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Story RAW novel - chapter 240
나는 다른 친구들의 결과를 확인하러 3관으로 향했다. 3관으로 이동하니 이미 시험을 끝마친 민희와 현호가 보였다.
“은하야!”
“시험 어떻게 됐어?”
“아직 소영이가 안 끝났어. 나 B랭크 진입! B-야!”
“나도 트리플로 올라갔어.”
“와! 축하해.”
나와 안면이 있는 대현 친구들이 내게 달려왔다.
“은하 님, 성적 어떻게 나왔어요?”
“응? 더블로 올라갔어.”
“미친! 바로 더블로 올라갔어? 역시 우리 은하야!”
“은하 님 최고!”
오늘만큼은 축하를 기꺼이 받기로 했다. 민희와 현호가 깜짝 놀라며 박수를 쳤다. 예슬이와 친한 진나리가 내게 V를 했다.
“저도 C랭크로 올라갔어요.”
“정말? 축하해.”
“꺄악! 감사합니다!”
“저도! 저도 C+로 올랐어요.”
“나도 CC-로…….”
예슬이와 시하도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흘끔거렸다. 축하해. 작은 인사에도 그들은 호들갑을 떨며 웃었다. 나는 이내 민희와 현호에게 다른 친구들의 성적을 말했다.
“야, 그런데 또 대단한 거 알려 줄게. 이성진 트리플임.”
“미친!”
“걘 정말 인간 맞아?”
주위에서 소동이 일었다. 나는 동의하며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인 후 이번에는 생긋 웃었다.
“인하는 안타깝게 트리플로 못 올라갔다고 실망하더라. BB+야.”
“뭐야, 그것도 대단한데! 두 단계나 올라갔잖아!”
“역시 인하야!”
친구들이 꺅꺅 비명을 질렀다. 인망을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이렇게 반응이 달라진다니까. 마침 소영이의 시험이 끝났다. 우리는 소영이 앞에 달려가며 위에 떠오른 시험 결과를 읽었다. 종합……B랭크?
“여기도 두 단계 건너뛰었어!”
“헐……나 B랭크야? 정말?”
“나보다 높아졌잖아! 정말, 축하해!”
“소영아, 축하해!”
소영이는 멍하니 우리에게 다가오다가, 우리 텐션에 맞춰 하이 파이브를 했다.
나는 AA, 성진이는 AAA, 인하와 인성이는 BB+, 한수는 B+, 소영이는 B, 민희는 B-, 현호는 CCC, 하여간 죄다 랭크 업 했다.
대현의 다른 친구들 중에서도 세 명이 C랭크로 올라갔다.
이대로만 순조롭게 실력이 늘면 이성진 쟤는 진짜 내년에 S랭크로 올라가는 게 아닐까? 아냐, 설마. S랭크의 벽이 얼마나 대단한데.
‘나는 이번에 실력이 늘었단 걸 알고 있었지만.’
스토리 북, 환몽마법의 새로운 사용법, 거기에 이차원까지. 실력이 늘어난 건 느끼고 있었다. 단계를 건너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뉴스도 난리였다. 최연소 S랭크 마법사의 등장이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날 밤 모여서 축하 파티를 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일상+a로.
랭크 시험을 치고 난 다음 날 바로 대현의 A랭크 마법사들에게 불려 간 나와 이성진은 작년처럼 한 판씩 겨뤄야 했다. 백한 선생님과 강정현 선생님에게는 졌으며, 제현 오빠와 민 선생님, 남연아 선생님, 스승님께는 이겼다.
우리 학교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외에도 A랭크가 2명 더 있다. 가드 대장님께는 졌다. 또 한 명은 우리 학교 양호 선생님인데, 분투한 결과 무승부로 끝났다. 다만 무승부라고 하기 뭐한 무승부였다. 그 사람은 거의 공격을 받지 않았으니까.
참고로 이성진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부 이겼다. 누가 상대든지 상성과 특수능력으로 압도한다. 저 녀석을 보고 있다 보면 내가 정말로 천재인지 의문이 들게 된다.
“우리 학교에서 정말로 엄청난 천재가 나온 것 같군.”
그러나 +a는 그런 단발성 일이 아니었다. 랭크 시험을 치고 난 뒤 우리는 바로 학생회 일을 해야 했다. 가장 먼저 처리해야 했던 일은 바로 친선 교류 시합 일정을 잡는 것이었다. 동맹을 맺고 있는 각 학교와 메일로 이야기를 나누며 일정을 잡고, 시합을 개최할 장소를 잡는다. ‘비밀’ 친선 시합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대현에서 이루어진다.
