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Story RAW novel - chapter 408
“거기다 여기, 평소 내가 보던 풍경과는 많이 달라. 나 역시 네 꿈에 휘말렸다는 거구나. 후후. 후후후…….”
소니아가 남은 팔을 뻗어 자신의 중심을 끌어안았다. 동시에 나도 움직였다. 손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서로의 중심이 확 타올랐다.
별하늘을 담은 수정 구슬에서 마력이 터져 나왔다. 은백색 마력과 남색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소니아를 중심으로 연두색 거품이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꿈의 중심, 정신의 중심. 싸움을 시작한 꿈 장인 둘 다 여기까지 도달한 데다, 서로 누구의 중심도 부수지 못했다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수밖에.
‘그래. 이걸 원했어.’
소니아만큼은 이렇게 쓰러뜨리길 바랐다.
빛나며 타오르던 꿈이 별 무리가 되어 흩어지며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소니아의 꿈 역시 거품처럼 파도치며 소니아의 안에 녹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치 공전하듯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던 하늘에 이변이 찾아들었다.
쿵…쿠궁…….
작은 떨림과 함께 균형을 이루고 있던 꿈이 일그러진다. 나를 중심으로, 소니아를 중심으로 서로의 꿈이 휘몰아치며 부딪쳤다.
쩌저저정!
콰과과광!
꿈이 부딪친 경계에서 진동이 일며 깨어졌다.
『칼과 방패─드림 웨폰 시리즈』
문이가 내 의지에 반응해 꿈을 불러왔다.
본격적으로 꿈과 싸우고 꿈을 벤다고 하면 역시 가장 유효한 기술은 드림 웨폰 시리즈다.
드림 웨폰은 대개 무기, 그것도 날 무기로 이루어져 있지만, 드물게 초능력 계열 무기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강한 무기가 나이트메어 XV이다.
초능력 계열 무기는 대부분 내 마법과 연관되어 있다.
나이트메어 X은 긴 삼지창으로 꿈을 긁어 재구성한다.
나이트메어 XV은 보석으로 꿈을 가두고 꿈을 헤치며 꿈의 시간을 봉인하는 무기다. 기본 형태는 손에 딱 맞는 짧은 완드(Wand, 지팡이)다.
나이트메어 XX는 검은 팔찌로 검은 늑대를 소환하여 꿈을 먹어 치운다.
나이트메어 XXI은 하얀 팔찌로 XX의 쌍둥이 같은 존재다. 하얀 안개를 뱉어 꿈을 치유하고 꿈을 구성하며 꿈을 부순다.
그 외에도 몇 개 더 있지만 이번에 손에 쥘 것은 이 중에서 X과 XV이다.
정확히는 57개나 되는 모든 드림 웨폰 시리즈를 쓸 것이다. 소설을 쓰면서 그렇게 많은 무기를 다 설정한 게 참 다행으로 느껴진다. 가슴에 다이아 모양 브로치가 박혔다. 온통 검은색투성이인 옷과는 달리 은백색을 띠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주위로 액세서리형 무기를 제외한 모든 드림 웨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 쥔 것은 은색 날에 검은색 손잡이로 이루어진 삼지창과 하얀 손잡이에 다이아 모양의 하얀 보석이 박혀 있는 완드다. 동시에 소니아의 주위에도 에메랄드빛 수정이 무더기로 자라나며 영역을 구축했다. 수정 하나하나에서 강력한 정신력이 느껴졌다.
“흐음. ‘드림 웨폰’이라. 과연, 이름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지녔는걸? 무척 구체적이고 강력한 꿈이야.”
그러며 소니아가 내가 쥔 삼지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10번째 나이트메어, 형상은 삼지창, 본체는 꿈의 정령 리콜, 능력은 인력, 파괴, 재구성.”
“……!”
나는 삼지창을 쥔 채 흠칫했다. 소니아는 이번엔 내가 반대쪽 손에 쥔 완드를 가리켰다.
“시리즈명은……기억 안 나지만, 확실히 드림 웨폰 중에 최강이었지? 보석에 꿈을 가두고, 꿈을 부수고. 후후후, ‘이것’과 많이 닮았는걸?”
소니아가 자신이 만든 수정을 가리켰다. 수정에서 반딧불 같은 빛이 올라왔다.
떨리는 눈으로 소니아를 바라보았다. 소니아는 그러한 내 반응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뭘 그렇게 놀라? 네가 ‘적어’ 놓고는.”
