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Story RAW novel - chapter 469
힘의 흡수가 점점 빨라졌다. 받아들이지 못하는데도, 최인성의 의지와는 별개로 몸이 꾸역꾸역 힘을 잡아먹으려 든다. 다른 의미의 폭주였다. ‘연옥’의 힘 때문이다.
결국 최인성의 육체가 지닌 생명의 힘보다 트라던트의 힘이 더 강해졌다. 버티고 또 버티다 이겨 내지 못하고 쓰러졌을 때, 가까스로 달려온 유은하가 죽음과 생명의 기로에 빠진 최인성을 끌어안아 지켰다.
최인성은 눈을 떴다. 시야가 눈물로 번져 흐렸다.
온몸이 불이 번진 것처럼 뜨거웠다. 심장은 차갑고, 피부는 뜨겁다.
「일어났냐.」
최인성이 손을 뻗어 소매를 걷었다. 보석처럼 굳은 팔에 색이 하나 더 늘었다. 나선을 그리는 검붉은 선. ‘연옥’의 표식이다.
「그래, 어때?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기분은.」
최인성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으면서, 영이 심술궂게 질문했다.
최인성은 말없이 손을 보았다. 육체를 침식하는 트라던트의 비율이 훨씬 커졌다. 봉인된 힘이 이제 오른 어깨까지 올라왔다. 가연이 손목 위에 제 심연의 힘과 이번에 강제로 받은 연옥의 힘을 합친 봉인 팔찌를 만들어 걸어 놓았다. 최인성은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었다.
“가슴이……이상해…….”
「주인님…….」
“흘러, 넘쳐서…….”
이토록 강대하고 짙은 죽음의 악의가 새로 몸에 깃들었다. 그런데 처음 가연과 함께 깨어났을 때와는 달리 진득한 악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슴에 피어오르는 ‘생명’만이 선명했다.
“감정이…….”
최인성은 거칠어지려는 호흡을 억누르며 눈을 깜빡였다. 트라던트의 힘에 휘말려 눈을 감았을 때, 최인성은 아주 깊고 깊은 어둠 속에 있었다. 몸은 돌덩이처럼 굳고, 감정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휘말려, 최인성은 피하지도 못하고 악의가 제 몸에 파고드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공간에 빛이 들어찼다.
별빛이다. 눈부신 별빛이 새벽빛을 불러오고, 새벽빛은 그에게 숨결을 불어넣었다.
눈을 떴을 때 보인 찬란함을 잊을 수 없다. 그 찬란함은 바로 생명이었고, 생명의 이름은 ‘유은하’였다. 그녀에게서 비롯된 생명이 그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부풀어 오른 감동과 벅참 때문에 모든 감정이 가속도가 붙어 흘러 넘쳤다.
영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최인성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쩌냐, 흘러 넘쳐 버렸네.」
최인성은 천천히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지금도 별빛을 간직한 문장이 최인성의 모든 것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최인성은 계속 흘러넘치는 감각을 끌어안으며 말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그를 도와주고 구해 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대개 이성진이다. 그러나 정말 힘들 때, 정말 누군가가 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당연한 것처럼 유은하는 그의 손을 잡는다. 예를 들어…….
“인성아!”
……이럴 때.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지금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최인성의 얼굴을 확인한 유은하가 당황해 달려왔다.
“……왜 울어? 많이 아파?”
“기분이……이상해.”
“음……아직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나 보네.”
“그런 것 같아.”
유은하는 최인성의 소매를 걷어 팔을 살폈다. 검보라색으로 물든 팔은 단단하며 겉이 살짝 반투명하다. 그리고 보라색 팔 위를 검붉은 선이 휘감고 있다. 정예리의 말에 의하면 배에도 열상을 닮은 검붉은 문신이 생겨났다고 한다.
유은하가 가까이 다가온 순간 최인성은 팔을 뻗어 유은하를 끌어안았다.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끌어안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다.
잠시 당황하던 유은하는 흘러넘치는 감정 중 한 가닥을 잡고 깊은 안도에서 흘러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인성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어쩌겠어. 걔가 너무 네 취향인 것을.」
유은하는 한동안 최인성을 위로하다가, 그가 울음을 그쳤을 때쯤 동료들을 불렀다.