그다음에 그사이에 올라온 시설 개선 요청이나 불만 사항을 검토해서 교직원회에 올린다. 동아리 정기 회의 및 학급 정기 회의를 개최한다. 채택된 사항을 교직원회에 올린다.
곧 졸업할 선임 회장 선배한테 조금씩 물으며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학생회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멤버가 학교 홈페이지에 포부를 써야 한다. 인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뭘로 하지?”
“포부? 우리한테 그런 게 있나?”
“그러게.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재미없게 끝내면 학생들이 싫어할까?”
“대충 해.”
“어이, 부회장. 불성실하게 굴지 마.”
포부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뜨는 정도다. 그냥 가볍게 한마디씩 한다는 느낌이랄까? 이전 포부를 살펴보니 장난스러운 것도 있고, 진지한 것도 있고, 독특한 것도 있었다. 일에 치이며 고민하던 우리는 방학하기 직전에야 겨우 포부 비스무리한 것을 게시판에 적어 올렸다.
『회장: 싸우지 말도록.』
『부회장: 골치 아픈 일 벌이지 마라.』
『서기: 여왕님을 잘 모시겠습니다.』
『회계: 윗사람들 사고 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네요.』
『총무: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하와 성진이는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고, 나는 드물게도 장난을 쳤다. 제일 진지한 게 소영이였다. 우리의 한마디를 본 사람들이 감상을 남겼다.
『이번 학생회…..여러모로 사고칠 것 같아 불안불안』
『인하가 설마 사고를 치겠어ㅎㅎ』
『이소영이 제일 고생할 듯.』
『말은 저렇게 해도 최인성도 만만치 않게 고생할 듯.』
『근데 여왕님이라니 누구? 이성진?ㅋㅋㅋㅋㅋㅋㅋ』
『이ㅋㅋㅋㅋㅋ성ㅋㅋㅋㅋㅋㅋ진ㅋㅋㅋㅋㅋㅋ』
『뭐래ㅋㅋㅋㅋㅋ당근 은하님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윗 댓글 여왕님이라고 쓴 거 은하 님이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
『학생회를 이끄는건 회장이니깐 역시 인하겠지…』
『>ㅂ</♡』
『불안한 건 둘째 치고 올해 학생회 멤버 진짜 레전드다ㅋㅋㅋ』
그래, 뭐, 다들 재밌어하는 것 같으니 됐다. 근데 이거 뭐야. 왜 성진이 여왕님? ……어울리는데?
나는 잠시 후 허리를 꺾으며 힘껏 웃음을 참았다.
아주 평화롭고 평범하던 방학식 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물속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느리고 어렴풋하다. 흐린 어둠 속에 무언가가 보인다. 새까만……낫?
새까만 낫을 든 여자가 서 있다. 머리카락에 가려 눈이 보이지 않는다. 입가가 섬뜩하게 올라간다.
낫이 화면을 베어 갈랐다.
새까맣게 바뀌었던 화면이 다시 조금 밝아졌다. 손이 보인다. 누군가의……손……비명 소리…….
벽에 무언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여 버릴 거야!!’
시야가 흔들리며, 다시 새까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폐한 대지였다. 마녀의 핏방울이 떨어진 대지는 모든 것을 좀먹어 갔다. 땅을, 그곳에서 자라는 생명을, 물을, 공기를, 모든 것에서 힘을 앗아 갔다.
허나 현재 그런 현상은 온데간데없다. 검은색이 드문드문 남아 있기는 하나, 그토록 메말랐던 땅에 잔풀이 자라 흔들리고 있었다.
예전에 저주의 근원이 있었던 장소에 두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핏자국 하나 남지 않은 꽃이 핀 대지, 그러나 그녀들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식물이 검게 시든다.
“포츈이 말했던 게 정말이었군.”
검은 머리 여자가 헛웃음을 지었다.
“떠나갔어. 정말 하나도 남기지 않고.”
검은 머리 여자가 주먹을 꽉 쥐었다.
“씨발, 어떤 자식이야?”
“이야기 제대로 안 들었구나? 대현이야.”
“대현? 그건 또 어느 조직이야?”
“한국의 조직. 제법 세력이 커.”
“대현……대현……아하, 알겠다. 저번에 하멜이 말했던……우리 실험장을 부쉈던 조직이군?”
“맞아.”
