 주어지자마자, 신유하가 말릴세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다.
* * *
대기실로 향하는 길, 태오가 실실 웃음을 터뜨리자 희찬이 곧바로 그의 어깨를 돌려 잡아 세웠다.
“너 미쳤어?”
“제가 뭘요?”
“너 그거 사전에 정해진 모션 아니었잖아.”
태오는 뭐가 문제냐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게 뭐, 문제예요? 그 정도 애드립은 무대에서 괜찮잖아요.”
“……너는 걔 실수하게 하려고 그런 거잖아!”
희찬의 말에 태오가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다.
“와~ 이 형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내 이미지 안 좋아지겠는데~”
“너는 프로야. 더 이상 연습생이 아니라고. 언제까지 애처럼 굴래?”
희찬의 말에 그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뚝, 걸음을 멈춘 태오가 몸을 빙글 돌리며 희찬을 응시했다.
“형, 형이 어제 그랬잖아요. 댄스 유닛 솔직히 자신하지 못하겠다면서요? 근데 알아요? 오늘 신유하 안 절었으면~”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태오가 섬뜩한 웃음기를 걸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졌어요.”
* * *
최승하는 신유하의 뒤를 쫓아갔고, 스튜디오에 남은 우리 넷은 대기실로 향했다.
내내 표정에 변화가 없던 한수현이 입을 연 건 그때였다.
“합의 안 됐던 거였어요.”
류인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그거 말하는 거지? 유하, 음. 파트 직전에.”
한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뭐, 실수시키려고 그런 거겠죠.”
짜증스러운 기색이 스친 한수현이 머리칼을 털었다.
“혹시 이런 일 있을까 봐 애드리브 넣지 않기로 사전에 말도 꺼냈는데, 헛수고였네요. 하, 이렇게 귓등으로도 안 들을 줄 알았나. 쯧.”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말까지 꺼냈었다니, 정말 영리한 놈이다.
사실 나도 최승하를 통해 비슷한 당부를 했었다.
최승하는 상황을 본인이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데에 도가 튼 놈이라, 나도 내심 마음을 놨던 게 사실이다.
“음.”
그 미친 새끼를 과소평가했던 게 패착이다.
그 순간,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기겠습니다.”
억울함과 분노, 걱정, 두려움이 한데 섞인 복잡한 얼굴을 한 차윤재가 애써 억누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아닙니다. 이건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무조건. ……절, 절대 안 질 겁니다!”
옆에 있던 류인도 작게 웃었다.
“그래. ……이건 지면 안 되겠다.”
이놈도 입만 웃고 있는 걸 보니 적잖이 화난 게 틀림없었다.
* * *
녹화가 재개되기 직전, 최승하와 신유하는 돌아왔다.
나는 힐끔 신유하의 안색을 살폈다.
……죽을 날 받아놓은 사람처럼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울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표정도, 말도 없었다.
휴식 시간 동안 다음에 이루어질 댄스 유닛의 무대가 꾸며졌는지 큰 무대가 소품으로 차 있었다.
본격 경연처럼 화려한 소품은 아니지만, 분위기에 알맞은 느낌이었다.
착-!
슬레이트의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촬영이 재개되었다.
“유닛 A의 댄스 퍼포먼스, !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MC의 힘 있는 소개말과 함께 내부의 모든 조명이 차례로 꺼졌다.
댄스 유닛들은 가사가 얹어지지 않은 멜로디 위에서 춤을 선보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고요한 스튜디오에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펑! 퍼퍼펑! 펑! 피이이- 펑!
임팩트 있는 폭죽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무대에 환한 스포트라이트가 한 줄기 들어왔다.
그 아래 서 있는 건 러쉬의 멤버 은유.
이해성의 정보로 미루어볼 때, 저놈은 현대무용 전공자다.
그래서 종종 러쉬 무대에서도 현대무용을 접목한 안무를 선보이는 모양.
그리고 이번에 댄스 유닛 안무 주제를 정하는 회의에서도 러쉬 측이 강하게 무용을 접목하길 원했다고 한다.
몇 주 전에 차윤재한테 들었을 때, 그 녀석도 굉장히 곤란해하는 기색이었다.
무용 같은 건 배운 적도 없을 테니까.
‘그래도 갑자기 그 녀석이 조언을 구하길래 놀랐었지.’
나는 그냥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무슨 속셈인지 몹시 궁금해합니다!]나는 입꼬리를 올린 채 무대에 집중했다.
보면 알걸.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선 은유가 괴기스러울 정도로 팔다리를 꺾었다.
출연진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느린 템포의 선율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는 멜로디가 이어졌다.
은유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자리를 옮겨 류인을 비춘다.
길게 뻗은 팔과 다리를 이용해 딱딱하고 여전히 괴랄한 동작을 선보이는데 스피디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저거 그거잖아……! 마리오네트!”
잔잔한 멜로디가 이어지며 무대 위 멤버들을 하나씩 비췄다.
