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9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97화(9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97화
다시금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다소 넋 나간 얼굴의 최승하였다.
‘설마, 깨어나자마자 기절했던 건가.’
“……?”
눈이 마주치자마자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눈을 데굴 굴리며 주위를 살피자, 얼어붙어 있던 최승하가 입을 뗐다.
“……형, 형! 아니, 잠, 잠깐만 있어봐요. 의사분 불러올게요.”
시선을 돌려 팔을 바라보니, 뜯겼던 링거 바늘도 멀쩡하게 테이핑되어 있었다.
“음.”
아직도 전신에 욱신거리는 고통이 있긴 하지만, 참을 만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쾌유에 대한 선물로 200골드를 후원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다수의 성좌가 한 성좌의 독단적인 행동에 불쾌함을 드러냅니다!]드르륵-
최승하와 함께 의료진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계속되는 약식 검진이 끝나고,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는 핑계로 혼자 남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따라오겠다는 최승하를 떼내느라 고생했다.
하여간, 유난은.
‘촬영장에서 쓰러지다니, 최악 중의 최악이다.’
게다가 피까지 토했으니 얼마나 괴상하고 크리피한 광경이었을지 머리가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철컥-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켰다.
“완전히 미쳤군.”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누워 있었던 모양.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나 사진 유출.
“…….”
얼마나 수습 불가한 사진이 찍혔을까, 솔직히 긴장된다.
질끈!
‘매도 얼른 맞는 게 낫지.’
나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
도대체 어떤 놈이 얼굴에 재킷을 던져준 거지?
누군지는 몰라도 아주 기특했다.
피가 약간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대충 코피로 둘러댈 수 있겠다 싶었다.
누적된 피로로 쓰러진 정도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니까.
나는 스크롤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논란거리가 되었나 본데.
나는 더 서치하는 것을 포기하고 병실로 돌아갔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 봤는데, 꼭 드라마 속 회장님들이 입원할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얼마나 누워 있었어?”
“거의 이틀이요. 형, 진짜 이게 무-”
척 봐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곤란하게 됐군.
나는 먼저 질문을 선수 쳤다.
“병원에서는 뭐래?”
공식 입장에 짤막하게 나와 있었지만, 정확하게 알아서 나쁠 거 없다.
최승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 이상 없고, 피로가 누적됐다고 하시는데 말이 안 되잖아요.”
“음.”
역시 일반적인 검사로 나올 리 없지. 다행이었다.
할 말을 고르고 있는데, 병실의 문이 열렸다.
드르륵-
“……!!”
“형, 형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 차윤재가 튀어 오르듯 달려왔다.
“언제 깨어나신, 아니, 어서 누우셔야!”
“맞아. 해온아. 얼른 눕는 게 좋겠다.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서 있어.”
“맞아요. 형, 누우세요.”
“얼른, 요……!”
“아니 나는…….”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강제로 침대에 눕혀졌다.
돌돌돌-
“…….”
이불에 돌돌 싸이고 있는 내 동공이 실시간으로 광채를 잃어갔다.
이 녀석들, 나를 뒈질 날 받아놓은 사람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여기서 괜찮은 척을 하지 않으면, 산 채로 관짝에 넣을 기세였다.
나는 곧장 흐릿하게 뜬 눈을 껌뻑였다.
“나 괜찮아.”
사아아아-
내 말에 멤버들의 시선이 모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눈빛의 상태가…….
꿀꺽.
침을 느릿하게 삼킨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새끼들, 왜 이러는 거지?
나는 시선을 슬쩍 피하며 손을 파닥거렸다.
“배고프다. 나가서 말 좀 전해봐.”
이틀간 위장에 들어간 음식이 없으니, 정말 배가 고프긴 했다.
사아아-
하지만 저 눈빛들을 보고 있으니 식욕은 진작에 달아났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차윤재와 신유하의 눈에서 눈물이 솟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신유하는 그나마 얌전히 울고 있었는데, 차윤재는 거의 오열 수준이었다.
게다가 다른 놈들까지, 눈물을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한수현까지?
이 녀석들, 내가 쓰러져 있는 사이 단체로 상한 음식이라도 먹은 게 아닐지, 심히 의심될 정도다.
“흑, 흡, 형님은 왜, 왜 이렇게 의지를 흐읍, 안 하십니까!”