최인성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유은하의 가호와 그림자들의 힘에 의해 어떻게든 인간의 육체로 돌아왔지만, 이미 인간으로서의 부분이 반 이상 트라던트에 잠식당한데다, 몸과 마법을 뒤덮인 저주의 힘이 너무 강해졌다.
힘을 제어하기도 어려워졌다. 연옥이 가진 파괴의 힘 때문이다. 일정 기점까지는 괜찮지만, 그 기점을 넘어서면 폭주할 위험이 커진다.
정신적인 악의는 실질적인 통증까지 동반했다. 오른팔, 어깨, 배, 다리 일부, 트라던트에 의해 붉거나 검게 물든 육체는 항상 열감을 동반한 통증을 띨 것이다.
얻은 것이 있다면 거대한 힘뿐이다. 저번에도 그랬듯이 원해서 얻은 힘은 아니다. 에리카와 유클라프에 의해 억지로 주입받은 힘.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최인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유클라프의 영역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다.
최인성은 기둥에 들어가지 않고도 어렴풋하게나마 공간 회로 안쪽을 엿볼 수 있었다. 최인성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공간 회로를 살펴보았고, 확인한 결과를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공간 회로는 단순히 꿈의 그물과 새블레를 잇는 통로가 아니었다. 공간 회로는 지구에서 시작해 모든 우주를 연결한다. 그러면서 세계의 핵심을 비틀어 우주를 압축해 끌어모으고 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인간의 영역을 초월했다.
그러나, 그래, 트라베리아는 지금까지 인간을 초월한 행위를 해내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들은 거기에 차근차근 획을 그어 가고 있다.
세계의 모든 목숨을 바쳐.
“공간 회로에 은하 네 환각을 꿰뚫을 만한 감지력은 없어. 아니다, 감지능력이 없다기보다는, 통로가 너무 넓어서 네 환각 정도의 정보는 눈에 띄기 어렵다고 해야겠다. 공간 회로를 제어하는 건 유클라프고, 공간 회로에 접촉하는 수많은 정보를 거르고 통제하는 건 베로니카와 에리카지만, 제아무리 세 사람이라고 해도 온 우주를 상대로는……마력과 궤도를 확인하는 것만도 벅차겠지. 그걸 대비했는지 ‘문’이 있어.”
최인성이 그림자로 문을 만들어 보여 줬다. 우뚝 세워진 물거울이다. 표면이 공간의 흐름을 따라 물결친다.
“아마 저 문을 넘어서는 자는 감지할 거야. 저 문이 은하 네 환각을 눈치챌 수 있을지는……모르겠다. 은하 네가 공간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것 같아.”
“공간 회로로 들어가는 것과 꿈을 그물을 따라 밖을 나서는 것, 어느 게 더 위험할까?”
“뭐라 말하기 어려워. 꿈의 그물을 따라 움직인다면 경계면을 넘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조금만 삐끗해도 잘못하면 우주로 흘러나갈 거야.”
“우주로? 벌써 그렇게까지 압축됐어?”
“조금은? 아직 지구와 우주의 경계가 남아 있긴 한데, 비틀려 있는 게 문제야. 하지만 꿈의 그물을 놓치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야. 공간 회로를 통해서 가는 건……안전하지. 안전한 편이야. 저 안은 길이 안정되어 있어. 다만 문 바깥의 회로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거기까지는 보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자세한 건 직접 확인해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늦어도 2주일 안에는 한국에 갈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 몰래 숨어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정면 돌파도 불사할 것이다.
최인성의 상태는 아직 불안정하다. 넘치는 감정을 다스리려면 최소 하루는 더 푹 쉬어야 한다.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최인성을 떨어뜨리고 유은하는 첸, 라스와 함께 꿈의 그물을 따라 바깥으로 나갔다. 새벽별무리의 다른 마법사들도 결계를 수복하는 등 바빴다. 때문에 신대륙 스틸라에 새워진 새벽별무리 기지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최인성은 드물게 조용한 기지를 천천히 거닐었다. 하루 더 푹 자라고 했으나 감정이 흘러넘쳐서 그런지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마법을 사용해 억지로 잠들어도 계속 눈이 떠진다.
