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Story RAW novel - chapter 239
그런데 이상한 곳으로 표시가 뜬다고? 좀 궁금하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아, 아공간 안에 있어요. 어디로 표시되는데요?”
[아공간?] [아공간이라 이렇게 이상하게 표시가 뜬 건가?]스승님은 미간을 찌푸렸으며, 백한 선생님은 신기해하며 감탄했다. 아니, 나야말로 놀랐다. 이 안에 있는데 신호가 뜬단 말이야?
‘아니다, 맞다. 통신은 통하게 해 놨지. 친구들이랑 자주 전화도 하고 톡도 하고 그러니까.’
아하. 나는 납득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서 표시가 어디에 뜨는데요?”
[허공이다. 상공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어.]오오. 나는 차원을 대현 상공에 고정해 놨다. 그런 거구나. 백한 선생님이 흥미에 가득 찬 얼굴로 질문했다.
[그럼 너 거기가 아공간이란 말이야? 와우. 평범한 방처럼 보이는데?]“맘을 먹으니 꾸밀 수 있더라고요.”
[안에 들어갈 수도 있고?]“네. 훈련할 때 유용하게 써요.”
흐음. 스승님이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나 하는 거다만.]“네?”
[너 그 아공간, 정확히 어디다가 만들어 뒀느냐.]“그건 갑자기 왜요?”
스승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몇 달 전부터 학교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하고 있다. 자주는 아니고,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간격이다. 허공에 마력의 일그러짐이 발생하거나, 알 수 없는 표시가 뜬다. 가장 컸던 신호는 학교 내에 설치된 공간마법과 부딪치면서 발생했다. 마력 패턴으로 공간계마법의 간섭 때문에 일어난 일임은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마법이 원인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곤란해하는 중이다.]“엄…….”
[외부에서의 실험인가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고, 학생들이 공간계마법을 쓰다가 충돌이 일어났나 싶었지만, 신호가 ‘위험 신호’라서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외부의 가능성은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말이다, 유은하. 우리 대현에 설치된 공간마법에 위험 신호를 낼 수 있는 마법사의 숫자는 무척 적단다. 학생과 조직 멤버를 통틀어서 말이다.]“앗, 네.”
[그래서 혹시 원인이 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란다. 저번에 네 방과 한수 방에서도 한 번 발생했으니 말이다.]“…….”
[혹시 너 몇 달 전부터, 뭔가 특별한 공간마법을 쓰고 있지는 않느냐? 예를 들어 네가 지금 있는 아공간 같은.]어라. 아무래도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나는 그냥 재미로, 혹은 몰래 훈련하고 싶다는 생각에 숨기고 있었던 거였는데, 아무래도 이건 말하지 않으면 많이 곤란해질 것 같지?
“저기, 위험 신호가 떠요? 정말로요?”
[그래. 학교 방어 결계와 부딪치면서 위험 신호가 뜬다. 학교 결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부딪치고 있는 건 확실하다.]“어, 그러니까……전 몰랐어요. 제가 요즘 공간계마법을 실험하고 있기는 한데, 그, 좀 대규모마법이에요. 그런데 대놓고 훈련하는 건 부끄러워서 숨기면서 하고 있었거든요. 숨긴다고 숨겼는데 부딪쳤나 봐요.”
[어휴. 역시 너였구나.]스승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를 짚었다. 그러나 백한 선생님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확신할 순 없어. 은하 마법이었으면 마법이 부딪쳐도 인식된 마력이니까 적색 신호는 안 떴을 거 아니야.] [하지만 은하는 마력을 숨기는 데 선수다. 마법이 인지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유은하, 마법을 한번 드러내 봐라.]“네, 네?”
나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이 마법을 드러내라고? 대규모마법인 데다, 처음으로 직접 만든 차원이다. 뭣보다 수준 높은 공간계마법이라 실제로는 상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숨기고 있었던 건데…….
[많이는 말고 조금만.] [아니, 애초에 무슨 훈련이었던 거냐?]“아니, 그냥……공간 만들기 훈련이에요. 아공간처럼 저에게 속한 공간의 입구를 불러내는 거랑은 조금 다르게, 조금 넓은 공간을 만들어서……그…….”
