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Story RAW novel - chapter 209
활용은 단순, 스피드와 공격력은 발군, 방어력은 공격력에 비해서 월등히 떨어졌다. 어쨌거나 BB-까지 나왔다. 그들은 아까와는 달리 환한 얼굴로 강인하를 맞았다.
“역시 인하야!”
“우리 딸! 잘했어!”
“엄마.”
강인하는 김선아, 강정민과 한 번 끌어안고, 개인 강사였던 강정현과도 시선을 한 번 교환했다. 그런 다음 친구들의 곁으로 달려갔다.
“나 B랭크 받았어.”
“잘했어.”
“잘했어!”
다정하게 웃는 한수에 이어서 그녀의 친구들도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를 축하해 줬다.
“남은 건…….”
“은하랑 이성진뿐…….”
그들은 바짝 긴장했다. 박한수부터 벌써 B랭크가 나왔다. 사실 그건 그들에게 있어 예상외였다. 그건 바로 ‘상식’ 때문이다.
그들은 이번 랭크 시험이 첫 시험이다. 아무리 잘 받아도 B랭크가 최선의 성적이라 생각했다.
그들 중 가장 마법 실력이 뛰어난 건 바로 이성진과 유은하다. 두 사람은 격이 달랐다. 그 사실을 친구로서, 같은 수준별 반 동기로서 함께 수업을 받았던 이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유은하와 이성진은 격이 다르다. 최선의 성적은 B랭크. 그렇다면 유은하와 이성진도 B랭크. 그러니 그들은 C랭크에 머무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B랭크 중간 성적인 BB가 나왔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혹시…….”
“저 녀석들이라면 어쩌면…….”
그러한 예감은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있었다. 강인하가 나오고 나서 다시 침묵이 생겨났다. 5시간이 넘어갔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긴장한 눈으로 남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10분, 20분, 30분……6시간이 가까워져 갔다.
“은하라면 사실 피해 다니면서 시간을 벌고 있을 가능성도 있긴 한데…….”
“있지. 있긴 한데. 은하가 도망가면 잡을 사람이 누가 있냐고.”
“하지만…….”
6시간이 되기까지 딱 3분이 남았을 때, 유은하가 들어가 있던 캡슐이 열렸다.
“앗……!”
두근, 두근. 모든 사람이 그곳에 울리는 커다란 심장 소리를 들었으리라.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 탄성을 삼키는 소리, 주먹을 꽉 쥐는 소리. 기대와 흥분에 감싸인 시선 속에서 캡슐이 열리고, 앞에 결과가 공지됐다.
참으로 장대하고 긴 모험이었다고 해야 할까. 해방군은 내가 계속해서 동료 제의를 거절하자 ‘동료가 안 될 거라면 적이 되기 전에 쓰러뜨리겠다!’라며 덤벼들었다. 우리는 긴긴 전투 끝에 협력 관계를 맺었다.
해방군이 마을을 전부 파괴하려 할 땐 당황해서 막기도 했다. 정보를 모으고, 노예가 되었던 사람들을 탈출시키고. 상황이 수상쩍게 굴러간다 싶자 좀 높은 악마가 나왔다.
하여간 전쟁까지 하게 되었다. 심지어 거기에서 난 제법 높은 지위를 떠맡게 됐다. 어째서 나는 랭크 시험을 치러 와서 신병들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회의감도 느꼈다.
그러다가 결국 강한 간부가 나타나서 죽음을 맞이했다. ……아니, 죽음을 맞이했던가? 아무리 가상 현실 속이라고 한들 죽음은 유쾌하지 않았다. 끝까지 저항하고 도망쳤다가 죽음 비슷한 걸 맞이하기 전에 마력 고갈부터 왔었던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했다. 가끔 뜨는 공지 문구가 아니었다면 이것이 랭크 시험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현실을 맞이하고 나서 나는 한숨을 삼켰다. 첫 랭크 시험을 왜 다들 힘들다고 하는지 알겠다. 무슨, 시험을, 몇 달 동안 치냐고! 내가 지금 16살이 맞는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나는 비틀거리며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정적이 나를 맞았다.