최인성은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하늘이 어두웠다. 최근 하늘은 우주의 힘이 가까워진 영향 때문에 태양이 떠 있어도 까맸지만, 이번엔 진짜 밤이 찾아왔다. 멍하니 평소와는 달라진 하늘을 바라보던 최인성은 익숙한 그림자가 돌아온 것을 느끼고 몸을 돌렸다.
최인성은 구태여 걸어서 움직였다. 실내 정원으로 향하니 이성진이 캣타워 미끄럼틀을 타고 오르는 라라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성진이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답답한지 아공간에서 나가고 싶어 하더라고.”
미끄럼틀을 오르던 라라가 최인성을 돌아보고는 흠칫하여 다급히 미끄럼틀을 달려 올라갔다. 짐승적인 감으로 최인성의 몸에 깃든 악의를 감지하고 겁을 먹은 것이다. 여기저기 너무 떠돌아다닌 탓에 낯선 사람의 기척에 익숙해진 상태였으나, 적의와 살의는 당연히 경계한다.
최인성은 흘러넘치는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털을 부풀린 채 머뭇거리던 라라는 곧 새로이 나타난 기척이 최인성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몸에서 힘을 빼고 한 번 길게 울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로프를 돌돌 감아 만들어진 스크래쳐에 손톱을 갉작거린다. 최인성은 조금 놀랐다.
“…바로 알아보네. 감정을 완벽히 다스릴 때까진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내 마력에도 익숙해진 녀석이니까.”
“하긴.”
최인성은 라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이성진의 곁에 다가섰다.
“저렇게 답답해하니까 기지에 풀어놔 주고 싶은데, 계속 풀어놔 줘도 좋을지……확신이 안 서.”
“으음. 트라베리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라라의 목걸이는 이성진의 아공간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깥에 위험이 찾아온 순간 라라는 목걸이를 통해 이성진의 아공간에 이동된다. 완벽한 마법은 아니다. 이성진의 가호를 중심으로 웬만한 공간마법은 죄다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독립적인 보호마법을 둘러두었지만, 세상에 완벽한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위험한 일이 터졌을 땐 대개 에펠로나 아니면 이성진이 라라를 보호한다. 에펠로나는 정령이라 사람보다 불사에 가깝고, 자연의 힘은 에펠로나가 사라지더라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다. 이성진의 아공간 역시 그가 죽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라라도 참 고생이 많아. 갑자기 사는 집이 바뀌고, 낯선 사람은 늘어나고, 자주 아무도 없는 공간에 갇히고. 영문을 모르는 일뿐일 텐데도 이렇게 은하 옆에 있어 주고, 우리를 따라 주고…….”
“기특한 녀석.”
이성진이 손톱갈이를 끝내고 해먹에 올라간 라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라가 야옹 울며 이성진의 쓰다듬을 받더니 이성진의 어깨를 향해 휙 뛰어내렸다. 이성진은 약간 당황하며 라라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라라가 이성진의 품에 기대어 고롱고롱 울었다. 이성진이 라라를 쓰다듬으며 최인성을 돌아보았다.
“잠이 안 와? 아직 힘이 덜 가라앉아서 그런가.”
“그런 것 같아.”
“많이 아프냐?”
이성진이 최인성의 안색을 살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악의가 다정한 감정과 손길에 약간 가라앉았다. 최인성은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많이 아프면 이러고 있겠어……. 가끔, 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드는데…….”
트라던트로 인한 통증은 막을 수 없다. 근원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에 통각을 없애는 정도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최인성이 스스로 성장하여 반쯤 트라던트화 된 육체를 완전히 제 마법으로 바꾸기까지, 그는 아주 오랜 시간 이 고통에 시달려야 것이다. 어쩌면 저주가 사라지는 날보다 트라베리아를 쓰러뜨리는 날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괜찮아. 혼자가 아니니까.”