스승님과 백한 선생님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그 뒤에서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나는 스승님의 눈치를 보며 끝까지 말을 이었다.
“이차원마법이에요. 공간을 만들어서, 키운다고 보면 돼요.”
[또 몰래 큰일을 하고 있었구나.]스승님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너는 지금 그 안에 있는 것이더냐?]“네.”
[공간을 조금만 드러내 봐라. 같은 신호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네….”
어쩔 수 없지. 나는 눈을 감고 원하는 마력을 투시했다. 마력의 흐름, 차원의 끝, 그리고 차원을 고정시킨 사슬이 보인다. 나는 차원 막을 뚫고서 내 세계를 아주 조금만 바깥에 노출했다. 밖에서 세계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을지언정, 어느 정도 마력의 낌새를 느낄 수 있도록.
[멈추거라.]천천히, 아주 조금씩 드러냈다. 어느 순간 스승님이 제동을 걸었다.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너희들, 이 마력 패턴을 저장해라. 알고 보니 쓸데없는 소동이었군.]네! 사람들이 대답하며 스승님의 뒤에서 소란스럽게 움직였다. 나는 다시 차원을 감추며 멋쩍은 얼굴로 스승님과 백한 선생님을 보았다.
“죄송해요. 그냥 몰래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것뿐인데……그것 때문에 소동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나 말이다.]스승님이 한숨을 내쉬는가 싶더니, 이내 웃었다.
[강해지면 정말 뭘 해도 큰일로 바뀌어. 그렇지 않느냐?]“으……그러게요.”
나로서는 열심히 훈련한다고 만든 차원이 스승님들 입장에서는 골칫거리가 될 줄이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은희 언니가 찾아왔을 때 진작에 말할 걸 그랬다.
“아, 네. 제가 요즘 고유마법 개별 훈련을 하고 있거든요. 고유마법 실력을 좀 더 높이고 싶어서요.”
[고유마법 개별 훈련이라. 그럼 다른 마법으로는 어떤 훈련을 했느냐?]“고위 마법사용 스토리 북도 사실 문자마법 개별 훈련이었어요. 그건 쓰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마력도 많이 들었어요.”
[그거 말이구나. 재밌더구나. 그리고 난이도가 극악해. 나도 아직 한 놈밖에 못 살렸다, 이것아!]평온했던 어조가 마지막에 가서는 격렬하게 변했다.
[애초에 해피 엔딩으로 바꾼 놈이 있긴 하느냐?]“저야 모르죠. 이미 책은 제 손을 떠났는걸요.”
[어휴, 준휘가 요즘 그거에 중독되어 가지고 민이랑 하고 또 하다가 좋은 결말이 안 나왔는지 나한테까지 하자고 조르더구나. 오랜만에 동생의 애교를 봤다. 다 큰 어른이 징그럽게.]“아하하하.”
준휘 선생님이 애교라고? 엄청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엄청나게 보고 싶다! 입 안이 근질근질거렸지만 나는 참으며 훈련 상세를 계속 이야기했다. 스승님은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이 못 듣도록 주위에 결계를 친 채 흥미로운 얼굴로 내 이야기에 호응했다.
요즘엔 정신계환각마법에도 주력하고 있다. 정신세계를 꾸미거나, 정신세계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읽거나, 여러 꿈을 꾸게 해 주는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공간마법 훈련이 이차원 만들기다.
[흐음……열심히 하고 있구나. 그걸 들으니 이번 랭크 시험도 기대되는구나.]“A랭크는 단계별 격차가 높으니까 눈에 띄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모를 일이다. 너는 아직 17살, 성장기니까.]“…….”
[마력이 가장 많이 성장하는 건 10살에서 25살 사이라 하지. 기대하도록 하마.]그 말이 쑥스러우면서도 기뻤다. 나는 작게 웃었다.
[네가 만들고 있다던 그 이차원은 언제 한번 구경해 보고 싶구나. 언제 완성되느냐?]“아직 잘 모르겠어요. 건물 안을 기본으로 잡아서 인테리어라든지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더라고요. 매일매일 조금씩 설정을 추가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면 초대할게요.”
[앗! 나도!]“네. 백한 선생님도요.”
[넌 성미가 느긋하니 자칫하면 반년 이상 걸릴지도 모르지. 그렇게 기다리게 하지는 말거라.]“아하하. 네.”
