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Story RAW novel - chapter 210
그렇게 되어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파티를 하기로 했다. 참가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이랑 인하네 가족, 그리고 민희랑 성진이, 소영이, 인성이였다.
“아……맞다. 자, 이거 받아.”
대현도 따로 축하연을 한다는 듯했다. 제현 오빠가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우리에게 주었다. 드라이플라워가 든 유리병이었다. 달콤한 향이 났다.
“랭크 시험 축하한다. 축하 선물 하면 꽃밖에 생각 안 나서. 통일하려고 너희들 것도 꽃으로 했어. 한수 네가 꽃을 좋아하기도 하고.”
“예쁜데? 감사.”
“응! 고마워, 형!”
“감사합니다.”
제현 오빠의 선물은 나와 인하, 한수, 현호, 민희에게 돌아갔다. 소영이와 인성이와 성진이는 제현 오빠랑은 그다지 친하지 않으니까. 천호 오빠와 은희 언니도 흐뭇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천호 오빠는 마력 충전용 귀걸이를, 은희 언니는 케이크 뷔페 쿠폰을 주었다. 민희는 옆에 있던 서준 선배에게도 따로 선물을 받았다.
그렇게 되자 스승님과 민 선생님, 준휘 선생님도 나 혹은 우리에게 선물을 건넸다. 다들 미리 준비했었나 보다.
“성적이 나오면 다 함께 주려고 했는데 상황이 곤란해져서 늦게 주는구나. 나도 꽃으로 준비했단다. 자아.”
스승님은 내게 꽃바구니를 주었다. 친구들도 각자 담당 선생님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민 선생님과 준휘 선생님은 함께 선물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검은 기본형 전투용 장갑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거기에 작은 꽃다발도 받았다.
선물을 받고서 다른 사람들과 헤어졌다.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간 꼼짝없이 걸릴 테니, 텔레포트를 사용해 집에 돌아갔다.
“최연소 A랭크는 웬만한 일이 아니니까. 조만간 집에도 쳐들어올 것 같네. 좀 있으면 방학이기도 하고.”
“윽…….”
“괜찮아. 쫓아낼 수 있으니까 걱정 말렴.”
“그럼, 그럼.”
선아 아줌마와 엄마는 자신만만했다. 집까지 찾아올 거라고? 암울한 이야기다. 그래, 학교에도 찾아오겠지. 그래 봤자 기숙사에 틀어박히면 무시할 수 있지만. 핸드폰 번호도 추적하는 거 아냐? A랭크 마법사가 되었으니 기뻐야 할 텐데, 오히려 불안하기만 했다.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껄끄러웠다.
그에 비해 다른 친구들은 활기찼다. 성진이야 평소처럼 신경 쓰지도 않는 기색이고, 다른 친구들은 자신의 성적을 기뻐했다.
“자자, 들어가자. 은하 아빠가 파티 준비하고 기다린댔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시켜! 이 아줌마가 다 사 줄 테니까!”
“와!”
“그럼 저 피자요!”
“치킨!”
“피자랑 치킨이랑 케이크는 당연히 준비했지.”
“그럼…….”
집 안으로 들어가자 맛있는 냄새가 났다. 맛있는 음식이 한껏 차려져 있는 상을 보자 기분이 들떴다. 우리는 식탁 주위에 둘러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모두 첫 랭크 시험에서 좋은 성적 받은 거 축하해!”
“특히 A랭크를 받은 은하와 성진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웃고 있는 모두를 보니 불편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려 갔다. A랭크라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받았음에도 모두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성인이 된 기념으로 와인이랑 술도 준비했어! 많이 마시지는 말고, 한 사람당 세 잔까지만 마시도록!”
“네!”
“헉, 선아 아줌마 감사해요!”