“꺄하하하! 안즈 그 순해 빠진 년이 목숨을 걸어 내린 저주를 원한 한 조각 안 남기고 깨끗하게 없애? 대체 어떤 놈이야? 이야, 하나도 안 남아 있으니까 오히려 통쾌한데? 그년……진짜 아무것도 안 남기고 갔잖아.”
“400년간, 우리를 지켜 줘서 고마웠어. 편히 가.”
은발 여자가 바닥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용케 바닥이 검게 물들지 않았다.
“야, 가자.”
“그래.”
검은 머리 여자가 먼저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걸음 하나하나마다 검은 자국이 묻어난다.
“한국은 그……뭐랬더라? 누구였더라?”
“김선아. 제대로 기억해.”
“맞아, 그랬지. 폰티나는?”
“폰티나는 아직. 먼저 싹을 자르는 거야. 큰 건 그다음. 그쪽의 혈족마법은 정말로 특별하니까.”
“킥킥킥. 아주 꼴이 우습겠는걸?”
검은 머리 여자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이리저리 뻗친 짧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긁적이며 입가를 씩 올려 웃었다.
“대현……대현이란 말이지. 킥킥킥, 재밌겠는데? 꺄하하하!”
두 사람의 신형이 어둡게 일그러지며 이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39. Memento mori
어느 해에 열리든 같은 날짜에 개최되는 축제가 있다. 바로 마법 건립 축제다.
마법을 가장 많이 배척한 지역은 유럽이지만, 반대로 마법을 처음 받아들인 지역도 유럽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유펠르시아의 공주와 영국의 공주가 친해진 것을 계기로 체결된 마법 건립 조약은 이윽고 전 세계로 퍼져 갔다. 그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그 조약이 지금의 마법 세계를 만들어 냈다.
유럽 마법계와 마법의 시조 유펠르시아, 그리고 교회의 싸움. 마법이 퍼지는 걸 반대하는 동시에 교회를 향한 증오심으로 전쟁을 일으킨 트라베리아와의 싸움. 끝끝내 유펠르시아가 교회와 트라베리아를 저지했기에 마법은 조금씩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
유펠르시아는 마법의 명맥을 이어 가고 있던 다른 일족, 폴리젠과 라비언트와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처음엔 부정적이었던 세 일족도 이윽고 유펠르시아에 찬동하며 주변 나라에 마법을 퍼트렸다.
마법을 가르치는 학교가 생겨났으며, 마법의 시조라 불리는 폴리젠과 라비언트, 유펠르시아, 그리고 처음 조약을 체결했던 영국, 독일, 프랑스, 이 국가들 사이에서 마법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일어났다. 피로 이어지는 혈족마법, 재능 있는 마법사가 어느 순간 쓸 수 있게 되는 선천마법, 현상을 말로 풀어내 일으키는 주문마법, 마법사 개인의 몸에 맞춘 고유마법, 이 넷 중 고유마법이 가장 먼저 체계화되며 멀리 퍼졌다.
바야흐로 마법 시대의 시작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조약이 처음 체결된 날을 기념하며 몇 년에 한 번씩 커다란 축제를 벌인다.
드디어 그토록 기피하고 있던 공문이 내려왔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마법 건립 축제
청년 대표 학교
대현 고등학교』
마법 건립 축제는 몇 년에 한 번, 4월 19일에 전 세계에서 열린다. 아니, 축제 자체는 매년 이맘때 여러 지역에서 열리니까 말이 이상한가? 하지만 국가에서 주도해 개최하고 유명한 마법사가 모이는 축제는 정말로 몇 년에 한 번뿐이다. 어쨌거나 매년 4월 19일은 특별하다.
국가에서 주최하는 축제는 8년 만이며, 세계 합동으로 개최하는 축제는 50년 만이었다. 심지어 이번 축제는 250주년 축제다. 전 세계가 기합이 들어갈 만하다.
지역마다 작게 축제가 벌어지겠지만, 우리나라 축제의 중심은 수도인 서울에서 열리는 축제다.
축제 때는 언제나 많은 마법사들이 퍼레이드를 한다. 수도에서 펼쳐지는 퍼레이드는 특히 화려하다.
퍼레이드는 연령순으로 시간에 따라 번갈아 가며 펼쳐진다. 미성년 마법사가 먼저 마법을 펼치고, 그 뒤를 이어 청년 마법사가 마법을 펼친다. 청년 마법사는 17살~30살이다. 대현은 청년 대표 학교로 뽑혔다.
대현이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학생은 학년별로 5명씩이다. 2학년은 당연히 고등학교 대표인 우리 학생회가 나가야 한다. 이것 역시 전통이다.