“헉…….”
숨을 삼키는 소리, 경악 어린 눈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
쿵! 가슴이 크게 소리를 냈다. 그들의 시선은 정확히 내가 아니라, 나보다 약간 뒤, 내 머리보다 위로 향해 있었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허공에 랭크 시험 결과가 떠올라 있었다. ……맞다. 랭크 시험 결과는 공개 발표였지. 그것을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 내렸다.
『수험 번호 AEJJI07889 유은하
마법 활용 AA- 속도 B
공격 BB 방어 AA+
마력 A+ 마법 레벨 S
종합: A』
……나는 순간 눈을 비볐다.
슥슥. ……어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래도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어라라라라라?
푸쉭.
그때 내가 나왔던 자리 바로 옆에서 캡슐이 하나 더 열렸다. 이성진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앞으로 나오더니 내 옆에 멈춰 서서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성진이 있던 캡슐 위에도 결과가 떠올랐다.
『수험 번호 AEJJI07890 이성진
마법 활용 BB- 속도 AA+
공격 AAA 방어 AA
마력 AAA- 마법 레벨 S+
종합: AA+』
입 안에서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미친…….”
얼굴을 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이 현실 같지 않았다.
“무슨…….”
내가 내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먼저,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건 말도 안 돼!”
나와 성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스승님이나 부모님들조차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경악 소리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이거 진짜야? 정말이야? 고작 16살이 A랭크라고? 당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낭랑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하하핫!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앗, 형일 아저씨…….”
하진 아저씨가 골치 아픈 표정으로 머리를 쥐었다.
“자제 좀 해라…….”
그러나 형일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것봐. 폭풍을 일으킬 거라 했지? 우린 이미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거든. 그도 그럴 게, 우리가 널 동료로 삼은 건 우리와 대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하긴, 아무리 우리라도 아가씨 친구 중에 또 저런 굉장한 녀석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저 사람들, A랭크 마법사인……. 맞아. 김형일과 정하진이다!
사람들의 술렁거림이 커질수록 멍한 눈앞에 현실감이 비처럼 떨어져 시야를 넓혔다. 하지만, 그래도, 미친! 이건 정말 말도 안 되잖아…….
“진짜 내가 A랭크……?”
“아가씨. 아직 정신이 제대로 안 돌아왔어?”
“헐, 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감쌌다. 작게 중얼거렸다.
“이 녀석이라면 모를까, 나도 A랭크라고?”
“야.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인간 같지 않은 먼치킨.”
“…….”
“A랭크…….”
누군가의 속삭임과 함께 갑자기 함성이 터졌다. 세상에! 말도 안 돼! 16살에 A랭크! 대단하다! 굉장해!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은하 님! 역시 은하 님이야! 우리 학교 아이들 목소리다. 인하와 민희가 달려오며 나를 끌어안았다.
“세상에! 나 깜짝 놀랐어! 너 6시간 동안이나 시험 보고 있었다고! A랭크라니! 너희 최연소야!”
“은하야, 축하해. 나 깜짝 놀랐어.”
“아니, 난, 도대체, 진짜 영문을 모르겠…….”
이어서 스승님과 선생님들, 아는 선배들도 다가왔다. 은하야, 축하해! 말도 안 돼, A랭크라니! 내가 이 녀석 일 벌릴 줄 알았지. 제현 오빠와 천호 오빠가 다가와 내 머리를 거세게 쓰다듬었다.
“야, 야. 이거 진짜냐? 요 꼬맹이가, 벌써 날 따라잡았다고?”
“이거 꿈 아니지? 헐, 우와……. 이제 보니 정말 엄청난 꼬맹이였잖아?”
