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in's youngest brother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시베리아의 칼바람.
“차렷,”
처억~
북경역이다. 역전의 플랫폼에서부터 역 앞의 광장까지 붉은 우즈베키스탄제 융단이 쭉 깔렸다. 그리고 역에서부터 북경 공자호텔까지 30만 명의 군중을 동원하여 연도환영단을 꾸렸다.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님에 대하여, 경례!”
“일, 심, 단, 결!”
중국군 명예 위병대가 일시에 또박또박 한 글자씩 외쳤다.
“일심단결!”
공산권 국가에서 가장 널리 쓰는 단어다. 러시아도 개혁과 개방 전에는 이 단어를 썼다. 하지만 개방 후에는 이 단어를 없애 버렸다.
“일심단결”이란 뜻은 “공산당”과 “수령”에게 언제나 한마음으로 충성하겠다는 외침이다.
그러니 이 단어를 그대로 두어서 이로운 점이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이 단어를 쓴다. 이유는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받아들였지만, 정치는 예전 그대로 “공산당” 일당 독재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에 가면 이 단어를 쓰는 군대는 중국군과 북한군이 유일하다.
시진핑이나 김정은에게는 우상화가 자기들의 목숨과 직결된 문제였고 그 때문에 군인들이 항상 “단결”을 잊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팔과 북이 울린다. 명예 위병대의 앞으로 중국 주석 양상군과 이준이 함께 걸었다. 붉은 넥타이를 목에 맨 소년단원 두 명이 꽃다발을 가지고 와서 이준에게 주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곧추 펴서 머리 앞으로 들더니 또 외쳤다.
“단, 결!”
이준은 입맛이 썼다.
‘이건 어른도 애도 단결이라는 단어밖에는 모르는군!’
그래도 할 수 없다. 여기는 중국 땅이고 공산당의 나라이니 아이들이 어쩌겠는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때 반보 떨어져서 걷던 디나 쿠르바코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인상을 펴세요,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번에 올 때 사라 푸틴이 공식적으로 따라오게 되자 디나 쿠르바코바가 이준을 찾아왔다. 그리고 긴말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 이번에 오빠를 따라가겠어요, 특사단에 자리를 하나 만들어주세요!”
남자란 강한 수컷이다. 동물들은 수많은 암컷을 데리고 살면서 특권을 누린다. 사자는 자기 새끼가 아닌 어린 사자들은 모조리 물어 죽인다.
먹이 사냥을 할 때도 참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암컷들이 합심해서 얼룩말이나 물소를 쓰러뜨린다.
그때쯤에야 수컷은 어슬렁어슬렁 다가와서 제일 먼저, 제일 좋은 부위의 고기만 실컷 먹는다.
그리고 혹여라도 암컷이 달려들거나 새끼가 달려들면 혼 쌀을 내준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지성을 가진 인간은 아무리 수컷이 강해도 암컷에게 져준다. 그것이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매너이다. 이준도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 통역으로 따라와라. 험!”
그래서 지금 이준의 뒤에 중국어 통역 디나와 러중 군사 문제로 사라 준장이 뒤를 따르는 이유다.
“만세. 러시아의 영웅, 아르진 리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그런데 특이한 플래카드가 보였다. 거기에는 한글로 쓰여 있었다.
‘내가 조선족이라, 쯧!’
이준은 속으로 웃었다. 자기는 당연히 한국인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이었다. 상관의 배신으로 과거로 회귀했지만···.
하지만 뭐라 할 수도 없다. 어쨌든 조선족도 한국인이나 마찬가지니까!
이준은 얼굴에 억지로라도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들었다.
“내가 이래서 정치는 하지 않으려는 거야! 맘에 들지 않아도 좋은 척해야 하는 가면을 쓰는 것이 정치니까!”
북경 공자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이준이 옷을 벗어 놓으며 투덜거리는 소리다. 하지만 누구도 뭐라 대꾸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중국 주석이 차린 만찬회에 초대됩니다. 시간은 저녁 7시, 장소는 중남해 귀빈관입니다.”
“그곳에서 식량 문제가 다루어지겠군!”
이준이 투덜거렸다. 1990년대는 러시아나 북한이 똑같은 처지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식량을 수입해서 굶어 죽는 아사자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식량을 수입할 돈을 모두 핵무기를 만드는데 투자하였고 그로 인해 300만 명의 아사자가 생겨났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었다.
어떻게 현대에 와서 300만 명의 자국민을 굶겨 죽이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김정일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더욱더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한민족이 번영하자면 반드시 북한 정권을 뒤엎고 나라를 통일해야 한다.’
공자 호텔에서 이준은 저 멀리 뿌연 북경의 하늘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러시아인으로 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한국인이 될 이준이었다.
그때까지 가는 길이 험난할 것이지만 결코 도중에서 물러설 생각이 이준에게는 없었다.
***
만찬회는 중국 공산당 정치 위원들과 정부 관료들, 그리고 등샤오핑과 양상쿤이 참석했다.
“아르진회장님, 회장님은 조선족이라던데 사실입니까?”
술이 어느 정도 돌아간 다음 등사오핑이 미소를 짓고 묻는 말이다. 이준은 싱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각하.”