“그래.”
이성진이 안타까운 기색으로, 혹은 안도한 기색으로 미소 지었다.
최인성은 자신이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왔을 때 이성진이 그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안다. 벌벌 떨며 유은하에게 뒷일을 맡겼다고 한다. 깨어났을 때, 울음을 참는 듯한 얼굴로 그를 끌어안았다.
최인성이 그렇듯이 이성진에게도 최인성은 친구이며 가족이다.
“……미안해.”
이성진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갑자기 뭐가?”
“걱정 끼친 것도 그렇고, 그리고……하하.”
최인성은 내일, 오래 걸려도 모레에는 공간 회로를 관찰하러 떠날 것이다. 그럼 말할 틈이 없어진다.
아니……말한다고 당장 무언가가 변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은 계속 전쟁 중이고, 아무리 눌러두었던 감정 몇 개가 넘쳐흘렀다 한들 우선시해야 할 감정은 따로 있다. 그래도 말해 두고 싶었다. 아니, 말해야만 한다.
“응원할 생각이었거든.”
이성진은 스스로의 감정이 움직였음을 모른다. 긴 옛사랑에 갇혀 외면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응원하는 상대는 이성진이기도 했고, 유은하이기도 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죽음만을 쫓던 유은하가 조금 더 삶에 뿌리를 내렸으면 했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딘지 항상 지친 기색이던 이성진이 좀 더 즐거웠으면 했다. 비록 상황이 그렇게 만들지 않게 하더라도, 언젠가는. 둘 모두 최인성에겐 무척 소중하고 애틋한 동료이고 친구이니까.
“그래서 미안해. 나……은하 좋아해. 또 반해 버렸어.”
최인성은 이성진을 똑바로 마주보며 한 자 한 자 힘을 줘 말을 이었다. 몸의 떨림을 애써 억눌렀다. 이성진의 눈동자가 놀란 듯 커졌다.
“네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만약 내가 은하한테 첫눈에 반한 게 마력에 끌려서였다면, 은하 마력은 정말로 내 취향인가 봐.”
“또…….”
“응, 또.”
이성진의 눈동자에 혼란스러운 빛이 어렸다. 이소영에게 이것을 말했더라면 이소영은 고민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최인성의 어깨를 두드렸을 것이다. 그러며 불쌍하다는 듯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겠지. 이유미에게 말한다면 대놓고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최인성의 양 어깨를 붙잡고 ‘응원한다!’고 소리치지 않을까. 강인하라면 쯧 혀를 차고 알아서 하라는 듯 언짢은 눈빛을 보냈겠지.
그런데 이성진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여러 감정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는 것은 확실한데, 이것이라 확실하게 딱 잡을 수 있는 감정이 없다. 염옥의 흉터가 욱씬 아파 왔다. 최인성은 통증을 감정처럼 감내하며 삼켰다.
“꽤 좋은 친구, 좋은 동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은하가 좀 멋있어야 말이지. 언제부턴가 다시 감정이 변하더라고.”
“…….”
“옆에 있고 싶고, 끌어안고 싶어. 다시 웃어 주면 좋겠고, 나를 향해 웃어 줬으면 해. 잃어버리려 하는 감정을 채워 주고 싶어.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 감정은 친구라도 채워 줄 수 있지. 하지만 친구로는 채워 주기 어려운 설렘을, 같이 있는 충족감을, 옆에서 함께 느끼고 싶어. 그러니까…….”
이성진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했다. 그 감정 상태야말로 ‘답’이라는 것을 이성진은 알고 있을까. 본래 이성진은 자신의 감정에 불확실한 사람이 아니다. 그가 감정에 불확실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자각하지 못했거나, 자각하지 않으려 했거나, 둘 중 하나다.
확실히 이런 시기에 행방을 특정할 수 없는 감정은 불안 요소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담아 두기만 한 감정은 넘친다. 최인성은 그 사실을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인성의 감정도, 이성진의 감정도, 이제 ‘넘칠 때’다.