“잠깐, 제현 오빠, 천호 오빠, 적당히 좀…….”
한숨을 내쉬는 소리도 들렸다. 선아 아줌마와 엄마였다.
“하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은하가 재능이 뛰어난 건 일찍부터 알고 있었지만, 못 보는 사이 훌쩍 날아가 버렸네.”
“하아……그래도 차라리 마음이 놓인다. 저렇게 휙 올라가 버리면 해코지할 수 있는 사람도 없잖아.”
“무서워서라도 못 하지.”
소영이와 인성이는 성진이의 등짝을 세게 내리쳤다.
“너! 진짜!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미친놈! 이 먼치킨!”
“칭찬하는 거냐, 화내는 거냐…….”
“대단하지. 대단한데 조금 짜증 나.”
“내 말이 그 말이야!”
한쪽에서는 특종이라며 사진을 찍고, 모르는 사람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대현 사람들이 막아 줬다.
“친구들이랑 좋아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좀 내버려 둬.”
“헙! 네….”
부모님도, 선생님들도 흥분한 얼굴로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이거야 원, 벌써 따라잡힐 줄이야. 아니 근데 은하 같은 괴물이 또 한 명 있단 말이야?
“은하 님! 축하드려요!”
“고, 고마, 고마…….”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인정 못 해!!”
커다란 목소리가 주위를 쩌렁쩌렁 메웠다. 잠시 정적이 찾아들었다. 나는 당황하며 그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지인들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이게 말이 돼? 이제 막 16살이 된 애송이가 A랭크라니! 나도 몇 년을 도전했지만 B랭크였어!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오류야!”
“…….”
침묵과 불만 어린 시선 속에서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오류인가…….”
“그걸 또 믿냐.”
성진이 내 머리를 아프지 않게 쥐어박았다. 은하한테 뭐 하는 짓이야. 인하가 성진이를 노려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동조하는 눈초리와 지인들의 곱지 않은 눈초리 사이에서 선아 아줌마가 나섰다.
“이봐. 우리 아이들한테 왜 시비야?”
“기, 김선아…….”
“초월자가 만든 랭크 시험을 의심하는 것보다는 네 실력을 의심하는 게 훨씬 나을 텐데?”
“그, 그래도 사람이 만든 것인 이상 오류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저건 말도 안 된다고요…!”
“말이 안 돼? 왜 말이 안 돼? 저 두 사람이 그만큼 천재라는데.”
“가, 감싸 준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이건 해명이 필요해요!”
“마, 맞아요…!”
확실히 이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때라면 전혀 의심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그 말에 동조했다.
“맞아요! 이건, 본부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16살, 첫 시험에 A랭크라니! 이건 말도 안 돼요!”
“맞아!”
사람들이 동조하자 친구들이나 오빠들, 선생님들이 나를 감싼 채 화난 얼굴로 주위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나는 딱히 화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의심스러운 결과다. 그러니까, 당연…….
“후…….”
나는 순간 숨을 삼켰다. 옆에서 짧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예고였다. 내가 당황하기보다 먼저 주위로 엄청난 압력이 내려앉았다.
“야, 이성진 잠깐……!”
쿠궁!
그 진동은 지진만큼 거셌다. 방공호보다도 단단한 건물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그저 단순한 위압감임에도, 주위를 전부 내리찍었다. 꺅!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는 자리에서 쓰러졌다. 나는 이성진의 팔을 잡아챘다.
“야! 그만해!”
이성진이 주위를 위압하던 것을 멈췄다. 많은 사람이 겁먹은 얼굴로 이성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성진의 마력을 자주 접촉했던 친구들조차도 소름이 돋은 표정으로 팔을 쓸었다.
“으윽…….”
이성진은 주위를 차가운 시선으로 훑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사람이 움찔움찔 시선을 피했다.
“오류면 며칠 안에 알아서 통지가 오겠지. 안 그래? 이례적인 일이라면 가장 먼저 확인할 테니까.”