우리의 감시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던 민희가 환호했다. 오오, 부모님이 직접 술을 건네다니. 정말 그런 나이가 됐구나. 와인글라스에 와인이 따라졌다. 인성이가 소영이에게 몰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거 비싼 와인이야. 한 병에 500만 원 넘을걸? 뭐? 세상에, 그런 걸 어떻게 마셔.
그 말을 듣고 나는 흠칫했다. 정말, 어떻게 마신담. 나는 한동안 가만히 와인을 노려보았다. 겨우 한 모금 마셨을 때쯤에 신이 난 민희가 내 어깨를 탁탁 쳤다.
“은하 너 이제 큰일 났다! 지금은 인터넷에 익명으로 팔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게 낼 거라며.” “가게……낼까? 꼭 내야 하나? 인터넷으로만 팔아도 될 것 같은데…….”
“맘대로 해.”
“그런데 A랭크 마법사가 만든 아이템이란 게 밝혀지면 반응이 엄청나겠다.”
“그렇겠지.”
친구들은 금세 소란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가 흐뭇한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비싼 값만큼 내 입에도 맛있게 느껴지는 와인이 담긴 잔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현실감이 없다. 내가 A랭크라니, 오류가 아닐까? 아까 레일리 리카르트를 만났던 것도, 전부 현실이 아닌 것 같아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아서…….
‘에이, 모르겠다.’
웃고 떠드는 친구들을 따라 나도 피자에 손을 가져갔다.
‘내일 생각하면 되겠지.’
태평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전혀 태평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는 걸 다음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다음 날, 그래 다음 날은 평일이었다. 랭크 시험 날이야 공휴일이니까 학교를 안 갔지만, 방학을 한 것도 아니었으니 다음 날엔 평범하게 학교에 갔다.
텔레포트 배지를 이용해 학교에 등교했다. 늦게까지 떠들고 논다고 평소보다 다소 늦게 등교했는데,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은하 님이랑 인하다!”
“어디?”
“저기야!”
엥? 이게 뭐지? 이건 마치……내가 처음으로 ‘은하 님’ 소리를 들었던 날과 비슷한…….
멀쩡히 걷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죄─다 나에게 몰리는데,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
그 직후, 주위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향해 몰려들었다. 엑? 아니, 잠깐…….
“은하 님! 뉴스 봤어요! 세상에! 첫 시험으로 바로 A랭크 마법사가 되다니!”
“축하드려요! 역시 은하 님!”
“A랭크 됐다는 거 정말이야? 대단하잖아!”
“저 사람이 은하 선배래.”
“대단하다.”
“유은하? 예전부터 강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우르르 몰려드는 인파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세에 내 담은 팍 쪼그라들었다. 아니, 그, 맞기는 한데……그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미……미안!”
나는 인하를 데리고 교실로 텔레포트 했다. 인하가 당황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우리 교실은 여기에서 먼데.”
“앗, 미안. 무심코…….”
“은하야!”
그러나 교실도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나 어제 네가 A랭크 나온 거 봤어! 완전 소름 끼치더라…….”
“우씨, 먼저 돌아가지 말 걸 그랬어!”
“축하해!”
“어떻게 훈련하면 그렇게 되냐.”
“세상에, 최연소 A랭크라니!”
“아니, 얘들아, 그…….”
나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때 누가 내 목깃을 잡으며 나를 인파 사이에서 빼냈다. 나를 시선의 구렁텅이 속에서 구해 낸 이성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끄러워. 적당히 해. 이 녀석이 이런 거 싫어하는 거 알 텐데.”
“아차…….”
“아하하, 미안.”
“너무 흥분했나 봐.”
우리 반 친구들은 그것으로 수긍했지만, 다른 반에서 몰려온 학생들은 그 정도로는 멈추지 않았다.
“뭐야. 물어보면 어때서 그래. 궁금해서 그런 건데…….”
“적당히 하고 나가라. 여기 너희 반 아니거든? 거기, 너희들도 다 꺼져.”