학생 외에 조직원 중에서도 청년 마법사가 몇 명 뽑힐 거고, 혹은 한국 대표 마법사로도 몇 사람이 선출될 것이다.
4월 19일 오후 3시~4시까지 청년 마법사의 마법 퍼레이드가 있고, 그 이후에 성인 및 한국 대표 마법사들이 마법 퍼레이드를 한다.
고등학교에서 퍼레이드에 나갈 학생은 우리가 뽑아야 한다. 참고로 우리 학교 청년 마법사 대표 및 인솔자는 성후 오빠다.
성후 오빠는 B랭크 상위 실력자이며 올해로 29살이니 딱 맞다. 그 외에도 주연 선배, 김유라 선배, 서준 선배가 학교 청년 마법사로 뽑혔다.
제현 오빠는 한국 대표 마법사로 나간다고 한다. 나와 성진이도 한국 대표 마법사로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학생회라는 입장 때문에 거절했다.
우리는 1학년, 3학년을 되돌아보며 누구를 뽑을지 고민했다. 3학년에서 유정 언니와 인호 오빠는 확정이지! 나머지 세 사람은 유정 언니와 인호 오빠한테 부탁해서 알아봐야겠다.
문제는 1학년이다.
“지원자를 뽑을까?”
“그럼 사람이 몰릴걸?”
“랭크가 높은 순으로 확인한 다음 학생증에 메시지 보내.”
“오, 그거 좋다.”
1학년은 랭크가 높은 학생을 확인하고, 그들의 마법이 퍼레이드에서 사용하기 적합한지를 확인한 뒤, 정보통인 민희한테 혹시 어떤 아이들인지 아는지 확인해 본 다음 적절하게 5명을 선출했다. 남자 3명에 여자 2명, 비율도 얼추 맞는다.
멤버를 정하는 동안 여러 사람과 많은 연락이 오갔다. 주 내용은 ‘퍼레이드 참가해?’였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선아 아줌마, 스승님, 민 선생님, 제현 오빠, 하진 아저씨도 참가한다고 한다.
아, 그러고 보니 하진 아저씨의 딸도 참가한다던가. 작년에 성인이 되어 랭크 시험을 쳤는데, 하진 아저씨의 딸답게 바로 C랭크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청년 마법사로 뽑혔다.
“하진 아저씨 딸요? 리허설 때 만나는 게 기대되네요. 저번에 한 번 본 적 있지만, 거의 뒷모습뿐이었던 데다 이야기도 나눠 본 적 없으니까요. 어떤 아이예요?”
“몰빵요?”
[응. 치료 특화.]“와아.”
[하진이를 닮아서 머리 색도 은발이거든?]나는 하진 아저씨의 머리카락을 떠올렸다. 하진 아저씨의 머리카락은 눈보다 새하얗다.
[메인마법도 서브마법도 치유와 관련된 거고, 마법 이펙트가 굉장히 신비롭거든? 그것 때문에 학교에선 성녀라고 불린다더라. 실제 성격은 엄청 괄괄한데.]“오오오.”
신비로운 마법을 쓰는, 성녀라. 내가 들으면 엄청 부끄럽겠지만 다른 사람 이야기다 보니 그냥 그럴듯한 이미지만 생각난다. 트라베리아의 세계에서 해방됐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때 그녀는 하진 아저씨의 품에 계속 매달려 있었다.
“어느 학교예요?”
[봉황이라는 데 알아? 거기도 나름 유명한데.]“그 이름이 낯 뜨거운 학교요? 알아요. 대현이랑 친교를 맺고 있기도 하고.”
[풉! 맞아. 낯 뜨거운 학교. 우리 예리도 그런 말을 하던데.]“그야 낯 뜨겁잖아요.”
[동감.]이번에 만나면 처음으로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는 셈이다. 하진 아저씨의 딸에 은발이라. 왠지 끝내주는 분위기 미인일 것 같다.
‘조금 기대되네.’
우리 말고 유란도 청년 대표 학교로 뽑혔다. 현 유란 고등학교 학생회장은 유미다. 유미를 비롯해 몇 번 얼굴을 보았던 학생들이 청년 마법사로 나온다고 한다.
축제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학생 대표는 민희의 정보력과 유정 언니네의 정보력까지 더해 금방 뽑을 수 있었다. 학생들을 총괄해야 하는 입장이라 이것저것 일일이 신경 써야 해서 참 성가시다. 올해까지만 하고 바로 다음 학생회를 뽑고 싶은 심정이다.