사실 나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는 그 후로도 두 사람과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통신이 끊긴 뒤 나는 의자를 침대로 바꿔 그 위에 풀썩 누웠다.
“휴우. 깜짝 놀랐다.”
나는 하얀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12월 1일에는 새벽부터 눈이 내렸다. 괜히 옷을 가지고 고민했다. 사복을 입을까 교복을 입을까 체육복을 입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전투복을 하나 사 둘 걸 그랬나.
고민하던 나는 결국 올해도 교복을 입기로 했다. 체육복도 나쁘진 않지만 사진에 찍힐 걸 생각하니 아무래도 교복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3년간은 교복을 전투복으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졸업하면 못 입잖아.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가니 풍경이 새하얗게 덧칠되어 있었다. 사박사박, 얇게 깔린 눈을 밟으며 손에 우산을 소환했다. 우산을 쓰고 집합 장소로 향하자 아직 아무도 없었다.
우산을 쓰고 가만히 서 있으니 곧 친구들이 나왔다. 올해는 교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사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체육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제각각이다. 현호가 체육복을 입은 채 피곤한 눈으로 하품을 했다.
“랭크 시험은 왜 이렇게 일찍 보는 거야.”
“피곤해? 너 어제 혹시 밤 새웠어?”
“게임 하다가…….”
“으이구. 긴장감도 없이 잘하는 짓이다.”
소영이가 현호의 등을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친구들이 전부 온 것을 확인하고 성진이 마력을 일으켰다.
“준비됐지? 그럼 이동한다.”
“엑, 잠깐만.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마음의 준비는 뭔 마음의 준비.”
“나 오늘은 인식 방해 장치도 제어 장치도 어쩔 수 없이 다 빼고 왔단 말이야.”
주목이 몰릴 걸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심호흡을 했다. 막 첫 번째 심호흡이 끝났을 때 성진이 마법을 발동했다. 이 성급한 녀석. 결국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따윈 없었다. 내 몸은 꼼짝없이 랭크 시험장으로 이동됐다.
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차가운 눈발이 뺨에 닿았다. 눈앞으로 커다랗다 못해 웅장한 건물이 보였다. 몇 번 눈을 깜빡이는데 여러 곳에서 커다란 외침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최연소 A랭크다!”
“이성진이랑 유은하야!”
“정말? 어디어디!”
으윽, 시작됐다. 우리는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빠르게 우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우르르르…….
“에이씨,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유명인을 친구로 두면 고생이라니까.”
“미안하다, 그래.”
나는 소영이와 민희에게 툴툴대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나 인파는 점점 더 많아졌다.
“잠깐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 저게 사람 외모야?”
“여신 여신 하더니 이제 알겠어. 강인하 진짜 예쁘다.”
“유은하는 좀 평범하지 않아?”
“저 안에 엄청난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거니까 오히려 무섭지.”
귀가 멍멍할 정도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아오, 귀찮아.”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친구들을 마력으로 감쌌다. 재빨리 건물 안으로 텔레포트 했다. 인식 방해 아이템은 건물 안에 들어와서 벗을 걸 그랬나. 아니, 그게 아니라도 성진과 인하 때문에 어차피 들통났을 것이다.
“귀찮아. 빨리 출석 체크 하자.”
수험표를 확인해 보니, 이번에는 시험을 치를 관이 나뉘었다. 나와 성진, 인하는 1관, 인성이랑 한수는 2관, 다른 친구들은 3관이다.
우리는 저번처럼 출석 체크를 하고 시험을 치를 기계가 있는 장소를 확인한 뒤 다시 만났다. 중간에 형일 아저씨를 만나 잠깐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가 있는 한 줄은 죄다 A랭크들 자리란다. 원래 비슷한 실력자들끼리 모아 놓고 친다나.
가는 곳마다 시선이 모여드는 통에 나는 질색을 했다. 다시 합류한 우리는 건물 구석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창가 너머로 내리는 눈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았다.
민희가 중얼거렸다.
“B랭크로 올라갈 수 있을까?”
“힘들지 않을까?”
“3년 안에만 올라가면 되지, 뭐.”
생각 외로 현호가 태평했다. 랭크는 우리 중에서 제일 낮은데.