성진은 복도 밖에 몰려든 학생들을 향해서도 일갈했다. 주춤했지만, 떠나가는 건 소수였다. 그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나와 인하와 성진이를 계속 흘끔거렸다. 참 오랜만에 맛보는 동물원 원숭이 기분이다.
“심하네. 다른 애들도 이럴까?”
“글쎄…….”
나는 인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뭐야. 하루아침 만에, 진짜……. 싫다…….”
인하가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테러 때 생각나네.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나는 곧 인하를 교실에 텔레포트시켰다. 복도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피해 창가를 바라보자, 창가 밖에서도 나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 깜짝 놀랐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이를 악물었다.
“아 씨, 스토커인 줄 알았네…….”
안 그래도 스토커한텐 좋은 감정이 없는데. 나는 복잡한 기분에 이마를 쥐었다. 성진이 무심하게 나를 위로했다.
“며칠만 참으면 사라지겠지.”
“알긴 아는데……시간 지나면 약해지는 거 알긴 아는데……으음……솔직히 많이 신경 쓰여.”
“그렇겠지.”
내가 한숨을 내쉬는데 복도 밖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복도를 이렇게 막고 있는 거야! 구경났어? 누굴 동물원 원숭이로 알아? 은하 님 불편해하기 전에 빨리 돌아가지 못해? 선생님 불러올 거야!”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강예슬의 목소리였다. 복도 밖에서 나타난 인영은 거침없이 학생들을 밀며 안으로 들어왔다.
“은하 님!”
강예슬, 윤시하, 진나리, 강현제, 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다. 복도에서 네 사람에게 밀쳐진 학생이 소리쳤다.
“야! 너희들도 다를 거 없잖아!”
“다르거든! 우린 대표로 온 거라고! 다 모으면 100명은 넘는다고, 바보들아!”
강예슬이 역정을 냈다. 강예슬은 본래 같은 학년 학생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덕분에 복도 밖에 있는 학생들도 주춤했다.
복도 밖을 노려보던 강예슬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순한 강아지로 바뀌었다. 강예슬이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이번에 A랭크가 되신 거 축하해요, 은하 님!”
“어, 응……. 너희들도 C랭크, D랭크 축하해…….”
“고맙습니다!”
“에헤헤…….”
여전히 오글거리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무슨 볼일이지?
“사실 맘만 같아선 다 같이 선물 준비해서 드리고 싶었는데……그건 은하 님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하여간 저희 팬클럽 일동은 은하 님이 A랭크가 된 걸 엄청 기뻐하고 있다는 거, 알아주세요.”
“아, 응…….”
나는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강예슬이 곤란한 얼굴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은하 님께 전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지금 교문에 기자들 쫙 깔렸으니까 절대 다가가지 마요. 어제 사진 찍혀서 뉴스에 나갔으니까 알 사람은 얼굴 다 알아볼 거예요. 성진이 너도! 하여간 두 사람은 유명인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요. 밖에 갈 때는 무조건 인식 방해 아이템, 효과 센 걸로 끼고 다니세요.”
“으, 응.”
얼굴이 전국에 알려졌다고─? 이런 프라이버시도 없는 나라 같으니. 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리고 아까 기숙사에 가 봤는데, 편지함에 편지가 엄청 쌓여 있더라고요. 아마 호기심으로 보낸 편지거나 의뢰서거나 인터뷰 의뢰거나, 그런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적당히 보고 버리세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한테도 왔거든. 나도 C랭크라고.”
성진은 납득했다.
“은하 님은 그런 거 싫어하시잖아요. 그래서 알려 드리러 온 거예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별말씀을……. 자, 가자! 너희들도 빨리빨리 여기에서 비켜!”
“악, 잠깐…!”
네 사람은 나가면서 복도 밖에 구름처럼 모여든 학생들을 전부 쓸어 갔다. 평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이럴 때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나는 순식간에 텅 빈 복도를 바라보다가, 이내 이마를 쥐었다.