뭐어, 사실 제일 고생하는 건 인하랑 성진이지만. 제일 많은 일거리를 떠맡고 있지만 그만큼 일 처리도 빠르다. 인성이를 더해 세 사람이서 웬만한 건 술술 진행한다. 잘하는 놈들 사이에 섞여 나와 소영이도 어떻게든 떠듬떠듬 일을 해내고 있다.
그나마 퍼레이드가 첫날 하루로 끝나서 다행이다. 건립 축제 당일은 4월 19일이지만 마을 축제는 19일부터 일주일 후인 25일까지 이어진다. 대표를 뽑아 하는 퍼레이드는 19일에 열리나 그 외의 날에는 신청을 해서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다. 손이 빠르거나 운이 좋은 자가 승자가 되리라.
4월 19일은 하루 종일 대표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그 외의 날은 오후 3시에서 4시, 7시에서 8시, 이렇게 두 번 퍼레이드가 열린다.
나라마다 축제를 하는 방식이 다르다던데, 다른 나라 축제도 궁금하다. 사실 아시아 축제를 구경하러 가고 싶었는데.
수준별 수업 날, 예슬이가 들떠서 이야기했다.
“저랑 시하 20일에 퍼레이드 나가요!”
“나가?”
“네. 참가 신청했는데 딱 뽑혔어요!”
“좋겠다! 나도 신청했는데 난 안 뽑혔어!”
민희가 부러워하며 예슬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역시 퍼레이드에 뽑히려면 운이 좋아야 하나 보다.
“난 19일에 퍼레이드 나갈 생각 하면 머리가 복잡한데…….”
하하, 어색하게 웃자 민희가 혀를 찼다.
“그건 은하 네가 소심해서 그런 거고, 또 바빠서 그런 거지. 안 바쁘면 뭐가 문제겠어?”
“진짜 그 말대로긴 한데……너한테 들으니까 좀 짜증 난다?”
“히히히. 역시 너희들한테 떠맡기길 잘했어.”
“어휴, 이걸 그냥. 어휴.”
“으아아아앙! 정말 바빠 죽겠어! 학생 대표들이랑 일정도 잡아야 하고, 서로 마법도 의논해야 하고, 얼마 후엔 모여서 리허설도 하러 갈 거고, 그다음엔 또 마법사들 다 모여서 리허설 해야 하고! 리허설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평범한 담력을 지닌 나와 소영이만 죽어 나간다. 소영이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우는소리를 냈다. 나는 민희를 향해 주먹을 쥐었다. 민희는 실실실 웃더니 인성이 뒤로 쏙 피했다.
하지만 정말로 아는 사람이 많이 참가한다. 우리는 퍼레이드에 나가는 사람 중에 우리가 아는 사람을 한번 꼽아 봤다. 한수네 엄마, 제현 오빠, 인하네 엄마, 아는 선배들, 유란의 친구들, 유란에 다닐 때 소영이가 많이 신세를 졌던 선배나 선생님도 나온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대단하다. 공식 퍼레이드 참가 인원은 다 합쳐서 8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억에 가까운 인구 중에서 800명인데, 그중 아는 사람이 열 명을 넘는다. 심지어 우리도 당사자다.
“울상은 그만 짓고 사용할 마법이나 고민해라. 최대한 화려한 걸로. 그리고 연습 때 의상도 의논할 거니까 입고 싶은 의상 있으면 생각해 오라더라.”
“의상?”
나와 소영이는 조금 당황했다. 나는 고민하다 물었다.
“전에는 어떤 걸 입었는데?”
“연령대마다 다른 적도 있었고, 조직별로 다르게 입은 적도 있었어.”
인성이가 자료에서 봤다며 말을 이었다.
“보통은 정장이나 한복을 입더라고. 제복이나, 축제답게 화려한 의상을 처음부터 디자인해서 입는 경우도 있고.”
“한복이라.”
하긴, 한복은 한국을 대표하는 의상이다. 하아. 어떤 마법을 사용할지도 아직 못 정했는데 거기에 의상까지 고민해야 한다니.
“어휴.”
하여간 축제가 고비다. 250주년 축제만 넘으면 다음은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첫 리허설이 언제였지?”
“모레.”
“실습도 못 가고 이게 뭐람.”
소영이는 익숙하게 울상을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는 학생회 활동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활동을 하면서 교직원회를 담당하는 선생님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가끔 이사장님께 직접 서류를 올리는 일에도.
“은하 님이 퍼레이드 할 때는 반드시 맨 앞자리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서 구경할게요!”
“그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