“……맞아. 해온아,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자, 최승하가 이불을 더 꼼꼼히 덮으며 웃었다.
“다음 경연이랑 파이널은 저희끼리 할 거니까, 형은 마음 편히 쉬어요.”
이건 또 무슨 신개념 헛소리야.
“나 멀쩡해. 오늘 퇴원할 거야.”
내 말이 끝나자마자 차윤재가 울컥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멀쩡하긴, 흐윽! 뭐가 멀쩡합니까! ……기절은 그렇다 칩시다! 피까지 토했으면 그, 그건 문제가 있어도 아주 큰 문제가 있는 겁니다!”
“해온아. 윤재 말이 맞아. 정 그러면 다음 경연만 쉬고 파이널을 같이 준비하자.”
“음.”
차라리 뻔뻔하게 나가야겠군.
나는 팔을 휙휙 돌리며 입을 열었다.
“괜찮다니까? 이 큰 병원에서 그렇게 검사를 해댔는데, 문제없다잖아. 나는 지금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내 반응에 분위기가 더 묘해졌다.
빌어먹을.
멘탈 터져서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다가 그 꼴이 났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랬다간 곧바로 정신 병동행일걸.
* * *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었고, 내 의지가 확고했던지라 곧장 퇴원할 수 있었다.
“형. 괜찮겠어요? 그건 다음에 하는 게…….”
최승하가 계속해서 걱정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
녀석을 내보내고, 방문을 잠근 나는 라이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얼굴을 살폈다.
‘음, 이 정도면 괜찮군.’
입원해 있는 내내 온갖 영양제가 섞인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오히려 다크서클은 줄어들었다.
약간 혈색이 안 좋긴 하지만, 나름 괜찮아 보인다.
“후.”
나는 짧은 심호흡 후 라이브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냥, 그런 논란을 빚은 만큼 가장 먼저 팬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얼마 안 가 내 눈엔 당황이 스치기 시작했다.
“……!”
접속 수가 평소와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정말 난리가 나긴 했었나 보군.’
홀로 U라이브를 진행하는 건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다.
“안녕하세요. 음, 들리시나요? 제대로 켜진 게 맞나.”
– 헐
– 해온아 괜찮아?
– 괜찮은 거 맞지??
– 이게 무슨 일이야ㅜㅠㅠ
평소 같으면 생일 축하 요청이나, 잘생겼다는 주접 등의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을 텐데 오늘은 모두 내 안부를 걱정하는 댓글뿐이었다.
……속이 조금 불편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가족도 지인도 뭣도 아닌 나를 이렇게 걱정해 주는 거지?
“저 한 다섯 시간? 후에 곧바로 일어났어요. 그냥 피곤이 쌓여서 그런 거래요.”
실제론 30시간을 넘게 누워 있었다만, 걱정을 끼칠 수야 없는 일이다.
–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래 속상해 (눈물 이모티콘)
– 다행이다ㅜㅠㅠㅠ 지금은 괜찮은 거 맞아?
– 안색이 안 좋은데 (눈물 이모티콘) (눈물 이모티콘)
– 김명훈 죽어 ㅅㅂㅅㅂ
……어쩐지 마지막에 이상한 걸 본 것 같다.
“제 안색이 안 좋아요? 아, 저 지금 되게 쌩쌩해요.”
나는 일부러 팔을 휘적휘적 돌리며 웃었다.
하지만 이게 역효과를 냈는지 댓글창이 눈물로 물들기 시작했다.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 저 정말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읽기도 힘든 만큼 빠르게 리젠되는 댓글창 속에 핏자국에 대한 질문들이 여럿 섞여 있었다.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입을 열었다.
“아, 피? 음, 그건.”
대놓고 SNS랑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본 티를 낼 순 없으니 나는 적당히 텀을 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체질상 코피가 잘 났어요. 점막이 약하댔나.”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뛰어난 대처 능력에 감탄합니다!]– 아 그럼 코피 난 거야? 아이고ㅠㅠ
– 해온이 홍삼 먹이기 챌린지 (1/29182837)
– 점막 새끼 내가 죽이러 감 ㅇㅇ
– 헉 해온아 너 뒤에 뭐 있다!!
“그래서 사실 평소에도 코피가 자주 나거든요. 으음, 이건 딱히 어디가 아파서 나는 게 아니니까 걱정 전혀 안 하셔도 돼요.”