“……설마.”
“네 꿈을 좀 더 많이 파악하고 싶었거든.”
소니아의 손에 거품이 생겨났다. 거품이 사라진 자리에서 검이 생겨났다. 저 형상, 기억 속에 있다.
“악몽의 드림 웨폰.”
“정답.”
이로써 확신했다. 소니아는 내가 쓴 소설을 읽었다.
“네 꿈을 파헤치고 싶었어. 그런데 우리 동료 중에 네 꿈을 제일 잘 아는 건, 나도, 포츈 할머니도, 유클라프도 아닌 리피트더라.”
“…….”
“그래서 네가 쓴 소설을 전부 읽었어. , , , , 스토리 북인 , . 후후, 재미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읽었어. 리피트가 빠진 이유를 알겠어. 세계관이 너무 넓어서 무기와 세계관을 파악하는 데는 조금 고생했지만.”
“…….”
“이제 네가 불리한 걸 알겠니? 나는 전부는 아니지만 네 기술과 꿈을 파악하고 있어. 반면 너는 내 기술을 거의 모르지.”
확실히, 그건 꽤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드림 웨폰은 총 57개.”
“음?”
“그중 기술이 상세하게 나온 건 주인공 조와 중요 조연을 포함해 약 20명이 사용하는 20개. 그 외에도 20개 정도가 더 나왔지만,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어요.”
나는 쥐고 있는 창을 소니아에게 겨누었다.
“뒤 설정이라는 말 아나요? 소설에 드러나는 설정은 원래 설정에 비하면 일부밖에 안 돼요.”
“그건 그렇겠지. 소설로 네 세계를 알아도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겠지.”
소니아가 악몽의 검을 나를 향해 겨누었다.
“그래도 우리에게 ‘꿈을 일부라도 안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잖아.”
“…….”
“그럼 어디 한번 해 볼까? 너와 나의 꿈을 걸고.”
소니아의 악몽의 검 주위로 포말 같은 거품이 흐트러졌다. 그와 동시에 나도 삼지창을 꽉 쥐었다. 거품의 꿈과 별하늘의 꿈, 두 꿈이 강렬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꿈에서 싸울 때는 마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물론 마력은 아주 중요하고, 실력 차가 확실하다면 차이를 뒤엎을 수 없지만, 대등한 실력자끼리의 싸움이 되면 마력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상상력. 그것도 상대의 마법마저 휘말려 들게 할 정도의 상상력이다.
소니아는 내가 쓰고 있는 무기의 정체를 안다. 능력을 안다. 그러나 그게 꼭 유리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만도 않다.
능력을 안다는 건 그녀도 똑같이 내 무기를 상상하고 있다는 거다. 나 자신의 상상과 적의 상상, 그것이 합쳐지면 더 완전해진다. 적어도 소니아는 내 기술을 완벽히 막는 건 불가능하다.
반면 나는 소니아의 기술을 모른다. 미지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법이다. 하지만 백지 위에는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다. 그리하여 서로의 꿈을 뺏고 덧씌우는 싸움이 이어졌다.
“가라!”
처음에는 무기를 겨눴다. 삼지창을 휘둘러 소니아의 꿈을 긁어내고, 그것을 내 꿈으로 덧씌웠다. 내 상상력은 이미 남의 마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걸 무기를 써서 더 강화, 그렇게 소니아의 악몽의 검까지 긁어냈다.
“윽. 역시 내 것이 아닌 꿈은 쓰는 게 아니네.”
그때 소니아의 패인은 그녀가 사용한 무기가 ‘내 꿈’이라는 것. 그러니 주인은 바로 나고, 내 악몽에 꿈을 덧씌우는 일 따윈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정신력과 상상력을 다해 꿈을 긁어냈다. 삼지창에 휩쓸리는 꿈이 내 꿈으로 변한다. 역시 꿈을 ‘변화시키는’ 힘은, 상상력은 내가 더 강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소니아의 옆으로 거품처럼 흔들리는 용이 생겨났다. 소니아가 만드는 몽마는 언제나 그렇다. 꿈에 녹아들어 형체가 확실하지 않다. 마치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는 것처럼. 그 모습을 보자 아까 전 소니아의 꿈을 지켰던, 정말 형태라곤 없었던 ‘몽마’가 생각났다.
‘틀림없어. 그건 정령이야. 꿈의 정령이라니……그래서 소니아는 꿈속이라면 자연의 가호조차 무시할 수 있었던 거구나.’