얜 또 왜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고 난리야.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때려도 녀석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정말이지 너란 놈은…….
“아니면, 덤벼 보든가.”
“야아?!”
이게 막 나간다? 한수와 소영이가 고개를 저었다. 저게 또 시작이네. 은하야, 떨어지자. 인하가 내 팔을 끌었다.
“어라, 아주 당당한데? 재밌는 애구나.”
선아 아줌마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씩 웃었다. 그러고 보니 선아 아줌마는 당당하고 대범한 사람을 좋아했지. 이성진은 당당하다기보다는 그냥 성격이 나쁜 거지만. 내가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악!!”
진짜로 덤비잖아?! 이성진이 손에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나 나는 그 손을 붙잡으며 꽉 내렸다. 성진이 나를 돌아보았다. 남자를 중심으로 일어난 마법이 여러 방향으로 터져 나갔다. 불규칙적인 마법이 나에게 닿기도 전에 파직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결계였다.
“어……?”
나는 게이트를 연결해 상대의 몸을 구속했다. 양팔, 다리가 공중에 고정된다. 상대방이 기합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
빠직, 빠직. 남자의 손에서 마력이 넘쳐흘렀다.
“되게 호전적인 놈이네. 은하야, 저거 네 게이트지?”
“네……근데…….”
상대방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셌다. 나는 당황했다.
“저, 저기……그만두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저항하시면…….”
뿌득, 뿌득, 근육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결국 게이트를 풀었다. 상대방이 내게 달려왔다.
“하하! 겨우 이 정도도 못 견디면서, 무슨…….”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대체 왜 이렇게 상황이 난장판이 된 걸까. 그의 눈과 내 눈이 맞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환몽마법으로 상대방을 꿈속에 가둔 것이다.
정적이 찾아왔다. 여전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훨씬 나았다. 민희가 다가와 물었다.
“아까 게이트 왜 풀었어?”
“팔 잘릴 것 같아서…….”
“으겍…!”
민희가 숨을 삼켰다. 게이트는 고정한 상태, 상대는 마법으로 게이트를 부수지 못하면서도 빼내려고 저항한다. 그럼 어깨뼈가 빠지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팔이 잘리거나. 게이트 안은 사실 넓은 공간이지만, 바깥에서 보면 얇고 날카로운 평면에 불과하다. 그래서 게이트를 풀고 환각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와…….”
사람들이 주춤했다. 그때 내 앞으로 어떠한 형상이 생겨났다. 몽실몽실 움직이던 빛은 이윽고 완연한 사람의 모습을 갖춰 내 앞에 내려섰다. 진홍색 머리카락이 길게 흩날렸다. 나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아니, 이곳에 있는 누구나 그녀를 알 것이다.
“레일리 리카르트…….”
“랭크 시험의 총감찰관……!”
“S랭크 마법사가 왜 여기에…….”
이미 40살이 넘었다는 여자는 머리 색과 비슷한 진홍색 눈동자를 휘며 싱그럽게 웃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레일리 리카르트입니다. 최연소 A랭크 마법사가 탄생했다기에 궁금해서 찾아와 봤어요. 생일이 늦은 이성진 씨가 최연소로 기록될 거예요.”
내 생일은 5월이고 성진이의 생일은 11월이다.
‘따지고 보면 연하라는 건가…….’
기분이 이상해졌다. 연하는 무슨 연하.
“그런데 아무래도 소동이 일어난 것 같네요. 무슨 일이죠?”
레일리 리카르트가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소동에서 맨 처음 반론에 나섰던 선아 아줌마가 이번에도 앞으로 나섰다.
“저것들이 랭크 시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지껄이잖아.”
“이런.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죠. 이번 일은 정말 이례적이잖아요.”
“그건 동의하지만…….”
선아 아줌마가 마음에 안 든다는 투로 주위를 쭉 훑어보았다. S랭크 마법사의 카리스마에 다른 사람들이 팍 기가 죽었다.