“그보다 난 내년 7월에 의료 마법사 시험이나 붙었으면 좋겠다.”
아, 그러고 보니 얜 따로 시험을 쳐야 할 것이 있었다. 현호 입장에선 그게 더 중요할지도.
현호는 의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 마법사 시험에 합격해야 의대에 갈 자격이 주어진다. 앞으로 2년 후 대학에 들어가서 2년에서 3년 정도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며 의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C랭크, 잘하면 B랭크 의료 마법사, 어딜 가도 대우받을 거다. 정민 아저씨도 분명 비슷한 과정을 거쳤겠지.
“아, 이제 시간 다 됐다.”
“시험 잘 치고 이따가 보자.”
“오키!”
우리는 시험 시간에 맞춰 다시 헤어졌다.
시험장으로 향하며 두근대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앞으로 몇 년간은 시험을 칠 때마다 긴장으로 두근거리지 않을까. A랭크니 뭐니 해도 랭크 시험을 치는 건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저번엔 한 달이나 걸렸었다고.”
“실력이 많이 늘었다면 늦게 끝나겠지.”
“좋은 일이 나쁜 일처럼 느껴지네.”
“1년에 한 번이니까 열심히 하자.”
인하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역시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이 몰린다. 안까지 카메라를 들고 오는 사람은 대체 뭐야? 나는 환각마법을 사용해서 우리 모습이 카메라에 안 찍히도록 조정했다. 성진도 카메라를 불쾌하게 여겼다.
“여기서 사진 찍는 놈들 사진 너머로 저주 걸 테니 그렇게 아시지.”
이성진이라면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재빨리 사진을 지우고 카메라를 껐다.
관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시간이 딱 15분만 남았음을 확인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눈을 감았다 뜨니 내가 사용할 캡슐이 눈앞에 있었다. 만일을 위해 다시 한번 카드 번호와 캡슐 번호를 확인했다.
“여어, 늦었네.”
“제현 오빠.”
“넌 여기냐? 내 옆자리네.”
“와! 잘 부탁해요.”
“그래.”
운 좋게도 나는 제현 오빠와 옆자리였다. 고개를 기울이며 흘끔 제현 오빠의 어깨 너머를 보니 좀 멀긴 하지만 익숙한 얼굴이 연달아 보인다. 반대쪽에도 마찬가지로 익숙한 얼굴이 몇 명 보였다.
[시험 시작 10분 전입니다. 참가자분들은 수험표에 적힌 관으로 들어와 출석 체크를 마치고 수험 카드를 받아 주세요.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아직 출석 체크를 마치지 못한 참가자분들은…….]“앗, 10분 전이다.”
“슬슬 들어가야겠네.”
우리는 서로 건투를 빌며 캡슐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막 캡슐 앞에 도착한 형일 아저씨가 캡슐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보며 생긋 웃고는 손을 흔들었다. 나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카드를 꽂았다.
[수험 번호 AAWIJ00615번 유은하 님, 확인했습니다. 곧 시험이 시작되니 대기해 주세요.]캡슐 안은 무척 편했다. 바깥의 소리는 죄다 차단되고, 주위는 강철과 반투명한 유리로 가려져 조금 어둡다. 졸음이 몰려왔다. 나는 눈을 반복해서 깜빡거렸다.
곧 눈앞에 시합 시작 여부를 묻는 버튼이 떠올랐다. 나는 느릿하게 『YES』를 눌렀다.
[시험을 시작합니다. 눈을 감아 주세요.]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긴 모험의 시작이었다.
이번 배경은 우주와 은하였다. 진짜 우주……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우주 사이에 선명한 빛의 길이 나 있었고, 빛나는 행성이 아주 많았다.
‘나’는 어떤 자에게 부탁을 받는다. 이 보석을 부디 우리의 고향, 지구로 돌려보내 다오. 더럽혀진 우리 행성을 깨끗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보석이다. 보석은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강대한 힘을 지닌 보석이었기 때문에 아주 많은 자들이 노렸다. 우주의 별을 먹고 자라나는 엄청난 힘을 지닌 괴물, 여러 마법사, 강대한 조직.