즉 지금 저기에 있는 몽마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소니아가 부여한 하나의 형태일 뿐이란 거다.
그림으로 그은 선처럼 이루어진 형체가 변화하면서도 계속 용의 모습을 유지한다. 긴 꼬리를 휘두르는 용의 주위로 거품 구슬이 반짝였다.
“자, 시나. 저 아이의 꿈을 먹어 치우렴.”
용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먼저 움직인 건 문이였다.
『나이트메어 IV
나이트메어 XI』
가느다란 창이 바닥에 박힌 순간 허공에, 드래곤이 있던 장소에 수십 개의 창이 삐죽삐죽 솟아오른다. 커다란 레이저포에서 무시무시한 압축 포가 드래곤을 향해 날아갔다. 드림 웨폰 중에는 드물게 총 화기도 있다.
그러나 전부 용에게는 소용없었다. 거품에 먹혀 부서져 내린다. 소니아가 내지른 파도가 뒤에 남은 창을 산산이 부쉈다.
완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몽마는 꿈을 봉인하는 보석조차 산산이 깨어 버렸다.
콰과광!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용을 겨우겨우 피했다. 용이 지나친 자리가, 내 꿈이 먹히고 있다.
‘윽……!’
꿈이 먹힌 자리에 있는 것은 내 기억. 소니아가 손바닥 위로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몽글거리던 구름이 휙 불어나며 영역을 넓혔다. 내 꿈을, 씹어 먹고 있다. 부수고 있다. 삼키고 있다.
‘역시 공격력은 소니아가 더 뛰어나. 나도 소니아의 꿈을 더 빼앗아야 하는데…!’
“『라크루리온!』 『레베티온!』”
하나는 날카로운 발톱을 지니고 사람의 정신과 감각마저 먹어 버리는 드래곤이며, 하나는 형체 없는 거신으로 모든 것을 허무로 되돌리는 공허의 괴물이다. 다시 나를 향해 쏘아진 드래곤과 발밑으로 허무를 뿌리며 윤곽조차 잘 보이지 않는 입을 벌린 레베티온이 부딪쳤다.
쿠아아아!
새카만, 안개가 뭉친 것 같은 허무와 은녹색 드래곤의 힘이 섞였다. 드래곤의 힘이 아지랑이처럼 흩뿌려졌고, 허무는 파도가 되어 휘몰아쳤다. 서로의 꿈이 먹히고 흐트러지며 섞였다.
“레베티온!”
“시나!”
소니아는 어느새 길고 날카로운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손잡이는 금속 재질에 얇고 길쭉하며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고 끄트머리는 뾰족하다. 머리에는 은녹색 수정이 매달려 있으며 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있고 그 주위로 반투명한 녹색 천이 하늘하늘 흔들렸다.
지팡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연두색 거품이 흐트러졌다. 그 거품에서 나에게 달려든 것보다 조금 작은 드래곤이 생겨나 나에게로 덮쳐들어 왔다. 동시에 레베티온이 주위에 허무의 공을 생성했다.
허무의 공에서 또 허무의 공이 생겨난다. 그것을 반복하며 증식한 허무의 공이 이내 힘을 내뿜었다. 바닥에 늘어난 구름과 일렁거리며 다가온 드래곤의 몸에 뻥 구멍이 뚫렸다.
“─꿰뚫어라.”
그사이에 라크루리온이 소니아를 향해 쏘아졌다. 밤의 어둠 속에 동화되어 있던 라크루리온이 모습을 드러내며 소니아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러나 소니아는 당황하지 않고 라크루리온의 입 안에 지팡이를 가져갔다.
“흐트러져라!”
소니아가 씩 웃으며 입 안에 넣은 지팡이를 옆으로 휘둘렀다. 지팡이에 닿은 자리마다 거품이 되어 뭉그러졌다. 나는 강하게 상상했다. 라크루리온은 공격마법이다. 형체가 없는 어둠이며, 정신을 깨부순다. 소니아의 상상과 나의 상상이 부딪쳤다. 라크루리온이 거품을 잡고 아득, 먹어 치웠다.
“흥!”
그러나 직후 소니아의 주위로 녹색 수정 더미가 솟아났다. 내가 완드를 휘두름과 동시에, 문이도 보조하기 위해 다른 드림 웨폰을 사용했다.