“이번엔 좀 더 힘내 보려고. 아, 싸움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당장 대놓고 감정을 드러낼 생각은 없어. 아버지를 구하고 복수하는 것. 그 어떤 감정보다 이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는걸. 그래도 기회는 언제 생길지 모르는 거고, 이제 한동안 둘이서 대화할 틈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미리 말해 두고 싶었어.”
“그래…….”
평소의 이성진이었다면 이쯤에서 응원해 줬을까. 그러나 이성진은 여전히 혼란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최인성에게 물었다.
“그래. 힘들겠네. 하지만…….”
굳이 확인받으려 했다.
“왜 나한테 미안하다는 거야?”
“정말 몰라서 물어?”
“그야…….”
이성진이 평소와는 달리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말을 멈추며 인상을 찌푸렸다. 최인성은 이성진의 팔과 가슴 사이에 있는 라라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렇다면 성진이 넌 조금 더 네 감정을 돌아보는 게 좋겠다.”
이어 최인성은 보답하듯 이성진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는 몸을 돌렸다.
##31. 흐름을 벗어난 이
인성이의 말대로 꿈의 궤도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꿈의 그물 안은 아직 돌아다닐 만했다. 꿈의 그물이 공간 회로에 의해 점점 압축되며 가까워지는 하늘과, 우주와 섞였을 거라는 예상은 틀렸다. 꿈의 그물이 미치는 범위는 여전히 지구까지였다. 선 몇 개가 공간의 안정을 위해 우주까지 뻗어져 있긴 했지만 소수였으며 우주의 범위를 크게 침범하지 않는 정도였다.
그러나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공간이 얽혀 있는 탓에 꿈과 마력을 대조하고 하나의 선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도 자칫 잘못하면 우주에 빠져드는 수가 있었다. 실제로 조사하면서 몇 분 걸었을 뿐인데 우주가 코앞이었던 적이 몇 번이나 일어났던가.
세계를 뒤바꾸는 비틀림은 지구, 태양, 달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좀 더 먼 우주에서 보면 태양계가 중심일 테고, 어쩌면 머지않아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러했다.
중심인 세 천체에는 중심에 걸맞은 경계 공간이 있고, 경계선에는 유클라프의 공단벽이 펼쳐져 있다. 그 때문에 세 천체의 영향력 바깥으로 나가려면 상당히 큰 힘이 필요하다.
세계가 변한다. 중심 안으로 새로운 우주가 계속해서 압축된다.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머지않아 지구의 모습도 뒤바뀌고 말겠지. 꿈에서 본 광경처럼 대지도, 하늘도 경계를 잃을 것이다.
실제로 바다는 이미 경계를 잃었다. 경계선 없이 아무렇게나 존재한다는 게 아니라, 음……사실 그것도 맞다. 그러나 이 변화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바다와 하늘이 섞였다’고 표현해야겠다.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의 수면은 있지만 수면 위 경계가 평소보다 흐릿하고, 남은 수분은 안개처럼 주위로 흐트러져 있다. 수평을 이루지 않고 솟아 있는 수면도 많다.
하늘과 바다가 섞이고 유클라프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하늘과 바다 곳곳에 트라던트로 이루어진 가지나 꽃이 피어 있다. 섬뜩한 광경이다.
더하여 사람이 사는 대륙은 전부 ‘공간 회로’에 속하게 되었다. 공간 결계가 대륙을 지키고 있고, 그 사이를 공간 회로가 꿰뚫는다. 하물며 우리가 사는 새블레에도 공간 회로가 우뚝 서 있지 않나.
점점 세계가 악의에 잠식되고 있다.
우주를 자세히 파악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우리는 당장 한국에 들어가야 한다.
첸, 라스와 꿈의 그물을 살피고 돌아온 나는 곧바로 인성이, 성진, 윌리엄, 오시언과 함께 공간 회로 안에 들어섰다. 이번엔 환각으로 몸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기둥 안으로 들어선 순간 몸이 붕 떠올랐다. 공간이 우리를 인식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공간의 흐름이 위로 흐르게 되어 있다.