그 모든 위험을 피하고 우주를 달리거나 혹은 우주선을 사용해 지구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한계까지 텔레포트를 사용해 봤다. 시험 삼아 지구가 있는 방향을 확인하고 텔레포트 해 봤는데, 행성 두 개를 건너뛰는 게 겨우였다.
우주는 공간이 얽힌 곳이 많다. 그 틈을 찾아 공간 이동을 하면……잘하면 은하 한 개 분량을 텔레포트 할 수 있다. 우주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게이트를 사용하면 더 멀리 텔레포트 할 수 있다. 그래도 역시 이 세계관에 있는 ‘별의 길’과 우주선을 사용하는 게 빨랐다. 웜홀을 사용해 더 긴 거리를 건너뛰었다.
생각보다 보람찬 모험이었으며, 오래 걸리기도 오래 걸렸다. 공간계마법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버틴 것 같다.
이번에도 보름이 넘게 모험을 했다. 처음부터 난이도가 빡셌을 텐데도.
캡슐이 열리고 시험이 끝났을 때, 내 주위로 사람이 잔뜩 몰려 있었다. 남은 캡슐은 많지 않았다. 이미 웬만한 사람은 다 시험을 마쳤던 모양이다. 나는 부담감을 안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수험 번호 AAWIJ00615 유은하
마법 활용 S- 속도 BB+
공격 A 방어 AAA
마력 AAA 마법 레벨 S
종합: AA』
와아아아!!
“힉…!”
나는 깜짝 놀라 잠시 귀를 막았다. 잠깐의 침묵 뒤 곧바로 함성이 찾아들었다. AA? A랭크에서 단계를 두 개나 건너뛰었어? 나는 다급하게 나보다 먼저 나와 있던 이성진의 어깨를 잡았다.
“야. 넌 결과 어떻게 나왔어?”
“트리플.”
“미친…….”
“나는 아깝게 트리플엔 못 갔어. BB+.”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
나는 약간 풀이 죽은 인하를 위로했다. 그래, 저만하면 엄청난 거지. 정말 보면 볼수록 이성진은 미친놈이다.
제현 오빠가 내 머리에 턱 손을 올렸다. 또 거칠게 쓰다듬으려나 싶어 눈을 감았지만, 이번에는 아주 미미하게 머리를 두어 번 두드리다 멈췄다.
“나도 이번에 AA로 올랐다.”
“와! 제현 오빠, 축하해요.”
“너도.”
제현 오빠가 잠시 미묘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너 진짜……나보다 강해졌구나.”
“네?”
내가 제현 오빠보다 강해졌다고? 정말로?
그래……그럴지도 모른다. 제현 오빠의 표정은 애매함과 다정함의 중간에 있었다. 그러나 곧 그의 표정이 완전히 다정함으로 물들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날 보고 천재라느니 괴물이라느니 했던 놈들의 마음을.”
“으음……인정해요. 제가 좀 천재이긴 한가 봐요.”
“조금?”
“조, 조금.”
제현 오빠가 평소처럼 돌아왔다.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조금은 무슨 조금이냐며 소리를 높였다. 누군가가 우리를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아, 나도 이번에 AA-로 올랐다.”
“민 선생님, 축하드려요!”
“올라갈 놈들은 올라간다니까.”
백한 선생님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는 선생님도 더블이면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인하와 성진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친구들은 아직 안 왔네. 시험이 아직 안 끝났나 봐. 확인하러 가자.”
“그래, 가자.”
“우리도 첫 시험을 보는 학생들을 챙기러 가야겠구나.”
“축하한다. 꼬맹이들.”
“은하도 인하도 잘했어.”
제현 오빠가 나와 인하의 등을 한 번씩 두드리고, 민 선생님이 우리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스승님도 웃으며 우리 어깨를 두드렸다.
“역시 은하 아가씨야.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니까.”
“예리 엄마가 시험이 끝났다는군. 우리도 이만 실례하마. 랭크 오른 것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형일 아저씨와 하진 아저씨도 축하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다른 친구들의 랭크 시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인파를 텔레포트로 헤치며 의견을 나눴다. 결과 인하와 성진은 2관으로, 나는 3관으로 가기로 했다. 인하는 한수의 결과가 신경 쓰일 테고, 성진이와 인성이는 절친이다. 소영이와도 친하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한 인성이와 조금 더 사이가 돈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