하얀 보석이 라크루리온의 옆으로 생겨나며 소니아의 녹색 수정과 부딪친다. 작고 날카로운 하얀 보석은 마법을 찢어발기려 하고, 녹색 수정은 꿈을 거품으로 흩으려 한다.
“동결해라!”
“흐트러져라!”
그 결과 서로의 마력이 부딪쳐 깨지며 상쇄됐다. 주위로 꿈 조각이 파직파직 튀었다.
『나이트메어 VII』
나이트메어 VII는 모든 것을 분해하고 전염되어 퍼지는 번개 검이다. 문이가 불러낸 검을 확인하며 나는 삼지창을 휘둘렀다. 소니아의 꿈과 내 꿈이 상쇄되어 갈라졌다. 동시에 허공에서 금색 문양이 그려진 새카만 대검이 떨어졌다. 소니아가 재빨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떨어진 검에서 새까만 번개가 터졌다.
번개는 꿈을 전이하며 소니아의 거품을 터트렸다.
『나이트메어 XXII』
『디멘션 박스』
콰광!
“헉……!”
그 순간 나는 가슴을 쥐었다. 문이의 두 번째 공격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 즉 허무의 괴물 레베티온과 소니아의 드래곤 시나에게 향한 것이었다.
나이트메어 XXII는 방패다. 나는 이를 악물며 레베티온을 돌아보았다. 허무가 먹히고 있다. 다섯이었던 용이 어느새 수십으로 불었다. 베어 내고 찢어발겼을 구름 역시 어느새 내 발치에 치일 정도로 늘어 있었다.
‘무시무시한 공격력에……증식 속도!’
방패마저 용에게 먹히고 있다. 허무가 먹힐 때마다 가슴이 찢기는 것처럼 아파 왔다. 나는 주위에 퍼져 있는 검을 불러와, 동시에 바닥에 떨어뜨렸다.
“『유성우!!!』”
검이 별빛을 뿌리며 주위에 퍼진 구름을 꿰뚫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가 출렁거렸다. 바닥이 연두색 파도에 삼켜져 일렁거리고 있다.
“안 되지. 그렇게 한꺼번에 떨어뜨리면……정신력이 분산되잖아. 많다고 좋은 게 아니란 걸 알 텐데?”
나는 말없이 소니아를 노려보았다. 그 말대로다. 꿈속에서 힘의 강함은 상상의 강함, 이 무기를 동시에 떨어뜨렸을 때 생길 현상을 동시에 상상하는 건 하나하나의 힘을 상상하는 것보다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결국 하나의 검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약한 힘이다.
그러나…….
『나이트메어 ‘별’의 각인 시리즈
꿈의 성지 1장─별의 성지 개방.』
문이는 내 의도를 바로 이해했다. 검 중에서 오로지 13자루만이 빛나며 그 검끼리 선이 이어졌다.
“아하.”
소니아도 내 의도를 이해했다. 이 장면은 소설에서 나왔던 장면이다. 소니아의 지팡이에서 거품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콰득!
지팡이에서 확 빛이 일며 용의 힘이 강해졌다. 용이 합쳐지며 몸이 커지더니 불타올랐다. 허무에도 연두색을 닮은 불길이 옮겨붙었다. 허무가 먹히지 않도록 영역을 펼치려 한 건데, 엉겨 붙은 소니아의 꿈 때문에 영역을 불러오기가 쉽지 않다. 그사이 용은 내 허무를 완전히 먹어 버렸다.
“흡……!”
콰득, 가슴을 물어뜯기는 느낌이 났다. 내 안에 있는 정신의 중심이 흔들린다. 소니아가 씩 미소 지었다.
“후후, 그렇구나. 이 마법은 네 친구한테서 가져온 거구나. 벨라한테 죽은 친구한테서.”
“큭…….”
“그래서 그런가? 아주 양질의 에너지를 갖고 있네. 이 정도면……충분해.”
허무를 먹은 용이 들끓더니 작은 공으로 변한다. 공이 소니아의 지팡이 안으로 쏙 들어갔다. 문이가 막기 위해 마법을 쏘았으나 조금 늦었다.
나는 쥐고 있던 삼지창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영역을 열 열쇠에 좀 더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 삼지창을 중심으로 꿈이 재구축됐다. 강렬하게 상상했다.
“네 정신력, 좀 빌릴게.”
그와 동시에 소니아가 지팡이로 바닥을 때렸다. 소니아의 지팡이가 환하게 빛났다.