“아……진짜. 내가 이래서 랭크 시험 보기 싫었던 건데…….”
“확실히 짜증 나긴 하지.”
나는 그 말에 가만히 동조하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거나 당분간은 조심해야겠다…….”
그날 하루는 최악이었다. 나를 보고 수군수군거리는 사람 중에는 선생님도 있었다. 수업 시간마다 시선에 시달려야 했고, 복도를 걸을 때마다 시선이 쫓아다녔으며, 실기 수업이나 합동 수업 때는 그 시선에 반짝임까지 더해졌다. 선생님이 직접 나와 성진을 지명하여 시범을 시키기도 했다. 말 그대로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 재래한 것 같았다.
‘B랭크는 그래도 우리 학교에서 몇 번 나왔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A랭크는 전대미문…….’
스스로 생각해도 인정을 못 하겠다. 대체 내 어디를 봐서 A랭크지? 내게 정말로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걸까?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온 것치고는 파란만장한 일을 겪었다. 몇 번이나 테러에 휘말리고, 시비에 휘말려 B랭크 마법사 두 명이랑 정면으로 싸운 적도 있고, 무엇보다 그 끔찍한 세계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대등하니까 동료로 삼았던 거야.’
‘폭풍을 기대할게.’
게다가 나와 함께 싸웠던 A랭크 마법사는 나를 인정했다. 미숙하고 어린 나를 자신들과 대등하다고, 인정했다…….
‘솔직히, 잘…….’
나는 복잡한 기분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모르겠다…….’
나는 고민 고민 하다가 노트북을 꺼내 인터넷에 내 이름과 이성진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유은하』, 『이성진』……검색하자 맨 위쪽에 뉴스란이 보였다. 나는 화면을 쭉 훑어 내렸다.
『최연소 A랭크 마법사 콤비』
『두 사람 다 대현의 학생』
『지난 12월 1일 랭크 시험에서…….』
『레일리 리카르트가 공언한 차세대 S랭크 마법사들.』
클릭해서 댓글을 살펴보았다. 악플도 많았다.
『솔직히 이건 사기다.
┖인정. 근데 레일리 리카르트가 공인했대ㅋㅋㅋㅋㅋㅋ어이가 없어서
┖역시 세상은 재능이 갑』
『남자는 잘생겼는데 여자는 호박.
┖이분 인성
┖그건 아니지;;;;;』
『이건 진짜 말이 안 됨. 이제 16살인데 A랭크 마법사? 어이가 없네.』
『천재 등장?』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주위 반응에 대해 알아 갈수록 의지가 꺾였다. 당장 인식 방해 아이템 만들어야지. 한동안 밖에는 절대 안 나갈 거다. 액세서리도 아이템도 전부 인터넷으로 살 거고, 학교 내 상점가에도 안 갈 거다. 방학 때까지 버텨야지…….
‘집은 괜찮을까? 아무렴, 선아 아줌마가 곁에 붙어 있는데.’
하루 종일 동물원 원숭이 같은 기분으로 수업을 받다가, 수업이 끝나면 바로 기숙사에 틀어박혔다. 말을 들어 보니 친구들도 크게 다를 건 없다고 한다. 나나 성진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한동안 그러한 나날이 반복되었다. 엄마한테 연락을 해 보니, 확실히 기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긴 했는데, 선아 아줌마가 짜증 난다며 일대를 전부 얼려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선아 아줌마 집과 우리 집은 누구도 다가갈 수 없는 곳이 되어 있다나. 영역 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얼어 버리니.
‘역시 선아 아줌마. 대단해~!’
오랜만에 전교생의 주목을 받으니 짜증과 답답함이 몰려왔다. 아, 그만 좀 보라고! 스토커냐고! 그래도 초등학생 때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여유롭게 넘길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이사장님이 나와 성진을 불렀다.