통로 안의 풍경은 그날, 공간 회로에 갇혔을 때와 다름이 없었다. 겹겹이 세워진 벽, 기둥 중간 중간 있는 둥근 차원 막. 위로 올라가는 우리 몸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차원 막을 몇 번 통과했다. 이 차원 막은 아무래도 불순한 힘을 거르는 역할인 모양이다.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위로 올라가며 마력을 움직여 보았다. 강대한 공간 안임에도 마법이 힘에 짓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공간 기둥의 꼭대기 즈음에 다다랐을 무렵 위로 흐르던 움직임이 잦아들고 차원 막이 발에 밟혔다. 눈앞에 ‘문’이 나타났다. 인성이의 설명대로 전체적인 모양새는 거울 같으나 유리 부분이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문이었다.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직으로 서 있던 기둥이 이제 수평으로 눕혀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은 기둥의 마지막 차원막에 고정되어 있다.
몸이 거부 하나 없이 문을 통과했다. 보기에는 물과 같으나 통과해 보니 공기나 안개를 닮았다. 통로를 통과하자마자 보인 풍경에 우리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또…….”
여기서부터는 인성이도 공간의 힘에 가려 보지 못한 부분이다. 우리는 동요를 삼키며 주위를 살폈다.
베로니카의 손길이 미쳤다는 게 역력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하늘과 바다, 우주가 비친 풍경 안에 무수히 많은 길이 깔려 있고, 길마다 스크린 표지판과 알림판이 떠있다. 다양한 스크린이 정보를 수집하고, 보다 자세히 수집하기 위한 시스템 요정이 돌아다닌다. 통로를 따라 깔린 회로, 빛나는 덩어리…….
공간 한곳이 사각형으로 나뉘어 흐트러지며 베로니카가 나타났다. 심지어 분신도 현신도 아니고 본인이다.
“안녕, 새블레 제군.”
베로니카의 영역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 걸까. 공간 회로 전체에? 혹여 우주까지 퍼져 있을까?
우리는 싸늘한 눈으로 베로니카를 마주했다. 대놓고 회로에 들어왔을 때 트라베리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경고를 보내 올까, 알면서도 무시할까, 아니면 아예 감지하지 않을까. 감지한 데다 적의 없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드물게도 숨지 않고 들어와 줬네? 덕분에 나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어서 좋아. 음, 이번이 첫 번째 출입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아무리 공간 회로 안이라도 유은하 네 마법을 파악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으니까. 심지어 이곳은 워낙 파악할 정보가 많아서.”
오시언은 덤덤히 베로니카를 경계했다. 베로니카도 오시언을 특별 취급 하지 않았다. 감정이 어떻든 서로 적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태도였다.
“그리고 최인성, 다시 만나서 반가워. 이번엔 정말 놀랐어. 설령 살아난다 해도 이렇게 빨리 힘을 다스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예상대로 완전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예상 이상으로 힘이 안정되어 있네. 놀랍다니까.”
베로니카가 흥미롭다는 눈으로 우리 앞에 바짝 다가왔다. 최인성의 오른손에 연옥의 힘이 일렁거렸다. 베로니카가 빙긋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서, 몸소 나온 이유가 뭐지?”
윌리엄이 안토니오의 힘이 각인된 총을 꺼내 공간의 힘을 압축했다. 베로니카는 적의가 무색할 정도로 태평한 대답을 내놓았다.
“음……자랑?”
“지금 장난해?”
윌리엄이 신경질을 냈다. 베로니카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자랑이 아니면 경고? 아니야, 역시 자랑. 사실 별 이유는 없어. 다만 너희가 처음 여기에 들어올 때 맞이해주고 싶다 생각했을 뿐이야. 그래서 처음이 맞아?”
“네, 맞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딱히 거짓말 할 이유도 없었다.
“오호, 그렇구나. 생각보다 들어오는 게 늦었네? 하긴, 우리가 일을 벌려 바쁜 만큼 너희도 수습하느라 바빴겠지.”
베로니카가 즐거운 기색으로 물었다.
“여기에 들어와 본 소감이 어때?”
“소름이 끼치네요.”
“동감.”