“우리 중국에도 조선족이 250만 명이나 있어요. 참으로 부지런하고 용감한 민족이 조선족이랍니다. 그들은 우리가 일제를 반대해 싸울 때 가장 용감하게 일제와 싸운 중국 소수민족이랍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베리아에 사는 고려인, 아, 러시아에서는 고려인이라고 부릅니다. 고려인들도 일제를 반대하여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회장님은 이르쿠츠크에 강철회사와 가스, 석유회사를 옮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등샤오핑의 작은 쥐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며 이준의 표정을 살폈다.
“예, 시베리아는 자원의 보고입니다. 특히, 가스와 석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48%나 됩니다. 또 철과 석탄, 니켈과 동, 알루미늄,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최고입니다.
따라서 우리 DG그룹은 모든 생산시설을 시베리아에 정착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운송비도 줄이고 그것이 줄어들면 원가도 더 값싸질 것입니다.
어차피 중국 동북 쪽이나 전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가스 시설과 석유 시설이니 앞으로 많이 사주기를 바랍니다.”
“하하하. 당연히 사야죠. 그런데 혹시 그것은 아십니까? 회장님.”
“무엇을 말입니까?”
그러자 등샤오핑의 움푹 들어간 작은 쥐눈이 팽그르르 돌았다.
“동 시베리아는 우리 중국의 땅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자 이준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한때 몽골은 전 세계의 광대한 영토를 자기 땅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 땅을 몽골 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각하.”
사실 이준은 등샤오핑의 간교한 말에 화가 나는 것을 참고 있었다.
시베리아가 어떻게 한족(漢族)의 땅이었단 말인가?
동시베리아 땅은 원래 고구려와 부여, 발해의 땅이었다.
하긴 고구려와 부여, 발해도 자기들, 중국의 역사로 동북공정을 해치웠으니 시베리아도 중국 땅이었다고 할 만도 했다.
‘껍데기가 두꺼워도 너무 두껍군!’
하지만 이준은 불편한 표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직은 중국에서 뽑아갈 것이 많기 때문이다. 등샤오핑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준의 DG그룹이 시베리아로 대거 이동하는 것은 중국에 바람직하다.
DG그룹을 통해서 시베리아의 가스, 석유, 석탄, 강철, 동, 알루미늄, 니켈, 희토류 등이 대량 생산되면 수입해 쓸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의 동북 삼성(만주)은 일단 부족한 난방용 석탄부터 수입할 수 있었다. 거리가 가까우니 가격도 쌀 것이고 여러모로 유리하다.
이날, 등샤오핑과 이준은 옐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과 시베리아에 관한 경제 조약을 맺었다.
이로써 이준은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러시아에 필요한 곡식과 생필품을 수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회귀하기 전의 역사를 보면 러시아는 1991년 겨울부터 1995년 봄까지 식량 부족을 겪게 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협정을 함으로써 이준은 전 러시아에 식량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식량과 생필품에서 떨어지는 이득이 결코 만만치 않다.
이 당시 러시아는 개방과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농업과 경공업이 거의 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인들이 먹고 쓰는 식량과 생필품의 85%를 외국에서 사들여야 했다.
***
이준이 이르쿠츠크시로 DG그룹 본부를 옮긴 것은 1991년 12월 초였다. 이제 DG그룹 계열사들의 90%가 시베리아로 옮겨 왔다.
그에 따라 계속 이동한 러시아인들은 총 370만 명, 이르쿠츠크시가 갑자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안가라강과 이그라이강을 따라 수만 호의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DG그룹 사원들의 가족들을 위한 단지들이다.
DG그룹 이르쿠츠크 본사.
안가라강과 이그라이강의 합쳐지는 삼각지점에 제일 먼저 건설된 곳이 바로 DG그룹 본사이다.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했습니까?”
쿠데타 사건 이후, 옐친은 러시아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따라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민영화했다.
이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가지기 위해 러시아의 신생 100대 그룹이 입찰에 공모했다. 하지만 어느 그룹도 감히 DG그룹의 돈질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시베리아 철도는 지선까지 모두 이준이 사들였다.
지금은 겨울철이다. 이때 시베리아에서는 철도의 운행이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파업을 일으켰단다. 철도노조가···.
“이유가 뭐죠?”
“임금 인상과 철도 노동자의 복지 개선, 그리고 철도회사의 간부 인사를 노조의 허락하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콰앙~
이준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철도 회사의 간부 인사를 노조가 좌지우지하겠다?”
이준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졌다.
이준에게 보고하던 DG그룹 전략기획실 정보국장 안드레이 마시코프는 머리를 더욱 숙였다. 전략기획실은 사실상 DG그룹의 눈과 귀다.
“그 노조에 대한 자료가 있습니까? 국장님.”
“예. 지금 알아보는 중입니다. 아직 시베리아 정보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가 없다. 시베리아에 이동해 온 지 겨우 4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니 전략기획실이 요원들을 박아 넣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하지만 앉아서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업 경영은 총알이 없는 전장이기 때문이다. 그때 안드레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회장님, 노조의 뒤에 마피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피아?”
이준의 눈에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속으로 인정했다.
시베리아에도 마피아가 많다. 아니, 러시아 본토보다 더 많고 더 악착스러운 것이 시베리아 마피아다.
‘좋아. 해보자 이거지?’
이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말 마피아가 개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면 그건 상대를 잘못 선정했다.
상대는 바로 유전자 개조강화 인간이며 국가 정보원의 특급살인 병기였던 이준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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