그들은 하나같이 관절마다 실이 연결되어 있는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이고 있었는데, 출연진석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진짜 미쳤는데.”
“……다들 코어 힘이 얼마나 좋은 거야?”
맞는 말이다.
웬만한 코어 힘이 있지 않고서야, 저렇게 비정상적인 자세로 위태로이 멈춰 있는 건 불가능하다.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와 함께 이어지던 클래시컬한 사운드가 날카로운 효과음과 동시에 일순간 멎어 들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날카로운 효과음과 동시에 무대 위 다섯 명이, 무대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인형사가 실을 끊어버린 것과 같은 모양새로 말이다.
아예 끊겨 버린 인트로 사운드에 모두가 긴장감에 젖어 들었을 때쯤, 빈티지한 오르골 사운드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관절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구겨진 모양새로 무대에 쓰러진 다섯 마리오네트가 몸을 일으켰다.
오르골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멜로디가 환상적인 동화 같은 느낌으로 변주됐다.
다섯 멤버들은 넓은 무대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본격적인 댄스 무대의 문을 열었다.
가사가 없는 무대인 만큼, 댄스 무대는 스토리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훌륭했다.
처음에 보여준 마리오네트 같은 움직임 덕에, 누군가의 손길 아래에서 조종받던 수동적인 존재였던 인형 같던 이들이 제약을 풀어내고 페스티벌을 벌인다는 서사가 들어 있으니까.
댄스 트레이너인 클라우드는 물론, 다른 심사 위원들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페스티벌이 연상되는 폭죽 소리가 계속해서 멜로디에 녹아들고, 은유가 가장 먼저 독무를 시작했다.
확실히 전공자답게 테크닉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안무를 선택한 듯 보였다.
그다음을 차윤재가 받았는데, 내가 말했던가.
이 녀석, 춤 선이 특출나게 좋다.
무용은 배운 적도 없다면서 고작 몇 주 사이에.
“……하.”
헛웃음이 날 정도로 완성도 있는 독무였다.
발레와 현대무용을 섞은 것 같은 안무였는데, 차윤재의 곧은 선까지 접해지니 솔직히 말하자면 은유란 놈보다 훨씬 나았다.
스킬적으로는 전공자를 따라잡을 수 없었겠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이쪽이었다.
그리고 류인은 댄스 스탯이 무려 A+.
출연진들을 모두 둘러봐도 이 녀석만큼의 실력자는 드물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파워풀하지만 과도하지 않은, 그야말로 강약 조절을 숨 쉬듯 해댔다.
얼마나 고난이도냐 하면, 백덤블링 후에 잠시의 공백도 없이 현대무용 동작을 접목하며 바닥을 쓸고 허공을 날아다녔다.
살짝 고개를 돌려 러쉬를 바라보니, 승패를 직감한 듯 표정이 썩 좋진 못했다.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다니.’
도저히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어서 나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리는 걸 택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마음을 곱게 쓰라고 조언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이렇게 고운 심성이 어딨냐며 심드렁해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질색합니다!]메시지를 서둘러 지워낸 나는 무대에 시선을 집중했다.
발랄하고 환상적인 곡의 분위기는 어느새 클라이맥스에 접어들었다.
나는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차윤재를 살폈다.
이제 그건가.
하우스턴(Cheat gainer).
마샬 아츠 테크닉으로, 현대무용 동작에서도 고난이도로 손꼽히는 동작이라고 한다.
저 녀석도 이번 주에 들어서서야 간신히 성공을 해냈던 동작, 이 동작은 현재 리스크가 매우 크다.
‘실패하면 지겠지.’
녀석이 가장 앞에 서서 선보이는 동작이라, 하우스턴이 아닌 동작도 연습은 해놨다고 전해 들었다.
오늘까지 차윤재는 제대로 선택하지 않았고, 나는 안전하게 가자는 쪽이다.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패해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승산이 가장 높은 댄스 유닛에서 패하는 건 출혈이 크다.
* * *
‘실수하면 안 돼.’
무조건 이긴다.
아니, 이겨야 한다.
차윤재의 머릿속에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건 없었다.
본인의 마지막 파트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아플 정도로 조여드는 게 느껴졌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만 해도 리스크 없는, 안전한 동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샌가 자신은 무대 가장 앞에 나와 있었고, 하우스턴의 초입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머리 높이까지 발을 휘두르고.’
‘허공에서 발을 차듯이 튕긴다.’
‘그리고 스텝과 함께 상체를 낮게 숙이면…….’
차윤재는 어느 순간 본인의 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걸 느꼈다.
이 구간에서 수도 없이 넘어지고, 다쳤기에 학습된 공포감이 밀려왔다.
넘어지면 안 돼.
긴장하지 말자.
성공했던 느낌만 기억해.
과도한 긴장과 공포로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이 느슨하게 풀린다.
‘……아.’
차악-
차윤재는 시선을 내렸다.
……자신의 두 발이 아무런 떨림 없이 바닥에 착지해 있었다.
손이 잘게 떨렸다.
“……했다.”
성공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