나와 오시언의 의견에 베로니카가 만족한 듯 생긋 웃었다.
“고마워.”
이내 베로니카는 막아서고 있던 길에서 비켜섰다.
“자, 그럼 어디로 갈래? 허락된 길은 다섯 개야. 러시아 일부, 북극, 북아메리카 두 곳, 태평양과 연결되어 있어. 자.”
딱!
베로니카가 중지와 엄지를 부딪쳤다. 허공에 떠오른 스크린이 회로가 연결된 곳을 비춘다.
“허락된 길이라면 어딜 가도 상관없어. 하지만 어디든 언니 오빠가 지키고 있으니 주의해 주길 바라.”
또 한 번 베로니카가 손가락을 부딪치자 이번엔 스크린에 비친 대륙 위에 문양이 떠올랐다. 러시아에는 불꽃을 두른 창, 북극에는 귀여운 봉제 인형, 북아메리카에는 탑과 권총, 바다에는 자주색 다이아 문양 세 개.
‘홍링, 카인, 유클라프, 에리카, ……시카.’
태평양은 꿈의 그물을 따라 한국에 들어서려면 아주 빙 돌아가지 않는 이상 한 번은 거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공간의 힘이 짙은 다른 대륙을 따라 들어설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데 그 바다에 공간 회로가 이어져 있고, 공단벽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하물며 지키고 있는 마법사는 시카. 새블레에서 시카와 겨룰 수 있는 마법사는……없다.
현재 새블레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는 루카와 이성진이다. 그런데 루카는 몇 년 전에 한 번 시카와 대결하여 참패했다. 그때 방위부의 전력이 반으로 줄었다.
이성진은 시카의 공격을 분명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겨루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나는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아니. 괜찮아. 내 환각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소니아뿐이었어. 이제는 유클라프뿐인데, 지금 유클라프는 공간을 세세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래, 내 마법은 시카를 속일 수 있다. 나는 실력 차에 의한 본능적인 공포에서 오는 불안을 삼켰다.
“너희가 허락된 길로 가면 나는 그걸 언니 오빠들에게 전달할 거야. 언니 오빠는 너희를 쫓아낼 수도, 감시만 할 수도 있어. 아, 일단 말해 두는 데 내가 말한 언니 오빠는 로드 이외의 동료 포함이다? 이제 다른 언니 오빠들도 좀 더 나설 거야.”
“측근들 말하는 거야?”
“측근 외에도 싸울 수 있는 전력이라면 하나둘, 어쩌면 전부? 홍링 언니 옆에도 지금 클라렌스 언니가 있어. 골렘도 한 개 붙었고.”
“클라렌스…….”
윌리엄의 눈이 가라앉았다. 클라렌스는 커븐 로드가 아닌 측근 중에서 리피트 다음으로 강한, 즉 커븐 로드에 버금가는 힘을 지닌 마법사다. 참극 당시 아주 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만약 너희가 허락받지 않은 길로 향한다면 나와 유클라프 오빠가 막아설 거야. 아, 가끔 엘리시아 언니랑 벨라 언니가 나설 수도 있어. 그래도 좋다면 가 봐.”
오싹─.
등골이 서늘해져 우리는 숨을 삼켰다.
“음……하지만 그런 일이 많진 않을 거야. 두 사람은 바쁘거든. 두 사람 중에선 그나마 벨라 언니가 시간이 좀 더 남으려나.”
농담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베로니카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나는 조금 궁금해. 너희가 이 공간에 과연 몰래 숨어들 수 있을까? 이곳은 아주 중요한 장소야. 그런 만큼 유클라프 오빠는 전력을 다해 이곳을 만들었고, 나와 에리카 오빠, 시카 오빠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 벨라 언니도 한 번에 베지 못할 거야.”
“…….”
“유클라프 오빠가 만든 공간이라는 건 즉 공간에 속한 모든 차원이 유클라프 오빠의 명령에 통제된다는 뜻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라면 허점을 파고들 수 있을까? 유클라프 오빠가 만든 차원 안에 유클라프 오빠는 보지 못하는 차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물며 너희는 유클라프 오빠의 마법을 이해하지 못하잖아.”