그 사이에서 레일리 리카르트가 팔을 벌리며 선언했다.
“랭크 시험 내용을 전부 확인하고 왔습니다. 이 두 분에게는 충분히 A랭크에 걸맞은 자격이 있어요. 오류가 아닙니다.”
단호한 말에 불만이 전부 사그라들었다. 설령 불만이 있다고 한들 입으로 내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랭크 시험의 총책임자가 랭크 시험을 확인했고, 거기에 오류가 없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사실에 오히려 내가 혼란스러웠다. 대단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그럼 진짜라는 건가. 내가 A랭크 마법사인 것에 아무런 오류도 없다고?
멍하니 혼란에 빠져 있는데, 레일리 리카르트가 다시금 우리를 돌아보며 웃었다.
“먼 땅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군요. 한 사람은 S랭크 마법사조차 위압할 만한 독특한 마력에, 또 한 사람은 마력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정반대로군요.”
“…….”
“당신들은 특이 케이스예요. S랭크 마법사에 도달하는 ‘조건’을 알고 있나요?”
그녀는 또렷한 눈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르리라 생각해서 묻는 게 아니다. 답은 정해져 있다. 나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마법이……‘초월’하는 것…….”
“당신들의 마력은 A랭크 수준. 하지만 마법은 이미 ‘초월’했습니다.”
나는 그 말에 아까 보았던 결과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종합 A랭크, 하지만 마법에는 S랭크라 표시되어 있었다.
“당신들에게는 이미 S랭크가 될 자격이 있다는 소리예요. 마력이 따라잡으면, 조금만 더 성장하면……. 그날은 분명 금방 찾아오겠죠. 그럼 저는 당신들이 최연소 S랭크를 차지할 날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다 말고, 이성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당신은 세계 랭킹에 들어갔어요. 478위랍니다. 축하드려요.”
“……!”
그 말을 남기고 레일리 리카르트는 왔던 것과 똑같이 모습을 감추며 사라졌다. 우리 앞에 남은 것은 그야말로 정적뿐이었다.
랭크 시험이 끝났다. 밖에서는 최연소 A랭크 마법사 탄생이라며 아우성을 떨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손으로 뺨을 세게 꼬집었다. 윽, 아파라!
“어떡할래?”
“도망쳐야죠. 저길 파고들기는 좀…….”
흘끗, 민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다들 마찬가지였다. 기뻐하면서도 내심 복잡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 내 재능이 뛰어난 건 알았지만,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는 얼굴. 그야 복잡한 기분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까마득한 후배한테 추월당했으니. 마찬가지로 나도 복잡한 기분이고…….
‘하,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B랭크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나는 내심 내가 B랭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A랭크라니…….
‘말도 안 돼. 전혀 실감이 안 나잖아.’
내가 민 선생님이나 스승님, 제현 오빠와 동등한 실력이라고? 민 선생님과 제현 오빠, 스승님의 랭크는 정확히 A+다. 한수의 선생님은 A-, 백한 선생님이 AA-, 강정현 선생님이 AA+다. 한수의 어머니는 AAA다.
‘축하받을 일……축하받을 일이지? 그래도…….’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 맞다. 하지만 괜히 불안했다. 친한 사람한테서 받는 시선조차 불안하다. 좌불안석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그때 선아 아줌마가 나와 인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 그럼 인하랑 은하는 오늘 집으로 돌아오기다? 이제 랭크 시험도 봤으니 너희들도 당당히 성인이잖아. 성인이 된 기념, 랭크 시험 결과가 잘 나온 기념으로 파티 하자! 너희들도 같이 올래? 앗, 아니다. 너희도 집에서 파티 하려나?”
“앗! 잠깐만요…….”
“난 가족이랑 할 거니까 무리 같은데…….”
“나도.”
“오빠, 난 가도 되지?”
“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