둘러댄 변명이 먹혀들었는지 댓글창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걱정해 주시니까,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고……. 앞으로는 건강 관리에도 신경 많이 쓰겠습니다.”
– 귀신 드립 노잼이니까 작작 치세요ㅋㅋ
– 걱정 많이 했는데 라이브 켜줘서 고마워 그리고 라이트온은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
“꼭 틈틈이 쉴게요. 저는 몰랐는데 요새 몸이 많이 피곤했나 봐요.”
피로로 인한 쓰러짐이었다고 못을 박아놓을 필요가 있다.
“이제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잠도 더 많이 자고, 팬분들 말씀대로 설렁설렁…… 해도 되나?”
– 설렁설렁해도 얼굴이 열일해서 괜찮아
– 당연하지 쉬어 가도 돼 정말로
– ? 혹시 언플 때린 거 아님? 하나도 안 아파 보이는디 ㅋㅋ
– Eng plz
“그럼 적당히 열심히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여러분께 근황을 전해 드리고 싶어서 잠깐 켠 거라, 이제 슬슬 가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이후로 몇 마디를 더 한 뒤, 라이브를 껐다.
드르륵-
방문을 열고 나가니, 분주한 멤버들이 보였다.
“형, 고기 구웠어요! 얼른 앉아요!”
라이브하는 동안 바깥이 시끄럽더니, 이 소리였나.
“피 흘리면 철분이 부족하다잖아요. 형은 삼시 세끼 고기 먹어야 해요.”
“맞습니다! 삼시 세끼 고기를 드셔야 합니다!”
배고팠던 건 맞으니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드는데, 류인이 쇼핑백을 건넸다.
“해온아. 이거, 애들이랑 같이 샀어.”
우선 고개 먼저 끄덕이고 쇼핑백 내부를 살폈는데, 먹던 고기를 뱉을 뻔했다.
“…….”
무슨 놈의 영양제가 이렇게 많아.
“이거 다 먹으면 배불러서 밥도 못 먹겠는데.”
웬만해서는 이런 말 안 하겠으나, 대충 봐도 영양제 종류만 열댓 가지가 넘었다.
그냥 좋아 보이는 건 다 쓸어 담아 온 모양인데.
나는 피식 웃으며 쇼핑백을 옆에 내려뒀다.
“고맙다. 잘 먹을게.”
“……! 흑, 끄읍!”
“넌 또 왜 울어. 내가 잘 먹겠다고 한 게, 네 귀에는 이제 그만 뒈질란다로 들렸어?”
“그게, 아니라, 끕,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그렇습니다!”
고기를 자르던 류인이 작게 웃었다.
“애들이 다 네 걱정 많이 했어. 탈 없이 일어나 줘서 고마워.”
“하핫, 맞아요. 저는 진짜…… 형 쓰러져 있는 동안 잠도 못 잤어요. 보여요, 다크서클? 그러니까, 저희 생각해서라도 이제 아프지 말아요. 형.”
나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고기 탄다. 얼른 먹어라.”
내 말에 몇 놈들이 잠시 움찔하더니 젓가락질을 재개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척! 척! 척! 척! 척!
내 양옆에 앉은 신유하와 한수현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내 앞접시에 고기를 산처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아름다운 동료애에 감격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눈물을 콕콕 닦습니다!]“……내 앞에 그만 놔. 배부르니까, 이제 너희 먹어.”
나는 짐짓 짠한 눈빛으로 놈들을 둘러봤다.
그렇게 쓰러진 걸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게, 어지간히 충격이었나 본데.
“……흠.”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걸 안 물어보다니.
“우리 유닛 대결, 결과 나왔어?”
아마 녹화는 멀쩡하게 진행되었을 거다.
초청한 심사진이 몇이었는데, 겨우 출연진 하나 실려 나갔다고 녹화를 중단할 리 없지.
방송국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근데 이 녀석들이 관련된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1등은 물 건너간 모양.
……역시 1등은 러쉬였나.
입이 썼다.
“와. 이걸 아직까지 안 말했네요. 형 깨어나자마자 말하려고 했는데!”
“형님! ……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나도.”
“어, 그러게. 이걸 어떻게 안 말했지?”
“그만큼 정신이 없었던 거겠죠, 뭐.”
나와 눈을 마주친 최승하가 헤실 웃었다.
“저희 1등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