베로니카가 장난치듯 스크린 빛을 퍼트리며 말을 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우리 커븐 로드는 물론 엘리시아 언니도 유클라프 오빠의 깊이는 이해하지 못해. 그나마 좀 이해하는 게 엘리시아 언니랑 시카 오빠야. 뭐, 벨라 언니는 이해할 수 없을 뿐 부술 수는 있지만.”
그럴 것 같았다. 강함과 전문성은 다르니까.
“하지만 너희는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으니까, 혹시 모르지. 꿈장인 유은하, 유클라프 오빠의 마법을 받았을 최인성, 공간마법의 이해도만 따지면 새블레에서 제일가는 실력자인 윌리엄, 사신 이성진. 먼저 놀라움을 선사해 주는 건 누구일까?”
이어 베로니카가 싱긋 웃었다.
“음, 이야기하다 보니 자랑보단 경고에 가까워졌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야. 혹시 질문 있어?”
질문을 받아 주겠다니 참 태평한 여자다. 밑져야 본전이란 느낌으로 인성이가 질문했다.
“공간 회로에 관리가 필요한 건 알겠어. 하지만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관리하는 이유가 뭐야?”
“그야 필요하니까. 그것도 미세한 것까지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조정이 필요해.”
고개를 주억거리며 베로니카는 태연한 얼굴로 무시무시한 말을 했다.
“알고 있겠지만, 이거 아주 위험한 짓이야. 조금만 잘못해도 우주가 뽀각하고 갈라진다? 염원을 이루기 전에 세계가 멸망해.”
“잘 알고 있으면서……!”
윌리엄이 총을 꽉 쥐며 이를 갈았다. 그럼, 위험한 짓이고말고. 세계를 비틀며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는데.
“유클라프 오빠를 믿으니까 했지. 그리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거든. 하지만 전 차원을 조정하는 건 흘러들어 오는 정보량이 너무 많아. 그래서 쓸데없는 위험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미세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엄청 지친다. 세상이 안전한 궤도에 들어서면 숫자를 적당히 조절해야겠어.”
베로니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질문할 거 있어? ……음, 안 되겠다. 이제 시간이 없어.”
베로니카는 우리가 무언가 다른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어딘가를 바라보며 손을 내저었다.
“그럼 난 이만 갈게. 어디든 갈 수 있는 만큼 가 보도록 해.”
그러며 베로니카는 이곳에 왔을 때처럼 사각형이 흩어지는 통로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우리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잠시 후 윌리엄이 혀를 차며 총을 다시 허리에 꽂았다.
침묵 속에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던 문득 인성이가 손을 들었다. 왼팔을 쭉 뻗고 뻗은 방향을 향해 몇 발자국 다가갔다. 인성이의 손이 멈췄다.
“…닿아?”
성진의 물음에 인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닿아.”
입구를 통해 회로에 들어왔다고는 하나 유클라프가 만든 이 세계는 웬만큼 공간을 아는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깊이에 있었다. 공간 회로가 완성된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 세계의 축과 연결되어 있을 테니 어련할까.
경계선이 보여도, 나와 오시언의 손에는 공간이 스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성이에게는 닿고, 윌리엄과 성진의 손에는 스쳤다.
나는 답답한 마음으로 길게 호흡했다. 주위에 가득 찬 유클라프의 마력이 조금이나마 코와 입에 들어오기를 바라며.
“어디로 갈래?”
대놓고 들어온 상황에서 허락받지 않은 길로 가는 모험까지 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일단 가장 왼쪽에 있는 길, 북극으로 향하는 노선을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많이 트라베리아의 공간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안전하게 새블레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다. 이제 인성이가 무사히 성장했음도 트라베리아에 알려졌다. 그들이 인성이의 감각에 얼마나 대비를 했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가연의 의지나 염옥의 힘을 쉽게 트라던트의 힘이 아니라 차단할 수는 없을 거야. 본래 같은 힘이니까. 거기다 현재 트라던트를 연결하고 있는 힘은 가연과 연옥이 속해 있는 탑의 힘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