“……!”
──순식간에, 순식간에 주위가 소니아의 세계로 뒤덮……!
아니!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이를 악물었다. 이건 머릿속을 휘저어 보여 준 미래시(未來視)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별의 성지는 내가 사랑하는 ‘별’의 영역이다. 창에 힘이 집중되며 영역이 열리기 시작했다. 소니아의 영역과 내 영역이 맹렬하게 부딪치며 주위로 꿈이 비산했다.
“큭.”
“윽…!”
『별들의 잔치.』
문이가 스스로의 마력과 마법석을 사용해 내 마법을 강화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정신력은 대등, 마법 레벨은 대등, 하지만 공격력도 마력도 소니아가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나는 삼지창을 쥔 채 눈을 감고 집중했다. 자, 상상하자. 떠올리자. 나이트메어 나이트를 적었을 때를.
그때 상상했던 별의 성지는 어땠지? 어떤 풍경을 지녔고, 누가 싸웠고, 어떤 악몽이 나왔고, 어떤 힘을 지녔지? 내 안으로 꿈이 휩쓸려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한곳에서 조용히 들끓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느꼈다. 그 힘을 향해 내 꿈이 빨려 든다. 아니, 말려든다. 내, 허무가, 내 꿈에 퍼져서…….
나는 숨을 삼켰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소니아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겠다.
“자, 초대할게! 나의 꿈속에!”
화아악─.
그와 동시에…….
그것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 감각이다.
소니아의 주위로 들끓던 거품이 순식간에 퍼졌다. 그리고 공기를 헤치듯, 아니다, 텅 빈 공간을 메우듯? 몸을 찢고, 있었던 공간이 오히려 텅 비고, 그러면서도 무거운 위압감이 한 번에 주위를 차지한 것처럼.
그 영역은 순식간에 모든 공간을 집어삼키고, 탄생했다.
…….
…………….
한순간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땐 낯익은 풍경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
숨을, 쉴 수가 없다. 아니, 나는 마법사다. 호흡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마법사. 그런데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마치 산소가 부족해 의식을 잃었던 것처럼 의식이 이상하게 희박했다.
「──!」
……아아, 알겠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부르고 있다는 건, 알겠다.
『마』
『스』
『터』
『──.』
붕 뜬 몸이 자꾸 가라앉았다. 시야에 낯익은 그림자가 스친다. 보석으로 된 천공 섬, 흐트러지는 구름, 주위로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포말이 이는 하늘, 혹은 파도, 그 사이에 뜬 보석으로 된 초승달, 떨어지는 빛 가루……유리구슬……꽃잎…….
그 순간 가슴 안에서 희미하게 빛이 일었다.
‘아…….’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
그것은 목소리와는 다르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낯익은 그림자 위로, 보다 낯익은 그림자가 스쳤다.
그러한 소리가 있다. 풍경을 되살리는 소리. 사실은 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데도, 바람이, 밤하늘이, 반짝이는 별이, 모든 것이 ‘소리’가 되어 사람의 가슴에 내려앉는 순간이 있다.
나는 희미하게 빛나는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그곳에 사라진 줄 알았던 ‘열쇠’가 있다.
“성지……여……『불러와라!!!!』”
나이트메어 나이트에서 존재하는 별의 성지. ‘성지’만으로도 뛰어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은 별의 성지는 어떠한 것을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다.
파아앗──!
“아니!”
소니아가 처음으로 경악했다. 완벽히 소니아의 세계로 덧씌워진 풍경 속에 다른 풍경이 비쳤다.
그것은 바깥에 떨어진 드림 웨폰 시리즈다. 13개의 검이 연결되어 별의 성지를 불러왔다. 그리고 성지의 소환진에서 ‘별의 마물’이 소환된다.
즉, 내 세계가.
쿠구구구궁……!!
눈앞이 은푸른색으로 빛났다. 소니아의 세계에 ‘내 꿈’이 섞인다.
아득
입술을 악물자 겨우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을 중심으로 ‘현실감’이 퍼져 나간다.
“파도쳐라!!”
소니아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거품이 파도가 되어 나를, 내 꿈을 향해 덮쳐들었다. 파도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크리스털 클러스터가 생겨난다.
“하─아아앗!!!”
나는 언제부턴가 다시 내 손에 쥐여진 삼지창을 더 꽉 쥐었다. 열쇠를 비틀어 돌리듯이, 꽉, 온 힘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