“너희에게 자꾸 인터뷰 요청이 오는구나. 아마 너희들도 직접 받고 있겠지만.”
“네…….”
“싫다면 거절해도 되지만, 한 번 하면 좀 수그러들 테니 그냥 한 번만 눈 딱 감고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단다.”
“네…….”
대답은 했지만 솔직히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이상 얼굴이 팔리는 건 사양이다. 그냥 이대로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릴 셈이었다.
사실 인터뷰 요청 자체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전생에도 나는 제법 유명한 소설가였다. 판타지 소설을 아는 사람이라면 웬만해선 내 필명을 알았다. 그런 만큼 인터뷰 신청도 몇 번이나 받았고,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거나 거절했다.
“인터뷰라…….”
“난 안 할 거다.”
“나도 안 할 거야.”
방학이 점점 다가왔다. 복잡한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편했다. A랭크 마법사라는 칭호는 나에게 맞지 않는 껄끄러운 옷이었다. 왜 내가 A랭크 마법사인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가슴으로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불편했다. 내년이 되면 신분증이 나온다. 그 신분증에는 A랭크 마법사라고 떡하니 쓰여 있겠지.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했다. 차라리 납득이라도 갔다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사람들의 시선을 그냥 무시할 수 있었을 텐데…….
‘인하랑 인성이가 B랭크……나는 두 사람보다 강하지. 인하는 BB……그럼 내가 A랭크란 게 이상한 일은 아니……아니, 이상한 일 같은데. 나랑 인하랑 차이가 얼마나 난다고.’
BB-와 A의 차이는 엄청나다. 내 마력이 인하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자각하지 못한 사실이 머리를 덮치자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
이동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던 길에 나는 드물게도 혼자 있던 제현 오빠와 마주쳤다. 나는 평소와는 달리 움츠러들었다. 시험 결과를 확인한 직후에 느꼈던, 그 어색한 느낌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안녕, 꼬맹아.”
어색하게 걸음을 멈추니 제현 오빠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해 왔다.
“오랜만이에요, 오빠.”
“그러네. 랭크 시험 이후로 못 만났으니까.”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
“그 후로 많이 소란스럽던데, 괜찮아? 민희 걔는 짜증 난다면서 투덜거리던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끄응……그렇죠……. 사실 적응이 잘 안 돼요…….”
“그러냐.”
“네. 음, 그……뭐랄까…….”
나는 평소와는 달리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말을 이었다.
“뭔가 내가 A랭크인 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뭔가 누명을 쓴 것 같은……옷을 잘못 입은 것 같은……. 하여간 그래서 많이 어색해요. 많이…….”
“과연.”
그는 내 심정에 간단하게 대꾸했다. 몸이 살짝 떨렸다.
“나도 많이 놀랐어. 언제까지나 어릴 것 같던 애가……설마 어느새 나랑 대등한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니.”
“엑.”
나는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제가 제현 오빠랑요? 에이……그 정도는 아니죠.”
“…….”
제현 오빠는 침묵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시선에 담긴 감정이 무척 진지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내렸다. 이럴 때의 제현 오빠는 무서울 정도로 박력이 있다.
“……좋아, 유은하.”
“네, 네?”
긴장하고 있던 나는 당황하며 고개를 들었다.
“나랑 대련 한판 해 보자.”
“……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너랑 마지막으로 대련했던 게 네가 초등학생 때였던가? 네 지금 실력이 궁금해.”
그렇게 말하더니 제현 오빠는 내 손목을 휙 잡아챘다.
“앗…! 저기, 제현 오빠……? 잠깐만요!”
“아, 맞다. 너 아직 수업 안 끝났나?”
“다음 시간은 자습이긴 한데……그, 잠깐만요!”
“그럼 됐네. 괜찮아. 선배들이나 강사님들이랑도 자주 이렇게 대련을 하거든. 너도 이제 성인이 됐잖아.”
“잠깐……잠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